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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712화 (1,492/2,000)

< 1712화 > 1712. 헌터 VS 뱀파이어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5]

찰나를 이용해 곽수혁의 공격을 옆으로 피하고, 월광 소나타 7을 소환해 손에 쥐고 놈에게 휘둘렀다.

깡!

검은 곽수혁의 갑옷을 완벽히 베지 못했다. 검날이 일부 박히긴 했으나 놈의 피부에는 닿지 못한 것이다.

곽수혁의 갑옷이 꾸물거리더니 표면에 작은 가시 수백 개가 돋아나 내게 쏘아졌다.

가시가 갑옷을 두들긴다. 대부분은 튕겨나갔으나, 그 일부는 갑옷에 박혔다.

“튼튼하군. 대체 어디서 얻은 물건이냐? 그것도 마녀의 물건인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곽수혁이 대검을 휘두른다. 나는 서둘러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피했다.

‘젠장. 원래라면 가시가 스톰브레이커에 박힐 일도 없는데.’

그것뿐만이 아니다. 스톰브레이커의 대부분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다른 무기와 합체하거나, 분신을 만들어내는 능력 말이다.

‘분신 능력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온다!’

곽수혁이 나를 향해 대검을 던졌다. 대검은 허공에서 형태를 바꿨다. 사슬 그물. 그물에 당하는 순간 끝장이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4]

‘머리 좀 썼군. 능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저번에 봤을 때보다 훨씬 늘었어.’

곽수혁은 무기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마도 옆에 있는 윤서진이 가르쳐줬겠지.

찰나를 이용해 그물을 피하고 곽수혁에게 접근한다.

“네놈이라면 들어올 줄 알았다! 이 오만한 새끼!”

곽수혁이 소리치며 대검을 치켜든다.

영천류(影天流) 벽계(碧溪).

특수한 보법을 밟으며 몸을 흔든다. 곽수혁이 주춤거린다. 놈은 지금 나와의 거리감을 파악하지 못해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서 잔재주를 배워와서는…!”

“이 잔재주가 널 죽일 거다.”

“여기구나!”

목소리를 듣고 내 위치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내 목적은 코앞까지 접근하는 거였으니까. 손을 뻗는 동시에 인벤토리에서 폭탄을 소환한다.

곽수혀깅 놀란 기색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멀리서 폭탄을 소환해 던졌다면 놈은 십중팔구 피하거나, 능력을 사용해 멀리서 폭탄을 터트렸겠지.

‘이 거리라면 피하지도, 대처할 시간도 없다.’

물론 나도 폭발 범위내에 있기에 피해를 받는다.

‘스톰브레이커를 믿는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버텨주겠지.’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3]

폭탄을 터지기 전에 찰나로 몸을 던진다. 이걸로 직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콰아아아앙!

폭탄이 터지기 전에 폭음이 울렸다. 옆에서 덮쳐온 충격파가 폭탄을 반대로 날려버렸다. 나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렸고, 곽수혁은 충격파와 폭발에 휘말려 위로 날아가 쿵 떨어졌다.

고개를 들었다. 충격파의 진원지는 윤서진이었다. 윤서진과 주서현이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주서현은 춤을 추듯이 움직이며 거리를 좁히려 하는 것에 반해 윤서진은 거리를 벌리면서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윤서진이 손날을 휘두를 때마다 거대한 참격이 되어 나무와 돌바닥을 순식간에 베어낸다.

‘초진동 칼날 바람인가. 저건 닿자마자 뒤지겠네.’

저벅.

곽수혁이 일어났다. 놈의 몸을 감싼 갑옷 일부가 박살 난 상태로 피가 주르륵 흐른다. 살짝 드러난 얼굴에는 고통의 기색이 없다. 대신 강렬한 분노와 증오가 자리 잡았다.

“성유진…! 네놈만…! 네놈만 아니었어도 주서현은 나와…!”

“내가 아니어도 주서현은 너 같은 놈이랑은 아무것도 안 해. 너도 알고 있잖아.”

“닥쳐라!”

곽수혁이 왼팔을 휘둘렀다. 팔에 있던 상처로부터 대량의 피가 허공에 흩뿌려졌다.

