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766화 (1,546/2,000)

성수대교를 지난 더블 드래곤은 강원도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 방해물도 없었다. 나는 김 비서의 안락한 허벅지를 베고 누워 젖꼭지를 쪽쪽 빨았다. 끊임없이 나오는 모유는 내 위장을 가득 채웠으나, 나는 젖꼭지에서 입을 떼지 못했다. 정말이지 마성의 가슴이었다.

쪼옥. 쪽. 쪽!

“앗, 앗, 으응!”

그녀의 우젖과 좌젖을 번갈아 물고 빨며 씹어대던 도중이었다. 앞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던 더블 드래곤이 멈췄다.

나는 짜증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손은 모유로 젖어 있는 김 비서의 가슴을 주물렀다.

“이봐, 페 기사. 이번엔 또 뭐야?”

-경찰입니다! 강원도 경찰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경찰? 국군도 아니고 경찰?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

-경찰의 전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김 비서가 모니터를 조작했다. 모니터가 켜지고 더블 드래곤 정면을 가로막은 강원도 경찰 세력이 보인다.

장갑차 10대, 특수 목적 전투 기계 4대, 자동차 바리케이드 20대, 공중에 떠 있는 전투 헬기 2대. 강원도 경찰특공부대 STG(Saber TiGer) 30명. 일반 무장 경찰원 500명이 우리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경찰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선글라스를 낀 배불뚝이였다. 어울리지 않게 카이저수염을 한 놈은 확성기를 입에 대고 당당하게 외쳤다.

“범죄자 성유진은 당장 밖으로 나와라! 여긴 강원도다! 10초의 여유 시간을 주겠다.”

나는 헛웃음을 삼켰다.

그놈의 10초.

저딴 식으로 나오면 내가 두려움을 느낄 것 같나?

“멍청한 놈. 고작 저딴 병력으로 더블 드래곤을 막아세우다니… 어리석음의 대가는 그 목숨으로 치러야 마땅하다. 드래곤 브레스를 준비해라.”

-회장님. 여기서 드래곤 브레스를 쓴다면… 뒤편에 있는 추천시에 타격이 갑니다! 그렇게 되면 강원도 시민들이 저희를 적대할지도 모릅니다!

“강원도 개돼지들이 어떻게 나오든 내 알 바 아니다. 드래곤 브레스를 쏴라.”

-회장님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드래곤 브레스를 준비… 이런! 드래곤 브레스에 사용할 전기가 부족합니다!

“뭐? 여기까지 굴러오면서 발전했을 텐데!”

-엔진의 효율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성수대교에서 건달 놈들과 싸웠을 때 약간의 손상이 있었던 모양이다. 드래곤 브레스를 쏘기 위해선 20% 전력이 더 필요합니다.

“쯧. 어쩔 수 없군. 김 비서, 수동 조종기.”

“네. 회장님.”

김 비서가 조작하자 바닥에서 수동 조작기가 나타났다.

“범죄자를 잡아라!”

경찰들이 더블 드래곤에 화력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몸체가 조금 흔들리는 것이 전부다. 나는 일부러 함포의 대응 사격을 금지했다.

조종기를 한 손으로 꽉 잡았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만든 내 전용 조작기다.

파지지지지직!

뇌전을 일으킨다. 뇌전은 조종기를 엔진과 배터리로 향했다.

-오오! 배터리 전력이 순식간에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1%… 3%… 5%…, 드래곤 브레스 차지 가능합니다!

망설일 이유는 없다. 더블 드래곤이 차지를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잉!

더블 드래곤의 입에 전력이 모여들자, 적의 안색이 변했다.

“이런 미친놈이! 여기서 레일건을 쓸 작정인가?! 레일건으로 서울 시민 수십만 명을 죽였다더니…! 강원도민을 죽이려고 작정했구나! 막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쌍룡의 입을 막아야 한다!”

5m 크기의 특수 목적 전투 기계 4대가 달려든다. 사람이 조종하는 이족 보행 로봇이다. 더블 드래곤의 머리에 달라붙어 레일건을 막으려고 하지만… 로봇이 몇 번 때린다고 망가질 정도로 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차지 완료했습니다!

“핫하! 드래곤 브레스로 산화해라!”

딸칵!

조종기의 버튼을 누르자 레일건 2발이 동시에 발사되었다.

눈앞에 있는 경찰 병력은 증발하듯 사라지고, 도로를 뻥 뚫으며 도시로 날아갔다. 레일건에 적중당한 거대 빌딩이 부서진다.

