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643화 (1,423/2,000)

시체로서 파리떼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이놈들은 썩은 시체도 파먹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10cm 크기의 파리? 혐오스러운 외형은 둘째치고 까딱 잘못하면 내 언데드 군대가 놈들의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

“블랙 소나타.”

천장에서 검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검은 비를 맞은 언데드의 능력치가 올라갔다.

“저 벌레들을 죽여라.”

그어어어어어!

언데드가 대답한다. 실제로는 대답이라기보다는 파리떼를 향한 적의 표출에 가깝다.

날아오는 파리떼의 속도가 빨라졌다.

“다크 라이트닝.”

손에서 방출된 검은 번개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파리를 명중시켰다. 파리 한 마리가 감전당해 죽는다.

‘이놈들 반응속도가 뛰어나다.’

나는 동시에 여러 마리가 감전당해 죽는 걸 원했으나, 파리 한 마리가 번개에 당하자마자 쫙 갈라지며 피했다. 놈들에게 다크 라이트닝은 효과가 없었다.

‘차라리 뇌절사로 상태창을 바꿔 화력으로…. 아니, 이놈들 정도는 내 흑마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

고작 파리떼에 상태창을 바꾸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파리떼는 가장 앞에 있는 악어 언데드에게 달려들었다. 악어가 몸부림치며 파리떼를 떨쳐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파리떼는 순식간에 악어를 잡아먹었다. 뼈만 남은 악어는 앙상했다.

“움직여라.”

뼈만 남은 악어가 움직인다. 신경질적으로 꼬리를 휘두른다. 파리떼는 그런 악어를 비웃듯이 날아올랐다. 파리떼가 다음 먹잇감을 향해 돌진한다.

“시체 폭발!”

콰아아앙!

폭발에 휘말린 파리떼가 우수수 떨어진다. 다크 라이트닝보다 시체 폭발의 효과가 몇십 배는 좋았다.

‘시체 폭발에 소모된 언데드가 아깝긴 하지만…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언데드를 잃게 될 것이다.’

모든 언데드가 파리에게 살점이 먹혀 스켈레톤이 되는 건 사양이다. 병종이 하나밖에 없으면 군대는 약해진다. 거기에 스켈레톤은 둔기 공격에 약하다.

“시체 폭발! 시체 폭발!”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파리떼는 몰려다녀서 시체 폭발로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나는 언데드를 이용해 파리 시체를 한곳에 모았다. 곤충 시체지만 파리 한 마리의 크기가 10cm가 넘어간다. 그것도 수백 마리가 쌓여 있으니 언데드로 활용할 수 있다.

“내가 네놈들의 주인이다!”

흑마법이 파리 시체에 스며들었다.

파리 시체들이 한곳으로 뭉치며 2m가 넘는 언데드로 재탄생한다. 그 언데드는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으로 날았다. 파리와 닮은 무언가였다. 나는 간단하게 파리 벌레라 이름 붙였다.

언데드 개조술(SS)까지 사용했다. 파리 벌레들은 적들을 향해 산성침을 뱉는 능력을 가졌다.

‘하늘에서 산성침을 뱉는 언데드! 도움이 되겠군!’

다른 언데드를 적진에 집어 던지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시체 폭발과 연계하면 그게 바로 공중 폭격이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파리떼가 나타났다. 아까보다 세배는 더 많은 숫자였다. 여섯 번째 재앙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상관없다. 시체 폭발을 이용하면 쉽게 잡을 수 있을 테니.’

살이 통통 오른 좀비 한 마리를 앞으로 내민다. 미끼였다. 파리떼가 좀비에게 달려들면 시체 폭발로 모조리 쓸어버린다. 아주 심플하면서도 효과적인 작전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파리들이 뭉치지 않고 따로 행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각각 사방을 날아다니며 언데드를 공격한다. 미끼로 세운 좀비에게 관심을 주는 파리는 2마리가 전부였다.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건가? 아니면 지능이 높은 놈이 조종하나?’

