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비서. 설마 혼자만 즐길 생각이야?”
내가 말했다. 혼자만 절정을 느끼며 가버리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흐읏, 아닙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회장님. 하아앙!”
귀두만 집중 공략하던 보지가 마침내 자지를 완전히 삼켰다. 철퍽! 그녀의 엉덩이와 내 허벅지가 부딪히며 소리가 났다. 내 안에 잠든 섹스 세포를 일깨우는 소리였다.
‘참아라, 섹스 세포.’
지금은 아직 개처럼 허리를 흔들 때가 아니다.
김 비서가 엉덩이를 위로 올렸다. 자지가 뽑힐 듯한 흡입이 느껴졌다. 보지는 아슬아슬하게 귀두 끝에 걸쳐졌다. 자지 기둥은 애액으로 흠뻑 젖어 반질거렸다. 엉덩이는 다시금 내려온다. 자지가 보지속으로 들어가고, 그녀의 엉덩이가 내 허벅지에 안착한다.
쿵.
“회장님의 늠름한 자지가 제 자궁을 때리는군요.”
“그래. 네 자궁구가 내 자지에 달라붙는 게 느껴진다. 마치 정액을 조르는 것 같군.”
“제 자궁안에 정액을 부어 주시겠습니까?”
“그러기엔 아직 부족하지.”
결합부로 시선을 향한다. 내 자지를 뿌리 끝까지 머금은 보지는 떨어진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위의 항문은 조용히 뻐끔거리고 있었다.
이대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질벽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여 내 자지를 자극하고 있으니까. 물론 직접 움직일 때보다 자극은 약하다.
짜악.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에 손바닥을 때렸다. 제법 세게 때려서 그런지 새빨간 손도장이 바로 새겨졌다.
“흐앗…. 회장님…!”
“움직여.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거야.”
“읏…. 네.”
찌걱, 철퍽. 찌걱, 철퍽.
그녀의 엉덩이가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단순히 앞뒤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엉덩이에 회전을 걸면서 방아를 찧는다. 자지를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악, 학,”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채로 움직이는 건 상당히 힘들다. 그리고 그녀는 점점 빠져들었다. 성감 고조는 여전히 켜둔 상태다.
“흐으으읏, 아으으응…!”
철퍽철퍽철퍽철퍽철퍽!
그녀의 엉덩이와 내 허벅지가 강하게 부딪힌다. 그녀의 엉덩이가 점점 빨갛게 변한다.
“회장님…! 회장님! 아아, 회장니이임!”
한참 격렬하게 방아를 찧던 그녀는 절정과 함께 내 위에 앉았다. 자지 전체를 감싼 보지가 강하게 수축한다. 의도한 건지 몰라도 내 정액을 남김없이 짜내려 하고 있다. 이건 나도 한계였다.
‘싼다.’
하반신에서 시작된 쾌락은 순식간에 머리로 올라갔다. 머리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온몸이 날아갈 것 같다. 죽어있는 몸에 생명의 물이 뿌려진 기분이다.
그러나 부족하다.
풀어지려던 자지에 힘이 빡 들어갔다. 반대로 김 비서는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더니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녀의 보지가 멀어지더니 아래로 떨어졌다.
김 비서는 꼴리는 자세로 넘어졌다. 상체를 바닥에 붙이고 엉덩이를 위로 들어 올린, 개처럼 박아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자세다. 선홍색 보지에서는 새하얀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온다.
“김 비서.”
“하으으…. 네, 네에… 회장님….”
김 비서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정신이 없다는 증거였다. 나는 혀를 찼다. 원래 김 비서는 겨우 이 정도로 무너질 여자가 아니다.
‘성감 고조의 효과가 지나치게 잘 먹혀들었군.’
개처럼 박아달라고 하니, 개처럼 박아 줘야겠지.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그녀의 엉덩이 뒤에 무릎 꿇고 앉았다. 보지에는 정액이 가득 차 있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정액이었다. 자지를 잡고 보지에 찔러 넣었다.
“……!”
김 비서의 몸이 순식간에 긴장한다. 김 비서는 두 눈을 부릅뜨며 숨까지 삼켰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와 골반을 잡으면서 허리 운동을 시작했다.
보지에 박을 때마다 애액과 정액이 튀며 음탕한 소리가 났다.
“앗, 앙, 아앙, 앙….”
김 비서는 작은 목소리로 신음을 뱉었다. 날 더 흥분시키기 위해서다. 역시 그녀는 완벽히 조교 되어 있었다.
‘이런. 또 쌀 것 같네.’
