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5화 > 1695. 헌터 VS 뱀파이어
“날 죽일 기회를 줄게. 죽여봐.”
성유진은 주서현을 향해 양팔을 벌렸다.
성유진을 본 주서현은 생각했다.
무방비하다.
지금 공격하면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 성유진은 지금 저항할 생각도, 반격할 생각도 없다.
주서현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허나 검은 휘둘러지지 않았다. 검은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듯 미세하게 떨렸다.
“…무슨 꿍꿍이야? 또 어떤 비열한 계획을 세웠지?”
주서현의 목소리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성유진에게 당한 경험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그의 태도와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야. 날 죽일 기회로 주겠다니까.”
성유진이 앞으로 한 발짝 걸었다. 주서현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힌다. 그녀는 숨을 가다듬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널 못 죽일 것 같아?”
“네가 날 얼마나 죽이고 싶어 하는지는 내가 잘 알지. 자, 죽여. 복수의 기회를 준다니까? 이런 기회는 별로 없어.”
“…….”
그래. 이런 기회는 별로 없을 것이다. 성유진을 죽여 복수를 완성하고 바닥에 떨어진 정조대 열쇠를 손에 넣으면 된다.
주서현은 검을 위로 젖혔다. 이 검의 날카로움이면 큰 힘 없이도 성유진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낼 것이다.
이제 검을 휘두르기만 하면 된다. 검의 달인인 그녀에게 있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살인? 아틀란티스에서 경험했고, 뱀파이어를 죽이는 것과 사람을 죽이는 것에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그녀였다. 살인의 거부감은 없었다.
“…….”
하지만 검은 휘둘러지지 않는다.
정말 이대로 복수를 완성해도 되는가? 이렇게 허무하게? 성유진과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검을 들어 성유진. 아니, 총이라도 좋아. 무기를 들고 나랑 싸워!”
“싫다. 검을 들든, 총을 들든 지금의 널 이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지 않아. 지는 싸움을 왜 해야 하지? 너도 그냥 날 베어버리면 되잖아.”
성유진이 주서현에게 성큼 다가갔다. 주서현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성유진의 말이 맞다. 그냥 베어버리면 된다.
성유진은 계속 다가왔고, 주서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계속 물러났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 보였다. 주서현의 등에 벽이 닿았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복수할 기회를 걷어차다니, 멍청하네. 복수의 여신이 지금의 널 보면 실망하겠어.”
그가 가까이 다가온다. 벽에 손을 짚고 얼굴을 들이민다. 주서현은 양손으로 검자루를 위로 든 채 어정쩡한 자세를 유지했다. 성유진의 숨결이 뺨을 간질인다. 주서현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 복수는… 내가 인정 못 해.”
“난 기회를 줬고, 넌 날 죽이지 않았어. 그게 사실이야. 네가 인정 못 한다고 해서 뭐 달라지나?”
성유진의 손이 검을 쥔 주서현의 손을 잡는다. 검을 빼앗으려고 한다. 주서현은 최후의 저항으로 검자루를 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성유진의 다른 손이 그녀의 가슴을 잡았다. 브래지어와 셔츠 위로도 그의 감촉과 체온이 느껴진다.
‘이 자식… 또 나를 범할 생각이야…!’
가슴을 주무르던 손은 능숙하게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죽여야 해. 지금 죽여야 해…!’
역시 검을 휘두르지 못했다.
성유진이 비릿하게 웃는다.
“이제 기회는 없어. 알지?”
성유진이 혀를 내밀며 그녀의 뺨을 핥았다. 혀는 이어서 그녀의 입술을 핥고 지나갔다. 주서현은 저도 모르게 양손에 힘을 풀었다. 성유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서현에게서 검을 빼앗았다.
쿵.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주서현은 성유진을 노려봤다.
“내가 널 죽이지 않은 건, 제대로 된 복수를 하기 위해서야.”
“뭔 소리야.”
“…아틀란티스에서 널 죽이겠어. 네가 힘을 되찾았을 때, 그때 널 죽여야 내 복수는 비로소 끝나는 거야. 지금 약해진 널 죽이는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널 이기겠어.”
성유진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도 난 안 멈춰.”
성유진이 입을 맞춰온다.
주서현은 왜인지 모르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저항할 수 없었다. 그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잡아먹고, 그의 혀가 자신의 입안에 침범해 종횡무진 날뛴다. 주서현은 입안으로 들어오는 그의 숨결과 타액을 삼키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괜찮아. 이 정도는 아틀란티스에서 몇 번이나 있었던 일이야.’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아틀란티스로 돌아가서… 이번 일도 복수하면 돼. 성유진은 아틀란티스에서 죽이는 거야.’
쭈웁, 츄릅.
주서현은 행위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녀의 혀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셔츠 단추를 푼 성유진의 손이 브래지어를 잡아 내렸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출렁이며 나타났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유두를 잡았다. 그 유두는 당연하다는 듯이 딱딱해져 있는 상태였다.
성유진이 젖꼭지를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유방을 주무른다.
‘이 손길….’
1년이 지났는데도 머리와 몸이 기억하고 있다.
꾸욱.
성유진이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흐으으읏….”
주서현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등이 찌릿하다. 오싹한 무언가가 뇌를 건드린다. 입으로는 성유진의 맛이, 코로는 성유진의 냄새가, 귀에는 성유진의 숨소리가, 눈에는 성유진만 보인다. 그녀는 제대로 된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한동안 이어진 격렬한 키스와 가슴 애무에 그녀의 다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성유진은 주서현의 반응을 즐기다가 손을 아래로 내렸다. 잘록하면서도 탄탄한 허리를 손바닥으로 쓰다듬는다.
