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644화 (1,424/2,000)

「아홉 번째 재앙을 극복했습니다.」

「열 번째 재앙이 시작됩니다.」

메뚜기 재앙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재앙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또 어떤 좆같은 재앙일지 기대까지 되네.’

언제든지 흑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재앙을 기다린다.

그러나 주위는 고요했다.

‘혹시 10번째 재앙은 질병 같은 건가? 개꿀!’

나는 히죽 웃으며 언데드들에게 전진을 명령했다.

언데드 메뚜기 부대가 급발진한다. 1,000 마리가 동시에 정면으로 튀어 나가며 내달리는 것이다.

“장관이군. 돌진 속도가 어마어마해서 마음에 든다. 근데 시발. 누가 튀어 나가라고 했냐! 돌아와서 천천히 걸어라!!”

메뚜기들이 되돌아온다. 이놈들은 천천히 걸으라는 내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뛰어다닌다.

‘메뚜기에 대한 지배력은 완벽하다. 이놈들은 그냥 천천히 걷는 법을 모를 뿐이야. 골때리는군.’

제 딴에는 천천히 걷는다고 힘 조절을 하는 모양인데,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꼴이 되어서 정신만 사나워질 뿐이다.

“어휴. 안 되겠다. 언데드들. 메뚜기를 들고 다녀라.”

그어어어어….

어쩐지 불만스러운 반응이 돌아왔다. 물론 언데드들은 내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이 개새끼야!!

가마 위에 앉아 있던 나는 등을 꼿꼿이 세웠다.

‘방금 목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본다. 메뚜기를 손에 든 언데드들이 그어어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방금 욕한 새끼 누구냐.”

워킹 데드들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나는 매서운 눈으로 언데드를 노려봤다.

“날 개새끼라 부른 놈이 누구냐고 물었다. 당장 튀어나와서 자수해라. 한 번 정도는 용서해주마.”

…….

언데드들은 조용했다. 나는 지배력을 발휘했다. 노 라이프 킹(SS)과 파라오(SS)의 지배력이 언데드들을 덮친다.

‘한순간 지배력이 풀려 사령이 언데드의 몸에 빙의되어 지껄이는 건가 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군. 설마 진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씹새끼야!

“이번엔 확실히 들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획 돌린다. 이번엔 목소리가 들린 위치를 확실하게 기억했다. 해골에 금이 가 있는 스켈레톤 메이지였다.

“이 새끼…. 너 아까 나한테 파이어 볼 던진 놈이지?”

딱딱딱.

스켈레톤 메이지가 자기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네가 날 욕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나한테 감정 있는 모양인데… 너와 나의 위치 차이를 깨닫게 해주마.”

나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내 강력한 마법으로 이놈을 먼지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스켈레톤 메이지가 손까지 흔들며 자신의 무죄를 피력한다.

-죽어라!

-너를 저주한다!

-천마여! 너는 왜 태어난 것이냐!

-신이시여! 저 새끼를 죽여주소서! 저 새끼를 죽여만 준다면 모든 것을 바치겠나이다.

사방에서 날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스켈레톤 메이지를 죽이려던 나는 우뚝 멈춰서 주위를 둘러봤다. 목소리는 언데드에게서 들려오고 있었다.

머리가 차가워진다.

애초부터 언데드가 나를 욕하는 게 불가능했다. 이놈들은 말도 할 수 없고, 지능도 그리 높지 않았다. 중급 스켈레톤 메이지는 다른 언데드에 비해 지능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쓸 수 있는 마법이라곤 파이어 볼밖에 없다. 당연히 말도 못 한다.

‘언데드가 아닌 다른 게 말을 했다.’

무엇이 말을 하는가.

영혼이다.

나는 언데드의 몸속에 영혼을 넣어두었다. 영혼을 빙의 시킨 게 아니라, 영혼을 언데드의 육체에 구속했다. 언젠간 써먹을 때가 올 테니까. 보관이라는 게 맞다.

‘그 영혼들이 나를 욕하고 있군.’

조금 머리를 굴려보니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답이 나왔다.

‘이게 열 번째 재앙이군. 영혼을 자극하는 재앙인가? 그래봤자다. 여기에 있는 영혼들은 모두 내 지배하에 있다.’

고유 특성 노 라이프 킹(SS)이 있는 한 내 지배력이 사라질 일도 없다. 영혼은 내게 절대로 해를 끼치지 못한다.

“별거 없군. 앞으로 전진해라.”

언데드 군단이 움직인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죽어라! 제발 죽어라!

-네 자식들이 고통스럽게 뒤지기를!

-네 여자가 병에 걸려 죽기를!

-네가 내 아내를 범했다!

-신이시여! 저 새끼를 지옥 가장 깊숙한 곳에 처박아, 천년이고 만년이고 고통을 내려주십시오!

-여긴 지옥이다. 지옥에서 네놈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혼이 시끄럽게 소리친다.

나는 의자에 앉아 눈살을 찌푸렸다.

“시끄럽다. 좀 조용히 할 수 없나? 나를 저주할 거면 조용히 저주해라. 뭐, 네까짓 것들이 아무리 저주해도 내가 죽을 일은 없겠다만. 그리고 난 이미 지옥에 한 번 갔다 온 몸이다. 지옥도 별거 없더군.”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 말에 열을 받았는지 영혼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른다.

낄낄 웃었다. 영혼들이 짜증을 내니, 내 기분은 반대로 좋아졌다.

그때였다.

희끄무레한 것이 내 눈앞을 지나친다.

망자다.

