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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708화 (1,488/2,000)

< 1708화 > 1708. 헌터 VS 뱀파이어

“그만!”

윤서진이 곽수혁의 어깨를 잡고는 뒤로 확 물러났다. 쨍그랑! 놈은 거실 창문을 박살 내고 마당으로 나갔다.

“윤서진! 방해하지 마라! 방금은 놈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멍청이가. 방금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넌 십중팔구 죽었다.”

윤서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카리스마에 압도된 곽수혁은 반론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여유롭게 서 있었으나, 내심 혀를 찼다.

‘찰나의 스택을 전부 다 썼다. 뱀파이어 로드와 곽수혁을 상대하는 건 힘들어.’

특히 경계해야 하는 건 윤서진의 능력이다. 충격파는 부가적인 능력일 뿐이다. 그의 능력은 진동. 사용하기에 따라 작은 지진을 일으켜 운동장 크기의 광역 피해를 주는 것도 가능했다.

잠시 후, 냉정을 되찾은 곽수혁은 윤서진의 손을 털어냈다.

“놔라, 윤서진! 계약을 어길 셈이냐?! 나와 한 계약 조건 중 하나는 내 손으로 놈을 죽이게 해주겠다는 조건이다! 잊은 건 아니겠지?! 어서 계약을 이행해!”

“계약은 잊지 않았다. 다만, 계약을 이행하기엔 부적절한 상황일 뿐이다. 나는 널 뱀파이어로 만드느라 대량의 피로 흘렸고, 너는 뱀파이어가 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가 가진 검은 평범한 물건이 아니다. 내 어깨를 봐라.”

윤서진이 스치듯이 베인 상처를 보란 듯이 내밀었다. 본래라면 회복하고 남았을 작은 상처는 피를 계속 흘리며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저게 그렇게 엄청난 검이라고?!”

“아마도 마녀와 관련 있겠지. 곽수혁. 일단은 물러난다. 너와 내겐 시간이 필요하다. 냉정하게 생각해라. 강룡 그룹은 포기한다. 아깝긴 해도 네 목숨보다는 아니지 않나. 언젠간 강룡 그룹을 얻을 기회가 또 올 것이다.”

곽수혁이 화풀이하듯 화분을 발로 찼다. 화분은 담벼락에 부딪혀 부서졌다. 그는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

“성유진…. 네놈에게 유예를 주마. 아주 잠시일 뿐이다. 조만간 확실하게 죽여줄 테니까.”

그가 몸을 돌려 담벼락을 뛰어넘어 도망갔다. 윤서진은 담벼락 위에서 나를 잠깐 돌아봤다.

“제법이었다. 마녀의 아이여.”

윤서진이 떠나려고 할 때 소란을 감지한 경비원들이 들이닥쳤다. 상당히 늦었으나, 윤서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긴다. 총성과 함께 은탄이 쏟아진다.

그의 몸이 진동한다. 은탄은 그의 진동 방패를 뚫지 못하고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경비원들의 살가죽을 관통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경비원들의 고통에 찬 비명을 들으며 떠났다.

***

경비원 중 절반 이상이 죽었다. 나머지 절반도 중상 혹은 경상을 입었다. 그리고 강룡 그룹의 회장은 무사했다. 그는 내 손을 붙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고맙네! 자네가 와주지 않았다면 우리 모두가 그놈에게 죽었을 걸세! 어쩌면 나는 가족을 살리기 위해 그룹을 넘겼을지도 모르지….”

“아, 뭐. 운이 좋았습니다.”

“그건 내가 할 말일세. 꼼짝없이 손자 녀석의 손에 죽는 줄 알았네…. 아니, 이젠 손자라고 부를 수도 없지…! 놈은…!”

분노에 찬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피를 이은 혈육 아니랄까 봐. 곽수혁과 굉장히 닮았다.

“강룡 그룹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후. 그래. 자네는 회사 사람이었지. 우리 강룡 그룹은 염치없는 놈들이 아니네. 곽수혁, 그놈이 회사와 인류를 배반한 것에는 내 책임도 있따고 느끼네. 내가 그놈을 회사에 꽂아 두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자네도 그놈에게 습격당하는 일은 없었겠지.”

