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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54화 (1,434/2,000)

‘마법을 막아내는 뭔가가 있나?’

미간을 좁히며 고깃덩어리를 벤 황금 모래 병사를 쳐다본다.

일반적인 황금 모래 병사와는 생김새부터가 남달랐다.

‘지휘관 개체… 라기보다는 한 명의 전사 같군.’

온몸이 황금으로 번쩍번쩍 빛난다. 황금 모래 병사가 아니라 황금 전사였다.

‘저 황금 전사는 주의해야겠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의 기세가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다. 황금 모래 병사들의 단단한 방벽도 풀어졌다. 하텝이 그 중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하텝은 황금 모래 병사로 위장하고 있었다. 황금 사막의 지배자답게 남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죽여야 할 놈이 저기에 있다! 가라!”

언데드 군단에 공격을 명령했다. 언데드 군단이 폭발하듯 앞으로 튀어 나갔다. 지금까지의 전투는 모두 연기였다는 듯이 공격성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으아아아아아!”

“대체 뭐냐! 언데드 놈들! 설마 지금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

“빌어먹을! 난 여기서 죽을 수 없어!”

언데드의 장점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

사막 전사들은 용감하지만, 언데드 만큼은 아니었다. 언데드는 자신의 죽음을 아예 도외시 한다. 이미 죽은 것들에겐 죽음이란 개념조차 없다. 그저 명령하면 따른다.

오로지 파괴에 집중한 언데드 군단에 사막 전사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도망치는 자들도 있었다.

‘굴라와 데스나이트들이 잘해 줬어. 덕분에 사막 전사의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낄낄 웃으며 언데드 군단과 함께 저진했다.

사막 전사들이 점점 밀려난다. 졸지에 대부분이 전장에서 이탈을 시도했다. 그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언데드가 달려들어 사막 전사의 숨통을 끊었다.

죽음의 군대가 사방에 죽음을 흩뿌린다.

“네놈들에게 안식은 없다.”

나는 사막 전사들의 영혼을 붙잡았다. 시체로 언데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도 영혼을 붙잡는 건 가능했다.

‘여차하면 살아있는 시체(僞)에게 영혼을 바쳐서 힘을 받으면 된다.’

만일의 사태까지 대비한 수를 준비했다. 이 전장에서 질 것 같지 않았다.

“이 쓸모없는 놈들!”

하텝의 분노 서린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러나 이미 전의를 완전히 잃어버린 사막 전사들은 하텝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재앙의 시간이 끝났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던 우박이 멈췄다. 몰려왔던 먹구름이 사라지고 뜨거운 햇볕이 사막을 내리쬐기 시작했다. 모래에 떨어진 우박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렸다.

방어에 집중하던 황금 모래 병사들이 움직였다. 언데드 군단을 향해 전진하는 게 아니라, 도망치는 사막 전사들을 쫓아가 공격한다.

“쓸모없는 것들! 전사라는 이름이 아깝다! 죽어라! 죽어서 제물이 되어라! 오아시스의 주인이시여! 이 어리석은 놈들을 바치겠습니다! 황금 내려주십시오!”

황금 모래 병사에게 죽은 사막 전사의 시체와 영혼이 사라지고, 하텝에게 반짝이는 황금이 떨어졌다. 하텝은 받은 황금들을 모래에 뿌렸다. 모래와 황금이 뒤섞이며 병사가 되어 일어났다.

‘저런 방식으로 황금 모래 병사를 만들었군.’

하텝은 바닥에 무릎 꿇었다. 그가 양손을 번쩍 들며 하늘을 향해 외친다.

“무의미한 죽음이시여! 이곳에 있는 모든 죽음을 바치겠습니다! 투탕카멘의 목 또한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그 대가로 제게 힘을 주십시오! 내가 패배한다면, 내 모든 것을 그대에게 바치겠습니다!”

하텝은 자기 자신의 목숨까지 걸면서까지 무의미한 죽음(僞)을 끌어들였다.

