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645화 (1,425/2,000)

모세의 지팡이와 사자의 서(2)를 손에 넣은 나는 라메세움에서 나왔다.

사자의 서(3)가 있는 곳은 알기에 거침없이 움직였다. 거대 개구리, 거대 파리, 거대 메뚜기 언데드 수백 마리가 함께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멈춰 있을 시간은 없다. 빨리빨리 걸어라.”

시간은 내 편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황금 사막의 지배자는 내 위치를 알고 있어. 이미 군대를 한 차례 보냈고, 내게 패배했지. 놈은 이번에 배는 많은 군대를 보낼 거야. 가만히 있으면 당한다.’

황금 사막이 얼마나 큰 사막인지 잘 알고 있다. 황금 사막 지배자인 하텝이 작정하고 군대를 모아 출진한다면… 지금으로선 정면 싸움으로는 답이 없다.

‘최대한 빨리 군대를 늘려야 한다.’

양과 질.

그 모두를 손에 넣어야 한다.

“걸어라! 뛰지 말고 걸어!”

언데드는 지치지 않는다. 온종일 뛰어도 숨 하나 헐떡이지 않는다. 왜냐? 헐떡일 숨이 없으니까!

하지만 언데드의 육체는 불멸이 아니다. 뼈와 살로 이루어져 있다.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내구도가 닳는다는 뜻이다.

‘달리다가 관절이라도 부러진다? 그건 진짜 최악이다. 스켈레톤 메이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언데드는 고기 몸빵이다. 전장에서 달리지 못하거나, 움직이지 못하면 활용도가 떨어져. 기껏해야 고기 폭탄으로밖에 못 쓰겠지.’

그러니 최대한 온전하게 이용해야 한다. 햇빛에 의해 언데드의 몸이 부패하긴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흑마법을 이용하면 부패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더 문제는 마구잡이로 날렸다가 낙오자가 대량으로 발생한다는 거지.’

어떤 언데드는 너무 빠르고, 어떤 언데드는 너무 느리다. 전력으로 달리게 했다가는 언데드 군대가 나뉘게 된다. 전력이 나눠지는 것은 절대 좋지 않았다.

가마에 앉은 나는 햇빛을 바라봤다. 죽은 언데드이기에 햇빛의 뜨거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좀 거슬렀다.

‘태양을 어떻게 할 수는 없으니… 내가 감내할 수밖에 없군. 갑자기 확 귀찮아지네. 자동 진행을 할까?’

자동 진행은 나중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금 내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상급 언데드를 만들어야지.’

마구잡이로 만들 수 있었던 중급 언데드와 달리, 상급 언데드는 나름의 공을 들여야 한다.

‘처음에 몇 번 만들고 자동 진행을 하면 돼.’

나는 사자의 서에 적혀 있는 상급 언데드 제작 주문을 읊었다. 근처에 있는 3마리의 중급 언데드가 우뚝 멈춘다. 그들의 몸은 잘게 분해되어 하나로 뭉쳐 고치를 형성했다. 만드는 방식 자체는 중급 언데드를 만들 때와 비슷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뭔가 다르다. 고치에서 시커먼 기운과 함께 범상치 않은 존재감이 느껴진다.

찌이이이익!

고치가 갈라지고 상급 언데드가 튀어나온다.

“크어어어어….”

유령이었다.

평범한 유령이 아니다. 냉기를 풀풀 흘리는 유령이다. 유령이 있는 장소에는 서리가 꼈다. 물론 그 서리는 뜨거운 햇빛에 녹고 얼기를 반복했지만.

‘냉기 유령인가. 뭔가 아쉬운데.’

냉기 유령의 능력을 확인해봤다. 할 수 있는 건 3가지였다. 하늘을 날고, 냉기를 뿜고, 냉기를 쏘아내고. 그 외에는 전부 시원찮았다.

“마스터… 명령을….”

“꼴에 상급 언데드라고 말을 하는 건가. 그건 나쁘지 않군.”

나는 새로운 상급 언데드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모든 중급 언데드를 상급 언데드에 만드는 데 쓸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군대의 덩치가 너무 작아진다. 최소한의 덩치는 유지하면서 상급 언데드를 만들 계획이다.

찌이이이이익!

새로운 고치가 갈라지고 좀비가 나타났다. 평범한 좀비가 아니다. 덩치는 3M에 달하고, 오른쪽 팔이 나무 몸통만큼이나 비대하게 큰 좀비였다.

“그어어어….”

“딱 봐도 몸빵용 좀비군. 뭐라고 말 좀 해봐라.”

“그어어어어어….”

유령과 달리 좀비는 말을 못 했다. 상급 언데드라고 해서 모두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애매한 느낌을 지울 수 없군.’

상급 언데드라고 해서 데스나이트를 기대했는데… 영 별로였다.

‘이 짝팔 언데드는 딱 봐도 느려 보이니… 다리를 개조해서 빨리 뛸 수 있게 만들어야겠군.’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음.’

마침 옆에 있는 냉기 유령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냉기 유령을 이용해 짝팔 좀비를 개조하기로 했다.

‘상급과 상급을 개조하는 거니 쓸만한 놈이 나오겠지.’

언데드 개조술(SS)을 사용한다. 냉기 유령과 짝팔 좀비가 합쳐진다. 베이스는 짝팔 좀비다. 좀비가 질량이 컸기 때문이다. 언데드 개조술(SS)에도 한계가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대포 좀비였다. 커다란 팔이 대포처럼 변했다.

“저기 언덕에 대포를 쏴봐라.”

“크어어어….”

대포 좀비가 커다란 대포팔을 언덕에 겨눈다. 멍청한 울음소리와 달리 행동은 재빨랐다.

이어 대포에 냉기가 모이고 쏘아졌다.