“서울 빌딩을 부술 때의 쾌감에 비하면 좀 부족하군. 강원도라 어쩔 수 없나. 한 번 더 쏴야겠다.”

-드래곤 브레스를 한 번 더 쏘기엔 전력이 부족합니다!

“전력은 내가 감당하면 된다! 내가 강원도 출신이라 잘 아는데, 강원도의 개돼지들은 고작 레일건 한 번으로 굴복하지 않는다! 놈들을 철저하게 굴복시키려면 최소 5번은 쏴야 한다!”

-…뜻대로 하십시오.

뜻대로 하라기에 뜻대로 했다.

나는 춘천시에 레일건을 총 다섯 번을 쐈다. 높은 빌딩을 죄다 무너뜨리고 도시는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춘천시의 그 누구도 감히 내 앞길을 막지 못했다.

‘경찰놈들이 날 막지 않았다면 레일건을 쏘는 일은 없었을 텐데…. 강원도 개돼지들아. 주제도 모르고 내 앞길을 막은 경찰을 원망해라.’

• • •

드디어 김치 통조림 공장에 도착했다.

더블 드래곤에서 김 비서와 함께 내린 나는 오만한 걸음걸이를 뽐내며 공장 정문으로 걸어갔다.

쯧.

공장을 본 나는 저도 모르게 혀를 찼다. 공장은 컸다. 주위에 있는 다른 공장 중에서 가장 컸다. 그러나 초국가 기업 대천 그룹의 회장인 내 눈에 찰 정도는 아니었다.

“회장님. 원래 김치 통조림 공장은 중축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

“외국에서 김치 통조림 반응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슈퍼 푸드. 그것도 본토에서 생산된 김치였으니까요.”

“회사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어느 정도 걸리지?”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기에 확답은 드릴 수 없습니다만… 최소 50년 이상은 걸릴 거라고 봅니다.”

50년.

사람의 인생이 100년으로 치자면, 그 절반의 시간이 소모된다.

“50년. 김 비서, 네가 내 옆에 있어 준다면 아무것도 아니다.”

“회장님. 회장님만 무사하면 대천 그룹은 다시 세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나는 그녀에게 씩 웃어 보이며 공장 정문으로 걸어갔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공장 정문으로 들어가자마자 공장장이 90도 직각 인사를 했다. 양손을 허벅지 옆에 딱 붙이고 하는 인사!

“오셨습니까! 회장님!”

그 양옆에 직원들이 도열해 고개 숙이며 인사한다.

나는 공장장을 빤히 쳐다봤다. 공장장의 머리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조금 더 있자 그의 땀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렸다.

나는 그의 구둣발을 밟았다.

“끄으읍…!”

그는 필사적으로 비명을 참았다.

“왜 밖으로 나와 인사하지 않았지? 내가 온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당연히 공장 밖에서 나와 인사해야 맞지 않나? 그게 바로 윗사람을 마중하는 예의니까.”

“그, 그것이 일이 바빠서….”

“또 왜 너만 있는 거냐?”

“무, 무슨 뜻 이온지…?”

“이 호랑이 기운이 서린 한반도에 지어진 공장 절반 이상은 내 것이다. 여기 강원도라고 해도 다르지 않지. 근데 다른 공장장은 보이지도 않는군. 나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면 뭐냐?”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모르면 알았어야지. 그리고… 네놈이 부회장에게 충성을 맹세한 걸 모를 줄 알았나?”

“아닙니다! 저는 회장님… 끄악!”

쪼인트를 깠다. 그의 다리는 대번에 부서졌다. 그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나는 그의 머리 위에 발을 올렸다.

“회장님! 살려주십시오! 회장님! 전 부회장을 따르지 않습니다! 이 대천 그룹의 유일하고 정당한 주인은 오직 회장님뿐입니다!”

“당연한 소릴 지껄이지 마라.”

발에 힘을 주었다. 그의 뺨이 찌그러진다.

“으그그그그그그그극!”

“죽이지는 않겠다. 네놈은 날 배신했다고 하기에는 애매하거든.”

무엇보다 한하린이 원하는 김치 통조림 공장이다.

“공장을 가동해라. 김치 통조림이 필요하다. 24시간 365일 풀 가동이다. 공장이 1분이라도 멈춘다면 네놈을 젓갈로 만들어 김치를 담가 네 가족에게 먹이겠다. 알겠나?”

