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646화 (1,426/2,000)

하르모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명백했다. 그는 미래의 정보를 알고 싶어 했다.

하르모를 이해한다. 상인이 그다. 확실한 미래 정보만 있다면 미리부터 준비하여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것이다.

“확정적으로 일어나는 미래 사건은 화산섬을 제외하곤 없다. 있어도 네가 돈을 벌 수 있는 종류는 아니다.”

내가 끼어들며 상황이 바뀌었다.

원작 주인공인 강명진은 원작보다 여유로워졌다. 일이 잘 풀리고 있어서 그런지 억지로 위기를 무릅쓰려 하지 않는다. 지금은 레기온의 전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건… 아쉽군요.”

“대신 사막의 정보를 팔겠다. 사막의 축복을 받고 있는 지금의 나는 사막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알 수 있다.”

“황금 사막에 숨겨져 있는 것들 말입니까? 흐음.”

“황금 사막뿐만이 아니다. 서쪽 사막 지대 전체다.”

내 눈에 보이는 지도는 황금 사막을 넘어 서쪽 사막 전체를 가리키고 있다.

“서쪽 사막 지대 전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좋습니다. 정보를 매입하겠습니다. 정당한 가격을 매겨 줄 테니 정보를 말해 주십시오.”

이 정보들은 둘도 없는 보물들이었다. 모험가들에게 정보를 팔면 아주 좋아할 것이다.

‘원래는 내가 직접 찾아가 해결하는 게 가장 좋지.’

하지만 귀찮았다.

게다가 나는 이 숨겨져 있는 것들의 보상이 뭔지 모른다. 이 중에서 라메세움처럼 능력치와 모세의 지팡이 같은 보물을 주는 것들은 매우 드물었다.

‘그냥 주는 것도 아니지.’

라메세움에서 열 가지 재앙을 극복해야 했다. 내가 언데드라서 비교적 쉽게 극복한 것이지,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세 번째 재앙도 쉽게 넘지 못할 것이다.

‘숨겨져 있는 것들을 하나, 하나 다 찾아갈 시간이 없다.’

일단 지도를 작성해뒀다가 특수 이벤트가 끝난 뒤에 천천히 찾아가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귀찮았다.

‘내가 볼 땐 대부분은 보상이 안 좋은 것들이야. 기껏해야 D~B 랭크 물건을 보상으로 얻겠지.’

그 시간에 A급 미녀의 보지를 쑤시는 게 훨씬 낫다.

나는 지도에 적힌 숨겨진 것들에 대한 정보를 모두 하르모에게 팔았다. 하르모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 정도면 화산섬 프로젝트 지분 5% 정도는 드릴 수 있겠군요.”

“5%? 너무 짜군.”

“하하. 짜다니요? 이 프로젝트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 아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장담하는데 5%만으로도 웬만한 구역을 일시불로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수익이 나올 겁니다.”

“생각 이상의 수익이군. 알겠다. 5%로 만족하지.”

“물론 천마가 말한 대로 화산섬이 나타나야만 날 수 있는 수익입니다만.”

“내 말은 믿지 못하는 건가?”

“그냥 해본 말입니다. 천마의 말을 믿지 않았다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르모가 실실 웃으며 내게 황금 팔찌를 건넸다. 디자인은 단순했다. 통짜 황금으로 조각해 만든 것 같았다. 디자인이 단순하기에 더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팔찌를 확인한 나는 더 놀랐다.

「투탕카멘의 황금 팔찌

어게인 언데드를 사용할 수 있다.

언데드에 대한 지배력을 올려준다.

한 달에 한 번 모래 해일을 사용할 수 있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과 함께 착용 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한다.

랭크: S」

“투탕카멘의 황금 시리즈가 있었나.”

“저도 운 좋게 구했습니다. 투탕카멘의 소문이 대륙 전체로 퍼지면서 황금 팔찌를 가지고 있던 추방자가 겁에 질려 제게 급매했습니다. 네크로맨서에겐 최고의 아이템이죠.”

“내겐 더 최고의 물건이다.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 이건 SS랭크여도 이상하지 않다.”

모래 해일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도 좋지만, 어게인 언데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어게인 언데드로 파괴된 언데드를 다시 일으켜 세워서 이용할 수 있다.’

시험 삼아 일부러  중급 언데드를 박살 내고 어게인 언데드를 사용했다. 토막 난 언데드가 뭉쳐지더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능력치는 떨어지지 않는군. 문제는 소모되는 마나의 양이 더럽게 많다는 거다.’

차라리 새로운 시체를 구해 언데드를 만드는 게 더 이득일 정도로.

‘급할 때가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겠군.’

지금 내 마나 수치가 300 가깝다고 해도 마나가 무한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 어게인 언데드는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

하르모는 그 외에도 내게 흑마법서를 보여주었다. 공격용 마법과 저주 마법, 그리고 언데드를 강화하는 마법. 흑마법 적성(SSS) 스킬을 가진 나는 순식간에 흑마법을 배웠다.

“이거 뭐, 순식간에 대륙 최고의 흑마법사가 되셨군요. 앞으로 흑마법사로 활동하실 겁니까?”

“글쎄. 특수 이벤트가 끝나고 난 뒤를 봐야겠지. 흑마법 적성(SSS)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흑마법 적성(SSS)은 내가 봐도 개사기 스킬이다. 시스템이 이런 스킬을 그냥 내게 줄 리 없었다.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흑마법 적성(SSS) 스킬이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르모가 공간 이동 주문서를 꺼내 들었다. 그가 직접 나를 만나러 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아, 황금 사막의 지배자인 하텝에 대해 알려주는 걸 깜빡했군요. 그는 지금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개미 사막을 정복하기 일보 직전이라 하더군요.”

