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2화 > 1742. 아카데미의 구원자
나와 그녀들은 한 침대에 누웠다.
자리가 비좁지는 않았다. 여관에서 가장 큰 방인 만큼 침대 또한 가장 컸기 때문이다. 3명이 함께 쓰기에 넉넉한 침대였다.
좌우로 각각 성하리와 영하리가 누워있었다. 방은 어두웠으나 완전한 어둠은 아니었다. 창문을 통해 은은한 달빛이 들어와 어둠을 밝힌다.
‘냄새나 맛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더니… 시각적인 건 현실과 다를 바 없이 구현했군. 현실의 데이터를 가져와 썼으니 당연한가?’
모르긴 몰라도 사진이나 영상 같은 현실의 데이터로 가상현실을 만들었을 게 분명했다.
나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백색 소음이라고 했던가. 확실히 풀벌레 소리는 거슬리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목표로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좀 더 정신을 집중하자 성하리의 호흡 소리가 들린다. 그녀들이 자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성하리의 잠버릇은 얌전했기에 규칙적인 호흡 소리만으로 알아내는 건 무리가 있었다.
10분이 지났다. 성하리는 빠르게 잠드는 편이었기에 잠들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설령 잠들지 않았더라도 상관없었다.
슬금슬금 양손이 움직인다. 양손의 종착지는 성하리와 영하리의 가슴이었다. 손은 풍만한 가슴 위로 힘겹게 등산했다. 아쉽게도 그녀들의 가슴은 옷에 감싸인 상태였다.
‘괜찮아. 파고 들어가면 되니까.’
정자세로 몸을 눕힌 내 눈은 천장에 박혀 있었다. 그녀들을 볼 수 없어도 괜찮다. 손가락 감각만으로 옷 속으로 파고들 수 있으니까.
‘옷 위로도 알 수 있는 풍만함이 실로 위대하구나.’
옷 아래는 더 위대할 것이다. 손이 옷 아래로 파고든다.
“으읏.”
“…….”
영하리와 성하리의 반응은 달랐다. 영하리는 몸을 움찔 떨면서도 작은 신음을 흘렸다. 내 손을 쳐내진 않았다. 일단 영하리는 깨어있는 게 확실했다.
반면 성하리의 반응은 없었다. 영하리와 달리 내 손이 익숙해서 이런 정도는 쉽게 반응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들어 있는지, 아니면 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반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잠든 건가.’
두 사람의 가슴을 주무른다. 그 근원이 똑같은 두 명의 가슴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달랐다.
영하리의 가슴은 탱탱했다. 젊음의 기운이 가슴으로부터 느껴졌다. 꽉 찬 물풍선 느낌이라고 할까. 이 탄력의 한계가 어딜까 궁금하게 되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반면에 성하리의 가슴은 부드러움이 강했다. 크기도 영하리의 것보다 조금 더 컸다. 손가락에 힘을 주면 젖가슴에 파묻힌다. 그래서 힘을 주어 누르는 것보다 쓰다듬듯이 움직여 주무르게 된다.
‘영하리가 젊어서 그런가? 반응이 좋네. 설마 만지고 10초도 되지 않아 유두가 발기할 줄이야.’
딱딱한 유두가 손가락에 걸린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성하리의 유두도 발기한 게 느껴졌다. 유두와 유륜의 크기가 서로 달랐다. 성하리가 좀 더 크다.
‘비슷한 모양이란 걸 제외하면 완전히 다른 가슴이군.’
계속해서 가슴을 주무르니 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빨게 되면 섹스를 하게 되겠지.
“…오빠.”
영하리가 나를 불렀다. 나는 멈칫했다. 신나게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던 걸 멈췄다.
“왜?”
“아니. 잠이 안 와서. 오빠도 안 졸리지?”
“졸리긴 해.”
“그래? 난 오빠가 날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아줌마의 눈치 따윈 보지 마.”
“……그럴 수는 없어.”
지금 성하리는 깨어있었다. 불규칙적인 심장 박동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그녀들의 가슴을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오빠. 숲에서 했던 말인데… 진짜 내가 가짜야?”
“아직도 안 믿겨?”
“어렸을 적의 기억이 선명해. 자라오면서 느낀 것들. 그 기억들이 내가 진짜라고 말하고 있어. 그런데 느닷없이 내가 가짜라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있을 리 없잖아. 내 입장에선 오빠나 아줌마가 더 가짜로 느껴져. 던전 안으로 들어왔는데 뜬금없이 가상현실? 아무리 생각해도 던전의 농간이잖아.”
“네가 그렇게 말하면… 뭐라 할 말이 없네.”
진짜와 완전히 똑같은 가짜는 곧 진짜란 뜻이 아닌가.
“오빠도 내가 가짜라고 생각해?”
“아니. 진짜라고 생각해.”
내겐 성하리와 영하리는 별개의 인물로 느껴졌다.
“넌 진짜야.”
“오빠한테 그 말을 들으니 좋네. 하지만 내가 가짜인 건 맞지?”
“방금 믿을 수 없다고 하지 않았어?”
“정확히는 믿고 싶지 않은 거지. 나는 꽤 직감이 좋은데… 그 직감이 내가 가짜라고 말하고 있어.”
“너는 너야. 별로 신경 쓰지 마.”
