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768화 (1,548/2,000)

더블 드래곤을 타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심심할 틈은 없었다. 몇몇 도시에 핵폭탄이 터지면서 각국의 수장들이 눈이 돌아가 내게 성토했기 때문이다.

“성유진!!! 교토에 핵폭탄을 터트려?!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시끄럽다, 쪽바리. 지금 안 닥치면 도쿄도 터트려주마. 일부러 도쿄를 터트리지 않은 것에 감사해도 못할망정… 감히 내게 대들어?”

“…….”

쪽바리 대통령은 할 말이 굉장히 많은 듯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내가 기폭제를 들고 흔들자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서 내게 대드는 순간 도쿄가 날아간다는 걸 아는 것이다.

“처신 잘 하는 게 좋을 거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으나,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단지 눈빛으로 말한다. 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뚝.

일본과의 통신이 끊기자마자 중국의 통신이 왔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내가 알고있는 중국의 주석이 아니었다. 마오쩌둥과 비슷하게 생긴 놈이었다. 얼굴은 기름기로 번들거렸고 배는 앞으로 툭 튀어나왔다.

“따거! 따거! 따따거!”

알 수 없는 중국어를 내뱉는다.

중국어 패치가 되어 있는 내가 모르는 중국어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 세계의 중국어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질되었다. 신(新)중국어였다.

“뭐라고 하는 거지?”

다행히 김 비서는 신중국어를 익힌 초 유능한 비서였다.

“회장님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합니다.”

“따거~~! 따따따따거어어어!”

“베이징에 있던 퐁 주석은 핵폭탄에 휘말려 죽었으며, 자신이 새로운 중국의 대표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따거! 따거! 따거! 따거!”

“중국은 앞으로 절대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회장님을 믿고 따를 것이라 합니다.”

“그렇군. 하지만 이미 내게 반기를 든 전적이 있는 놈들을 쉽게 믿을 순 없다. 계속 지켜볼 것이다.”

“따거!”

“알았다고 합니다.”

중국 주석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용케 한국어는 알아듣는군.”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통역사가 실시간으로 통역한 듯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말할 땐 통역을 안 해?”

“중국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지금은 회장님에게 고개 숙였지만… 시간이 지나 회장님이 만만하다고 생각된다면 거침없이 반기를 들 것입니다. 회장님. 다른 국가들에게도 개인 통신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있나?”

“네. 있습니다. 메일까지 보내왔군요. 상당히 무례한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화가 많이 난 듯하군요.”

“미국의 대도시 두 개가 불타 사라졌으니 당연하지. 미국을 연결해라. 이 건방진 것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 성수운 부회장도 미국에 있을 테니… 크크. 후회하고 있나?”

미국과 연결됐다.

미대통령 게인은 굉장히 신경질적인 모습이었다. 금발은 산발이 되어있고, 백인에 어울리지 않게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성유진!!!”

나를 보자마자 분노에 찬 샤우팅을 내지른다. 나는 낄낄 웃었다.

“그렇게 소리 지르지 않아도 잘 들린다. 이제 날 배신한 걸 후회하나?”

워싱턴을 날려버렸는데 게인이 살아있는 건 의외이긴 했다. …아니지. 조금 머리를 굴려보면 화이트 하우스에 핵 방공호가 있는 건 당연하다.

“웃기지 마라! 넌 선을 넘었다!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안 그런가?!”

게인이 씩씩거리며 주변의 동의를 구했다. 그의 옆, 모니터로 각국의 수장들이 보인다. 중국을 비롯한 몇몇 화상은 꺼져 있다. 핵폭탄에 쫄은 놈들이 미국을 손절한 것이다.

‘일본은 있고… 중국은 없고 러시아도 손절했군.’

아프리카와 중동 쪽은 모두 미국 편이었다. 유럽 쪽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미국을 따른다.

“우리가 핵미사일을 사용하지 못해서 사용 안 하는 줄 아나?!!”

게인이 빽 소리쳤다.

핵미사일은 나만의 특권이 아니었다.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서 대부분의 국가가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 대부분의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의 억제제가 되는 것이다.

“핵미사일로 한반도를 초토화할 수 있다! 우리 미국에는 그럴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크크. 말만 그러지 말고 한 번 쏴봐라. 내가 핵폭탄을 터트린 것처럼! 다만, KOREA 또한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멸망전을 원한다면 기꺼이 응해주마!”

나는 소리 높여 웃었다.

이놈들이 핵미사일을 내게 쏠 수 없었다. 내가 순간 이동 능력이 있다는 걸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다. 놈들이 한반도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한국도 그 즉시 핵미사일을 발사한다. 즉, 핵전쟁이 발발한다.

정작 나를 죽이지는 못하고 말이다.

“큭…!”

게인은 분한 듯 입술을 씹었다. 피가 흐른다. 나는 더 큰 목소리로 웃었다.

“크하하하. 이것이 네놈들의 한계다! 여기서 제안하마! 항복해라! 쓸데없는 저항은 멈추고 내게 굴복해라! 전염병을 퍼트리기 전에 하는 최후 권고다.”

“우리는 절대로 네놈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곧 부산에 도착한다. 난 부산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전염병을 선언할 것이다.”

“이 퍽킹 베이비! 신이라도 될 작정이냐!”

“못 될 것도 없지.”

나는 통신을 일방적으로 끊었다.

놈들이 돌아버려서 핵미사일을 부산에 쏠 수 있었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핵미사일은 한반도에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치명적인 전염병을 가지고 있는 걸 끝까지 믿지 않는 건가? 그게 아니면 전염병이 터져도 막을 수 있다? 크크. 좋다. 막아볼 테면 막아봐라. 어떤 전염병을 써야 할지 대략적으로 정했다.’

