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660화 (1,440/2,000)

“그래.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고.”

「달의 거울이 빛납니다.」

달의 궁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나는 미간을 좁히며 빛나는 달의 궁전을 쳐다봤다.

달의 거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단지, 항아가 무언가 했다는 건 직감할 수 있었다.

「태양의 대적자가 1,000AP를 후원합니다.

“달의 거울은 달빛의 닿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볼 수 있다.”」

「달의 꽃이 항의합니다!」

「시스템이 태양의 대적자에게 페널티를 부여합니다.」

「태양의 대적자가 1,000AP를 후원합니다.

“항아는 영악하다. 항상 조심하라.”」

태양의 대적자의 조언이 없어도 항아가 얼마나 음흉한지는 알고 있다. 나는 결코 항아를 얕잡아 보지 않는다.

‘일단 달의 신전으로 가자.’

당장 움직이기에는 너무 피곤했다. 나는 방금전까지 대규모 전투와 신들의 전투를 경험했다. 조금이나마 쉬고 싶었다.

‘달의 궁에 들어가면 쉬지 못한다. 그년이 내가 쉬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지. 달의 거울이 있으니 도망쳐서 숨는 것도 불가능하고. 아예 달의 신전에서 푹 쉬고 난 뒤에 달의 궁으로 가는 게 낫다.’

다행히도 달의 신전은 중립이었다. 오고 가는 손님을 막지 않는다.

무거운 발을 이끌며 달의 신전으로 갔다.

「달의 사냥꾼이 당신을 환영합니다.」

「달의 신전에 머무는 동안 회복력이 상승합니다.」

달의 신전 내부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넓어 보였다. 커다란 기둥은 푸른 빛이 돌았고, 천장은 반짝이는 별들이 흐르고 있었다. 푸른색 재질의 바닥재는 은은한 빛이 흐른다.

달의 사냥꾼의 환영 덕분인지 신전에 들어서자마자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넓은 달의 시전을 걷고 있자, 저 멀리서 2명의 여인이 날 듯이 뛰어온다. 나는 그들이 인간이 아닌 님프라는 것을 알았다.

“설마 손님이 이쪽으로 오실 줄이야…!”

“여신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답니다! 손님! 저희가 모실게요!”

나는 팔짱을 끼며 당당히 그녀들을 훑어보았다. 요정들답게 몸매가 끝내주는 미녀들이었다. 아랫도리가 불끈거리는 게 느껴진다.

처녀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를 모시고 있으니 처녀일 게 분명했다.

‘나랑 섹스하고 좆맛을 알아버린 처녀의 신이지만.’

「달의 사냥꾼이 그녀들을 건들지 말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내가 왜 그딴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무시하고 님프들을 향해 손을 뻗으려다가 멈칫했다.

‘잘못하면 아르테미스와의 관계가 망가질 수도 있다.’

님프 2명을 범하는 것으로 얻는 만족도와 아르테미스와의 틀어진 관계. 내겐 후자 쪽이 더 중요했다. 님프 수십 명을 합친 것보다 아르테미스가 더 낫기 때문이다.

‘나중에 아르테미스를 완전히 정복하면….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님프들은 얼마든지 따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날을 위해 지금은 잠깐 참는다.

나는 양손으로 님프들을 끌어안았다. 왼손은 님프의 가슴을, 오른손은 님프의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히익! 이, 이러지 마세요!”

“여긴 신성한 신선입니다! 음란한 짓은 금지되었습니다!”

「달의 사냥꾼이 당신을 째려봅니다!」

“아. 본방에 안 들어가. 그냥 쓰다듬기만 한다고. 엉덩이나 가슴을 쓰다듬는다고 처녀막이 닳는 건 아니잖아!”

적반하장으로 소리쳤다. 님프들이 깜짝 놀라 딸꾹질을 했다.

“히익… 아르테미스 님….”

“도, 도와주세요. 아르테미스 님…!”

「달의 사냥꾼히 한숨을 내쉽니다.」

「조금만 참으렴」

나는 그녀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원래는 신전의 시설을 이용하려면 AP를 지불해야 했지만, 아르테미스의 정인인 나는 공짜였다.

• • •

“유진 님. 아르테미스 님께서 유진 님께 신탁을 내리셨어요.”

침대에서 한숨 자고 일어난 내게 님프가 말했다. 나는 침대 옆에 있던 물을 꼴깍꼴깍 마신 뒤 말했다.

“신탁? 내게 사랑의 말이라도 전했나? 후원으로 전하면 될 걸 굳이 신탁까지 하다니. 알고 보니 꽤 로맨틱한 여신이었군.”

「달의 사냥꾼이 그게 아니라고 손사래 칩니다.」

나도 알고 있다.

후원 메시지와 신탁은 다르다. 후원 메시지는 제약을 받는다.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말을 하면 시스템에게 페널티를 받는다. 정말 중요한 정보일 경우에는 아예 메시지가 전해지지도 않는다.

반면 신탁은 신전 같은 특수한 장소에서만 받을 수 있다. 특수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만큼 직접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신탁 내용은 뭐지?”

“여자와 독을 조심하라. 라는 신탁이에요.”

“직설적이군. 여자를 조심하라는 건… 질투하는 건가?”

「달의 사냥꾼이 자꾸 농담하지 말라고 합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항아는 내가 미녀에 약하다는 걸 알고 있다.’

실제로 미인계에 당해 암살당했던 적이 몇 번 있다.

‘암살자라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당해준 것도 몇 번 있지. 미녀가 날 꼬시려고 전력으로 유혹해오는데 어떻게 무시하냐고.’

