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767화 (1,547/2,000)

“으음? 너 왜 살아 있는 거냐? 아하. 네놈,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있군. 크크. 뭐, 잘 됐군. 날 배신한 네놈의 대가다. 이제 좀 후회했나?”

조롱 섞인 목소리가 강 대통령의 귓가에 때려 박힌다.

후회했냐고?

했다.

자살 충동이 느껴질 정도로 처절하게 했다.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경제의 중심인 서울이 한순간에 증발했는데 어떻게 후회하지 않겠나!

이건 모두 일본, 중국, 미국의 함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대한민국은 끝났다.’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 KOREA의 신화는 지금 여기서 끝장났다.

책상 아래의 숨겨진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어 붉은 피가 흐른다. 하지만 겉모습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성유진이 가진 위성 방송을 통해 지금 대화가 뉴스로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성유진…! 이 최악의 학살자 놈! 넌 대한민국의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다! 우리 한국인들은 절대 네놈만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을 때도 사라지지 않았던 강인한 정신을 가진 한민족이다! 네놈은 반드시 이 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강 대통령이 열변을 토했다. 한국인의 분노를 지필 생각이었다.

서울이 날아간 이상 반드시 성유진과 김 비서를 붙잡아야 한다. 그것만이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강 대통령은 성유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미친놈인지 몰랐다.

“아직 그딴소리를 지껄이다니…. 강 대통령. 네놈의 강단은 인정하마. 근데 부산이 터져도 그딴소리를 내뱉을 수 있을지 궁금하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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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부산을 언급하자 강 대통령이 얼빠진 표정을 짓는다.

서울이 사라진 지금 부산이야말로 명실상부한 KOREA의 심장이자, 미래다. 부산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이란 국가 자체가 사라질 수 있었다.

“부산에도… 핵폭탄을 설치했다고…?!”

그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땀방울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흐른다. 그의 동요한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반대로 묻지. 왜 부산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방금 서울이 핵폭발에 의해 사라졌다. 서울 상공에 뜬 버섯구름은 지금도 선명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부산에는 핵폭탄이 없었다.

아무리 나라도 수십 개의 핵폭탄을 가지고 있진 않다. 만드는 것도 까다롭고, 국가가 완전히 허수아비는 아니니까.

‘그러나 핵이 터지는 걸 뉴스로 목격했다. 강 대통령과 개돼지들은 내 허세를 꿰뚫어 볼 수 없다.’

강 대통령은 서울이 소멸한 순간부터 정치생명은 끝났다.

“…부산까지 터트릴 거냐? 네 고향인 한국을 밟는 것으로도 모자라 잿더미로 만들 셈이냐!!”

“내가 한국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고향? 고향이 불타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지? 중요한 건 내가 존재한다는 거다. 들어라, 개돼지들아. 부산에 버섯구름이 피어나는 걸 보기 싫다면 내 조건을 수용해라.”

부산을 날려버릴 수 있다. 이미 챙긴 핵폭탄들이 있으니까. 공간 이동 주문서로 부산에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첫째, 강 대통령을 붙잡아서 내게 바쳐라. 둘째, 내게 반항하지 마라. 셋째, 부산에 있는 성생유 부회장을 잡아서 포획해라. 넷째, 12시간이 지나기 전에 첫 번째와 세 번째 조건을 달성해라. 그러지 못하면 부산은 서울을 따라갈 것이다.”

강 대통령이 발끈했다. 그가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나 주먹으로 책상을 때렸다. 피가 튀었다.

“웃기지 마라! 우리가 한낱 테러리스트 따위에게 굴복할 것 같으냐! 중국, 미군, 일본, 러시아의 군대가 이미 한국으로 출진했다! 네놈에게 남은 건 죽음뿐이다!”

“글쎄. 네 부하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군. 크크.”

깜짝 놀란 강 대통령이 고개를 획 돌린다. 늦었다. 그에게 조용히 접근한 보디가드들이 단숨에 강 대통령의 몸을 제압했다. 양팔을 잡고 그 상체를 책상 위로 찍은 것이다. 쿵! 그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나왔다.

“성 회장님. 강 대통령은 붙잡았습니다! 부산만큼은… 제발 살려주십시오!”

보디가드가 누군가가 튀어나와서 무릎 꿇으며 말했다.

“넌 누구냐?”

“청와대 비서실장 임유주입니다!”

“임유주. 머리 회전이 빠르군. 그럼 이제 대통령의 목을 썰어 죽여라.”

“예…?”

“내 말을 못 들었나? 대통령의 목을 썰라고 했다. 네가 직접 하지 않으면 부산은 터진다. 그래도 상관없다면… 그대로 멍청하게 굴던가.”

“하, 하겠습니다! 칼! 여기 칼을 가져와라!”

보디가드 중 한 명이 나이프를 건넸다. 나이프는 날카로웠다. 임유주는 나이프를 받아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심호흡하며 구속된 강 대통령에게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각하…. 모두 부산을 위한 일입니다!”

“실장! 자네 미쳤나?! 넌 성유진에게 놀아나는 걸세! 놈의 말을 믿는가?! 놈은 테러리스트야!!”

“서울이 사라졌습니다! 각하께서 이 작전을 밀어붙이지만 않으셨어도… 서울은 멀쩡했을 겁니다! 부산마저 잃을 수 없습니다!”

“그, 그만! 살려주게! 부산은 내가 지키겠네! 나를 믿어주게! 지금 자네가 하는 건 국가 반역이네!”

