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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679화 (1,459/2,000)

< 1679화 > 1679. 헌터 VS 뱀파이어

“아쎄이들! 긴장 안 하지?! 엎드려!!”

‘시발.’

교관의 말에 곧바로 바닥에 엎드렸다.

다크 문의 경험으로 여기서 행동이 굼떠지면 더 갈군다는 걸 안다.

흔히 군대에선 중간만 하는 게 최선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군대에 잠깐 머물다가 전역할 거라면 말이다. 군대든 어디든 승진을 노린다면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 그래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긴 군대가 아니야. 어디까지나 회사 훈련소지.’

여기서 낙오되면 돌아가야 한다. 게다가 평가 점수로 등수까지 매기니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한다.

“이번 기수는 빠릿빠릿한 아쎄이들이 많군.”

교관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 바닥에 엎드리고 있었다. 죄다 몸에 근육이 어느 정도 붙어 있는 남자들이다. 일차적으로 걸러진 자들인 게 분명했다.

“하나 하면 내려가고 둘 하면 올라온다! 복명복창은 기본이다! 하나!”

“하나!”

“둘!”

“둘!”

팔굽혀펴기를 반복한다. 나를 비롯한 남자들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젠장. 원래라면 이 정도 운동으로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데….’

신체 능력이 조정된 탓에 지금 내 능력치는 평균보다 괜찮은 수준이다.

“하나!”

“하나!”

“둘!”

“둘!”

10분도 지나지 않아 입에서 단내가 났다.

빌어먹을 교관놈들이 갑자기 지랄 하는 이유는 분명 기선 제압 같은 시답잖은 이유일 것이다. 당장 일어나서 다 죽여버리고 싶다.

‘참자. 참자. 처음부터 계획을 망칠 수는 없어. 내 멋대로 한다고 능사는 아니야.’

게임을 생각하자.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치트키를 쓰면 재미가 반감된다. 게임의 규칙을 지키며 상대방을 이겼을 때가 진짜 실력이고 뿌듯해진다.

‘정 좆같을 때 치트키를 쓰는 거지. 아직은 참을 수 있어.’

남자들이 버티다 못해 쓰러지려고 할 때 교관들은 기합을 멈췄다.

“일어나라! 오늘 일정을 말해주겠다! 개인에게 기숙사와 보급품을 제공하고, 총교관님과의 개인 면담이 있을 것이다. 면담은 길지 않으니 예의를 갖춰 성실하게 임하도록! 개인적으로 너희에게 한마디 하지. 최선을 다해라!”

교관들은 사람을 나누어 데려갔다.

나는 일련의 사람들과 함께 기숙사로 향했다.

군대와 많이 닮은 훈련소라 걱정했는데, 기숙사는 최근에 지어진 건물로 1인 1실이다. 개인 화장실까지 있어서 원룸 느낌이었다.

‘군대였으면 단체 생활했겠지. 이게 낫다.’

보급품을 받고 침대에 눕고 있을 때였다.

“20번에서 30번 아쎄이들! 기숙사 1층으로 내려와서 대기해라!”

나는 25번이었다.

딱딱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인벤토리에서 콜라를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원래 담배는 물론이고 음식까지 가져와선 안 된다.

‘조까라지. 나한텐 인벤토리가 있어.’

먹고 나온 쓰레기도 인벤토리에 넣어두면 완전 범죄다. 들킬 일이 전혀 없다.

‘내가 왜 쓰레기를 인벤토리에 넣어야 해?’

나는 빈 캔을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기숙사 뒤쪽은 산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산으로 던졌다. 설령 누군가가 콜라 캔을 발견하더라도 교관이 먹고 버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훈련병은 철저하게 소지품 검사를 당했고, 스마트폰까지 빼앗겼으니까.

‘뭐, 내가 낸 건 평소에 사용 안 하는 가짜 스마트폰이지만.’

사실 가짜고 진짜고 할 것 없다.

