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650화 (1,430/2,000)

「사자의 서

언데드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된다.

모든 언데드 제작법을 알 수 있다.

부리는 언데드의 능력치가 10% 상승한다.

죽은 자의 축복을 사용할 수 있다.

지옥과 연결된다. 지옥의 존재에게 대가를 바치고 힘을 빌릴 수 있다.

단 3번에 한해서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다. 되살릴 자의 시체가 있어야 한다. (0/3)

마나가 30 상승한다.

랭크: SSS」

“오, 오오오…!”

감탄! 또 감탄!

나는 사자의 서의 효과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 SSS 랭크의 물건. 보고 또 보니 감개무량하다. 이 사자의 서를 손에 넣기 위해 그동안 했던 고생들이 스쳐 지나간다.

“고생한 보람이 있군!”

지옥과 연결할 수 있다는 데 잘 모르겠다. 나중에 직접 사용해 봐야겠다.

“단 3번에 한해 죽은 자를 되살린다. 이건 완전한 부활을 가리키는 거겠지.”

3번의 부활.

스스로에게 직접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되살릴 자의 시체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니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시체가 움직일 수 있는 경우는 없다.

나는 부활을 보자마자 현실을 떠올렸다. 현실에서도 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 대박이다. 아니, 굳이 현실이 아니더라도 다른 유희 세계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

현실이나 다른 세계로 가져가면 효과가 줄어든다. 무엇보다 아틀란티스의 물건 중 이런 것들은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데 크리세마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내 손에 들린 사자의 서를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축하드립니다. 사자의 서를 완성하셨군요. 사자의 서에서 어마어마한 힘이 느껴집니다.”

“크크. 능력도 어마어마하지. 효과를 보여줄까?”

나는 자랑하듯 그에게 사자의 서의 효과를 보여줬다. 크리세마는 예상대로 경악했다. 그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이럴 수가!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다니! 그, 그건 어마어마한 물건입니다! 그 효과가 소문이라도 난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겠지.”

지금 아틀란티스를 지배하고 있는 강자들은 최소 5년 이상을 구르고 구른 강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만약, 소중한 사람의 시체가 남아 있고, 사자의 서의 효과를 알게 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으려고 하겠지.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은 이도 마찬가지다. 사자의 서는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보험이 된다. 3개의 여분의 목숨이라 할 수 있다.

“크리세마. 사자의 서를 갖고 싶나?”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크리세마가 급히 고개를 떨구었다. 시선을 내 발치로 내리며 비굴함을 연기한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연기인지 몰랐다. 이놈은 나를 속일 정도로 연기 실력이 뛰어났다. 현대였으면 배우나 정치가로 성공했을 것이다.

“거짓말하지 마라. 지금 네놈의 두 눈에서 탐욕이 느껴진다.”

“…….”

모세의 지팡이로 바닥을 찍었다. 마나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느껴진다. 밖에서 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열바람 부족의 전사들이. 최소 500명 이상의 전사가 이곳을 포기하고 있다.

“그리고 말이다. 내가 네놈의 의도를 끝까지 모를 줄 알았나? 넌 두 번째, 세 번째 부탁을 이용해 날 간접적으로 죽이려고 했다. 아마 넌 내가 두 번째 부탁, 시련에서 죽을 거라 생각했겠지.”

크리세마가 고개를 들었다.

비굴함은 온데간데없다. 나를 보는 두 눈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맞습니다. 당신이 시련을 통과했을 때는 놀라다 못해 경악했습니다. 그 시련은 죄의 시련. 선과 악의 저울에서 악이 기울어진다면 결코 통과할 수 없는 시련이지요. 무의미한 죽음께서 직접 손을 쓸 텐데… 대체 어떻게 시련을 통과하신 겁니까?”

“계약 신좌에게 도움을 받았다. 스스로의 심장을 박살 냈지.”

“과연. 계약 신좌가 그런 도움을 주다니… 그 계약 신좌로부터 꽤 사랑받고 계신 모양이군요.”

“사랑? 그놈은 그런 놈이 아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사자의 서를 제게 주십시오. 그럼 당신을 해치지 않고 보내드리겠습니다. 이후에는 황금 사막의 지배자인 하텝을 찾아가든, 말든 마음대로 하십시오. 우리는 그딴 시시한 전투에 관심 없습니다.”

“서쪽 사막의 패권이 걸린 일이다. 그런데 관심 없다고?”

“우리는 사자의 서를 가지고 사막을 떠날 겁니다. 이 척박한 땅은 지긋지긋합니다. 사자의 서로 유스티아 제국과 거래할 겁니다. 못해도 백작 이상의 작위를 받을 수 있겠지요.”

“후작도 가능할 거다. 뭐, 공작은 절대 불가능하겠지만.”

사막 전사들이 건물 내부로 들어온다. 무기를 든 전사들은 흉흉한 기세를 흘리며 대형을 짠다.

“사자의 서를 주십시오.”

“내가 줄 것 같나?”

“당신에게 선택지는 없습니다. 주지 않는다면… 빼앗아 갈 뿐입니다.”

“빼앗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크리세마가 지팡이로 바닥을 찧었다.

오벨리스크가 위로 솟아오른다. 오벨리스크 표면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오벨리스크를 잊으셨습니까? 당신은 우리를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맹세를 어긴다면 지옥으로 끌려갈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를 해칠 수 없습니다.”

“크크. 내가 지옥 따위를 두려워할 거 같냐? 지옥은 이미 경험해본 적도 있다. 애초에 내가 지옥 따위에 끌려갈 것 같나? 이 황금 가면은 쓰고 있는 한 내게 저주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나는 마나를 끌어올렸다. 흑마법의 불길한 마나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단지 그것만으로 사막 전사들이 압도당해 뒷걸음질 친다.

