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0화 > 1720. 암상인
이어서 이어진 건 수염 남자의 돌격이었다. 손에 작은 판때기 같은 걸 들고 있었는데 점점 커지더니 2m가 넘는 방패가 되었다.
능력이라기보다는 특수한 효과를 가진 물건일 것이다. 저돌적인 돌진을 옆으로 피하며 검을 치켜든다.
반격하려고 하니 이번엔 마법이 날아왔다. 얼음 고드름. 허리를 젖히며 피한다. 복근에 힘을 줘 몸을 튕기며 다시 수염 남자를 공격한다. 이번에도 방해가 들어왔다. 염동력으로 움직이는 나이프다.
나이프를 맞아주고 반격한다? 반격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여긴 현실이다. 죽음을 쉽게 봐선 안 된다. 이전 유희 세계에서 연속으로 죽으면 끝이라는 걸 실감한 직후라서 더욱 조심스럽다.
나는 옆으로 몸을 던져 나이프를 피했다.
‘젠장. 너무 쉽게 봤다.’
개개인의 수준은 얼마 되지 않는다.
평균 B.
그나마 수염 남자가 A급이다. 방패 돌진은 정면에서 맞으면 나라도 골로 갈 정도니까.
‘연계가 미쳤다. 군인도 이 정도로 합은 안 맞을 거야. 최소 몇 년은 합을 맞춰본 거겠지.’
반격하려고 하면 무시할 수 없는 방해가 들어온다. 방해를 무시하면 최소 무언가를 내줘야 한다.
수염 남자가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도 방패를 내밀며 돌진한다.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트럭보다 더 강한 기세다. 나는 이번에도 몸을 던져 피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중력 마법이 발동된다. 중력이 역전되어 몸이 가벼워진다. 마나를 이용해 무게를 대신한다. 서둘러 균형을 잡았지만, 복부를 때리는 뱀 같은 암살자의 발차기를 피할 순 없었다.
뒤로 날아간다. 뒤쪽에는 염동력 나이프 5개가 칼끝을 빛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억지로 몸을 비틀어 피한다. 혹사한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허나 쉴 틈은 없었다. 화살이 날아온다.
‘뭘 할 수가 없어.’
놈들의 손아래에서 춤추는 꼭두각시 인형이 된 기분이다.
완전 회복을 써서 강제로 비집고 들어가는 방법을 떠올렸다. 내가 즐겨 쓰는 방법 중 하나였다. 목숨 하나가 더 있다는 건 어마어마하게 유리하니까.
‘이런 완벽한 합격은 작은 구멍만 내도 쉽게 무너지니까.
하지만 이놈들을 전부 죽이고 난 뒤에는? 저기 제단 위에서 무심히 이쪽을 지켜보는 카넥스가 남는다. 이놈들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해 보이는 놈을 완전 회복 없이 상대하라고?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4]
절묘하게 날아오는 염동력 나이프를 찰나를 사용해 검으로 쳐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문득 든 생가이었다.
정정당당하게 싸울 이유가 있었나?
여기서 내빼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놈들이 몬스터와 거래하는 걸 카메라로 찍었다. 이걸 인터넷에 뿌리기만 해도 난리가 날 것이다. 협회가 직접 움직여 처리하겠지.
’아니. 도망치지 않아도 돼. 이길 수 있으니까. 이 방식이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싸우면 되니까.‘
연막탄을 소환해 바닥에 던졌다.
펑!
연막탄이 터지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시야를 가린다. 일루시터를 사용했다. 몸이 투명해진다.
“론!”
“알고 있습니다! 윈드!”
마법사가 바람을 일으켜 연기를 걷어낸다. 물론 나는 이미 빠져나가고 있었다. 내가 보이지 않자 놈들은 당황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도망가고 있다! 잡아!”
[가속을 사용합니다.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남은 스택: 3]
잡을 수 있으면 잡아 보던가.
나는 성공적으로 사원 밖으로 나왔다. 이대로 던전 밖으로 도망갈까?