나는 호흡에 정신을 집중하며 조절했다. 섹스를 좀 더 오래 즐기려는 꼼수 중 하나였다. 허리를 잠깐 멈추면 되지 않냐고? 쪽팔리게 섹스를 멈출 수 없었다.
한참 허리를 흔들던 나는 그녀의 엉덩이에 몸을 딱 붙였다.
‘두 발째 간다.’
김 비서의 보지를 정액으로 가득 채운다. 김 비서는 정액이 자궁구를 때릴 때마다 몸을 경련했다.
“김 비서. 여기서 그만둘까?”
“하, 할 수 있습니다…!”
김 비서가 부들부들 떠는 팔로 몸을 일으켰다. 정장 자켓 속에 있음에도 풍만함을 자랑하는 젖가슴에 내 눈이 빛난다. 나는 그녀의 자켓과 블라우스를 풀고 브래지어를 잡아당겼다. 봉인 풀린 젖가슴은 젖소의 그것처럼 아래로 축 늘어졌다. 이미 딱딱해져 있는 연갈색 유두 끝에는 모유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잡고, 그 몸을 내게 당겼다. 그녀의 등이 내 상체에 닿는다. 그녀와 내 얼굴이 가까워졌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
“하아. 회장님….”
그녀의 풀어진 얼굴과 달큰한 목소리에서 색기가 뚝뚝 떨어진다. 부드러운 젖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퓨웃!
모유가 뿜어져 나왔다. 마구잡이로 가슴을 주무르자 모유가 쏟아져나와 바닥을 더럽혔다. 그럼에도 만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모유가 너무 많이 나오는 거 아니야?”
“하악, 괜찮습니다. 모유는 계속 나올 테니까요. 흐응, 회장님….”
김 비서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그녀는 지금 키스를 원하고 있었다.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그녀와 입을 맞췄다. 혀가 섞인다. 그녀의 보지는 내 자지를 더 강하게 조였다.
나는 김 비서를 들고일어났다. 김 비서는 내 어깨와 등을 손으로 휘감았고, 나는 허리를 튕기며 그녀의 보지를 쑤셨다.
“아아앙! 회장님!”
우리는 격렬하게 섹스했다.
2시간 뒤, 알몸으로 침대에 뻗은 김 비서의 엉덩이에 완전 백신 주사기를 놓았다. 침대에 뻗은 김 비서는 움찔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나도 내 팔뚝에 완전 백신을 놓았다.
[완전 백신을 맞았습니다. 모든 질병에서 면역됩니다.]
• • •
완전 백신을 맞은 우리는 한숨 잔 뒤에 일어났다.
아침 10시.
나와 김 비서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호텔 밖으로 나갔다.
호텔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부산 시장과 시민들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었고,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그 장면을 찍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방송국 헬기가 공중을 날아다니며 그 장면을 찍었다. 어디 소속인지 알 수 없는 헬기도 있었다. 카메라가 달린 것을 보아 외국 방송국이 헬기를 빌린 것 같았다.
‘좋군.’
계획 대로다. 부산 시장은 내가 시킨 대로 방송국 사람과 시민들을 모았다.
나는 준비된 단상 위로 올라갔다.
“나다.”
이름을 밝힐 필요는 없었다. 이 세계에서 내 이름을 모르는 놈은 없었다.
“서울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핵폭탄이 터진 건 유감스럽다.”
사실 조금도 섭섭하지 않지만, 대기업 회장으로서 개돼지들의 민심을 달래볼까 한다.
“근데 씨발. 니들이 먼저 내 뒤통수를 쳤잖아.”
나는 정당했다.
“니들이 내 뒤통수만 안 쳤어도 핵폭탄이 터지는 일은 없었을 거다.”
모든 잘못은 배신자, 그리고 반란자들에게 있었다.
“부회장, 그리고 미 대통령 새끼야. 니들 말하는 거다.”
날 찍는 카메라를 향해 중지를 치켜세웠다.
“나는 어제 전염병을 퍼뜨린다고 했다. 세계의 재앙이 될 전염병이지. 그런데 놈들과 미 대통령은 내게 사과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도 내 영향력과 영생을 탐하고 있지.”
뒤통수를 친 놈들이 제대로 책임을 진다면 적당히 하고 끝낼 용의가 충분히 있었다. 성공적으로 과학 문명이 발전한 이 세계에선 얻을 게 많았으니까.
“네놈들의 뜻은 잘 알았다. 아직도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이번에 네놈들의 위치를 제대로 알려주마.”
검은색 카드, 전염병 카드를 꺼냈다.
