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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66화 (1,446/2,000)

서류를 전부 읽어본 엘레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다섯 명은 움찔 몸을 떨었다.

“너희가 연회의 전문가라 하기에 불렀다. 너희 중 둘은 황제 페하의 연회를 기획해본 적 있다기에 기대도 했었다. 허나 내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군. 내가 의뢰했을 때 말했을 거다. 웅장함과 참신함을 원한다고. 그런데 기획서에 적힌 건 뭐지? 화려함 대신 유치함이 있고, 웅장함 대신 옹졸함이 있군.”

다섯 명 중 한 명이 나섰다. 일행 중 가장 늙은 남자였다.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환상공 각하, 이 지상에서 황가의 연회보다 더 화려할 수는 없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아주 황제 폐하의 충신이 납시었군.”

엘레나가 비아냥거렸다. 숨 막히는 침묵에 다섯 명의 다리가 후들거렸다. 엘레나가 그들을 노려보며 신경질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제 폐하의 인가는 내가 받으면 될 일이다. 너희는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최고로 화려한 연회를 기획하면 된다. 돈이 얼마나 들어도 상관 없….”

그녀가 말을 잇다가 멈추었다.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감히 나를 훔쳐보는 건가. 너무 대놓고 하는 짓거리라 어이가 없군.”

그녀가 손을 들었다. 손바닥에서 파란 나비 한 마리가 나타났다. 나비가 날갯짓하며 위로 날아오른다. 내게 날아오는 듯하던 나비는 어느새 거울을 통과해 내 앞에 나타났다.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엘레나의 얼굴이 풀어졌다.

“누군가 했더니 너였군. 내 일거수일투족이 그렇게 궁금했나?”

엘레나가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서류를 뭉치를 잡고 자기 자신 쪽으로 향했다. 마치 내 시선에서 서류를 감추듯이.

“꽤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네. 방해해서 미안.”

“아니, 그건 아니다. 잠깐….”

나는 거울의 기능을 껐다. 그러자 내 옆에서 팔랑거리던 파란색 나비도 사라졌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훔쳐보는 건 기분 나쁜 일이지. 내가 당해봐서 잘 알아.’

원래는 주서현을 비롯한 다른 여자들도 훔쳐볼 생각이었으나, 계획을 바꾸었다.

‘항아. 너도 날 훔쳐봤으니 나도 널 훔쳐보겠다. 어떻게 생겼을지 기대되는군. 항아는 최고의 미녀라는 말이 있으니까.’

나는 집중해서 항아를 생각했다. 그러자 거울 표면이 일그러지더니 어딘가를 비추었다.

뿌연 안개가 보였다. 시야 전체를 가릴 정도로 안개가 심했다. 너무 심한 안개에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안개가 점점 옅어졌다. 옅어지는 껏처럼 보였다.

‘이제보니 안개가 아니라 수증기군.’

안개가 옅어지며 윤곽이 드러났다. 크고 화려한 목욕탕이었다. 백명은 들어가도 될 것 같은 널찍한 목욕탕 안에 한 명의 여인이 앉아있었다.

그 여인이 항아라는 것을 직감한 나는 거울의 세계를 점점 더 클로즈업 했다.

욕탕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항아는 아름다웠다. 새까만 머리카락은 윤기 있었고, 피부는 티 한 점 없이 새하얗다. 헤어 스타일은 좀 특이했다. 긴 머리를 위로 틀어 올려 매듭처럼 묶었다. 선녀 머리다.

이목구비는 또 어떠한가. 눈을 빨려들어 갈 것 같으며, 붉은 입술은 매혹적이다.

그 아래에 투명한 목욕물 속에 보이는 몸매는 말할 것도 없다.

F컵 정도로 보이는 풍만한 젖가슴은 조금의 처짐도 없다. 그 끝의 분홍색 유륜과 유두도 완벽한 모양와 비율을 자랑한다. 정말로 탐스럽고 생기 있는 젖꼭지였다.