’도망? 이제부터 내 턴인데 도망은 무슨.‘
나는 일루시터를 사용한 채로 도시에 스며들었다. 얼마 후에 놈들이 사원 밖으로 나왔다.
“도망친 것 같습니다.”
“아니, 아직 모른다.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 놈의 능력은 투명화로 추정된다. 숨기에 딱 좋은 능력이지.”
“아까처럼 마나로 감지하면 안 됩니까?”
“도해영.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이 도시 전체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내 감지 범위가 넓은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15m가 한계다.”
“그럼 다른 방식을 해야겠군요. 열화상 카메라가 있습니다. 그걸 이용해 수색하죠.”
“그런 것도 챙겼나?”
“밖에서 쓰던 장비들은 모두 챙겼습니다. 보고드렸습니다만….”
“크흠. 어찌 됐든 함께 움직인다. 놈의 실력을 잘 봤지? 놈은 A급이다. 그것도 꽤 숙련된. 흩어지면 우린 죽는다.”
그들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히 움직였다. 한 건물 위에 있던 나는 RPG를 소환해 놈들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RPG 미사일이 연기를 내뿜으며 날아간다.
“천마 후 아크바르!”
수염 남자가 앞으로 나선다. 방패를 순식간에 5m 크기로 키워 방벽으로 만들었다. 로켓이 방벽을 두들기며 폭발했다. 놈들은 무사했다. 나는 놈들이 반격하기 전에 새로운 무기를 꺼냈다.
“재블린 미사일!”
목표는 내게 활을 겨누던 궁수가 깜짝 놀라면서도 활시위를 당겼다 쏘았다. 재블린 미사일은 수염 남자가 움직여 방패로 막아낸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2]
화살을 피하면서 다음 무기를 소환한다.
“현궁!”
대전차 미사일이 발사된다. 수염 남자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방패를 키우며 동료를 지킨다.
’이번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진짜는….‘
후우우웅.
마나가 하늘로 빠져나간다. 하늘로 올라간 마나는 이윽고 뇌전이 되어 지상으로 내려친다.
“위다!”
방패를 든 수염 남자만이 마나의 흐름을 느끼고 뇌전을 눈치챘다. 하지만 다른 놈들은 아니었다. 거기에 수염 남자는 현궁 미사일을 막느라 위에서 떨어지는 벼락을 막아 줄 수 없었다.
’가장 약한 놈부터.‘
콰콰쾅!
마나를 품은 벼락은 한쪽 팔을 잃은 암살자에게 떨어졌다.
암살자가 쓰러진다. 죽었는지 기절했는지 이 자리에서 알 수 없다.
’죽지 않았더라도 당장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겠지.‘
나는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며 다시 도시로 숨어들었다.
’이제 시작이지.‘
현대 무기를 잔뜩 꺼냈다.
도시 곳곳에 지뢰와 클레이모어를 설치하고 여유가 될 때마다 대전차 미사일을 날렸다. 아무리 헌터라도 대전차 미사일을 마냥 쉽게 볼 수 없다.
쾅쾅! 펑펑펑! 쾅쾅! 펑펑펑!
폭발이 도시를 좀먹는다. 나는 공격하고 도망치기를 반복하며 놈들을 하나씩 줄여나갔다. 다수가 죽어 나가며 남은 건 수염 남자와 유일한 여자인 도해영이었다.
“빌어먹을! 이 정도의 무기를 개인이 가질 수는 없다! 대체 어디서 온 놈이냐?! 미국이냐? 러시아냐?!”
수염 남자가 소리친다.
“너부터 말해라! 너희 베르타는 뭐 하는 놈들이냐?!”
말하는 동시에 RPG를 놈에게 겨눈다.
“저기 있었군! 도해영! 놈을 죽여라! 공격은 내가 막겠다!”
