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649화 (1,429/2,000)

“다크 라이트닝!!”

검은 번개가 키클롭스의 눈으로 쏘아진다. 검은 번개를 인식한 거대한 눈동자가 흔들린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걸 깨달은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검은 번개가 눈꺼풀을 때렸다가 튕겨 나갔다. 거대한 눈동자가 슬쩍 눈을 뜬다. 의미 있는 피해를 주지 못했다. 키클롭스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놈은 나를 비웃고 있었다.

“이 새끼가….”

마음 같아선 진짜 번개 맛이 뭔지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상태창을 바꿔야 하고, 특수 이벤트를 진행 중인 지금 상태에서 상태창을 바꿨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언데드 군대가 증발하고, 붙잡은 영혼들을 잃어버릴 수 있었다. 내가 도박을 좋아하긴 해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은 도박을 할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

“놈이 다시 레이저를 쓰려고 하는군. 대포 좀비는 놈의 눈을 노려라.”

“크어어어….”

대포 좀비가 대포팔을 치켜든다. 그 끝이 향하는 곳은 키클롭스의 머리다.

콰아아앙!

공간을 진동시키는 굉음과 함께 공격이 시작됐다. 대포 좀비들은 불덩어리, 냉기 덩어리, 에너 지덩어리를 쏘아낸다.

명중률이 최악이었다. 키클롭스의 머리를 노렸는데, 정작 머리를 맞춘 건 하나도 없다. 대부분 키클롭스의 상체는 맞췄다. 그것만으로 도움이 되긴 했다. 대포에 맞은 키클롭스의 거체가 조금씩 흔들렸으니까.

“크아아아아아아아아!!”

키클롭스가 소리 지르며 분노한다. 하나밖에 없는 눈에서 쏘아진 레이저가 대포 좀비를 불태우고, 거대한 주먹과 발이 대포 좀비를 쾅쾅 때린다.

‘지능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군. 덕분에 쉽게 상대할 수 있겠어.’

나는 손을 흔들었다. 거대 메뚜기가 사방을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키클롭스가 주춤거리며 거대 메뚜기를 잡기 위해 팔을 휘젓는다. 키클롭스의 입장에서 거대 메뚜기는 자신의 살을 물어뜯는 해충으로 느껴질 것이다.

콰직!

키클롭스의 덩치가 워낙 커서 그런지 팔과 다리를 대충 휘둘러도 거대 메뚜기가 휩쓸려 죽어 나간다. 의미 없는 죽음은 아니었다. 거대 메뚜기의 몸에 기생하고 있던 거대 연가시가 키클롭스의 몸속으로 파고들었으니까.

‘깊게 들어가진 못하는군.’

거대 연가시라곤 해도 키클롭스의 덩치가 너무 컸다. 거기에 키클롭스의 살은 평범하지 않았다. 강철 정도는 아니어도 돌멩이보다는 단단하다. 그 때문에 거대 메뚜기가 거인의 피부를 쉽게 뜯어먹지 못하고 있다.

키클롭스의 눈에 에너지가 모인다. 나는 놈에게 저주를 걸었다. 보이지 않는 저주, 기력이 사라지는 저주. 두 개의 저주를 맞은 키클롭스는 레이저를 쏘지 못했다.

‘이대로는 내가 이긴다. 확실하다.’

레이저를 쏘지 못하도록 견제만 확실하게 해주면 나머지는 언데드 군단이 알아서 할 것이다.

작은 데미지라도 쌓이고 쌓이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큰 피해가 된다.

적이 작다고 무시할 수 없다. 손톱보다 작은 개미에게 물려 죽은 인간이 있고, 말벌에게 쏘여 죽은 인간도 존재한다. 하물며 언데드다. 개미나 말벌보다 훨씬 독하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언데드 군단의 계속되는 공격에 키클롭스가 고통 섞인 포효를 내지른다.

변화가 일어난 건 그때였다. 키클롭스의 몸에서 거대한 힘의 파동이 일어나며 피부에 달라붙은 언데드를 털어낸다. 놈의 피부 위로 붉은색의 복잡한 문양이 빛을 내며 나타났다. 나는 그 문양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군.’

언데드 군대의 위력을 지켜보고 싶었으나, 자칫하다간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번에 배운 흑마법을 사용했다. 망령의 구속이란 흑마법이었다.

주문을 외우며 모세의 지팡이로 땅바닥을 쿵 내리찍는다. 그 지점을 시작으로 시커먼 그림자가 키클롭스를 향해 질주한다. 키클롭스의 발밑에 자리 잡은 그림자는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거인의 발아래가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 오징어를 닮은 거대한 촉수 10개가 튀어나왔다. 촉수는 키클롭스의 몸을 붙잡으며 구속한다.

‘크기가 커서 그런가? 이거 의외로 집중해야 하는군.’

흑마법 적성(SSS) 덕분에 흑마법을 쉽게 익히고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흑마법을 사용하고 유지하는 것은 내 성향에 맞지 않다. 언데드를 일으키는 것과 달리 저주와 공격용 흑마법은 꾸준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뭔가 공부하는 기분이다.’

꾸물꾸물꾸물.

촉수가 거인의 몸을 붙잡아 아래로 잡아당긴다. 거인이 무릎을 꿇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거인이 발버둥 친다. 촉수가 하나씩 끊어진다. 거인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뭐하냐! 보고만 있지 말고 놈을 공격해라! 끝장을 내란 말이다!!”

언데드 군대를 향해 소리쳤다. 주인인 내가 고생하고 있는데 멀뚱히 보고 있는 언데드 놈들의 태도에 열불이 났다. 한 소리 들은 언데드 군대가 죽자 살자 키클롭스에게 달려들었다.