“그렇긴 한데 중요한 건 앞으로가 아니겠습니까.”

“자네는 무례하다는 말을 종종 듣지 않나?”

“그래서요?”

“…아닐세. 오래 살다 보니 나도 꼰대가 되어가는군. 은인에게 무례하다고 말할 처지는 아니지. 강룡 그룹은 오명을 씻을 때까지 회사를 지원할 걸세. 그러니… 지금 일은 비밀로 해주지 않겠나? 이 일이 알려지면 강룡 그룹의 주가가 수직 낙하할 것이 분명하네. 강룡 그룹이 휘청이지 않고 굳건해야 회사에 많은 지원을 하지 않겠나.”

“그건 회사 상부랑 쇼부 보시죠. 전 말단입니다.”

“그래…. 상부와 쇼부를 봐야겠지. 근데 자네, 말단인 주제에 좀 건방지지 않나? 상사들이 딱 싫어할 타입이군.”

회장의 말에 살짝 기가 찼다.

“회장님. 전 회장님의 생명의 은인입니다.”

“…그렇지.”

“아무튼 전 가보겠습니다. 밤을 새워서 그런지 피곤하네요.”

“잠깐만. 좀 더 같이 있어 주게. 그놈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나! 적어도 회사가 올 때까지만이라도!”

“아, 예. 예. 잠깐 부장님과 통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나는 강명숙 부장에게 전화해 강룡 그룹 회장이 질척거린다고 하소연했다. 돌아온 대답은 내 기대를 배신한 것이었다.

회사의 지원이 올 때까지 회장을 지켜라.

그리고 이번 일의 보고서를 작성할 준비를 해라.

‘씨발, 보고서!’

있는 그대로 쓸 수는 없었다.

모텔에서 새벽까지 강수미를 따먹고 곽수혁을 열받게 하려고 그 가족들을 죽이러 이곳에 왔다고 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곽수혁을 추적하다가 이곳에서 맞닥뜨렸다고 해야 하나? 씨발. 그래도 징계받을 것 같은데.’

보고서 작성할 생각에 머리가 아파져 왔다.

***

주서현과 성유진은 같은 집에 머물고 있었다. 즉, 동거였다. 성유진이 동거를 제안했고, 주서현은 성유진을 감시할 목적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성유진이 어떤 목적으로 동거를 제안했는지는 알고 있다. 분명 그 추잡한 성욕 때문이겠지.

오늘 아침, 주서현은 구형진 과장의 연락을 받았다. 성유진이 또 사고를 쳤다는 뜻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회사에 이득이 되는 방향이라는 점.

강룡 그룹의 회장 일가를 구했으며, 곽수혁이 회사를 배신하고 뱀파이어 로드 윤서진과 함께하는 걸 확인했다.

‘윤서진은 이 모든 사태의 원흉으로 윤서진을 보고 있어. 윤서진은 떠나기 전에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으니….’

주서현은 짜증스럽게 스마트폰을 들었다.

뱀파이어 로드와 성유진이 마주쳤다. 아틀란티스의 성유진이라면 이 세계의 뱀파이어 로드쯤은 맨손으로 찢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지금의 성유진은 아니다. 인벤토리와 가속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뱀파이어 로드가 상대라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자신이 그러하듯.

‘내가 모르는 곳에서 성유진이 죽을 뻔했어.’

짜증이 났다. 성유진이 죽으면 그녀의 복수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자신이 왜 성유진을 죽이지 않았는가. 그건 모두 훗날의 복수를 위해서였다.

‘성유진은 대체 왜 혼자서 곽수혁을 쫓은 거지? 나는 파트너가 아닌가?’

주서현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나름 성유진을 파트너라고 생각했다. 아틀란티스에 있을 때는 몰라도 이 세계는 이 세계였으니까. 하지만 정작 성유진이 자신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파트너로 보긴 하겠지. 섹스 파트너로.’