‘언데드의 몸속에 가뒀던 영혼이 빠져나왔나? 불가능하다! 이놈들이 할 수 있는 건 말을 하는 것뿐이다! 그것도 지금이 특수한 상황이라서 가능한 거지!’

내 주위를 떠도는 망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어디서 나타나는지 알아차렸다. 천장이었다. 천장에서 망자가 생겨나 내 주위를 돌아다닌다.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100마리를 넘어 1,000마리로 넘어간다.

‘이놈들….’

망자들을 자세히 보면 생전의 모습이 엿보인다.

‘묘하게 익숙한 것 같더니… 나한테 한 차례 죽은 놈들이었군.’

세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나는 네게 아무것도 안 했다!

“아무것도 안 해서 거슬렀나 보군.”

-아저씨! 왜 날 죽인 거예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목소리를 보니 남자 새끼군. 내가 왜 남자 새끼를 살려둬야 하지?”

-제발 내 자식만을 살려달라고 그렇게 빌었건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언제 너희를 죽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뭐, 내 명령을 받은 부하들이 너희를 죽였을지도 모르겠군.”

-너는 살아서 안 될 존재다!

-이 세계를 위해 죽어라.

나는 그들에게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미안하다.”

내 주위를 돌아다니던 망자들이 우뚝 멈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걸어 나가던 언데드들도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가까이에 있는 망자에게 손을 뻗었다. 동요하던 망자는 손쉽게 손아귀에 붙잡혔다.

“그걸 믿었냐, 병신들아. 크하하하하하하!”

언데드들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보며 걸었다.

망자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찢어 죽일 놈!!!

-감히 우리를 희롱해?!

-네놈은 절대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날이! 그날이 올 것이다!

“시끄럽다, 버러지들. 뒤졌으면 저세상에서 곱게 짜져있을 것이지. 내 앞에 떼로 나타나? 아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 된 것 같군.”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망자들이 악을 쓴다. 그들의 음산한 기운이 사방팔방으로 퍼뜨린다. 음산한 기운은 저주가 되어 내게 날아왔다.

소용없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을 쓰고 있는 내게 저주를 통하지 않는다.

“크크크크! 네놈들은 죽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거냐? 쓸모없는 머저리들! 크크크크.”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망자들이 비명을 지른다. 물론 내겐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네놈들에게 쓸모를 주마! 네놈들의 영혼은 내가 쓰겠다. 네크로맨서는 영혼을 여러 곳에 쓸 수 있지. 크크크. 돈벼락을 맞는 기분이군.”

마나를 퍼뜨린다.

흑마법의 마나는 차갑고 끈적하며 어두웠다.

대규모로 퍼진 흑마법의 마나가 망자들을 붙잡는다. 망자들은 도망치려고 했으나, 이 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붙잡은 망자들은 바로 언데드의 몸에 쑤셔 넣었다. 언데드의 몸이 망자들의 감옥이다.

‘대충 2만 마리 정도 되나? 제대로 수지맞았군! 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망자들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지금의 나는 전부 지배할 수 있다.

“네놈들은 내가 반성하며 죄책감에 시달리기를 원하는 모양이지만… 남자는 보지일관이어야 한다. 알겠냐.”

「열 번째 재앙을 극복했습니다.」

「당신은 열 개의 재앙을 모두 극복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3 상승합니다.」

“별 고생도 안 한 것 같은데 모든 능력치가 3 상승해? 개꿀이군.”

싱글벙글 웃으며 마지막 5층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5층.

보스 몬스터가 있지 않을까 긴장했다.

다행히도 보스 몬스터는 없었다. 5층은 보상을 위한 방이었다.

5층은 넓은 동공이었고, 그 중심에 제단이 있었다. 제단의 중심에 내가 원하는 보상이 존재했다.

하나는 사자의 서 2로 보이는 낡은 책.

하나는 나무 지팡이였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라.”

언데드를 제단 아래에 주차하고 제단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갔다. 여자를 따먹을 때를 제외하면 지금처럼 보물을 손에 넣을 때가 가장 즐거웠다.

단번에 제단의 계단을 오른 나는 우선 사자의 서2로 손을 뻗었다.

「사자의 서를 획득합니다.」

「가지고 계신 사자의 서와 합치십시오.」

인벤토리에서 사자의 서를 꺼냈다. 사자의 서가 은은하게 빛나더니 하나로 합쳐졌다.

「사자의 서 (2/3)

언데드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된다.

상급 이하의 언데드 제작법을 알 수 있다.

부리는 언데드의 능력치가 7% 상승한다.

죽은 자의 축복을 사용할 수 있다.

마나가 15 상승한다.

랭크: S」

“역시! 상급 이하의 언데드를 제작할 수 있게 됐군!”

나는 사자의 서를 빠르게 훑어봤다. 방식은 중급 언데드를 만들 때와 똑같았다. 중급 언데드 3마리를 재료로 사용해서 상급 언데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죽은 자의 축복은 언데드에게 내리는 버프 스킬이군.’

어느 정도의 스킬인지 실험해봐야 알겠지만… 지금 당장은 마음에 들었다.

‘확인해야 할 보상이 하나 더 남았지!’

「모세의 지팡이

한 달에 한 번 10개의 재앙 중 하나를 무작위로 일으킨다.

일주일에 한 번 물을 가를 수 있다.

랭크: S」

‘이것도 S랭크다! 열 가지의 재앙은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것들을 말하는 건가? 그 정도 수준의 재앙이면… 뭐, 도움이 되겠지.’

S 랭크가 붙은 것 치고는 좀 실망스럽긴 했다. 그래도 가지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모세의 지팡이를 챙겼다.

‘이제 세 번째 사자의 서만 얻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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