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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773화 (1,553/2,000)

슈퍼 블레이드를 휘둘러 철의 액체를 베어 갈랐다. 철의 액체는 힘을 잃는가 싶더니 다시금 내게 뻗어온다. 동시에 슈퍼 블레이드가 무거워지고 팔과 다리에 압박감이 느껴진다. 시야는 뿌옇게 변하고 금속 액체는 증식한다.

뱀파이어 진조들의 초능력.

하나, 하나는 보잘것없다. 직접적으로 공격해오는 초능력도 내 몸을 제어하지 못한다. 내가 깨닫지 못한 능력들까지 합하면 족히 수십 개의 초능력이 나를 압박하고 있다. 허나 그중에서 내 자유를 속박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 강했었나.’

뇌천결(雷天結).

뇌천류의 중심이 되는 구결을 외운다. 뇌를 품은 기운이 저신을 질주했고, 온몸에 힘이 넘쳤다.

덮쳐오는 금속 액체를 향해 슈퍼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강력한 검풍이 일어나 금속 액체를 저 멀리 떨쳐낸다.

뇌천류(雷天流) 뇌섬(雷閃).

허공에서 떨어지며 칼을 휘두른다. 1초에 10번 이상 휘두른 칼에서 검기가 되어 적들에게 떨어졌다. 헬멧을 쓴 뱀파이어들은 피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죽는다.

툭.

사뿐히 바닥에 내려앉은 나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보았다. 아직 수십 명의 뱀파이어가 남아 있었다.

‘대낮인데도 생생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건 입고 있는 옷과 헬멧 덕분인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놈들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방금 확신했으니까.

“패륜아 새끼. 이게 네가 준비한 전부냐? 시시하구나. 어디 가서 내 아들이라고 말하지 마라.”

“…하하. 새삼스럽군. 언제는 날 아들로 생각하긴 했나?”

성수운이 여유롭게 말한다. 그 곁에 있는 뱀파이어 병사들은 전혀 여유롭지 않았다. 나를 죽이기 위해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내가 얼마나 강한지 파악했음에도 덤벼드는 그 꼴을 보니 감탄이 나왔다.

‘목에 폭탄을 달았어도 이렇게 미친 듯이 달려든다고? 대체 정신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이러는 거야?’

이건 감탄스러웠다.

물론 무슨 짓을 했는지 짐작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이 뱀파이어들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세뇌작업을 반복했겠지.

삑.

앞에서 달려드는 뱀파이어 병사에게서 신호음이 들렸다. 반사적으로 찰나를 사용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6]

느려진 세상 속에서 뱀파이어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터진다. 나는 느긋하게 그 광경을 감상하다가 폭발력이 몸에 닿기 전에 움직여 회피했다.

달려드는 놈들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인 끝에 성수운의 앞에 당도했다.

“대단하군. 아무리 생명의 구슬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그런 힘을 손에 넣은 거지?”

성수운의 여유는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까지 왔는데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허세라고 하기엔 상황이 긴박하다. 이건 무언가가 있다.

‘내게 반기를 든 놈이다. 고작 이딴걸 함정이랍시고 준비했을 리 없지. 숨겨둔 비장의 수는 뭐지?’

한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지려 한다. 나는 일부러 의문들을 모조리 지웠다.

‘됐다. 일단 죽이자.’

뇌기를 머금은 칼이 번뜩인다.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시퍼런 검격이 성수운의 몸을 베었다.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옆구리까지. 깔끔한 대각선이다.

그의 몸에 붉은 선이 새겨진다. 선에서는 붉은 피들이 새어 나오고 몸통이 미끄러져 떨어지려는 찰나, 상처가 사라졌다. 그의 베인 옷과 바닥에 떨어진 피만이 상처가 있었음을 증명한다.

“완전 회복…? 아니, 그건 아니지. 그게 네 뱀파이어로서의 능력이냐?”

그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는다.

“이 재생력은 단순한 신체 능력에 불과하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눈앞에 있는 이 생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뱀파이어가 맞나?”