그게 더 짜증 난다.

‘성유진은 이 세계에 대해 잘 몰라. 본인 말로는 갑자기 이 세계에서 나고 자란 기억은 사라지고 아틀란티스의 기억이 떠올렸다고 하니까. 실제로 미묘하게 이 세계의 상식이 없는 걸 보면 그건 거짓말이 아니야. 그러니 이 낯선 세계에서 날 의지해야 하는 게 맞잖아.’

근데 의지하기는커녕 혼자서 여러 곳을 싸돌아다니며 사고를 쳐댄다. 주서현은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유진이 사고를 칠수록 파트너인 자신의 평판도 떨어지니까.

‘여긴 아틀란티스가 아니니 복수할 생각은 없지만….’

기강 정도는 잡아야 하지 않을까.

아틀란티스에 돌아가면 불가능할 테니, 이 세계에서라도 성유진에게 우위를 점하는 거다. 이 경험은 분명 아틀란티스로 돌아가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주서현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곧 도착한다는 성유진의 메시지가 왔다.

소파에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그녀는 조용히 현관문을 노려봤다.

금방 온다던 성유진은 1시간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그때까지 현관문을 노려보고 있던 주서현은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곧 도착한다고 하더니 1시간이나 지났어. 곧 도착한다는 의미를 모라?”

“오는 중에 네 생각이 나서 선물을 사 왔어.”

“…선물?”

주서현의 분위기가 살짝 풀렸다. 그녀 본인도 깨닫지 못한 반응이었다.

성유진이 웃으며 다가와 손에 든 종이 가방을 건넸다. 주서현은 종이 가방 안을 들여다봤다. 고급스럽게 포장된 상자가 들어 있었다. 주서현은 상자를 꺼내 포장을 풀었다. 전신 망사 스타킹이었다.

“너한테 아주 잘 어울릴 거야. 기쁘지?”

“…….”

주서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저 보기에도 음란한 전신 망사 스타킹이 부끄러워서? 그럴 리가. 주서현은 이미 성유진에게 똥구멍까지 보여주다 못해 희롱당했던 처지다. 고작 이런 거에 부끄러울 리 없다. 그녀가 부끄러움을 느낀 것은 아주 잠시나마 성유진에게 기대하고 실망했었기 때문이다.

‘이딴 놈에게 내가 무슨 기대를…!’

주서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 너도 욕구 불만이었어? 하긴. 매일 보지를 내 자지로 쑤셔줘야 하는데 어제는 못 쑤셔졌으니… 보지가 발정 나는 것도 당연하지.”

“…닥쳐.”

“응?”

주서현은 충동적으로 그를 붙잡아 내팽개쳤다. 소파에 강제로 앉게 된 성유진은 화를 내기보다는 당황했다.

“갑자기 왜 그래? 뭐 잘못 먹었냐?”

“오늘 확실히 알려주겠어. 이 세계에선 내가 네 상사고, 네 자지야말로 허접 자지라는 걸.”

주서현이 입고 있던 옷을 거칠게 벗어 던지며, 성유진의 옷도 강제로 벗긴다. 성유진은 씩씩거리는 주서현을 보고 눈동자를 굴리다가 피식 웃는다.

“좋아. 할 수 있으면 해봐. 열쇠도 줄게.”

성유진이 던진 정조대 열쇠를 받은 주서현은 바로 정조대를 풀었다. 까앙! 정조대가 바닥에 떨어진다. 정조대 안쪽을 잘 보면 끈적하고 투명한 액체가 묻어 있었다.

“…후회하지 마. 이 세계에선 누가 더 위에 있는지 확실하게 알려줄 테니까.”

주서현은 귀까지 붉어졌다. 충동적으로 움직였던 그녀는 정조대 열쇠를 받은 순간부터 제정신을 차렸었다. 하지만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탄 상황.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 멈추면 성유진이 얼마나 비웃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래서 뭐부터 할… 읍?!”

주서현은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성유진의 머리채를 잡고 강제로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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