사람들은 의문에 찬 눈으로 검은색 카드를 쳐다봤다. 딱 봐도 아무 장치도 없어 보이는 카드니까.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대략 10만 명 정도가 호텔 앞에 모여있었다.
“미리 경고해두지. 이 전염병에 감염되면 나를 적대할 수 없다. 나를 적대하면 머리가 터져 죽는 병이다. 알겠나?”
“아유키딩미?!”
외국인 남자가 소리쳤다. 그 주위에 카메라맨이 있는 걸로 보아 외국의 기자로 보였다.
“양키인가? 뭐지?”
“그딴 전염병이 있을 리 없잖아! 거짓말을 하려면 좀 더 그럴싸하게 해라!”
“내 말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는 직접 알아봐라. 자, 내가 네놈들에게 내리는 천벌이다!!”
나는 전염병 카드를 손에 쥐고 흔들었다.
[전염병을 퍼트립니다. 남은 횟수 9]
“…….”
“…….”
“…….”
침묵은 무거웠다.
당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푸하하하! 이 허풍쟁이가! 너를 적대하면 머리가 터지는 병? 그딴 병이 존재할 리 없….”
퍼엉!
배를 잡고 날 비웃던 놈의 머리가 터졌다.
그게 시작이었다.
호텔 앞에 있던 자들의 머리가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놈들을 시작으로 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머리를 터트리는 게 아닐까 싶은 광경이었다.
펑펑펑펑!
폭죽처럼 터지는 머리통. 흩뿌려지는 뇌수.
아주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이런. 뭐 같은 냄새가 진동하는군.”
95%의 머리가 터졌다. 살아남은 건 5,000명 정도다. 그들은 모두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덜덜 떨었다.
‘씨발. 이 정도로 뒈질 줄은 몰랐는데.’
대충 50%만 죽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설마 이렇게 많은 놈들이 나를 적대하고 있었을 줄이야.
‘…한국이라 당연한가. 서울을 핵으로 터트려버렸으니… 나라를 끝장낸 거나 다를 바 없으니 뭐.’
헬기들이 휘청거리더니 추락한다. 헬기 조종사들 모두가 머리가 터진 것이다. 추락하던 헬기는 호텔에 처박으며 폭발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를 쳐다봤다. 다행히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었다.
“봐라. 전염병은 퍼지기 시작했다. 이제 나를 적대하는 자들은 모두 머리가 터져 죽을 것이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부산 호텔 앞, 8차선 도로가 피와 뇌수로 물들었다. 머리 없는 시체는 쓰레기처럼 도로에 널브러졌다.
10만 명의 시민 중 95%가 머리가 터져 죽는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나, 나는 침착함을 유지했다.
이 광경을 보고 있을 자들에게 더 강력한 경고를 날리게 된 꼴이니까. 핵폭탄을 썼을 때와는 다르다. 모든 걸 쓸어버리는 핵폭탄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 끔찍한 광경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지.
이러면 보통은 날 향한 분노와 증오를 태우게 되겠지만… 이 전염병의 특성상 나를 적대하는 순간 머리가 터져 죽는다.
머리가 터져 죽기 싫으면 굴복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 전염병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너희는 이제 나를 적대하는 순간 죽는다. 날 원망하지 마라, 분노하지 마라, 증오하지 마라. 그저 받아들여라. 그것이 너희가 살길이다. 분노의 대상이 필요하다면 기어코 내게 전염병을 쓰게 한 놈들을 탓해라.”
나는 몸을 획 돌렸다.
김 비서는 당연히 무사했고, 내 경호를 맡은 병사 일부는 머리가 터져 죽어 있었다.
‘병사는 10% 정도가 죽었나.’
이쪽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들은 날 두려워할지언정 적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김 비서와 함께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베리 스윗룸으로 올라가는 중에도 시체가 보였다. 호텔 직원과 투숙객들의 시체였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죽었어. 시체를 치울 놈이 없잖아.’
일단 경고를 했으니 죽을 놈들은 줄어들 것이다.
“그런 엄청난 전염병을 만드셨다니… 대단하시군요.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다만, 전염병에 죽을 사람들이 예상보다 많을 것 같아 우려스럽군요.”
“내게 분노할 놈들? 아니. 죽을 놈들은 별로 없을 거다.”
“예?”
“공포는 분노와 증오를 이겨내는 법이지.”
압도적인 공포 앞에서 인간은 무력해진다. 아까 호텔 앞에서 죽은 10만 명. 그중 호텔 앞에 있던 놈 중에서 살아있는 자들은 없다. 뒤쪽에 갈수록 생존자가 많아졌다. 앞에서 머리가 터지는 걸 보고 내게 공포를 느낀 것이다.