보통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보통의 신이라면 모를까. 오시리스는 격 높은 신이었다. 어지간한 걸로는 움직이지 않는다.

‘보통 때라면 그렇지. 지금 오시리스는 나를 적대하고 있다.’

오시리스는 하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옥의 기운이 하텝에게 집중되었다.

“감사합니다, 무의미한 죽음이시여!”

하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언데드 군단을 가리키며 황금 모래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저 거슬리는 송장들을 없애라!!”

황금 모래 병사가 진격하기 시작했다.

언데드와 황금 모래 병사가 정면에서 부딪힌다.

생물이 아닌 그것들은 감정이 없고 고통을 모르기에 단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싸웠다.

일반 황금 모래 병사 개개인의 힘은 하급 언데드와 비슷했다. 다만 하급 언데드 보다 더 전략적으로 싸운다. 괜히 병사가 아니다.

콰아아아아앙!

전장 한쪽에선 포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굴라와 황금 전사가 싸우는 소리였다. 황금 전사는 하텝의 비밀 병기가 분명했다.

‘굴라가 있어서 망정이지. 굴라가 없었다면 전장의 흐름은 일방적으로 놈이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굴라에 대해선 신경 껐다. 굴라가 질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설령 굴라가 죽더라도 사자의 서가 있는 한 다시 살려낼 수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게인 언데드를 사용하면 된다. 굴라는 언데드인 동시에 살아있는 인간이니까.

언데드와 황금 모래 병사의 전투를 지켜보던 나는 안색을 굳혔다.

‘전투의 양상이 자지부진… 아니, 지지부진하다. 이래서는 밤이 되어도 전투가 끝나지 않아.’

양쪽의 병사들은 꾸준히 소모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승기는 좀처럼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두려움을 모르는 병사들이라 그런가.’

사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기계처럼 싸운다는 뜻이었다.

‘변수를 일으켜야 한다.’

나는 시체 폭발을 적극 이용했다. 그러자 하텝은 신좌의 힘을 적극 이용했다. 거대한 모래 파도를 일으켜 언데드 군단의 뒤를 친 것이다. 해일처럼 쏟아지는 파도에 휩쓸려 수천 마리의 언데드가 당했다.

“빌어먹을. 오시리스 때문에 언데드를 보충할 수 없는 게 크군.”

나는 중급 언데드를 개조했다. 다리를 없애고 날개를 달아준다. 중급 언데드가 하늘을 날아서 적진으로 떨어졌다.

“시체 폭발!!”

콰아아아앙!

포격에 휩쓸린 황금 모래 병사가 사라진다.

하텝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아공간에서 황금을 꺼내 바닥에 흩뿌렸다. 황금 모래 병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역시 황금을 따로 챙겨뒀군.’

나는 키클롭스에게 눈짓했다. 뒤에 있던 키클롭스가 앞으로 나선다.

“죽은 자의 축복.”

“부정한 축복.”

“강철 피부.”

“초월적인 힘.”

“망자의 가호.”

나와 리치들은 키클롭스에게 버프 마법을 몰빵했다. 원래는 굴라에게 줘야 할 버프지만, 지금 굴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30M가 넘는 키클롭스의 덩치가 2배 가까이 더 커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키클롭스가 포효를 내지른다. 그 주위에 있던 언데드가 날아가 모래에 처박혔다.

“닥쳐라! 아군을 쓸어버릴 셈이냐?! 네놈의 적은 저 모래 인형들이다! 모래 인형들을 밟아 죽여라!”

키클롭스가 움직인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사막이 진동했다.

키클롭스가 황금 모래 병사들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황금 모래 병사 수십 마리가 한 번에 무너져내렸다. 키클롭스가 낄낄 웃으며 적극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의 주인(僞)이 강림합니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었다. 모래를 실은 바람은 키클롭스의 앞에 뭉치며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 짐승의 머리를 한 인간의 형상. 그 육신은 바람과 모래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거인은 키클롭스에 비해 덩치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세트가 직접 나섰군. 여기서 끝장을 볼 생각인가.”