“오빠 말은 고마운데…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잖아. 솔직히 말할게. 나는 두려워. 가짜라서 두려운 게 아니야. 결국 오빠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워. 오빠의 옆에는 내가 아니라 저 아줌마가 있을 거라는 사실이 못마땅해.”
“너무 그런 생각하지 마. 우리가 꼭 헤어져야 할 필요는 없잖아.”
“오빠는 결국 현실로 돌아가게 될 거잖아. 오빠의 진짜 육체가 현실에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원래의 내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차피 가짜인데 돌아가도 의미가 있을까? 아까 본 사냥꾼…. NPC라고 했던가? 그 NPC랑 내가 다를 게 뭐야?”
“돌아갈 수 있어. 그리고 우린 다시 만날 거야. 내가 약속할게.”
나는 네 개의 물건을 떠올렸다.
주작검, 청룡창, 현무갑, 백호도.
네 개의 물건들을 찾아 시련을 받으면 된다. 그럼 던전 속에서 영하리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주작검과 청룡창은 사용했으니… 남은 건 현무갑과 백호도야. 영하리와 두 번 더 만날 수 있어. 영하리를 현실로 데려올 방법을 떠올릴 때까지 섣불리 만나려고 해선 안 되겠지.’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가상현실에서 만났으니, 다른 방식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 방법이 없더라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 내겐 유희 생활 어플이 있으니까.
“날 믿어. 반드시 널 꺼낼 거야.”
“오빠의 말은 너무 달콤해. 그래서 더 현실적이지 않다는 걸 알아. 마음 같아선 오빠랑 평생 이 세계에 있고 싶지만…. 종말이니 뭐니 해서 안 될 것 같아. 이런 불안정한 세계에 오빠를 둘 순 없어. 오빠만큼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현실로 돌려보내 줄게.”
“너도 가자. 왜 자꾸 넌 빠지려고 그래.”
“자꾸 그러지 마. 괜히 희망을 품게 되잖아.”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 걱정하지 마.”
“…….”
영하리가 상체를 일으켰다. 진지한 대화를 하면서 가슴을 너무 주물렀나?
“머리가 복잡해서 잠이 안 와.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복잡한 표정을 지은 영하리가 방을 나섰다.
나는 성하리의 가슴을 계속 주무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영하리를 현실로 데려갈 수 있을까. 스사노오의 곡옥을 사용하면 가능할까?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라면 시도 정도는 해볼 수 있겠지.’
나는 어느 순간 잠에 빠졌다.
***
다음날.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꽃집 NPC인 아린나를 찾아갔다.
“모험가님. 숲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셨나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가 언데드 몬스터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미혹의 숲에서 몬스터가 줄어든 이유도 아마 그놈들의 소행일 것입니다.”
“네크로맨서가 미혹의 숲의 생태계를 망치고 있었군요. 고생하셨어요. 보수로 꽃을 드릴게요.”
아린나가 내게 하얀 꽃 한 송이를 건넸다. 꽃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이 꽃이 현실에 없는 꽃인 건 알겠다. 내가 꽃을 받자 알림창이 떴다.
「미혹의 숲을 조사하라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아린나의 꽃
미혹의 숲에서 미혹 당하지 않게 해준다.
인벤토리에 넣어두는 것으로 효과가 발동된다.」
‘이게 있으면 미혹의 숲에서 환각을 보거나 눈이 안 보이거나 하는 일은 더 이상 없겠지.’
성하리도 퀘스트를 완료했다.
나는 혹시나 해서 영하리에게 퀘스트를 받아보라고 말했다.
“퀘스트를 어떻게 받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말하는 대로 따라 해. 아린나 씨. 미혹의 숲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아린나 씨. 미혹의 숲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영하리의 말에 아린나가 반응한다.
“맞아요! 최근 미혹의 숲에 이변이 일어난 것 같아요. 몬스터들이 갑자기 안 보여요. 이유를 알아봐 주셨으면 해요.”
영하리는 성공적으로 퀘스트를 받았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바로 퀘스트를 해결했고, 영하리는 보상을 받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영하리는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다. 플레이어로서 취급받고 있다. 나와 성하리와 똑같은 상태인 것이다. 다른 점이라곤 육체가 없다는 점밖에 없다.
‘그 육체만 해결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현실에 영하리의 육체를 준비하고 그 육체에 영하리의 정신을 안착시킨다. 그럼 영하리를 현실로 끄집어내는 게 아닐까?
‘그게 가능한 일일까?’
발상은 좋으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모험가님.”
아린나가 나를 불렀다.
“미혹의 숲은 아주 중요한 곳이에요. 마을이 미혹의 숲에서 얻는 자원이 적지 않죠. 미혹의 숲을 망치는 네크로맨서를 처리해주세요. 그게 모두를 위한 일이에요.”
「미혹의 숲을 구하라.
미혹의 숲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네크로맨서들의 수장을 죽이고 미혹의 숲을 구하라.
보상: 경험치, 종말 퀘스트.」
「종말과 관련된 퀘스트입니다.」
「퀘스트 성공 시 종말의 카운트 다운이 늘어납니다.」
「퀘스트 성공 시 연계 퀘스트로 이어집니다.」
퀘스트를 훑어본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를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미혹의 숲에 있는 네크로맨서들은 제가 전부 처리하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물론 성하리와 영하리도 퀘스트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