“아틀란티스에 있을 때보다 더 잘 느끼네. 뭐, 1년이나 방치됐으니 그럴 만도 한가.”
“방치…? 웃기지 마. 네가 없는 지난 1년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충실한 시간이었어.”
“침을 질질 흘리면서 말해도 설득력 없다만.”
성유진의 손이 더 내려간다. 주서현은 반사적으로 그의 손목을 잡았다. 성유진은 의외라는 듯 주서현을 쳐다봤다.
“왜?”
“여기서 끝내.”
“싫다면?”
“…내기는 잊지 않았지? 넌 날 이긴 게 아니야. 그러니 날 범할 자격이 없어.”
“범할 자격이라니. 너한테 들으니 존나 웃기네.”
킥킥 웃는 소리가 공간에 울린다.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말했다. 자신이 말해놓고도 이상했으니까.
성유진은 주서현의 손을 가볍게 뿌리치며 말했다.
“난 네게 복수의 기회를 줬어. 그 기회를 발로 찬 건 너야. 말하자면 기권패라는 거지. 네가 뭐라고 해도 난 널 범할 거야.”
“…….”
그의 손이 그녀의 정장 바지를 잡고 아래로 내렸다. 부드러운 팬티가 있어야 할 그곳에는 딱딱한 정조대가 있었다. 정조대 옆으로 검은색 음모가 살짝 삐져나와 있었다.
성유진은 정조대를 만졌다. 음부에 밀착되어 있는 정조대는 금속 특유의 감촉이 느껴졌다. 물론 평범한 금속은 아니다.
“표면에 먼지 하나 없군. 1년 동안 용케 잘 유지하고 있었어. 이거 계속 쓰려면 지속해서 마석을 넣어줘야 하는데… 마석은 어디서 구했냐?”
“…마석 몇 개는 가지고 있었다.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사용했어. 할 거면 빨리 해. 괜히 신경 끄지 말고.”
주서현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부 말해준다. 성유진은 그녀를 잡고 바닥에 눕혔다. 근처에 침대가 있는 방이 있었으나, 주서현은 딱딱한 바닥에 눕혀서 따먹는 게 더 맛있다.
성유진은 바닥에 강제로 누운 주서현의 다리를 잡아 허벅지에 올렸다. 정상위 자세를 잡는다. 주서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가슴을 가렸다.
“오랜만이라 부끄러워?”
“…닥쳐.”
성유진은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정조대 열쇠를 주웠다. 성유진이 장난스럽게 열쇠를 잡고 흔든다.
주서현은 그 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1년 만에 정조대가 풀린다. 그 생각을 하니 보지가 욱신거렸다. 이 답답한 것을 잠깐이라도 벗고 싶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기대되나 보네?”
“넌 이 정조대가 얼마나 답답한지 모르겠지. 빨리 풀어.”
성유진이 킬킬 웃는다.
“정조대를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
주서현이 발끈했다. 성유진이 무엇을 원하는지 단숨에 파악했기 때문이다. 성유진은 계속 웃는다. 주서현은 이를 악물었다. 성유진의 성격상 자신이 그걸 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자신을 괴롭히든가.
주서현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았다. 지금 그녀가 무엇을 하든 성유진을 이길 수 없었다.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허벅지에 힘을 주며 정조대에 감싸인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빨리…. 빨리 정조대 풀어 주세요오!”
남자에게 아양을 떨었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더 부끄럽다. 자살 충동을 느낄 정도다.
“좀 부족하지만… 재밌었으니 넘어가 줄게.”
성유진은 한 손으로 주서현의 허리를 꽉 잡았다. 정조대 구멍에 열쇠를 넣으려다가 멈칫한다.
“열쇠 주위가 까져 있잖아. 설마 혼자서 정조대를 열려고 한 거냐?”
“…….”
귀까지 붉어지는 주서현의 얼굴.
“크크. 당연히 실패했겠지. 이래 보여도 엄청 비싼 돈을 주고 만든 특제 정조대라고. 열쇠 전문가도 쉽지 않을걸.”
구멍에 열쇠를 집어넣는다.
철컥.
“히익….”
주서현의 몸이 발작하듯 흔들렸다. 이 정조대의 특징이었다. 알 맞는 열쇠가 들어오면 정조대 안쪽에 있는 작은 딜도 2개가 빳빳해진다.
“작다곤 해도 1년 동안 작은 딜도가 보지랑 똥구멍에 들어 있었다는 건데… 보지가 상하지 않았을지 걱정되네.”
“빨리… 빨리 풀어…!”
“재촉하지 마. 지금 풀 테니까.”
열쇠가 돌아간다. 그에 반응해 딜도도 돌아갔다. 주서현은 1년 만에 느끼는 자극에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헐떡였다. 가슴을 가리던 양손은 어느새 이마와 얼굴을 잡고 있었다.
철컥!
정조대가 풀린다. 음부에 꽉 붙어 있던 금속이 느슨해지고 신선한 공기가 보지에 닿는다.
“아으으… 아아아아아…!”
시원한 해방감에 입술이 떨린다. 뭐라 말하고 싶은데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성유진은 정조대를 잡아당겼다. 찌걱. 보지와 애널에 들어가 있던 딜도가 빠지며 음란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진다. 성유진은 1년 만에 오픈된 보지를 지긋이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