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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718화 (1,498/2,000)

< 1718화 > 1718. 헌터 VS 뱀파이어

나는 박정구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협회 직원이 던전 안에 누군가에게 매수됐다.

“아무래도 블랙 길드가 던전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 씨발. 일이 꼬였네. 오해하지 마. 이건 나도 몰랐던 일이야. 던전 위치와 환경적 요인만 고려해서 선별했지… 이런 변수는 고려 안 했거든.

“이런 변수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 않나?”

-들어온 정보가 없었어. 보통 이런 정보는 자연히 들어오는데…. 내가 몰랐다는 건 상대 놈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거야. 거긴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가. 내가 찍어준 곳은 다른 데도 있잖아.

“아니, 운전하기 귀찮다. 그럼 시간이 더 걸리잖아.”

-위험한 것보다 귀찮음이 더 우선이냐? 미친놈인가.

“영 위험하다 싶으면 튀면 된다. 뭐, 여기서 이런 짓을 하는 놈들이 위험할 것 같진 않다만.”

-씨발! 내 돈이 위험하…

박정구가 시끄럽게 떠들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물론 따로 믿는 구석이 있었다.

기원의 실타래.

폐쇄형 던전을 공략할 때 가져가는 물건이다. 일회용으로 사용하면 던전에서 탈출할 수 있다. 오픈형 던전이라고 해서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다만, 더럽게 비싸고 대형 길드들이 우선적으로 싹슬이해가는 물건이라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 오픈형 던전에서 사용하는 놈들은 없지만.

‘기원의 실타래가 아니더라도 일루시터가 있다. 투명한 상태로 도망가면 지들이 어떻게 날 쫓겠어.’

나는 자신 있었다.

다시 일루시터를 사용하고 던전으로 향한다. 던전 입구를 지키고 있는 협회 직원들은 제대로 경계를 서지 못하고 어수선했다. 아까 들어간 파티 때문이다. 덕분에 더 쉽게 던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던전에 들어온 나는 진한 마나 농도를 느낄 수 있었다.

‘괜찮은 곳이군.’

주위를 둘러본다. 나무들이 있다. 그 사이에는 흙길이 있었다. 누가 봐도 이 길로 걸어 들어가라는 뜻으로 보인다.

‘길을 대놓고 이용하면 들키겠지.’

일단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큰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다. 주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일루시터를 사용했다. 주변을 파악한 뒤에 일루시터를 해제할 생각이다.

‘도망칠 때도 사용해야 하니 계속 사용하고 있을 수는 없어.’

나무 위로 올라온 나는 살짝 입을 벌렸다. 정면에 작은 도시가 있었다. 흙과 바위로 이루어진 낡은 도시가 그곳에 있었다.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장비들이 몇몇 보인다. 천막이나 가방 같은 것들이다.

‘아예 작정하고 자리 잡았군. 평범한 블랙 길드 놈들이 아니야.’

[천안(天眼)을 개안합니다.]

시력이 강해진다.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멀리 있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천막이나 장비 등을 살펴봐도 특정한 표식 같은 건 없다. 의도적으로 지운 것 같다.

‘어쩌면 이름 있는 길드일지도 모르겠네.’

그러다 핏자국을 발견했다. 사람의 것인지, 아니면 몬스터의 것인지 모를 핏자국은 도시 중심으로 이어져 있었다.

도시 중심에는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집중해서 보니 좀 특이하군.’

층이 달랐다.

그 건물만 지하로 움푹 들어간 형태다. 도시 전체로 봤을 때는 평범해 보였는데, 이렇게 집중해서 보니 가장 특별하다.

벽보다 건물을 이루는 커다란 기둥이 보인다. 기둥이 크니 웅장함과 신성함이 느껴졌다.

‘던전 이름이 왜 네 번째 사원인지 알겠군.’

이름 그대로 저건 사원이었기 때문이다. 왜 네 번째인지는 모른다. 그건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오직 이 던전만이 알고 있겠지.

‘갑자기 호기심이 생기는데.’

그렇다고 반드시 알아낼 정도로 강렬한 호기심은 아니었다.

우선 해야 할 일을 끝낸 뒤에 겸사겸사 알아보면 될 일이다.