“하하하. 그러고 보니 넌 유독 뱀파이어에 흥미가 없었지. 뱀파이어를 박해했지만, 정작 뱀파이어를 연구하고 써먹을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것들이 뭐가 특별하다고 연구까지 해?”

“그게 너의 오만이다. 뱀파이어 이상의 힘을 가진 자의 오만! 그거 알고 있나? 인간이 뱀파이어가 되면 다 똑같이 강해지지 않는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뭔지 아나?”

“흠. 그렇게 말하니 좀 궁금하긴 하군. 건강한 놈이 강한 뱀파이어가 되나?”

성수운은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툭툭 두들겼다.

“정신이다. 정신력이 강한 인간이 더 강한 뱀파이어가 된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자아다. 완벽한 자아를 가지고 있을수록 더 강력한 뱀파이어가 될 수 있다는 거지.”

“네 정신력이 강하니 이렇게 강한 뱀파이어가 됐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거냐? 이제 보니 순 자기 자랑이었군.”

“허나 그것만으로 강해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 뱀파이어는 뱀파이어를 잡아먹으면 강해진다. 그건 당신도 알고 있겠지?”

“흥미가 떨어지고 있으니 요점만 간단히 말해라. 나는 지금이라도 네 목을 벨 수 있다.”

“일반 뱀파이어가 5명의 동족을 포식하면 진조가 되지. 그럼 5명 이상은? 50명의 뱀파이어를 잡아먹으면 어떻게 될까?”

“…….”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모르기 때문이다.

원작 뱀파이어 형사에서는 뱀파이어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았고, 동족 포식을 금기시하고 있었다. 뱀파이어는 기본적으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원작 설정 집에서도 뱀파이어가 50마리를 잡아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적혀 있지 않았다.

“그 실험을 했나?”

“당신 몰래 한다고 좀 힘들었지. 결과로 말해주자면 뱀파이어는 뱀파이어를 먹을수록 더 강해진다. 하지만 한계가 있더군. 평균 30명. 한계를 넘으면 폭주를 일으키고 뱀파이어도 아닌 뭔지 모를 생물로 변하지.”

“평균 30마리? 그럼 평균 이상도 있겠군.”

“실험 중 50마리까지 잡아먹는 뱀파이어도 있었다. 한계의 차이는 정신력. 여기서 문제다. 나는 몇 마리의 뱀파이어를 잡아먹었을까?”

나는 성수운은 빤히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놈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걸 보니 평균 이상의 뱀파이어를 잡아먹은 모양이다.

“…50마리 정도 먹었나?”

“크하하. 여전히 나를 개무시하는군. 250명! 그것도 진조 250명의 피를 마셨다!”

“좀 많긴 하군. 근데 너의 뱀파이어 인생은 여기서 끝이다.”

파지직.

슈퍼 블레이드의 칼날에 레이저가 덧씌워진다. 파랗게 빛나는 칼날은 아름다웠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5]

서걱!

그의 목을 베어 갈랐다. 칼을 통해 느껴지는 손맛까지 완벽했다. 놈의 머리가 떨어진다.

‘몸을 베는 것과 목을 베는 것. 두 개는 엄연히 다르지.’

그런데 이상하다. 목이 떨어졌는데 그 몸은 쓰러지지 않고 꼿꼿이 서 있다.

꾸드드득.

베인 목 부분에서 시뻘건 고깃덩어리가 치솟아 머리의 형상을 취한다. 고기로 이루어진 머리. 진짜 머리라고 하기엔 그 생김새부터가 어설펐다.

“나는 진화했다. 아무리 당신이라 해도 나를 죽이지 못해. 이 세상은 내가 지배할 것이다.”

놈이 오른손을 휘두른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그의 오른손이 펑 하고 터지더니, 새로운 오른손이 돋아났다. 시뻘겋고 길쭉한 오른손.

‘어림도 없지.’

늘어나는 손을 피하면서 칼을 계속 휘둘렀다. 놈의 손이 토막 나 바닥에 떨어진다. 허나 곧바로 새로운 손이 돋아난다.