내가 어떤 스마트폰을 만지던 거기에 유희 생활 어플이 깔려 있으니까. 태블릿도 마찬가지였다. 유희 생활 어플은 오직 내게만 보이고, 나만이 조작할 수 있었다.

기숙사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니 나를 비롯한 훈련병들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교관은 앞에서 무게 잡고 있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빈 곳에 앉았다.

‘쟤들이 있는 걸 보아 원작 시작 시점이 확실하군.’

나는 앞에 앉아 있는 두 명의 남자를 확인했다. 회색 셔츠에 붙어 있는 번호표는 각각 21, 22.

원작의 주인공과 조연이다.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주인공인 최상우다. 과묵한 그는 가만히 앉아서 정면을 보고 있다.

‘원작 설정대로라면 늑대인간 쿼터겠군.’

최상우의 할머니가 늑대인간이다. 그는 얼마 전에 뱀파이어 로드에게 가족이 살해당했다. 최상우는 가족의 복수가 입사 동기다. 그는 복수 대상인 뱀파이어 로드를 쫓고 있다.

‘저게 조연 지현성.’

22번. 주황색 머리의 양아치. 실제로는 성격이 꽤 좋은 그는 주위에 앉은 사람들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양아치로 보이는 외견과 달리 성격은 좋은 편이지.’

지현성은 집안에 막대한 빚이 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회사에 입사했다. 회사는 성과제지만, 기본 연봉도 다른 대기업 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원작에선 훈련소 1등과 2등이 최상우와 지현성이지.’

거기에 최상우는 역대급 유망주다. 늑대인간의 피를 일부 물려받았기에 평범한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 압도적으로 앞선다.

‘원작에선 그렇지. 여기선 내가 1등을 차지한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교관이 나를 불렀다.

“25번 아쎄이! 총교관님에게 가라! 저 건물로 가면 된다!”

“네.”

짧게 대답했다. 쓸데없이 길게 말하면 그걸로 뭐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다크 문]의 경험이 그리 말하고 있다.

총교관의 건물은 기숙사보다 작았지만, 더 화려했다. 건물 자체가 총교관 한 명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응접실에서 총교관과 마주한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늙은 남자였다. 허나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 때문인지 늙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는 당장 전장에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잘 벼려진 전사였다.

“25번 훈련병, 성유진입니다.”

“총교관 홍덕수다. 앉아라.”

그의 앞에 앉았다. 빠르게 테이블 위를 훑었다. 테이블 위에는 다섯 장의 서류가 널브러져 있었다. 나에 대한 정보다였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6]

찰나를 썼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빠르게 서류의 내용을 훑었다.

성유진.

나이는 22살. 고향은 광주. 대학생이었으나 자퇴하여 입사를 희망했다. 입사 동기는 뱀파이어에 대한 복수였다. 이 세계의 내 부모님은 뱀파이어에게 살해당했다. 그 외의 정보도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친척이나 교우관계. 한 사람의 인생이 서류 다섯 장에 정리되어 있다.

“검도를 수련했더군.”

“아버지가 검도관장이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수련했습니다.”

정보에 적혀 있는 내용이었다. 검도는 4단이었다. 검도를 꾸준히 해오긴 했어도 일반인 수준이었다. 검도에 인생을 건 게 아니란 뜻이다.

“그렇게 적혀 있군. 입사 동기는 역시 복수 때문인가?”

“네. 부모님을 죽인 뱀파이어 새끼들을 찾아내 모조리 죽여버리고 싶습니다.”

내 목표는 뱀파이어 로드의 음모를 저지하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뱀파이어 로드를 비롯한 모기 새끼들을 모조리 죽이면 된다.

나는 분노를 연기하며 말했고, 홍덕수는 말없이 종이컵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복수가 이유면 안 됩니까?”