‘마나 씨앗이 잘 자랄 만한 땅은….’

도시 뒤쪽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다른 곳보다 나무가 울창하다. 나는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몬스터와 마주쳤다.

“캬아아아악!”

네크로우먼.

피로 물든 듯한 새빨간 피부와 칼날 같은 팔과 다리를 가진 괴물이었다. 머리에는 사람의 얼굴 대신 장미 모양의 4개의 주둥이가 있었다. 게다가 부패한 시체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우먼이라 불리는 이유는 몸통이 여자이기 때문이다.

커다란 젖가슴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커다란 골반. 단순히 몸통만 봤을 때는 나이스한 몸매다. 몸매만 놓고 보면 여자들이 질투할 정도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끔찍하다. 젖통은 그나마 멀쩡한데 배꼽이 있어야 할 부위엔 눈동자가 박혀 있고, 음부가 있는 사타구니 부위에는 혈관 같은 것들이 꿈틀거린다. 계속 보고 있으면 기괴하고 불쾌하다.

나를 발견한 네크로우먼은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스프링처럼 뛰어올랐다. 나무를 박차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 시선을 떨쳐내려고 한다.

‘B급 몬스터답게 빠르군.’

근데 내 눈을 떨쳐내지 못한다.

‘위에서 아래로.’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내가 있던 곳에 칼날 같은 팔을 내밀며 떨어져 내린다. 네크로우먼은 양팔을 쭉 뻗었다. 그리고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며 내게 달려온다. 주변에 있는 나무와 나뭇가지가 네크로우먼의 팔에 믹서기처럼 갈려 나간다.

“진짜 빠른 게 뭔지 보여주마.”

화련비도를 소환해 오른손에 쥔다. 손에 힘을 꽉 쥔다. 마나가 기맥을 내달린다.

파직.

화련비도의 칼날에 붉은 스파크가 번뜩였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는 동시에 찰나를 사용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6]

앞으로 도약하며 네크로우먼의 몸을 베고 지나쳤다. 찰나가 멈췄을 때, 내 뒤에서 네크로우먼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대로 지나가다가 돌아왔다. 마석을 꺼내기 위함이었다. B급 몬스터의 마석은 상당한 돈이 된다. 그리고 파는 것 말고도 다른 곳에 쓸 수도 있다.

어디에 쓰든 간에 일단 챙겨둬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그리고 1분도 지나지 않아 네크로우먼과 또 마주쳤다. 생각했던 것보다 네크로우먼이 많았다.

‘찰나는 아끼는 편이 낫겠네.’

큰 문제는 아니다. 그저 약간 시간이 더 걸리게 될 뿐이지.

‘도시는 우회해서 간다.’

그렇게 30분. 나는 목적했던 위치에 도착했다.

‘시간 끌 것 없지.’

HB-1과 바닐라의 마나 씨앗 열매를 꺼낸다. 열매를 쪼개서 칼로 쪼개서 마나 씨앗을 꺼냈다. 씨앗에 담긴 마나는 역시 적었다. 과육을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호기심에 살짝 입에 넣어봤는데 맛도 없었다.

나는 마나 씨앗을 땅에 묻고는 HB-1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바로 효과가 보였다. 싹이 트더니 바로 자라기 시작한다. 식물은 내 허리춤까지 자라다가 멈췄다. 꽃은 바닐라보다는 보라색 나팔꽃처럼 생겼다.

‘바닐라의 마나 씨앗의 바닐라는 마나 씨앗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니까.’

화려하게 핀 꽃은 빠르게 저물었다. 그 대신 열매가 맺힌다. 열매의 수는 총 3개다.

‘음?’

마나의 흐름이 바뀌었다. 땅에 있는 마나와 허공에 있는 마나가 전부 마나 열매로 빨려 들어간다. 마나 열매는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반대로 주변은 죽어갔다.

‘내 마나로 빨아들이잖아. 이런 씹.’

서둘러 마나를 빼앗기지 않도록 집중한다. 다행히 의지가 담긴 마나는 빼앗기지 않았다.

툭툭툭.

열매 3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흙은 사막의 것처럼 푸석푸석해졌고, 나무들은 순식간에 메말라 죽었다.