“물러서지 마라! 놈은 우리를 죽이지 못한다! 너희는 열바람 부족의 전사라는 걸 잊지 마라!”

크리세마가 외쳤다. 사막 전사들보다 늙은 그가 훨씬 낫다.

“네놈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특별히 네놈은 사자의 서의 힘으로 죽여주마.”

물론 사자의 서의 힘을 시험해볼 의도가 대다수였다.

사자의 서의 효과를 발동한다. 지옥과 나를 연결하는 것이다.

나는 차가운 무언가와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깊고 깊은 어둠.

그 끝에 있는 거대한 존재가 느껴진다.

“지옥의 존재여! 힘을 내놔라! 눈앞에 있는 놈들을 죽이고 네게 바칠 것을 약속하겠다!”

뚝.

연결이 끊어졌다.

당황한 내가 사자의 서를 빤히 쳐다보자, 크리세마가 어깨를 떨며 웃었다.

“지옥과의 연결이 끊어진 모양이군요.”

“…네놈은 뭔가 알고 있는 거냐?”

“한순간 그분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모시는 그분 말이지요.”

“……무의미한 죽음.”

“예. 무의미한 죽음이, 저세상의 왕께서 당신을 거부한 것입니다! 하하하!”

크리세마가 날 비웃는다. 난 모세의 지팡이를 인벤토리에 넣고 천마신공을 일으켰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공간을 도약해 크리세마의 앞에 나타났다. 당황한 크리세마가 날 향해 지팡이를 휘두른다. 그의 지팡이에서 저주가 느껴졌다. 왼손으로 쳐내고 오른손으로 크리세마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억! 이, 이거 놓으십시오…!”

놈이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힘 조절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놈을 쉽게 죽일 생각이 없었다.

“발버둥쳐도 소용없다. 네놈의 신체 능력으로는 내 손아귀에서 전혀 벗어날 수 없으니. 자, 네게 다가가는 죽음이 보이나? 안심해라. 그 죽음은 끝이 아니다. 네 육체와 영혼은 내가 잘 사용해주마.”

“끄으으으으윽! 뭐 하는 거냐! 어서 놈을 죽여라!!”

사막 전사들이 기합을 지르며 내게 무기를 휘두른다. 나는 호신강기를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놈들의 칼이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튕겨 나간다.

“꺼으으으윽, 꺼어어억…!”

크리세마가 죽어간다. 눈에 핏발이 선다. 나는 놈이 질식하기 전에 손아귀 힘을 풀었다.

“질식사는 재미없지.”

왼손 검지를 들었다. 검지 끝의 손톱에서 시커먼 검기가 일어난다.

“잘 봐라. 네놈의 배때지를 쑤실 검기다.”

크리세마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는 헐떡이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후회, 후회하실 겁니다…!”

“글쎄. 후회는 내가 아니라 네가 하게 될 것 같군.”

검지를 움직였다.

그의 복부가 갈라진다. 피가 쏟아지고 내장이 튀어나온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나는 검기를 놈의 내부로 흘려보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회천침정(回天浸精).

검기가 회전하며 놈의 내장을 갈아낸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크리세마가 비명과 함께 절명했다. 강단 있게 나대는 모습을 보아 좀 버틸 줄 알았는데, 너무 빠르게 뒤졌다.

놈의 영혼이 육신을 벗어나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서둘러 흑마법으로 벗어나려는 놈의 영혼을 붙잡았다.

“크크. 당장 언데드로 만들어서….”

쩌적!

내 이름이 적힌 오벨리스크에 금이 갔다. 섬뜩한 기운이 새어 나와 나를 둘러싼다.

「오벨리스크의 맹세를 어겼습니다.」

「대가를 치를 시간입니다.」

오벨리스크가 부서지며 문의 형태가 되었다.

문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온다. 압도적인 존재감. 나는 아까 연결된 지옥 깊은 곳에서 느꼈던 존재감임을 알아차렸다.

「무의미한 죽음(僞)이 당신을 적대합니다.」

녹색 피부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리로 오라.”

그 단순한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내 다리는 제멋대로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직감할 수 있었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끝이다. 천마신공을 이용해 저항하려고 했다. 움직이는 속도를 늦추는 게 고작이었다.

「천공의 주인이 신좌의 개입을 느낍니다.」

「마천의 왕이 시스템에게 항의합니다.」

「인과의 문제는 없습니다. 허나 약간의 과부하를 확인합니다.」

「시스템이 무의미한 죽음에게 경고합니다.」

놈의 힘이 약해졌다.

그래도 저항할 수 없었다.

왜?

흑마법 적성(SSS)이 답을 알려줬다.

내 눈앞에 있는 녹색 남자는 죽음의 신이다. 사자의 서의 주인이기도 하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을 쓰고 있는 나는 죽은 상태이기에 놈에게 저항할 수 없다.

‘젠장. 이건 계획 밖인데. 특수 이벤트를 포기해서라도 황금 가면을 벗어야 하나? 머리를 자르면 되겠지?’

놈이 녹색 손을 뻗어 내 팔을 잡은 순간이었다.

내 오른손에 검은색 십자가 문양이 나타났다.

블랙 앙크다.

녹색 남자는 블랙 앙크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내 손을 놓았다. 무뚝뚝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이 대번에 구겨졌다.

“이건 검은 파라오의….”

지옥으로 끌려가던 몸이 멈췄다.

녹색 남자의 몸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는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운이 좋구나.”

콰직!

오벨리스크가 완전히 부서지고 녹색 남자도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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