나는 긴장했다. 곽수혁의 능력은 자신의 피를 철로 바꾸는 능력이다. 그 강도는 평범한 철보다 훨씬 강하고, 모양을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무엇보다 성가신 건 약간이지만 변환된 무기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

흩뿌려진 핏방울들은 검으로 변한다. 허공을 빽빽하게 채운 검들은 시간을 멈춘 것처럼 멈췄다. 검들은 그저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고깃덩어리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성유진!!”

대량의 검들이 동시에 떨어진다. 이건 찰나를 써도 피할 수 없다. 피할 곳이 없으니까. 스톰브레이커가 버텨줄지도 확신할 수 없다.

‘이럴 때 믿을 건 완전 회복밖에 없지.’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2]

좀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찰나를 사용했다. 덕분에 검은 몇십 개는 피했다. 그 외의 다른 수백 개의 검은 내 몸에 꽂혔다.

투투투퉁!

빗겨 친 검들은 모두 튕겨 나갔다. 그러나 그 충격이 온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거기에 제대로 박힌 검은 갑옷을 뚫고 살을 찢는다.

어깨를 올리고 머리를 숙이며 검이 머리에 박히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았다.

검의 폭우가 끝났을 땐, 나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갑옷은 너덜너덜했고 등에는 수십 개의 검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박혀서 떨어지지 않는다.

“하하하! 내가 이겼다! 잘 가라! 주서현은 나와 함께 할 거다!”

“그럴 일은 없다.”

푹.

부서진 갑옷의 틈으로 월광 소나타 7을 쑤셔 넣는다. 검날은 놈의 어깨에서 시작해 심장을 꿰뚫었다.

“커억! 어, 어떻게 살아 있는 거냐?!”

“내가 이런 일에 좀 익숙하거든.”

월광 소나타 7의 대마력이 곽수혁에게 스며든다. 곽수혁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지다가 다리에 힘이 빠져 아래로 무너졌다.

“씨, 씨발. 겨우 한 번 당했을 뿐인데… 이럴 수는…. 이딴 최후를 맞으려고 뱀파이어가 된 게… 크으으으으….”

곽수혁의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이 피로 변해 떨어진다.

“고깃덩어리가 되는 건 너다.”

놈이 완전히 죽기 전에 연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팔을 자르고, 허벅지를 베고, 내장을 찌른다. 이후에는 무차별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처음엔 비명을 지르던 놈은 어느 순간부터 침묵했다. 완전히 죽은 것이다.

고깃덩어리는 노을빛을 받더니 불타기 시작했다.

나는 온몸에 힘이 빠져 바닥에 쓰러졌다.

[죽음 저항이 발동했습니다. 앞으로 15초간 죽지 않습니다.]

[완전 회복을 사용합니다.]

완전 회복을 사용한다. 내 몸에 박혔던 검들이 모두 밖으로 밀려 나가떨어진다.

스톰브레이커는 해제했다. 너덜너덜해서 또 당분간은 수복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콰아아아앙!

멀지 않은 곳에서 폭음이 들린다.

폭발의 특징인 연기나 불꽃이 보이지 않는다. 윤서진이 능력으로 사용하는 충격파가 확실했다.

‘주서현과 윤서진은 아직 싸우고 있네. 가서 주서현을 도와야지.’

몸을 일으킨다. 나는 상당히 조급했다. 이러다가 주서현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계에서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다. 체력적인 한계가 곧 찾아올 것이다.

‘뱀파이어 로드는 주서현에게도 부담스러운 상대지.’

정면 대결에서 주서현이 이길 승산은 많이 낮을 것이다.

나는 폭음이 들리는 곳으로 뛰어갔다.

상황은 더 안 좋았다. 주서현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검에 체중을 기대며 윤서진을 노려본다. 그녀의 옷 일부는 피로 젖어 있다.

“도살자. 나는 네가 뱀파이어가 되어 어떤 능력을 가질지가 가장 기대된다.”

윤서진은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주사기를 꺼냈다. 새빨간 액체가 들어가 있는 주사기다.

“내 피가 들어가 있다. 어제 뽑아낸 신선한 피지. 이 정도면 널 뱀파이어로 만들고도 남을 거다.”

“뱀파이어가 될 바엔 차라리….”