“김 비서. 부산 시장이 전염병에 죽었다.”
“네. 저희에게 협력하는 척하더니 속으로는 저희를 적대하고 있었던 것이죠.”
“부산은 한국의 새로운 수도가 될 것이다. 대천 그룹의 거점이 될 도시지.”
“유능하고 이용하기 쉬운 자를 새로운 부산 시장으로 임명하겠습니다. …회장님. 이런 말 하기 송구스럽습니다만, 한국은 망했습니다.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편이 더 낫습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를 추천합니다.”
“한국인은 한국에 살아야지. 관리는 한국이 더 쉽다. 미국. 그 땅은 너무 지랄맞게 넓어.”
“알겠습니다.”
호텔 방 안으로 들어온 나는 공간 이동 스크롤을 꺼냈다.
“회장님. 어디 가십니까?”
“세계 곳곳에 전염병을 퍼뜨려야 한다.”
이후에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 뻔하다. 전염병의 근원지가 한국이니 철저하게 한국을 격리하고, 국경을 폐쇄할 터.
‘이 전염병은 물은 물론이고 공기로도 퍼지지만… 30일 내로 전 세계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장담은 없지.’
내가 직접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염병을 퍼뜨려야 한다.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호주와 아프리카도 빠뜨릴 수 없지.’
찌이익!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골목길에 나타났다. 벽에 기대어 대마초를 빨고 있던 남자들이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당황하더니,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내게 겨누었다.
“오쉣.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이 퍽킹 옐로우는.”
“내가 누군지도 몰라보다니…. 머리에 든 게 없군. 그냥 죽어라.”
그들에게 뛰어간다. 이미 내게 총구를 겨누고 있던 그들은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찰나를 쓸 필요도 없다. 총구의 방향을 확인하고 몸을 움직인다. 총알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거리가 좁혀졌으니 주먹을 휘둘렀다.
쾅!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충격음과 함께 남자의 몸이 터진다. 옆에 있던 놈이 총을 움직여 내 머리를 겨누려고 한다.
‘느려.’
놈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내 팔꿈치가 먼저 놈의 몸에 닿았다. 쾅! 그것으로 끝. 허나 아직 2명이 더 남았다. 각각 주먹과 발로 처리했다. 그리고 당당히 골목길을 나섰다.
사람들이 달리면서 도망가는 게 보인다. 총성을 들었으니 당연했다.
‘김 비서가 추천한 캘리포니아… 역시 별로군.’
캘리포니아는 100년 전의 캘리포니아가 아니다. 과거 대천 그룹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씹창나면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 말이 있듯이, 미국은 미국이었다. 경제가 폭망해도 웬만한 국가들 이상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경제 외의 부분. 특히 치안이 작살났다. 캘리포니아주는 좀 낫지만, 그 외의 몇몇 주는 법이 통하지 않는 무법지대가 된 것이다.
[전염병을 퍼트립니다. 남은 횟수 8]
‘성공적으로 LA에 전염병을 퍼뜨렸다. 다음은 유럽 쪽으로 가볼까.’
• • •
“이런 미친!!”
미대통령 게인이 절규했다. 양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집무실을 돌아다녔다. 그의 비서와 경호원들은 조용히 게인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퍽킹 쉣! 마더 퍽커! 퍽유!”
한참 욕을 쏟아낸 그는 기운이 쫙 빠진 듯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가 비서에게 물었다.
“…그 빌어먹을 똥양인 새끼의 말이 진짜였어! 진짜 전염병이 있었다고! 빌어먹을! 그 전염병은 대체 뭐지?! 놈을 적대하면 머리가 터져 죽는다?! 그게 무슨 전염병이란 말이야?!!”
게인은 다시금 분노했다.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분노였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걸 포기하고 자살할지도 모르니까.
“지존 성유진 병은 감염되는 순간 유전자 자체를 변이시킵니다. 성유진을 적대하는 뇌파를 감지하면 머리에 피가 모여 압력이 급상승하며….”
“이런 퍽킹씨발! 그게 가능한 전염병이냐고?! 싸구려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저주지! 그게 무슨 전염병이야?!!”
“…전염병이 맞습니다. 바이러스의 존재도 확인했으며, 과학자들이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젠장할! 지존 성유진 병은 또 뭐야. 누가 이름 지었어?!”
“모르겠습니다. 이미 전 세계에 이 이름이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이 전염병을 지존 성유진 병이란 이름으로 부릅니다.”
“대책! 대책은?!”