“나를 죽이려고 진군해도 부족할 판에 다른 구역과 전쟁을 벌인다고? 그놈도 정상은 아니군.”

“반대로 생각하시지요. 이 시기이기 때문에 전쟁을 벌인 겁니다. 천마가 흑마법 적성(SSS) 스킬을 받았듯, 하텝 또한 스킬을 받은 겁니다. 황금 모래 병사 스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듣자 하니 그의 황금 모래 병사들은 순수 무력만 따지면 베테랑 사막 전사보다 뛰어나다고 합니다.”

“빨리 사자의 서를 완성시켜서 언데드 군단을 강화해야겠군. 놈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빈집을 공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은데….”

“하텝에겐 공간 이동 주문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결국 하텝을 죽여야 하지 않습니까? 전면전은 피할 수 없을 것 같군요.”

“네 말이 맞다. 원래 계획대로 가야겠군.”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천마. 전 당신이 승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크크. 상인답게 손님의 비위를 잘 맞추는군.”

“하하하. 상인의 기본 소양이지요.”

하르모가 손에 쥐고 있던 주문서를 찢었다. 그의 몸이 팟하고 사라졌다.

“잠깐. 어게인 언데드로 재료로 사용한 언데드를 복구할 수 있나?”

벼락같이 찾아온 아이디어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아이디어가 성공만 한다면 나는 언데드를 무한으로 만들 수 있다.

바로 착수에 들어갔다.

중급 언데드 3마리로 상급 언데드를 만든다. 고치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어 고치가 갈라지며 상급 언데드가 나타난다.

로브를 뒤집어쓴 스켈레톤이었다. 겉으로 봤을 땐 꽤 있어 보인다.

“설마 리치인가?”

“흐흐. 주인님. 제가 어찌 감히 리치에 비견되겠습니까. 저는 스켈레톤 프리스트입니다. 적에게 저주를 내리고 부서진 언데드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제대로 말할 수 있는 건 마음에 드는군. 지휘는 할 수 있나?”

“저는 후방에서 아군 언데드를 지원하는 능력밖에 없습니다.”

“네가 쓸모 있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무게를 잡으며 말했다. 사실은 스켈레톤 프리스트가 굉장히 도움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허나 이놈은 다른 언데드와 달리 제대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머리가 굵은 놈이었다. 너무 풀어주면 기어오를 것이 분명했다.

“주인님을 실망 시키지 않겠습니다.”

“주인님이라 부르지 마라. 그 걸걸한 목소리로 주인님이라 불리니 기분이 더럽군.”

“그럼 마스터라 부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나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잠깐 생각해보니 마스터나, 주인님이나 뜻이 똑같지 않은가.

“나는 죽은 자들의 왕이다. 데스 로드라 불러라.”

“알겠습니다. 데스 로드.”

나는 처음 목적을 떠올리고 어게인 언데드를 사용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나도 빠져나가지 않는다. 어게인 언데드 자체가 발동되지 않는 것이다.

‘실패했군. 재료로 사용한 언데드는 복구되지 않는 건가.’

아쉬웠다. 하지만 머리 한구석으로는 예상하고 있었기에 큰 타격은 없었다.

이런 편법을 허락할 정도로 시스템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스켈레톤 프리스트.”

“말씀하십시오. 데스 로드.”

“네 능력이 궁금하다. 한 번 보여봐라.”

“데스 로드께 축복을 걸어드리겠습니다. 언홀리 라이프!”

놈이 스태프를 흔들었다. 부정한 기운이 내게 스며들어온다. 나는 능력치 일부가 상승하는 걸 느꼈다.

“나쁘지 않군.”

“…데스 로드께서 너무 강하셔서 언홀리 라이프가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군요. 송구스럽습니다.”

“됐다. 넌 상급 언데드 위주로 축복을 걸어줘라. 나중에 최상급 언데드가 생긴다면, 최우선 대상은 최상급 언데드다.”

“그러하겠습니다.”

“회복은?”

“마침 저기 다리 살점이 떨어져 가는 좀비가 보이는군요. 제 능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데스 큐어!”

스켈레톤 프리스트의 손에서 검은색 빛이 쏘아졌다. 검은색 빛을 맞은 좀비의 다리가 순식간에 회복됐다.

“효과 한번 끝내주는군.”

“가벼운 증상이라 그렇습니다. 마나 소모도 제법 크기에 연속으로 사용하기 힘듭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내 군대가 한층 더 강해졌음을 느꼈다.

• • •

황금 사막 외곽 지역으로 향한다. 그 길은 순탄치 않았다.

그랜드 캐니언을 떠올리게 할 정도의 거대 절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절벽 아래로 떨어져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언데드 군대는 천천히 줄지어서 절벽 길을 걸어갔다. 언데드의 장점이 여기서도 발휘됐다. 언데드는 절벽 아래를 봐도 겁먹지 않고 전진했다.

물론 나는 그 와중에도 가마에 탄 상태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절벽 아래에서 거대한 포효소리가 울린다. 인간 혹은 짐승이 내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방금 그 포효로 인해 군대가 영향을 받았다. 중급 언데드 중에서 멍청한 좀비와 스켈레톤의 다리가 흔들리더니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진 것이다.

“어휴. 저건 가망이 없군. 계속 전진해라. 방금 아래에서 소리 지른 새끼는 내가 쳐죽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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