• • •

더블 드래곤이 부산에 도착했다.

KOREA의 부산은 거친 곳으로 유명하다.

“마! 니 돌았나!”

“마! 운전 똑바로 해라!”

“마! 지금 어깨 부딪쳤나?!”

“마! 자신 있나?!”

“마! 마! 마!”

마(魔)의 도시 부산.

그러나 지금 부산은 침묵에 잠겼다. F1 레이싱 따위는 반의반도 못 따라간다는 부산 도로는 한산했다. 감히 그 어떤 자동차도 더블 드래곤 앞에서 개기지 못했다. 더블 드래곤은 위풍당당하게 4차선을 지배하며 해운대로 향했다.

도로 옆, 인도에는 무수히 많은 부산시민이 오들오들 떨며 무릎 꿇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대천 그룹인 회장인 나를 반겼다.

“부산 시민들이 인사성이 좋군.”

“이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지요.”

더블 드래곤은 부산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해운대로 향했다.

해운대에 있는 대천 호텔 앞에는 일련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부산 시장과 부회장 중 한 명인 성생유였다.

늙은 성생유는 비통한 표정으로 포승줄에 묶여 있었다.

김 비서와 함께 더블 드래곤에서 내리자 부산 시장이 90도로 허리를 접으며 인사를 박았다.

“오셨습니까, 회장햄!”

“그래. 부산시장. 부산이 아주 마음에 드는군. 흡족하다.”

“흡족하셨다니 다행입니다! 회장햄! 여기 부회장 짜슥을 잡았습니다!”

나는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성생유를 바라봤다. 70살이 넘어 보이는 노인, 성생유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부회장 자리도 내려놓겠습니다! 여생을 조용히 보내게 해주십시오!”

“여생을 잘 보내고 싶었으면 내 뒤통수를 때리지 말았어야지.”

“제가 잠깐 미쳤었습니다! 한 번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내 씨로 태어난 놈이니, 내가 직접 거둬야겠지.”

슈퍼 블레이드를 손에 쥐었다. 뇌전을 일으키자 레이저가 치솟아 칼날을 감싼다. 겁에 질린 성생유는 구걸 대상을 바꿨다.

“어머니! 제발 아버지 좀 말려주십시오! 저는 그저 다른 부회장들의 꼬드김에 넘어갔을 뿐입니다.”

“김 비서의 아들이었나.”

조용히 김 비서를 쳐다봤다. 김 비서가 살려달라고 한다면… 뭐, 살려줄 용의는 있었다. 감옥에 처박아 두겠지만.

“저는 아비와 어미의 뒤통수를 치는 후레자식을 낳은 적 없습니다.”

“어머니!! 이러실 겁니까?! 어머니!! 전 어머니의 12번째 아들입니다!!”

“패륜을 저지른 주제에 부모의 정을 바랍니까? 뻔뻔한 것에도 정도가 있지…. 당신을 이 세상에 낳은 것은 제 최대의 실수입니다.”

김 비서의 눈동자는 나보다 더 싸늘했다.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성생유는 허망한 표정으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죽어라, 패륜아 새끼야.”

뎅강!

패륜아의 모가지가 떨어졌다. 나는 슈퍼 블레이드를 털어낸 뒤, 김 비서의 어깨를 감쌌다. 김 비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가 자식 교육을 잘못시켰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내 잘못도 있는 법이지. 내 자식이니까. 김 비서, 너무 상심하지 마라. 자식은 또 낳으면 된다.”

“네. 이번에는 괜찮은 자식을 낳겠습니다.”

“김 비서를 닮은 여자아이면 좋겠군.”

“노력해보겠습니다.”

“나도 노력하지.”

우리는 호텔 최상층의 베리 스윗룸으로 올라갔다.

• • •

나는 [전염병 제조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새카만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표면에 글씨가 나타났다.

[전염병을 제조하시겠습니까?]

“제조한다.”

[원하시는 전염병을 말씀해주십시오.]

“좀비병… 가능하나?”

[어떤 좀비 바이러스를 만드시겠습니까? 세부 설정이 가능합니다.]

“…아니. 좀비 바이러스는 아니다.”

좀비 바이러스. 퍼뜨리고 싶은 충동은 들지만,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가 되는 건 원하지 않았다. 나는 망한 세계를 원하는 건 아니다. 내가 지배하는 세계를 원하는 거지.

“감염자들은 오로지 내 명령을 듣게 할 수 있나?”

[가능합니다. 그러나 전염병 제조 카드의 효과가 끝나면 명령을 듣지 않습니다.]

30일의 절대 권능.

하지만 30일이 지나면? 전염병에 풀린 개돼지들은 분노를 터트리며 복수하려 들것이다.

“…나를 적대하는 놈들의 머리가 터지는 전염병. 만들 수 있나? 30일이 지나도 유지됐으면 좋겠는데.”

[가능합니다. 뇌파 감지, 유전자 변이 관련 전염병입니다. 감염되는 순간 유전자가 변이되기에 30일이 지나도 병이 유지됩니다. 다만 30일이 지나면 전염병이 사라지기에 새로운 감염자가 생기지 않습니다.]

“판타지적인 전염병인데도 가능하다는 거군. 전염 방식은?”

[설정에 따라 공기, 접촉, 기생 등 모든 경로로 전염이 가능합니다.]

“좋군. 그렇게 만들겠다.”

[전염병의 이름을 정해주십시오.]

“지존 성유진.”

[지존 성유진 전염병이 제조되었습니다. 지금 전염병을 퍼뜨리겠습니까? 24시간 내로 총 10번 퍼뜨릴 수 있습니다. 전염병의 유효 기간은 처음 전염병을 퍼뜨린 순간부터 30일 동안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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