나는 열매를 쥐었다. 주변의 영양분과 마나를 모조리 빼앗아 성장한 것 치고는 대단한 마나는 안 느껴진다.

‘개당 5억이니 15억은 벌었군. 2번만 더 해도 본전은 뽑겠어. 문제는….’

주위를 둘러본다.

주변 일대가 죽었다. 식물을 중심으로 반경 15m 정도다. 땅과 나무가 새까맣다. 나뭇잎도 단숨에 썩어버린 것 같다.

‘너무 눈에 띄잖아.’

땅은 넓으니 HB-1으로 본전을 뽑을 수 있다. HB-1 한 병으로 100개는 뽑을 수 있겠지. 이건 박정구의 계싼대로다.

‘이런 식으로 하면 도시에 있는 새끼들이 100% 눈치챌 거야.’

던전에서 이상한 짓을 하는 놈들이다. 좋은 말로 끝날 리가 없다.

‘일단은 멈추고 그 새끼들이 뭐 하는 지 확인해볼까.’

놈들은 아직 내 존재를 모른다. 기습의 권한은 내 쪽에 있었다.

‘누군지 확인해 보자.’

호기심을 충족시킬 때가 왔다. 나는 조용히 도시 쪽으로 움직였다. 도시 근처로 가자. 먼저 던전에 들어갔던 파티가 검은색의 통일된 디자인의 옷을 입은 자들에게 잡혀 있었다. 파티 일행은 손발이 사슬에 묶여 있었다. 마나나 힘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특수 구속구인 것 같다.

범죄자들이 모인 블랙 길드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조직력을 갖췄다. 평범한 블랙 길드가 아니다. 나는 씩 웃으며 카메라를 소환해 장면을 찍기 시작했다.

“이거 놔, 이 씹새끼들아! 우리 형이 누군지 알아?! 협회 감사부에서 일한다고! 우리 형이 마음만 먹으면 너 같은 새끼들을 당장 조져버릴 수 있어! 우리 형은 내가 이 던전에 있는 걸 안다고!”

검은색 옷 중 가장 높아 보이는 수염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짧은 머리의 여자가 나서서 바락바락 소리치는 파티 리더의 머리를 후려친다.

“김재환. 네 형의 이름이지? 이미 다 조사했다. 감사부에서 일하는 직원이 아니라,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말단에 불과하더군.”

“씨, 씨발. 그걸 벌써 조사했다고? 너, 너희들 뭐야?! 단순히 블랙 길드 아니지? 10대 길드가 몰래 운영하는 블랙 길드가 있다던데! 그게 너희지?!”

“우리 정체를 알아도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짧은 머리의 여자가 가차 없이 폭력을 행사한다. 파티 리더는 악을 지르며 반항했으나, 3분 만에 잠잠해졌다. 그 과정에서 파티 리더는 오른쪽 눈이 터지고 왼쪽 팔이 뒤틀렸다. 그 광경을 본 파티 일행은 겁에 질렸다.

“도, 돈을 원하시면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가진 것도 다 드리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이 던전에서 본 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파티 일행 중 하나가 소리치듯 말했다. 검은 옷의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그를 비웃었다. 수염 남자는 입에 담배를 물고 한번 빤 뒤에 말했다.

“너희가 가진 것들은 어차피 우리 것이 될 건데 왜 살려줘야 하지? 그리고 너희가 죽어야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된다.”

“그, 그럼 저를 당신들의 일행으로 삼아주세요! 뭐든지 하겠습니다!”

“우린 애송이 취급 안 해.”

“대, 대체 당신들은 뭡니까!”

“우리는.”

“대장님.”

짧은 머리 여자가 말을 끊고 수염 남자를 쳐다봤다. 수염 남자는 혀를 찼다.

“어차피 이놈들은 죽을 거다. 말해도 상관없잖아.”

“원칙이 있습니다.”

“아, 그래. 도해영. 넌 너무 인간미가 없어. 애인에게도 그러나?”

“애인이 없습니다.”

“그러시겠지. 나는 어때?”

“…….”

여자가 토할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수염 남자는 피식 웃고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우리는 베르타다.”

그게 뭔데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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