RPG를 발사했다. 내 주위에 떨어져 있던 쇳조각과 돌멩이들이 허공으로 띄워졌다. 수백 개의 조각들이 나를 향해 쇄도한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
런처를 버리고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일루시터를 사용해 수염 남자에게 내달린다. 로켓 미사일이 폭발을 일으켜 적들의 시야를 적절하게 가려주었다.
[천안(天眼)을 개안합니다.]
천안으로 연기 속을 꿰뚫어 본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놈이 자랑하는 방패에 금이 가 있었다.
’대전차 미사일을 10발 이상 막았는데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도해영이 나를 알아차렸는지 염동력으로 나이프를 날린다. 나는 옆으로 회피했다. 등 뒤로 날아간 나이프가 방향을 꺾어 나를 추격한다.
’누가 빠르나 겨뤄볼까.‘
파지지직.
내 몸에서 전류가 튀었다. 잠깐만 쓸 거니 부작용은 괜찮다.
뇌천류(雷天流) 질풍신뢰(疾風迅雷).
순식간에 방패 앞에 도달한다. 이 정도면 방패와 함께 놈을 벨 수 있다.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푸른 선이 일직선으로 번뜩이고 방패와 함께 수염 남자를 베어 가른다. 반으로 갈라져서 쓰러지는 시체를 무시하고 도해영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염동력이 내 몸을 붙잡는다. 소용없다. 가속도가 붙은 내 몸은 고작 이 정도 염동력에 붙잡힐 정도로 가볍지 않다.
죽음을 직감한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는다. 그녀의 미간을 노리던 검이 옆으로 틀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처음부터 그녀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대신 왼손이 그녀의 목을 붙잡는다.
’뇌전.‘
죽지 않을 정도로만 출력을 조절한다. 스파크가 튀며 도해영의 눈동자가 돌아간다.
나는 쓰러지는 도해영을 받아 들며 그녀의 몸을 살펴봤다. 검은색 옷 아래는 탄탄했다. 가슴은 크지 않으나, 작지도 않았다. B컵 정도. 허리를 만져보니 단단했고, 둔부는 탱탱했다.
“이런 여자를 만났는데 안 따먹을 수 없지. 덤으로 정보도 캐내고.”
도해영을 데리고 놈들이 머물던 집으로 갔다. 무전기나 노트북 같은 비싸 보이는 장비들이 꽤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간이침대도 있었다. 나는 침대 위에 그녀를 던지고 무장부터 해제시켰다.
그녀는 스포츠 브라와 팬티 세트를 입고 있었다. 복부에는 복근 자국이 선명했다. 나는 그녀의 속옷도 천천히 벗겼다.
탱탱한 젖가슴 끝에는 분홍색 유두가 있었고, 사타구니에는 뻣뻣한 음모가 있었다. 음모 아래에는 분홍색 보지가 있다.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보지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왼쪽 음순이 조금 더 통통했다.
검지와 중지로 보지를 벌렸다.
처녀였다.
’죽이기엔 너무 아까운 여자군.‘
살려주기로 했다.
어차피 내 얼굴도 모르니 복수는 꿈도 못 꿀 거다. 애초에 그녀는 복수를 꿈꿀 정도의 실력과 재능도 없었다.
허벅지 사이에 자지를 끼워 넣어 비볐다. 성감 고조를 사용하자 기절했음에도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다. 가슴도 몇 번 주물러주니 젖꼭지가 빨딱 섰다. B컵 크기에 비해 젖꼭지가 제법 컸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젖꼭지를 물었다. 도톰한 젖꼭지는 빠는 맛이 있었다.
“윽, 으으으….”
도해영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눈꺼풀을 들어 올렸으나 눈동자는 초점이 잡히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러다 온전히 정신을 차리더니 오른손을 올려 주먹을 쥔다.
퍽!
내가 먼저 그녀의 복부를 주먹으로 때렸다.
“큽…!”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는다.
그럼 이건 어떨까.
나는 아직 충분히 젖지 않은 보지에 자지를 찔러넣었다.
“으으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