쿠우웅!

키클롭스의 상체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놈의 상처는 작은 공격이 쌓여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피부는 찢어지고 속살이 보인다. 놈의 몸에 올라탄 언데드는 질리지 않고 공격을 이어 나가고 있다.

“크르르르르….”

키클롭스가 짐승 같은 소리를 냈다. 하나밖에 없는 거대한 눈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빛을 내뿜는다.

마지막 공격이 올 것이라는 걸 직감한 나는 앞으로 튀어 나갔다.

키클롭스의 빛나는 눈동자는 정확히 나를 응시했다. 빛이 눈동자의 중심에 모이더니 압도적인 열량을 가진 레이저가 되어 내게 쏘아진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신장(天魔神掌).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었다. 천마기를 손바닥에 집중한다. 천마기로 넘실거리는 손바닥을 방패 삼아 앞으로 나아갔다.

키클롭스가 쏜 레이저와 내 손바닥이 부딪혔다. 다리에 힘을 주고 한 발자국 씩 접근한다.

“크아아아아아아아!”

놈이 악을 쓴다. 레이저 출력이 더 강해졌다. 나는 전진하는 걸 멈췄다. 발에 힘을 주어 땅에 박았다. 버티는 것에 집중했다.

“내가 버틸 동안 놈을 죽여라!”

언데드 군대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버티는 동안 쓰러진 거인을 계속해서 공격한다.

손바닥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내 손이 타고 있었다. 천마신장(天魔神掌)에도 한계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레이저 출력이 줄어들었다. 키클롭스의 눈이 천천히 감기기 시작한다.

놈의 눈꺼풀에 달라붙은 거대 파리가 보였다. 나는 마나를 쥐어짜내며 흑마법을 사용했다.

“시체 폭발!!”

거대 파리가 폭발한다. 피가 튀었다. 키클롭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놈의 커다란 눈은 감겼고, 그 머리는 바닥으로 힘없이 축 늘어져서는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빛의 눈(僞)을 쓰러뜨렸습니다.」

「거인을 살해했습니다.」

「‘거인 살해자’ 칭호가 주어집니다.」

「근력이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키클롭스가 죽었다.

퍽퍽퍽!

언데드가 그 시체 위에서 키클롭스를 공격한다.

“이 눈치 없는 것들! 꺼져라!”

내가 일갈하자 언데드들이 키클롭스의 시체로부터 물러났다.

본래 위신이 죽으면 그 시체는 바로 사라진다. 시체 대신에 특수한 효과를 가진 물건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키클롭스는 시체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지금 네크로맨서라 그런 건가? 이 시체 자체가 내겐 보상이다.’

키클롭스를 언데드로 일으킨다. 그 종류는 상관없었다. 키클롭스의 덩치만으로도 쓸만한 언데드가 될 테니까.

“일어나라.”

흑마법을 사용했다. 흑마법이 거인의 시체에 스며들었다.

거인의 시체는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흑마법이 실패했다. 흑마법 적성(SSS) 덕분인지 뭐가 실패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나는 상급 언데드까지 생성할 수 있다. 이놈을 온전한 상태로 언데드로 만들려면 최상급 언데드 제작법이 필요하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거인의 시체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시체를 이용해 상급 언데드 여러 마리를 만드는 방식이라던가.

‘그건 차선책이다. 거인의 시체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은 거인 그 자체를 언데드로 만드는 것뿐이다.’

조급하게 굴 필요는 없었다.

키클롭스를 죽이는 것으로 사자의 서(3)를 얻을 조건을 만족했다. 사자의 서를 완전하게 만든다면 최상급 언데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언데드 200마리 정도를 떼어 놓았다.

“너희는 거인의 시체를 지키고 있어라.”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무리가 나타나 거인의 시체를 가져갈 수 있었다. 혹은 몬스터가 나타나 시체를 먹는다던가.

“반드시 지켜라. 마음 같아선 시체를 가져가고 싶지만… 그래선 너무 늦어진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거인의 시체를 지키겠습니다.”

스켈레톤 프리스트가 대답했다.

나는 시체에 갇혀 고통에 몸부림치는 키클롭스의 영혼을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물론 저 키클롭스의 영혼은 가짜다.

‘위신의 영혼이다. 가짜라도 도움이 되겠지.’

• • •

열 바람 부족의 족장인 크리세마는 전사들과 함께 마을 앞에서 나를 맞이했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의 세 번째 부탁을 들어줬다. 거인은 죽었고, 그 시체와 영혼은 내 소유물이 되었지. 이제 네가 약속을 지킬 차례다. 세 번째 인장을 내놓아라.”

“물론 저는 약속을 지킬 생각입니다. 투탕카멘이여, 첫 번째 부탁을 잊지 마십시오.”

크리세마가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그에게서 나온 빛이 내 오른손등으로 스며든다. 세 번째 문양이 새겨졌다. 이것으로 사자의 서(3)의 봉인을 풀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입을 찢으며 소리 없이 웃었다. 황금 가면 때문에 누구도 내 얼굴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제단으로 가겠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됐다. 넌 너무 느려.”

사자의 서(3)가 있는 제단을 향해 내달렸다.

순식간에 제단 위로 올라가 사자의 서(3)에 손을 뻗는다. 세 개의 인장이 빛나며 봉인과 함께 사라졌다. 내 손은 사자의 서를 붙잡았다.

“합체의 시간이다.”

내가 가진 사자의 서를 꺼낸다. 그러자 사자의 서(3)가 자연스럽게 사자의 서에 흡수되었다. 나는 그토록 고대하던 순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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