콰앙!

모래 언덕에 냉기 포탄이 떨어졌다. 포탄이 폭발을 일으키며 냉기가 휘몰아친다. 모래 언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나는 입을 벌리며 놀랐다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상상 이상으로 대단한 위력이었다.

“대포 좀비! 널 드라군으로 불러주마! 대가리도 멍청한 게 딱 드라군이야!”

“크어어어어….”

상급 언데드의 가능성을 본 나는 급격히 기분이 좋아졌다.

• • •

하텝은 사라졌던 투탕카멘의 존재를 느꼈다. 허나 신하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전사들에게 들은 보고 대로라면 투탕카멘의 전력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상황상 투탕카멘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없었다. 정복을 선택한 그는 군대를 이끌고 바로 옆에 있는 5,145 구역, 개미 사막으로 진격 중이었기 때문이다. 투탕카멘이 있는 곳과 정반대였다.

척! 척! 척!

하텝의 주위에 있는 황금 모래 병사들이 발맞춰서 행군한다. 황금 모래 병사들을 보는 하텝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필사적으로 막았다. 얼굴이 풀어지면 위엄이 서지 않는다.

‘이게 병사다!’

황금 모래 병사는 지치지 않는다. 명령을 내리면 거부하지 않는다. 음식을 소모하지 않고, 수면도 취할 필요 없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병사였다.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나, 그것도 해결했다.

‘대량의 황금을 소모해 지휘관 황금 모래 병사를 만들었지.’

하텝은 옆에 걷고 있는 지휘관 황금 모래 병사를 보고 씨익 웃었다. 지휘관은 다른 황금 모래 병사들에 비해 덩치도 크고 화려하게 생겼다.

‘그에 비해 저놈들은….’

황금 모래 병사 바깥쪽에는 사막 전사들이 있었다. 낙타에 탄 사막 전사들은 그나마 낫지만, 낙타 없이 두 발로 걷고 있는 사막 전사들은 거친 숨을 내쉬며 땀을 뻘뻘 흘린다.

‘조금 행군하면 휴식이 필요하고, 하루에 3번 이상 밥을 달라고 난리지. 황금 모래 병사에 비하면 쓸모없는 것들이다.’

편한 가마에 탄 하텝이 혀를 쯧쯧 찼다.

그는 나중에 황금 모래 병사의 수가 10만으로 늘어나면 사막 전사들을 모조리 치워버릴 계획을 품었다.

“위대한 황금 사막의 지배자시여! 곧 개미 사막 구역으로 진입합니다!”

“알고 있다. 진격해라.”

각오는 군대를 진격시켰을 때 끝냈다.

“나는 사막의 패자가 될 것이다.”

하텝은 이번 원정에 모든 것을 걸었다.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허나 하텝은 자신 있었다. 그는 그동안 쌓은 황금을 믿었다.

“위대하신 황금 사막의 지배자시여! 사막 부족을 발견했습니다! 수는 300명 정도로 파악됩니다!”

정찰병이 다가와 하텝에게 보고했다.

“생포해라. 포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특히 여자는 귀하게 다루어라. 오아시스의 주인께 공양할 것이다. 남자는… 저항하면 죽여도 좋다.”

“예! 위대하신 황금 사막의 지배자시여!”

황금 사막의 전사들이 적들을 향해 전진했다.

전투는 빠르게 끝났다. 하텝이 이끄는 군대와 사막 부족 300명. 태양과 모닥불 수준의 전력 차이다. 사막 부족은 아무것도 못 하고 항복했다. 사막 전사들은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이대로면 작은 승리를 기념한다며 휴식을 취할 것이 분명했다. 하텝으로선 아니꼬운 일이었다.

“멈추지 마라. 우리의 목표는 오늘 내로 개미 사막의 지배자를 죽이는 것이다!”

그의 재촉에 군대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나는 하르모와 만났다. 하르모에게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받은 장비들을 언데드에게 착용시켰다. 내 언데드 군대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었다.

“하르모. 네가 직접 올 줄은 몰랐다. 서쪽의 거상은 안 바쁘나?”

“바쁩니다! 요즘은 발데르트 공작 가문과 협력해서 이것저것하고 있는지라 수면 시간까지 줄여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움직이는 건 순전히 천마 때문입니다. VVVIP 고객이니 제가 직접 응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환상공이랑 사업을 한다고?”

“하하. 왜 이러십니까. 환상공이 거울이란 건 헬텐의 간부 대부분이 알고 있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환술을 대놓고 사용하는데 모를 수가 있겠습니까. 그냥 다들 쉬쉬하는 거지요.”

“무슨 사업을 하는 거지? 웬만한 사업은 아닐 것 같군.”

“마스크 사업! 천마가 말해준 소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흐흐흐. 화산섬이 떠오를 날까지 이제 1년 정도 남았군요.”

하르모가 킬킬킬 웃는다.

“서쪽의 거상이 대륙의 거상이 되겠군. 나도 투자할 수 있나?”

“의외군요. 천마는 이런 쪽에 관심 없는 줄 알았습니다만.”

“확실하게 돈을 벌 기회가 코앞에 있는데 놓칠 수가 없지.”

“사실 거울의 투자를 받아서 이미 투자금은 충분합니다만… 천마이니 빠뜨릴 순 없죠. 투자를 받아들이겠습니다. 분명 거울도 좋아할 겁니다.”

하르모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지금 나는 돈이 없다. 돈을 만들려면…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한다. 대출 가능하나?”

“하하. 왜 이러십니까. 제가 누군지 잊으셨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리코스 상단은 돈이 될만한 건 모두 취급합니다. 정보도 거기에 속하지요. 물론 대출도 가능합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다가오며 말한다. 하르모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명백했다. 그는 미래의 정보를 알고 싶어 했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