시체 폭발을 사용할 수 없다. 효율이 최악이다. 파리 두 세 마리 잡자고 중급 언데드를 터트릴 수는 없다. 차라리 언데드에게 시켜 공격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빌어먹을! 어지간히도 귀찮게 구는군!”

위이이이이이잉!

파리는 나를 향해서도 날아온다. 그것도 꽤 양이 많다. 놈들의 눈에는 다른 놈들보다 내가 더 맛있어 보이는 모양이다.

“다크 플레임!”

검은 불꽃을 일으킨다. 화력은 최대한 낮췄다. 자칫했다간 언데드 군대를 태울 수도 있었다.

위이이잉! 위이이이이이잉!

거슬린다.

내 주위를 날아다니며 공격해오는 파리놈들이 매우 거슬린다.

“이 답 없는 언데드 새끼들아! 지금 니들 주인이 공격당하는 거 안 보이나?! 빨리 저 파리 놈들을 죽여라!”

답답함에 언데드에게 소리쳤다. 효과는 있었다. 언데드의 공격이 약간이나마 빨라진 것이다.

화르르륵.

뒤쪽에서 파이어 볼이 날아와 파리와 부딪혔다. 파이어 볼이 폭발하며 그 화력이 사방으로 퍼졌다.

“커어억?!”

파이어 볼의 폭발에 휘말린 내 몸에 불꽃이 달라붙어 이글이글 타올랐다. 나는 가마에서 떨어져 바닥을 구르며 불꽃을 껐다.

나는 매서운 눈으로 파이어 볼을 쏜 범인을 노려봤다.

딱딱딱!

스켈레톤 메이지가 턱을 덜그락거린다. 마치 자기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당당하다. 기분이 확 나빠졌다. 마음 같아선 놈에게 달려가 해골바가지를 깨부수고 싶었다.

‘스켈레톤 메이지만 아니었어도 그랬을 거다.’

스켈레톤 메이지는 중급 언데드 중에서도 희귀했다. 몸은 약하지만, 마법을 쓸 줄 알아 중급 언데드 중에서 화력만 따지면 최고였다.

화르르륵!

또 파이어 볼이 내 쪽으로 날아온다. 물론 파이어 볼의 목적지는 내가 아니라 파리다. 하지만 파이어 볼이 터지면 내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파리가 타겟이다. 일부러 이런 식으로 파이어 볼을 쏘는 게 아닌지 무척 의심스럽다.

‘일단 파리부터 처리한다…!’

손가락 끝에서 검은 번개가 튀어나왔다. 따로 날아다니는 파리에겐 시체 폭발보다 다크 라이트닝이 더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15분 뒤, 파리떼가 모조리 죽었다.

「여섯 번째 재앙을 극복했습니다.」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피해를 확인했다. 좀비와 구울 70마리가 파리에게 살점을 뜯겨 스켈레톤이 되었다. 그 외의 피해는 없었다.

죽은 파리들을 한곳에 긁어모았다. 지금 나는 네크로맨서였다. 죽은 시체들을 그냥 버려두고 갈 수는 없었다. 파리 벌레 20마리를 만들었다. 파리 벌레는 허공을 재빠르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지하 3층에 도착했다.

「일곱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어둠이 찾아왔다.

새까만 어둠 탓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지도도 안 보이는군.’

나는 개의치 않았다. 지하 3층의 구조는 지하 1층과 2층의 구조와 똑같을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언데드는 사방이 어둡다고 해서 겁에 질리지 않는다. 언데드 군대는 그저 내 명령에 따라 앞으로 진격했다. 언데드가 아닌 사람이었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에 당황했겠지.

「여덟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퍽. 퍽퍽퍽!

천장에서 무언가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소리만 들으면 돌멩이 같은 것으로 보인다.

퍼억!

나를 향해서도 무언가가 떨어진 것 같았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고, 고통도 없다 보니 어디에 맞았는지 모르겠다. 단지 맞았다고 짐작할 뿐이다.