“상관없다. 흔한 이유다. 회사에 입사하는 자들 대부분이 뱀파이어를 증오하지. 오히려 돈을 목적으로 입사한 자들보다 훨씬 믿을 수 있다.”

“그럼 아무 문제 없군요.”

“아무 문제 없다. 그래서 그게 더 이상하지.”

“네?”

“대부분의 훈련병은 내 앞에서 기가 눌려 벌벌 떤다. 초짜들이면 당연하면 당연한 거지. 하지만 넌 기가 눌린 기색이 전혀 없더군. 내가 두렵지 않나?”

“별로 두렵지 않습니다.”

“별로 두렵지 않습니다. 총교관님은 적이 아니지 않습니까.”

“내가 적이라면 두려워할 거란 말인가?”

“적이라면 죽여야지요.”

“하하. 재밌군. 네게서 위험한 냄새가 난다. 나는 지금껏 수많은 훈련병을 보아왔고, 그중에는 너처럼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놈들도 제법 있었지. 그놈들이 어떻게 됐는지 아나?”

“글쎄요. 제가 이곳에 온 건 처음인지라. 그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벌레처럼 죽거나, 회사의 높은 분이 되셨지. 비율로 따지면 9대1 정도 되겠군.”

“…….”

“기대하며 지켜보겠다.”

면담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

훈련소 생활은 끔찍했다.

교관들의 통제와 훈련은 일반 군대 훈련소보다 더 심각했다.

아침 5시에 일어나고, 구보를 뛰고 씻은 뒤에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먹은 뒤에는 뱀파이어에 대한 정보를 교육받는다. 뱀파이어의 능력, 습성, 특징 같은 것들이다.

오후에는 전투 훈련이 이어진다. 사격뿐만이 아니라 검술도 배운다. 근접전에선 총보다 검이 더 낫다는 이유였다.

“뱀파이어의 접근을 허락하지 마라. 뱀파이어 사냥법은 기본적으로 원거리에서 은탄을 쏘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근접전을 하게 될 경우 총보다는 은도금을 한 검이나 나이프가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뱀파이어는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신체 능력이 뛰어났다. 사실상 근접전에서 인간이 이길 확률은 높지 않았다. 그나마 뱀파이어의 약점인 은으로 도금한 검이 있기에 저항할 수 있는 거다.

“아쎄이들! 집중해서 들어라! 뱀파이어는 총 4계급으로 나뉜다! 슬레이브, 커먼, 노블, 로드로 나뉜다! 슬레이브는 뱀파이어들의 노예다! 신체 능력은 인간보다 약간 뛰어나고 뱀파이어의 하수인 같은 놈들이지. 커먼은 일반적인 뱀파이어들을 말한다. 노블은 뱀파이어 중에서도 특수한 능력을 가진 놈들이다. 로드는 군주. 전 세계를 통틀어 5명도 되지 않는 괴물놈들이지.”

노블급 뱀파이어를 잡기 위해선 최소 5명 이상의 베테랑이 필요하다고 침을 튀기며 말한다.

그때, 최상우가 손을 들었다.

“최상우 아쎄이! 질문을 허락한다!”

“뱀파이어 로드는 사냥하지 않는 겁니까?”

“뱀파이어 로드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놈들은 최소 100년 이상 살아온 괴물들이다! 위치를 알더라도 놈들을 죽이려면 최소 수십 명의 베테랑이 필요하다!”

“뱀파이어 로드의 약점 같은 건 없습니까?”

“뱀파이어의 특성은 똑같다! 태양 빛에 몸이 불타고, 은에 약해진다! 허나 뱀파이어 로드를 얕보지 마라. 놈들은 특수 코팅액으로 개발해 태양 빛을 극복했으며, 은으로 된 무기가 있다 하더라도 놈들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질문은 받지 않겠다. 아쎄이들! 너희에게 영상을 하나 보여주겠다! 실제 뱀파이어 사냥 영상이니 집중해서 보도록!”

교관이 영상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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