“히이익! 미, 믿어 주십시오! 김치 통조림의 생산량을 늘리겠습니다!”

“맛도 신경 써라.”

자비를 베푼 나는 직원들을 둘러봤다. 허리 숙인 그들은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식은땀만 흘려댔다.

“김 비서.”

“예. 회장님.”

“근처에 있는 공장장들은 어째 한 명도 내게 인사하러 오지 않는군.”

이 세계의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 공장은 밤낮 구분 없이 돌아가는 게 기본이다. 즉, 늦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공장은 일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딱히 늦은 시간도 아니었다.

“숨어 있거나, 도망친 것 같습니다.”

“병사들을 시켜 공장을 불태워라. 함포로 몇 번 갈겨 주며 알아서 불타겠지.”

“공장을 정리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여긴 식품 공장이 모여있는 곳이잖아. 성수운. 그 새끼의 입김이 닿은 곳. 언제 내 뒤통수를 칠지 모르니 화근을 없애 버리는 게 낫다.”

“알겠습니다.”

드르르르르!

더블 드래곤이 움직이며 근처 공장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다가 창고로 들어갔다. 김치 통조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절뚝이는 공장장에게 물었다.

“몇 개지?”

“12만 개입니다…! 유럽과 미국에 수출을 위해 준비한 것들입니다! 공장을 풀 가동하면 3일 내로 30만 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12만 개라. 충분하군. 이것들은 모두 내가 가져가겠다.”

“회장님! 그러면 유럽과 미국 쪽에서 클레임을 걸어올 것입니다!”

“뭐?”

내가 지금 뭔 개소리를 들은 거지? 어이가 없어 놈을 쳐다보자, 놈은 바로 눈을 내리깔고 찌그러졌다.

“실언이었습니다!”

“잘하자, 좀.”

나는 그를 내보내고 김치 통조림 12만 개를 챙겼다. 한하린이 좋아할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마 겉으로는 틱틱 거리겠지.

“김 비서. 강 대통령과 뉴스에 연결해라.”

“네. 회장님.”

김 비서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태블릿 속에 강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애써 차분한 척하지만, 두 눈에 힘이 팍 들어가 있다. 그래봤자 전혀 안 무섭지만.

“크크. 강 대통령. 좆밥 부대인가, 뭔가는 내게 당했다. 알고 있지?”

“날 조롱하기 위해 연락했나? 제 자식들에게 칼침을 맞아 놓고 그럴 여유는 있나 보군.”

“내가 아까 말했을 터다.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후회할 준비는 됐나?”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회는 네가 하게 될 것이다. 백두산 깊은 곳에 갇힌 모르모트가 될 네 모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군.”

나는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김 비서가 새로운 태블릿을 꺼냈다. 나는 그가 잘 볼 수 있도록 위치를 조정한 뒤 태블릿을 켰다.

“여기 보이나? 위성에서 찍은 서울이다. 이런. 기갑 부대가 서울로 집결하고 있군.”

“네놈 때문에 서울이 불타고 있다. 재산 피해만 해도 5조 5억에 달한다! 국민들은 너의 죽음을 부르짖고 있다! 기갑 부대는 모든 게 준비되는 순간 진격할 것이다!”

“네가 봐야 할 건 그게 아니야. 여기 중심! 잘 봐라, 서울의 중심! 빅 스카이 타워다!”

“우리 군이 점령한 타워군.”

“점령? 누가 네게 넘겨준다고 했나? 나는 내 것을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 빼앗길 바에 차라리 내 손으로 파괴한다! 그것이 내 지론이다!”

“뭣…? 설마!”

김 비서가 내게 버튼이 달린 리모컨을 건넸다.

“강 대통령! 그리고 서울 시민들! 삼고빔이다! 나를 배신한 걸 후회하며 죽어라!!!”

버튼을 힘껏 누른다.

빅 스카이 타워 은밀한 곳에 숨겨두었던 핵폭탄이 폭발한다. 밝은 빛이 서울을 휘감았고, 이내 버섯구름이 초토화된 서울 위에 피어난다.

“흐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이 미친놈! 5천만 서울 시민을 모두 죽이다니!!! 넌 인간의 도리를 내다 버린 것이냐?”

“으음? 너 왜 살아 있는 거냐? 아하. 네놈,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있군. 크크. 뭐, 잘 됐군. 날 배신한 네놈의 대가다. 이제 좀 후회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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