“설령 반역자가 되더라도 부산을 지킬 것입니다. 부산은… KOREA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그는 대통령의 목에 칼을 갖다 댄 순간이었다.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미친!”

“대통령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자가 배신이라니! 유교 국가인 KOREA에서 벌어질 줄은 몰랐군!”

“비서실장! 당장 그만두게. 지금 자네는 KOREA의 이름을 땅에 처박고 있네!”

“헤이. 서울이 날아간 건 무척 유감스럽지만, 지금은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라네! 우리 미국의 무적해군이 한반도로 향하고 있으니 기다리게!”

“일본의 승천해군이 곧 도착하네!”

“우리 대중국의 물량육군이 곧 한반도에 당도할 것이네! 우리를 믿고 기다리게! 우리들은 모두 한국의 친우가 아닌가!”

숨죽인 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각국의 수장들이었다. 이렇게 나오는 걸 보니 강 대통령과 약속한 게 있는 모양이다.

비서실장이 흔들린다. 그는 침을 삼키며 주위를 둘러봤다.

나는 비웃음을 입에 달며 핵폭탄 버튼을 손에 쥐고 흔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비서실장. 너라면 냉혹한 국제정치가 어떤지 알 것이다. 저놈들은 결국 국익을 위해 움직이지. 진정 KOREA를 위해 움직일 것 같나? 서울이 폭발한 이상 KOREA는 놈들의 경제 식민지가 될 것이 자명한 일. 오직 나만이 한국을 바로 세울 수 있음을 잊지 마라. 그리고 설마 내 손에 부산의 명줄이 들려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비서실장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각오를 굳힌 것이다.

“大KOREA 반자이…!!”

비서실장의 나이프가 강 대통령의 목에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나이프라곤 하나 그 크기가 작았고, 비서실장의 솜씨는 풋내기 이하였다. 대통령의 목숨을 바로 끊지 못했다.

“끄아아아아아! 끄그그그그!”

대통령은 고통스러워 발버둥 쳤다. 당황한 비서실장은 힘을 주어 목에 나이프를 내리쳤다.

나는 그 장면을 비웃으며 지켜봤다.

곧 강 대통령이 죽었다. 허나 비서실장의 나이프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5분이 지나 대통령의 목이 썰렸다. 중간에 보다 못한 보디가드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10분 이상 걸렸을 것이다.

짝짝짝짝짝!

나는 천천히 박수쳤다.

“저놈의 목숨만으로 죽은 서울 개돼지들이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위령은 되었겠지. 나는 이제 부산으로 내려갈 것이다. 그때까지 모든 준비를 끝마쳐라. 그리고 각국의 버러지들. 곧 전염병이 퍼질 것이다. 니들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 그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며 후회해라.”

“전염병이 거짓말인 거 모를 줄 아나!”

“그렇게 생각하던가. 아, 쪽발이. 해군을 보냈다고 했나? 당장 해군에 귀환명령을 내려라. KOREA의 영해에 조금이라도 들어서는 순간… 도쿄는 제 2의 서울이 될 것이다.”

“거짓말 하지마라데스! 우리 대일뽕이 그딴 협박에 굴할 것 같으냐데스!”

“나는 경고했다.”

뚝.

연결을 끊었다.

“도쿄를 지금 폭발시키겠습니까?”

“음? 아니. 지금 당장 할 생각은 없다. 짜증 나지만 핵폭탄을 던지고 오는 것도 일이니까. 이후에 주제도 모르고 다시 기어오르면… 그때 터트려주지.”

“지금도 터트릴 수 있습니다.”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 김 비서를 멀뚱히 쳐다봤다. 김 비서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잊어버리셨습니까? 23년 전에 회장님께서 중요한 국가 도시에 핵폭탄을 설치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내가?

그런 기억은 없었다.

‘…아마 자동진행 중에 아바타 놈이 내린 명령인 모양이군. 어쩐지 내 손에 들어오는 핵폭탄의 수가 적은 것 같더니.’

생각해 보면 아바타 놈이 멋대로 저지른 일이 제법 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생명의 구슬을 김 비서에게 먹인 것이다. 덕분에 김 비서는 늦지도 않고 내 옆에 있다. 아깝지는 않다. 김 비서는 능력도 있는데다가 외형도 내 취향이니까.

“핵폭탄이 설치된 도시는 어디지?”

“미국의 뉴옥과 워싱턴 DC, 일본의 도쿄와 교토, 중국의 상하이와 베이징, 충칭, 광저우, 러시아의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유럽의 각 수도에도 하나씩 핵폭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재밌군. 지금 터트릴 수 있나?”

“네. 가능합니다.”

“미국 새끼들이 좀 많이 깝치더군. 뉴욕과 워싱턴을 터트려라. 노동 기계에 불과한 중국 놈들이 내게 이빨을 드러낸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상하이와 베이징을 터트려라.”

“일본은 어쩌시겠습니까?”

“도쿄는 협박용이니… 교토를 터트려.”

“알겠습니다.”

김 비서가 태블릿을 조작했다.

위성이 보내주는 영상을 보니 핵폭탄들은 전부 성공적으로 터졌다.

감탄이 나왔다.

“가만 보니 김 비서가 말로 진짜 위험하군. 손가락 몇 번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 도시들이 잿더미가 되다니….”

나는 손을 뻗어 김 비서의 엉덩이를 만졌다. 크고 탱탱한 엉덩이 감촉은 중독적이다.

“후후. 위험한 여자가 취향이시란 걸 알고 있습니다.”

“크크. 김 비서는 날 너무 잘 알아.”

나와 그녀는 서로의 입술을 물고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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