군살 하나 없는 허리는 잘록했다. 피부가 매끈한 건 당연하다. 그 중심에 자리 잡은 배꼽은 어여쁘게 느껴진다.

그녀는 다리를 꼬고 있었다. 보기 좋은 새하얀 허벅지가 겹쳐져 묘한 성욕을 자극한다.

시원하게 뻗은 다리는 길고 아름다웠다. 어떻게 된 게 발가락 끝까지 모난 곳이 없다.

유감스럽게도 다리를 꼬고 있는 탓에 보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건 하복부 아래가 시커멓다는 거다. 보지털이 장난 아니게 많았다.

‘동양권에는 이런 속설이 있지. 보지털이 많고 억셀수록 명기이며 음란하다고.’

나는 꿀꺽 침을 삼켰다.

저 보지털 아래의 보지는 무슨 색일까. 젖꼭지 색을 보면 예쁜 분홍색일 가능성이 크긴 한데, 의외로 시커멓게 착색된 보지일지도 모른다. 확인하기 전까지 그 보지의 생김새를 확정할 수 없다.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 그 가능성은 두 개 모두 존재한다. 슈뢰딩거의 보지로다.

“이 씨발년. 성격은 개좆같은데 미모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군. 저 다리를 쫘악 벌리고 내 불자지를 찔러 넣어 참교육해야 하는데….”

내 말을 듣기라도 한 걸까. 항아가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었다. 검은색 눈동자를 살벌하게 빛내며 허공에 섬섬옥수를 휘두른다. 달의 거울이 나타났다. 내가 가진 가짜가 아닌 진짜 달의 거울이다. 거울 속에는 내가 나타나 있다.

항아의 얼굴이 단숨에 구겨졌다.

“이 씹어먹어도 부족할 놈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살의와 증오가 느껴진다. 눈빛과 말투 속에 서린 독기가 절절하게 느껴진다. 역시 보통년이 아니다.

“안녕하신가, 씨발년아.”

내 인사를 들은 항아를 오른팔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주인의 성질과는 정반대로 어여쁜 젖꼭지가 모습을 감춘다. 표독스러운 태도와 달리 내게 알몸을 보이는 게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달의 거울을 얻었구나. 그건 너 따위가 쓸 물건이 아니야!”

콰직!

달의 거울에 금이 갔다.

200만 AP 짜리 아이템이 아무 전조도 없이 부서진 것이다.

‘진짜 달의 거울을 가진 항아가 뭔가 했군.’

항아의 외형을 확인했으니 200만 AP는 별로 아깝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달의 궁으로 쳐들어가서 네년의 보지를 내 자지로 쑤셔줄 테니까. 내 밑에 깔려 앙앙거리는 네 모습이 눈에 훤하구나. 크크. 걸레 보지로 만들어주지. 아니, 이미 걸레 보지인가?”

“이 천박한 놈…!”

항아가 분노의 일갈을 내뱉었다.

콰지직!

달의 거울이 더 부서진다.

“수많은 신들의 주목을 끌었다고 오만해진 모양인데…, 그 누구도 이 일에 개입할 수 없어!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마! 넌 죽어서도 고통받게 될 것이다! 천년이고 만년이고 네 영혼을 가지고 놀아주마!”

“크크. 샹년이. 당장이라도 그 입에 좆대가리를 찔러주고 싶군…. 곧 불쥐의 털옷이 내 손에 들어온다. 조금 이따가 만나자고.”

“오너라! 월궁이 네 묘지가 될 테니!”

콰지직! 콰직!

간신히 버티고 있던 달의 거울이 한계에 달했다. 거울 조각들이 허공에서 비산한다. 거울 조각들이 난반사되어 허공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긴장하고 있던 나는 바로 찰나를 사용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6]

거울 조각 사이로 반사된 빛이 내 미간을 노리며 뻗어 오는 게 보였다.

‘그래. 네년이라면 이럴 줄 알았다.’