“차라리 죽겠다고? 내가 멍청이도 아니고 지켜만 보고 있을 거라 보나?”

나는 기척을 최대한 감췄다. 윤서진은 주서현에게 집중하고 있다. 찰나도 최소 두 번은 사용할 수 있다. 뱀파이어에게 은으로 만든 검 이상으로 강력한 월광 소나타 7도 내 손에 있다.

‘기회를 노려 습격한다면… 죽일 수 있다!’

나는 조용히 주서현의 근처로 다가갔다. 주서현에게 주사기를 놓기 위해서는 윤서진이 직접 주서현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한순간의 기회를 위해 움직인다.

주서현은 나를 눈치챘다. 그러나 아무 말 하지 않고 모르는 척했다. 시선까지 내게 주지 않는다. 역시 주서현은 이 위험한 순간에도 침착하다.

“윤서진!!!!”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최상우가 불쑥 튀어나왔다. 주서현에게 다가가던 윤서진이 걸음을 멈추며 뒤로 획 고개를 돌렸다. 놈의 눈동자가 최상우에게 향했다가 내게 향한다.

‘씨발….’

최상우가 나타났다. 하필이면 그것도 내 옆에서. 덕분에 들키고 말았다.

“도살자의 파트너와 늑대 새끼로군.”

최상우는 내가 있는지도 모르는 듯 잔뜩 흥분해서는 최상우에게 도약했다. 한 번에 10m가 넘는 도약력은 늑대 인간의 힘이다.

“죽여버리겠다, 윤서진!!”

“이 더러운 짐승 냄새…. 맡아본 적 있지. 그래. 그 늑대의 자식인가? 복수하러 왔나.”

최상우가 윤서진의 얼굴에 손을 뻗는다.

‘저 병신이!’

최상우는 너무 흥분했다. 원작처럼 늑대 인간으로 변신한 것도 아니다.

‘늑대 인간으로 변신하려면 늑대 인간을 혈청을 한 번 주입받아야 하는데… 최상우는 이 시기에 늑대 인간의 혈청을 얻지 못했어!’

최상우는 늑대 인간의 반쪽짜리도 되지 못한 쿼터다. 늑대 인간보다 인간에 더 가까운 그가 윤서진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최상우는 미숙한 상태에서 너무 일찍 윤서진을 만나버렸다.

윤서진이 최상우의 손을 잡았다. 최상우가 다리를 치켜들었다. 발로 윤서진의 머리를 후려치려고 했으나, 그보다 빨리 윤서진이 능력을 사용했다. 진동의 힘이 최상우의 몸을 그대로 터트린 것이다. 사방에 피와 살점, 내장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진다.

“늑대 냄새는 여전히 역겹군.”

주인공의 최후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하고 허무했다.

윤서진은 내게 손을 뻗었다.

“네가 여기에 있다는 건 곽수혁이 죽었다는 거겠지. 아깝군.”

공기가 떨리는 게 눈에 보인다. 충격파가 올 것이다. 나는 검을 치켜들었다. 찰나를 이용해 공격을 피한 뒤 접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일그러졌다.

주저앉아 있던 주서현이 윤서진의 등을 노린 것이다. 너무 성급했다. 윤서진은 시선은 내게 향해 있으나 모든 감각은 주서현에게 향해 있었다. 그에게 가장 위험한 인물은 주서현이기 때문이다.

텁!

그가 주서현의 검을 잡는다. 주서현의 검이 진동하며 너무도 쉽게 깨져나갔다. 진동은 이어서 그녀의 오른팔을 타고 올라간다. 오른팔이 박살 난다.

이러다가 주서현이 죽는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0]

나는 찰나를 연속으로 2번 사용하며 놈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윤서진은 주서현에게서 몸을 돌리며 내게 손을 뻗어 어깨를 잡는다. 내 검은 놈의 옆구리를 찔렀다.

펑!

어깨가 터져나간다. 아니, 어깨 뿐만이 아니다. 가슴의 늑골이 박살 나고, 심장이 부서졌다.

“음….”

윤서진은 작게 신음했다. 그는 자신의 상처가 심상치 않다는 걸 확인하고 바로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죽음 저항이 발동했습니다. 앞으로 15초간 죽지 않습니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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