날 꼴리게 만들어주니 한 번 정도는 당해줄 수 있었다.

‘여기선 그 생각을 바꿔야겠지. 항아가 날 죽이기 위해 직접 강림한 만큼 경계도를 올려야 한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아르테미스의 신탁처럼 여자다.

그리고 독.

여기에 있는 음식 같은 건 먹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콜록!”

기침을 한 나는 시야가 핑 도는 걸 느꼈다. 털썩. 무릎이 땅에 닿는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유, 유진 님…?!”

[죽음 저항이 발동했습니다. 앞으로 15초간 죽지 않습니다.]

바닥에 쓰러진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눈치챘다.

독이다.

아까 침대 옆에 있던 물을 마셨는데 거기에 독이 들어있었던 모양이다.

‘님프들이 물에 독을 탔나?’

경우의 수는 많다. 님프가 독을 탔을 수도 있고, 신전 밖에서 몰래 들어온 누군가가 독을 탔을 수도 있다. 무작정 님프들을 의심해선 안 된다.

‘내가 어제 님프들을 성추행하긴 했지만…, 얘들은 아르테미스를 따르는 신자들이다. 아르테미스의 정인인 나를 죽일 수 없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외부에서도 몰래 들어온 누군가가 독을 탔을 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 일에도 항아가 있겠지.’

[완전 회복을 사용합니다.]

바닥에서 일어난 나는 침대 옆에 있는 물잔을 바라봤다.

“저 컵에 독이 들어 있었다. 아직 독이 묻어 있을 가능성이 크니 그냥 버리는 게 좋겠군.”

“유, 유진님…. 저, 저희는 아니에요!”

“저희가 아르테미스 님의 손님에게 독을 탈리 없잖아요!”

“너희를 의심하지 않으니 진정해라. 항아. 그년이 수작을 부렸겠지.”

나는 억울해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님프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감각에 집중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항아라면 분명 달의 거울을 통해 나를 보고 있을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어느 한쪽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달의 보지년아. 네 시선이 느껴진다. 네가 내 밑에 깔려 앙앙거릴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으니… 각오하고 있도록.”

훔쳐보고 있을 항아에게 중지까지 세워준다.

갑자기 공기가 떨린다. 나는 이게 항아가 분노한 증거란 걸 알았다. 그게 아니면 말이 되지 않았다.

나는 님프들과 인사를 한 뒤 달의 궁으로 향했다.

「제 7,775 구역, 달의 궁에 입장했습니다.」

「달의 꽃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나는 달의 궁에 바로 쳐들어가려고 했다. 커다란 대문을 박살 내고 궁에 처박혀 있는 항아를 끄집어내서 범하는 게 내 계획이었다.

‘크크. 기대되는군.’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竜拳).

커다란 나무 문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나무 문은 박살 나고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튈 것이다. 그게 정상이었다. 허나 나무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공격을 아예 흡수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달의 꽃이 당신의 출입을 금했습니다.」

「달의 궁으로 출입하기 위해선 특별한 물건이 필요합니다.」

“문이 아니라도 들어갈 수 있다.”

나는 담장을 쳐다봤다. 5M 정도 되어 보이는 담장은 내 기준으로 그리 높지 않았다. 담벼락에 달라붙어 위로 올라갔다. 그대로 담을 넘어 궁궐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보이지 않는 벽이 나를 가로막는다.

「허용되지 않은 방법입니다. 달의 궁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담장 아래의 땅을 파거나, 담장을 빙 돌면서 발견한 개구멍으로 몰래 들어가려고 했다.

「허용되지 않은 방법입니다. 달의 궁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런 젠장. 지금 당장 나랑 만날 생각이 없는 거군. 달의 신이면서도 내게 쫄은 거냐?”

항아가 보고 있을 걸 알고 일부러 도발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이곳에 달의 신전이나 달의 궁 말고도 다른 구역들이 있다. 어쩌면 그곳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달의 궁을 뒤로하고 일단 움직이기로 했다.

어떻게 달의 궁으로 쳐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꺄르르 웃는 여인들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숨을 참으며 기척을 죽이고 천천히 물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작은 연못에서 3명의 미녀가 목욕하고 있었다. 늘씬한 몸매에 새하얀 피부, 제각각 다른 매력을 풍기는 예쁜 얼굴. 나는 조심스럽게 침을 삼키며 그녀들을 지켜봤다.

‘오우, 씨발. 끝내주네. 지금 가서 덮쳐버릴까?’

그녀들 중 한 명이 허리를 숙인다. 엉덩이가 위로 올라가며 은밀한 구멍들이 보인다. 아기자기한 항문과 일자로 쭉 그어진 분홍색 보지. 물에 흠뻑 젖은 검은색 보지털은 아래로 축 늘어졌다.

「천공의 주인이 헤벌쭉 웃습니다.」

「올림푸스의 여주인이 당신과 천공의 주인을 경멸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헛기침을 합니다.」

‘아씨. 갑자기 초를 치고 난리야. 올림푸스의 여주인은 또 왜 날 지켜보고 있는 거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올림푸스의 여주인과 항아 사이에 커넥션이 있는 거 아닐까?

“나리.”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깜짝 놀란 나는 욕설을 내뱉을뻔한 걸 겨우 참고 옆을 보았다.

토끼가 있었다. 하얀 토끼의 검은색 눈이 나를 바라본다.

“저 선녀들의 옷을 훔쳐서 제게 주신다면, 달의 궁으로 들어갈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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