방심하지 않은 나는 고개를 숙이며 쏘아진 빛살을 피했다. 빛살은 동굴 천장으로 파고들어 사라졌다. 완전히 방심한 상태였다면 빛을 맞고 죽었을 것이다.

“고객님! 괜찮으세요!?”

“나리!”

로또와 옥토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옥토를 무시하고 로또를 쳐다봤다. 로또는 움찔 몸을 떨었다.

“로또.”

“로토예요. 그, 그리고 부, 불량품이 아니에요. 아까 그건 설마 진짜 원본과 마주할 거라곤 몰라서…. 원래 아틀란티스의 물건들은 모두 원본의 열화품이에요. 진짜 신의 물건과 비교하면….”

횡설수설하는 로또의 몸을 붙잡았다.

“봐서 알겠지. 항아와 나는 싸우고 있다. 이미 철천지원수지. 항아에 관한 정보 같은 건 없나?”

“죄송합니다만, 전 정보를 취급하지 않아요.”

“아쉽군.”

특수 상인 중에는 정보를 판매하는 자들이 있어서 한 번 물어봤다.

이걸로 볼일은 끝났다. 나는 로또를 놓아주고 옥토에게 눈짓했다. 눈치 빠른 옥토가 떠날 준비를 했다.

“월산으로 안내하겠습니다요, 나리!”

“조심히 가세요, 고객님. 연이 닿는다면 또 만나게 되겠지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로또의 인사의 끝으로 동굴을 나섰다.

앞장서서 나아가는 옥토의 발길은 동굴에 들어왔을 때보다 경쾌했다.

“저, 나리.”

“왜.”

“항아 님. 아니, 그 썅년에게 토끼 귀와 토끼 꼬리를 강제로 입히실 건가요?”

“제압한 뒤에 아마 그렇겠지. 나름 재밌는 꼴일 테니까.”

“그럼 제게 그 갈보년의 의상을 만들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끝내주는 바니걸 옷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AP만 지원해 주신다면 이 세상에 없을 걸작을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요!”

“역바니라는 것도 있던데. 가능하나?”

“역바니요? 물론이죠!”

“근데 왜 항아를 갈보년이라 하는 거냐?”

“어…. 그, 갈보년이니까요?”

“씨발. 네가 확인해 봤어?”

“그건 아닌데….”

“넌 그냥 항아라고 불러라. 그년은 내 거니 함부로 욕하지 말고. 누가 내 물건을 욕하면 기분 나쁘거든.”

“넵! 알겠습니다요! 항아님은 나리의 것입니다요!”

“그 좆같은 말투는 어떻게 안 되나?”

“버릇인지라…. 죄송합니다. 고쳐 보도록 노력할게요.”

나는 깡충깡충 뛰어가는 옥토의 엉덩이를 보며 고민했다. 원래라면 이 새끼도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꽤 도움이 된다. 내비게이션과 바니걸 의상 제조기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너 혹시 수컷이냐?”

“암컷인데요?”

“음. 굳이 보지를 확인할 필요는 없겠지. 대충 합격이다.”

“사, 살려주시는 겁니까?!”

“하는 거 봐서.”

암컷 토끼가 왜 바니걸 의상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도움이 되니 써줄 수는 있었다.

“내가 츠쿠요미와 만날 때 멀리 떨어져 있어라.”

“츠쿠요미와 일대일 면담이라도 하시려고요? 전 입이 무거운 토끼입니다요!”

“불쥐의 털옷을 받자마자 놈을 공격할 생각이다.”

“…예?”

“첫 번째 부탁까지는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겨우 불쥐의 털옷 따위를 주면서 원본 달의 거울을 달라는 두 번째 부탁은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지.”

츠쿠요미는 정중했다. 그러나 정중 속에 나에 대한 무시가 깔려 있다. 아마 놈은 날 이용해먹기 좋은 장기말로 보고 있는 거겠지.

“휘말려 죽기 싫으면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어라.”

“아, 알겠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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