“나는, 나는 불멸을 손에 넣었다!”

“시끄럽다. 지금 네 모습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다. 진짜 괴물로 전락한 건가? 그냥 곱게 죽어라.”

인벤토리에서 팔찌 하나를 꺼내 왼 손목에 착용했다. 유성검천(流星劍釧). [광명승천도]에서 얻은 법기가 반짝 빛난다.

허공에 거대한 검 한 자루가 만들어졌다. 성수운을 겨눈 검끝에는 시퍼런 뇌전이 꿈틀거렸다.

“떨어져라.”

거대한 검은 그대로 낙하해 성수운의 머리부터 찍었다.

콰앙!

떨어진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유성검에 담겨 있던 뇌전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지상에서 벼락이 치는 것 같았다. 거검에 짓눌린 고깃덩어리가 뇌화(雷火)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진다.

고기 타는 냄새가 난다. 소고기 타는 냄새와 비스무리하다.

‘인간이 탈 때 나는 냄새랑도 다른데. 뱀파이어라 그런가.’

꾸물.

고깃덩어리는 움직였다. 놈의 머리에 꽂혀 있던 거검이 무너진다.

스르르르르륵.

고깃덩어리 속에서 수백 마리의 뱀이 기어 온다. 3개의 눈을 가진 뱀이었다.

‘저것도 초능력의 일종인가?’

파지지지직!

왼손에 벼락을 모아 기어 오는 뱀들에게 던졌다. 벼락 뭉치는 땅에 닿자마자 사방으로 퍼지며 뱀까지 노릇하게 구웠다.

오싹.

뒤에서 뭔가가 온다.

이질감을 느끼자마자 위로 뛰었다. 내 뒤를 덮친 건 2m에 크기의 손이었다. 그것도 손가락 10개 달린 손.

손은 갑자기 사라지고 내 앞에 나타났다.

‘공간 이동…?!’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4]

서걱!

손을 베었다. 양단되어 떨어진 손은 고깃덩어리가 되어 꾸물거렸다. 고깃덩어리 본체, 이젠 성수운이라고도 할 수 없는 괴물은 계속해서 꾸물거렸다.

“내가, 내가 이 세상의 주인이다! 내가!!”

사방에서 손이 날아온다. 불타는 손, 독을 머금은 손, 날카로운 금속 손. 이제 알겠다. 저 손들은 모두 제각각 초능력을 상징한다.

뇌천류(雷天流) 뇌섬(雷閃).

검기를 날려 손을 베어냈다. 손은 고깃덩어리가 되어 떨어졌다. 고깃덩어리는 하나로 뭉친다.

“패륜아 새끼. 적당히 좀 하지 그래?”

“영생! 나는 불멸을 손에 넣었다!”

놈에겐 이미 내 말이 통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왼손을 들어 올렸다. 유성검천에 마나를 집중한다. 상공, 저 높은 하늘에 거대한 검 3개가 나타나 유성처럼 연달아 떨어졌다.

콰앙! 쾅! 콰아아앙!

그 충격파에 고깃덩어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분쇄된 고깃덩어리는 꾸물거리며 다시금 하나로 뭉친다. 벼락으로 새까맣게 태워도 소용없다. 어떻게 된 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다시 새빨간 고깃덩어리로 돌아와 움직이니까.

‘이게 놈이 아까 말한 폭주인가?’

나는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마나를 너무 사용해서 좀 힘들었다. 고깃덩어리는 점점 커지면서 도쿄 타워를 휘감았다.

살덩어리 문어 괴물이 도쿄 타워를 강간하고 있었다.

나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해야 저걸 처리할 수 있을까?

핵폭탄.

근데 내가 가진 핵폭탄을 쓰기엔 아깝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면서 구하기 힘들어진 게 핵폭탄이다. 굳이 내 물건을 써야 할까?

“아, 몰라. 일본이 알아서 하겠지. 김 비서랑 축제나 즐겨야겠다.”

난 공간 이동 주문서를 꺼내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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