세트와 키클롭스가 힘겨루기 하듯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놀랍게도 온갖 버프 마법으로 떡칠 된 키클롭스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 키클롭스는 언데드고, 상대는 위신이니까.’

거기에 세트는 전쟁신이기도 했다.

‘이대로는 키클롭스가 당한다.’

이렇게 허무하게 키클롭스를 잃을 수는 없었다.

“리치들. 키클롭스를 더 강화해야 한다.”

“로드시여, 이미 모든 마법을 키클롭스에게 집중했습니다. 방법이 없습니다.”

“한 가지 있다.”

내 시선은 하급 언데드에게로 향했다. 7만의 하급 언데드 중 지금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은 3만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언데드 개조술을 사용하시려는 겁니까? 사이즈가 다릅니다. 하급 몇백 마리를 재료로 사용해봤자 키클롭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전부 사용한다.”

“…그건.”

“이 방법이 최선이다. 너희는 나를 보좌해라.”

“…로드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나는 긴장하며 언데드 개조술(SS)을 사용했다.

대상이 된 3만 마리의 하급 언데드가 멈칫한다. 하급 언데드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빠득, 꾸득, 카드드득!

하급 언데드의 몸이 부서지고 뭉쳐지고 겹쳐지고 압축되어 거대한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나는 순식간에 바닥난 마나를 느꼈따.

‘이제 절반을 했는데 벌서 바닥나다니…!’

나는 옆으로 손을 뻗어 리치의 해골바가지를 붙잡았다.

마나 드레인!

리치의 마나를 모조리 빨아들인다.

“로드시여?!”

“마나가 부족하다! 네가 희생해라!”

“으으으으…! 기꺼이 희생하겠습니다!”

나는 마나를 채우기 위해 리치를 20마리를 희생시켰다.

손을 움직인다. 거대한 고깃덩어리가 세트에게 밀리고 있는 키클롭스에게 날아갔다. 언데드 개조술(SS)이 발동되며 키클롭스의 몸에 고깃덩어리가 스며든다.

키클롭스의 덩치가 더 커졌다. 그 피부 표면에는 울긋불긋한 뼈 갑옷이 뒤덮는다.

“크하하하하하하하!”

키클롭스가 천둥소리 같은 웃음을 흘리며 세트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세트도 지지 않고 모래와 바람으로 육체를 키웠다. 허나 3만 마리의 하급 언데드로 강화된 키클롭스를 이기기는 역부족이었다. 세트의 몸이 점점 뒤로 밀려나다가 뒤로 넘어진다. 거기에 휘말린 황금 모래 병사 수천 마리가 먼지가 되었다.

키클롭스는 승리를 확정하기 위해 세트의 몸 위로 올라타 마운트 자세를 잡는다.

-하텝! 황금 모래 병사를 내게 바쳐라! 어서!

“그, 그게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이대로면 이 송장 거인에게 당한다! 패배하고 싶은 것이냐? 당장 내게 황금 모래 병사를 바치란 말이다!

“크윽! 바치겠습니다!”

하텝이 눈물을 머금고 외쳤다. 근처에 있는 황금 모래 병사들이 분해되어 세트에게 흡수된다.

‘내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강화하려는 건가. 그건 안 되지.’

나는 추가로 리치 10마리를 마나 드레인했다. 이걸로 리치를 전부 희생했다. 허나 후회는 없다.

“키클롭스! 지금까지 고생했다! 보상으로 네놈의 영광스러운 최후를 선물해주마!”

“크아아아아?!”

키클롭스가 소리친다. 반항의 의지가 느껴진다. 역시 키클롭스는 너무 강해졌다. 나는 모든 마나를 짜내어 흑마법을 사용했다.

“시체 폭발!”

키클롭스의 거대한 몸이 폭발했다. 황금빛 모래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며 작은 버섯구름을 형성했다.

「황금 사막의 지배자가 사망했습니다.」

「특수 이벤트에서 승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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