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655화 (1,435/2,000)

「황금 사막의 지배자가 사망했습니다.」

「특수 이벤트에서 승리했습니다.」

시스템 알림창을 본 나는 흡족하게 웃었다.

하텝의 시체를 직접 확인한 건 아니지만, 시스템이 내 승리를 알려줬다. 시스템의 확정이니 하텝은 죽었으리라.

‘뭐, 저 폭발에서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지.’

버섯구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작은 핵폭발 수준이다. 하텝의 황금 모래 병사가 대부분 쓸려나갔고, 그 여파로 인해 나의 언데드 군단도 피해를 입었다. 상급 언데드는 3천 정도에 중급은 1만도 되지 않는다.

‘상관없다. 어차피 이 일이 끝난 뒤에 정리할 것들이었으니까.’

「5,144 구역, 황금 사막을 비롯한 8개의 구역의 지배권을 획득합니다.」

입가가 찢어진다.

5,144 구역, 황금 사막을 포함한 8개 구역의 지배권이 내게 주어진다.

이것으로 나는 서쪽 사막 지대에서만 총 15개 구역의 지배권을 가진 것이다. 아틀란티스 서쪽 사막 지대의 주인이 된 것이다.

‘서쪽 사막 구역에서만 매달 210만 AP가 들어오지. 이건 중앙 구역의 웬만한 귀족들보다 몇 배나 벌어들이는 거야.’

다만 서쪽 사막 지대는 중앙 구역처럼 발전하지 못했다. 문명 수준이 낮다. 사막이라 척박하다. 넓은 것에 비해 인구수도 적다. 이번 사태로 인해 사막 지대의 인구수는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고정적으로 얻는 AP를 제외하면 다른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역을 발전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그럴 시간이 없다. 그럴 자금도 어깝다. 차라리 다른 부유한 구역을 침략하는 편이 더 빠를 것이다.

‘사막 지대는 발전 시키면 안 된다. 어느 정도 발전하는 순간 중앙에 있는 놈들이 눈독 들일 테니까.’

사막 지대가 중앙 구역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않는 이유는 척박하기 때문이다. 황금 사막은 황금 광산을 가지고 있긴 해도 중앙 구역의 눈길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틀란티스에서 황금의 가치는 지구에서처럼 어마어마한 것도 아니었다.

‘황금보다는 미스릴 같은 특수 금속이 더 가치 있지.’

「특수 이벤트 승리 보상으로 세 가지 보상이 주어집니다.」

「첫 번째 보상입니다. 3가지 특성과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노 라이프 킹, 파라오, 흑마법 적성.」

「노 라이프 킹

죽은 자들을 지배한다.

종류: 고유 특성

랭크: SS」

「파라오

사막의 왕.

사막에서 능력치가 상승한다.

적들은 위압을 느낀다.

높은 지배력을 가진다.

종류: 특성

랭크: SS」

「흑마법 적성

흑마법에 높은 적성을 가진다.

종류: 스킬

랭크: SSS」

이 세 개는 특수 이벤트가 시작되며 얻었던 스킬들이다. 하나같이 뛰어난 스킬들이다. S 이하의 랭크를 가진 스킬이 없다. 하나, 하나가 전부 값진 스킬들이다.

‘근데 이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선 노 라이프 킹.

이 고유 특성이 있으면 지배한 언데드는 반항하지 않는다. 최상급 언데드인 리치마저 군말 없이 희생할 정도다.

‘계속 네크로맨서로 활동할 건 아니니 필요 없다.’

그에 따라 흑마법 적성을 선택할 이유도 없다. 흑마법 적성(SSS)은 이 세 개 중 가장 뛰어나고 사기적인 스킬이지만… 개인적으로 흑마법은 나랑 안 맞았다.

‘결국 선택할 건 파라오군. 나쁘지 않아. 이게 있으면 반란을 일으키는 놈들도 적어지겠지.’

15개나 되는 사막 구역을 지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성, 파라오(SS)를 선택합니다.」

「노 라이프 킹(SS)과 흑마법 적성(SSS)이 제거됩니다.」

「흑마법 적성(SSS)이 사라지며 언데드 개조술(SS)도 함께 사라집니다.」

「두 번째 보상입니다.」

「이시스의 지팡이(S), 호루스의 눈(A), 아포피스의 독(SS)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두 번째는 스킬이 아니라 물건들이었다.

이시스의 지팡이(S)는 마법사를 위한 지팡이였다. 내가 흑마법 적성(SSS)을 사용했더라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시스의 지팡이를 선택했을 것이다. 마법의 종류와 관계없이 마법사라면 누구나가 탐낼만한 능력을 가진 지팡이니까.

달리 말하면 마법사가 아닌 자에겐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호루스의 눈(A)은 특이하게도 귀속형인 동시에 성장형 물건이군.’

호루스의 눈을 가지면 감각이 증폭되고,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성장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성장시키는 것도 일이었다. 가뜩이나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호루스의 눈(A)까지 성장시켜야 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리고 내게 호루스의 눈(A)이 크게 도움이 되리란 보장이 없었다. 내게는 천안(天眼)이라는 유희 생활 어플 스킬이 있으니까. 천안이 호루스의 눈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군.’

「아포피스의 독

아주 끔찍한 독이다.

신마저 질겁할 것이다.

빛과 관련된 신에게 치명적이다.

랭크: SS」

그리스 신화로 따지면 히드라의 독과 버금가는 물건이다.

‘아니지. 히드라는 헤라클래스에게 당하는 쩌리 괴물이지만, 아포피스는 태양신 라의 숙적이야. 그 점을 생각하면 히드라의 독보다 훨씬 대단하지.’