“우선 위대한 아메리칸들이 죽지 않게 해야 합니다. 부산에서 일어난 일을 방송국을 통해 꾸준히 내보내야 합니다.”
게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몇 시간 전 부산에서 일어난 전염병 사건. 머리가 펑펑 터져 죽는 십만 명의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 영상을 퍼뜨리자고? 제정신인가?!”
“그래야 합니다. 그래야 아메리칸들에게 성유진의 위험성과 공포를 심을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에게 트라우마를 심는 일이다!”
“머리가 터져 죽는 것보다 낫습니다. 이 일을 축소하면 무식한 아메리칸들은 성유진을 적대하게 될 것이고… 머리가 터져 죽을 것입니다.”
“좀 더 근본적인 대책! 그 지존 성유진 병을 이 세계에서 치워버릴 방법은?!”
“지금 당장은 없습니다만, 전문가들이 노력하고 있으나… 백신을 만들기 위해선 최소 몇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백신? 저 빌어먹을 전염병이 순식간에 캘리포니아를 휩쓸고 미국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백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백신이 아니라 치료제야!”
“감염자들은 순식간에 유전자가 변이했습니다. 감염되고 유전자 변이까지 5초.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입니다.”
“난 치료제에 대해 물었어!!”
“…전문가들의 말로는 치료제는 가망이 없습니다. 이미 유전자 자체가 변이되었기에, 전염병을 치료하려면 유전자를 조작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은….”
“기술은 있어도 부작용은 심하지. 성공할 가능성도 낮지. 무엇보다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았어. 단기간에 아메리칸 전원이 치료받는 건 100% 불가능….”
게인은 머리가 나쁘지 않았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시점에서 ‘지존 성유진 병’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게인은 다른 걸 물었다.
“여기는 안전한가?”
“백악관의 지하 방공호입니다. 1년 이상의 식량이 비축되어 있으며, 방사능은 물론이고 전염병도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후우. 그나마 다행이군. 하지만 계속 이렇게 당하고 있을 순 없지. 각국 정상들에게 연락해.”
“각하. 지금이라도 성유진과 협상하는 게 어떻습니까?”
“지금 나보고 죽으라는 건가? 그 새끼가 내 죽음을 원할 건 뻔한데!”
“아닙니다. 다른 것을 내주면 성유진이라도….”
“그놈의 잔혹한 성정을 못 봤나? 대도시에 핵폭탄을 연달아 터트리고 끔찍한 전염병까지 퍼뜨렸지! 그놈이 협상을 제대로 할 것 같아? 우리 미국은 절대로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 각국의 정상들과 연락해! 그리고 부회장들도 같이!”
“…알겠습니다. 각하.”
각국의 수장들과 화상통화가 연결됐다.
게인은 매서운 눈길로 화상통화에 참석한 이들을 확인했다. 전 세계 118개국 중 화상통화에 참석한 국가는 40개가 넘지 않는다.
하지만 게인은 개의치 않았다. 그 40개국 중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은 모두 응했으니까.
“따거. 따거. 따따거!”
새롭게 중국의 수장이 된 이가 말했다. 현대 중국어였다. 게인은 귀를 두들겼다. 귀에 낀 작은 스피커를 통해 통역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중국은 독자적인 노선을 가기로 정했다. 우리는 성유진 회장을 적대하지 않는다.”
“이 빌어먹을 칭챙총 놈들! 여기서 발을 빼겠다고?! 여기서 발을 빼겠다고?! 제정신이냐?! 성유진이 너희를 그냥 둘 것 같냐?!”
“성유진 회장은 우리를 죽이지 못한다. 우리 중국은 성유진 회장의 일꾼이기 때문이지. 우리 일꾼들은 성유진 회장 밑에 들어가기로 정했다.”
“이 미개한 칭챙총! 대국을 볼 줄 모르는군!”
“뻑큐나 먹어라.”
중국의 통신이 끊어졌다.
게인은 집무실 책상을 주먹으로 쿵쿵 때리며 씩씩거렸다. 지금 그는 감정을 숨기지 못할 정도로 구석에 몰려 있었다.
지켜보고 있던 러시아의 짜르가 말했다.
“우리 러시아는 성유진을 죽여야 한다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오. 계획이 있다면 말해보….”
탕!
“크아아악!”
총알이 짜르의 가슴에 날아왔다.
“아, 아들아! 감히 네가!”
“아버지. 이제 제가 짜르입니다. 미국은 들어라. 우리의 동맹은 끝이다.”
뚝.
러시아의 연결이 끊어졌다.
게인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