“스켈레톤 메이지. 천장에 파이어 볼을 사용해라. 주변을 밝혀 보란 말이다!”

딱딱딱!

스켈레톤 메이지가 파이어 볼을 사용한다.

사용했을 것이다. 마나가 느껴졌으니까. 문제는 여전히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다. 파이어 볼의 불꽃은 사방을 밝혀주지 못했다.

“배리어.”

마나를 뭉쳐 배리어를 만들었다. 아무리 나라도 군대 전체를 감쌀 수는 없었다. 마나는 충분한데 보이지 않으니 어디까지 배리어를 늘려야 할지 모른다.

‘다음 재앙을 대비해서 마나를 아끼자.’

팍팍팍팍!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언가가 배리어에 막힌다. 소리는 꽤 경쾌했다.

언데드 군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일곱 번째 재앙과 여덟 번째 재앙을 극복했습니다.」

재앙이 끝났다.

세상이 밝아졌고,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것의 정체도 알 수 있었다.

‘돌멩이인 줄 알았는데… 우박이었군.’

언데드의 피해 상황을 확인한다.

전체의 5% 정도가 줄어 있었다. 대부분 언데드는 몸에 우박이 박혀있었다. 스켈레톤의 경우엔 그나마 낫고, 살덩어리가 있는 좀비나 구울은 박혀 있는 우박 때문에 몸이 안 보일 정도다.

내 어깨에도 우박 하나가 박혀 있었다.

나는 언데드의 몸에 박힌 우박을 빼낸 뒤에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

「아홉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아홉 번째 재앙은 메뚜기였다.

저 앞에서 대형견 크기의 메뚜기가 뛰어오고 있었다. 날개가 있는데 사용하지 않는다.

“씨발.”

파리놈들과 비교도 되지 않게 위험하다.

일단 메뚜기의 크기가 지나칠 정도로 컸다. 인간 하나를 잡아 먹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엄청 빠르다. 또 숫자도 2,000 마리 이상이다.

“뭉쳐서 싸워라! 죽음의 군대가 얼마나 두려운지 저놈들에게 알려줘라!”

블랙 소나타를 사용한다. 검은 비가 내린다. 강화된 언데드들이 전투를 준비한다.

“스켈레톤 메이지들! 마나를 아끼지 마라!”

파이어 볼 수십 개가 머리 위를 날아갔다.

퍼어엉! 펑!

파이어 볼의 폭발하며 거대 메뚜기를 수십 마리 학살한다. 허나 메뚜기는 멈추지 않았다. 지능이 낮아서 그런지 두려움을 몰랐다.

이윽고 언데드 군대와 메두기 떼가 부딪혔다.

메뚜기가 언데드를 씹어 삼키고, 언데드는 저항한다.

“시체 폭발! 다크 라이트닝! 데드 라이즈!”

가장 바쁜 건 나였다. 달려드는 메뚜기를 견제하고, 죽은 메뚜기를 다시 언데드로 되살린다. 언데드가 된 메뚜기는 거대 메뚜기에게 힘없이 당한다.

조금씩 언데드 군대가 밀려나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거대 메뚜기는 너무 빨랐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언데드 개조술!”

메뚜기의 천적이 뭐가 있을까?

연가시!

나는 언데드를 개조해 길쭉한 연가시 수십 마리로 만들었다. 언데드 연가시가 메뚜기의 몸속으로 파고든다. 제법 효과가 있었다.

그 후로 나는 병력 보충에 집중했다.

“데드 라이즈! 데드 라이즈! 데드 라이즈!”

죽은 메뚜기들이 언데드가 되어 일어난다.

전쟁은 2시간이나 이어졌다. 승리를 겨며 쥐는 것은 나였다. 기존의 언데드 군단이 제법 상했으나, 언데드 메뚜기 1,000 마리를 손에 넣었다.

‘이놈들을 적당히 개조하면 발업 질럿으로 만들 수 있겠군.’

좀 피곤하긴 해도 나쁘지 않은 전투였다.

「아홉 번째 재앙을 극복했습니다.」

「열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