솔직히 말해서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다. 다른 두 개가 조금이라도 더 쓸모 있었으면 아포피스의 독을 선택하진 않았으리라.

「아포피스의 독(SS)을 선택합니다.」

작은 하얀색 항아리가 허공에 나타났다. 나는 항아리를 받아들였다. 항아리 입구는 종이로 막혀 있다. 종이를 살짝 들어 항아리 내부를 확인한다. 검은색의 끈적한 액체가 들어 있었다. 코를 킁킁거리니 텁텁한 냄새가 났다.

‘위험한 물건이니 인벤토리에 넣어둬야겠다.’

「세 번째 보상입니다.」

「고유 특성 SSS랭크 상승 기회권, 특성 SSS랭크 상승 기회권, 스킬 SSS랭크 상승 기회권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알림창을 보자마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세 번째 보상이 진자였군.’

SSS 랭크 상승 기회권. SS에서 SSS로 올려주는 게 아니라, A랭크든 B랭크든 단숨에 SSS 랭크로 바꿔주는 물건이다. 여기서 잘봐야 되는 건 기회권이다.

‘쓰자마자 SSS랭크로 올려주는게 아니라 기회를 주는 거지.’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다.

「특성 SSS랭크 상승 기회권을 획득합니다.」

「특성 SSS랭크 상승 기회권

특성 중 하나를 SSS 랭크로 상승할 기회를 부여합니다.

종류: 소모품

랭크: SSS」

특성을 선택했다.

내가 가진 특성은 3개다. 뇌전(SS), 천마지체(S), 파라오(SS). 나는 이 중에서 뇌전(SS)을 SSS랭크로 만들기로 했다.

‘아무래도 천마 상태창일 때보다는 뇌절사 상태창을 더 많이 쓰니까. 그리고 천마신공은 이미 SSS랭크이고.’

물론 당장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원작대로라면 기회라는 건 일종의 퀘스트 형식으로 부여되니까. 여유가 있을 때 진행되는 게 맞다.

‘보상은 전부 받았다. SSS 랭크 상승 기회권을 얻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군.’

몸을 돌리려다가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투탕카멘의 황금 가면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군.’

황금 가면을 벗으려는 찰나였다. 굴라와 황금 전사가 싸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싸우고 있다고?’

하텝은 죽었다.

황금 모래 병사는 하텝의 스킬로 빚어진 존재다. 하텝이 죽은 이상 황금 모래 병사는 사라져야 맞다.

‘저 황금 전사만 특별한 건….’

나는 입을 다물었다.

굴라와 싸우는 황금 전사를 제외한 황금 모래 병사들이 멀쩡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방금 공격으로 수가 크게 줄어들긴 했으나 3만에 가까운 황금 모래 병사들이 건재했다.

‘하텝은 죽었다! 시스템도 확인하고 보상을 지급했어! 근데 왜 황금 모래 병사는 사라지지 않는 거냐?!’

하텝이 있는 쪽을 쳐다본다. 연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고민하던 나는 언데드 군단에게 명령했다.

“가라! 가서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살펴봐라! 살아있는 놈이 있다면 죽여라! 황금 모래 병사는 파괴해라!”

언데드 군단이 내 명령에 따라 전진했다. 그 행동이 이상하게 느릿하다. 노 라이프 킹(SS) 고유 특성과 흑마법 적성(SSS) 스킬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내 명령을 들어서 다행이다.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굴라와 싸우는 황금 전사와 달리 일반 황금 모래 병사들은 언데드가 공격하는데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언데드 군단은 황금 모래 병사를 박살 내며 계속해서 전진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거대한 바람은 모래 폭풍이 되어 언데드 군단을 단숨에 쓸어 버린다. 나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오아시스의 주인(僞)이 무의미한 죽음(僞)과 거래를 시작합니다.」

‘거래? 무슨 거래?’

의문의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저 멀리서 불어오는 모래 폭풍에 휘말리지 않도록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모세의 지팡이를 바닥에 박고 몸을 웅크려 거센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모든 것을 압축하듯 끌어들이던 모래 폭풍은 갑자기 역으로 폭발을 일으켰다. 시야를 가리던 먼지들이 단숨에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나도 이번 폭발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데굴데굴 굴러가 모랫바닥에 처박혔다.

급히 몸을 세웠다.

퍼억. 퍽!

내 주위로 언데드가 떨어지고 있었다. 바람에 끌려들어 갔던 언데드다. 머리나 몸통밖에 남지 않은 언데드는 몸을 덜덜 떨다가 멈췄다.

나는 정면을 쳐다보다가 숨을 삼켰다.

모래 구덩이 속에 하텝이 서 있었다. 그 피부는 진한 녹색이었다. 나는 그에게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느꼈다.

「오아시스의 주인(僞)이 무의미한 죽음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무의미한 죽음(僞)이 오아시스의 주인(僞)을 흡수합니다.」

「무의미한 죽음이 무의미한 죽음(僞)에게 강림합니다.」

첫 번째 알림창을 확인한다. 무의미한 죽음의 뒤에 위(僞)라는 표시가 없다. 저 하늘 위에 있는 진짜 오시리스가 직접 지금 상황에 개입한 것이다.

휘이이이잉.

모래바람이 불었다. 차분하게 부는 모래바람은 황금 모래 병사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황금 모래 병사들이 무너지고 황금 가루는 바람에 실려 하텝에게 모였다. 하텝은 황금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하텝이 입을 연다.

나는 직감적으로 저건 하텝이 아니다. 하텝은 이미 죽었다.

“너의 죽음을 거둬가겠노라.”

오시리스가 선언했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