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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794화 (1,574/2,000)

엘프 하녀를 따라 이동한 곳은 1층 뒷문이었다. 하녀는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테레시아 님은 이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엘프 하녀가 똑 부러진 어조로 말했다. 단순히 느껴지는 분위기로만 봤을 때는 평범한 하녀가 아니었다. 뭐, 엘프 특성상 오랫동안 살았을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테레시아 님이 날 찾는 이유는 뭐지? 알고 있나?”

다른 정보라도 캐낼 겸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차분히 대답했다.

“저는 그저 당신을 이곳으로 안내하라는 명령만 들었을 뿐입니다.”

“…그럼 이 뒷문 너머에 뭐가 있는 거지? 저택의 구조를 보면 방은 아닌 것 같은데?”

“세계수와 테레시아 님의 정원이 있습니다. 테레시아 님은 주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십니다.”

“…정원이라. 그러고 보니 저택 앞에 정원이 없더군.”

정원은 보통 저택 앞에 있다. 정원은 남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기 위해, 미관을 위해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테레시아 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았으니 재촉하지 마라. 너 이 저택에서 몇 년을 일했지? 보통 짬바가 아닌 것 같은데.”

“……250년쯤 됩니다.”

250년 경력의 하녀. 그 터무니없는 경력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지금 이 엘프를 포획할까?

‘아니야. 지금은 테레시아. 그년에게 집중해야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권력자부터 지배하는 게 훨씬 편하고 빠르다. 나는 문을 열었다. 테레시아가 내게 어떤 생각을 품고 있든 상관없었다. 내겐 엘프 지배 조교 어플이 있으니까. 그녀가 엘프인 이상 내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문 안으로 들어갔다. 향긋한 꽃향기가 코를 찔렀다. 정원답게 꽃이 가득했다. 많은 꽃들이 있었는데 내가 알아볼 수 있는 꽃은 하나도 없었다. 죄다 처음 보는 꽃들이었다.

이 정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뒤쪽에 있는 세계수였다. 50m가 넘는 커다란 나무.

‘이 세계의 세계수는 별거 아니군.’

시큰둥한 눈으로 세계수를 보다가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세계수 아래, 정원의 중심에 테레시아가 있었다.

‘언제봐도 꼴리는 몸이군.’

입고 있는 옷부터 창녀 저리 가라 할 정도인데 저게 어떻게 영주의 몸인가. 나는 내심 감탄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사이코트 영주님께서 절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하넬과 닮은 청록색 눈동자가 내게 향한다. 그러나 그 눈빛은 하넬보다 더 진중하고 깊었다.

“하넬에게 무슨 짓을 한 거죠?”

한순간에 훅 들어온다. 나는 찔리는 마음을 숨기며 대답했다.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머릿속은 복잡했다. 하넬이 나에 대해 말했나? 하지만 발설 금지 절대 명령이 있기에 그건 불가능할 터다.

“저는 그 아이의 어미입니다. 그 아이가 당신의 눈치를 많이 보더군요. 듣기로는 용사님의 친우분이라 들었습니다. 당신은 정체가 뭐죠?”

하넬을 걸레로 만든 장본인이 나란 걸 확신하고 있다.

“하하. 전 그저 박수호의 친우일 뿐입니다.”

쏴아아아아아.

정원 뒤편에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시원한 소리가 울린다. 놀라운 건 이렇게 바람이 부는데도 세계수의 나뭇잎은 단 하나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기만이군요.”

그녀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과 용사님은 친우가 아닙니다. 적어도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요.”

“영주님. 저와 박수호에 대해 뭘 알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와 박수호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세계수와 감응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근데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인가. 말을 돌리려는 건가?

“세계수와 감응하고 있는 지금, 저는 진위를 간파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하는 모든 기만은 제게 통하지 않습니다.”

“…….”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 말 자체가 기만일 가능성은? 저 차분한 눈동자를 보면 거짓이 아닐 것 같다. 게다가 세계수의 힘이라고 하지 않나. 나는 그녀와 세계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머리를 굴리던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물었다.

“후. 목적이 뭡니까? 목적이 뭐기에 절 이곳으로 부른 겁니까?”

“저는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세계수의 능력입니까?”

“세계수에게 허락받은 능력이지요. 물론, 볼 수 있는 미래는 한정적입니다만, 세계수는 항상 중요한 미래를 제게 보여줍니다.”

“보셨다는 미래와 제가 관련 있습니까?”

청록색의 투명한 눈동자가 반짝인다. 마치 내 마음속을 꿰뚫어 보겠다는 듯이.

“저를 굴복시키고, 감히 사이코트 엘프들을 지배하려는 무도한 자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그자의 정체를 모릅니다. 이상하게도 그자의 모습은 미래에서도 보이지 않았지요. 저는 그자가 당신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거의 확신한 것 같습니다.”

“아니요. 확신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목적을 제게 말씀해주시지요. 그것도 싫으시다면 이곳에서 선언하시면 됩니다. 당신은 우리 엘프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는 엘프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끝까지 저를 기만하려 드는군요. 허나 그 대답은 제게 충분한 대답이 되었습니다.”

테레시아는 고급스러운 지팡이를 살짝 들더니 바닥을 찍었다. 테레시아의 마나가 퍼진다. 그녀의 마나는 정원에 심어져 있는 꽃들을 어루만지고는 세계수로 향했다. 마나를 받은 세계수는 새로운 기운을 퍼뜨린다. 마나보다 더 정순한, 그렇기에 더 이질적인 기운이 정원으로 퍼진다.

후우우우웅.

미세하게 흔들리는 공간. 나는 그걸 보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차렸다.

“결계인가?”

“식견이 뛰어나시군요. 설마 바로 알아보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적이 많아서. 외부와 차단된 것 같고… 여기서 날 죽일 생각인가.”

“저는 동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설령 용사님과의 관계가 틀어진다고 하더라도… 불안하고 끔찍한 미래는 피해야지요.”

뇌천류(雷天流) 만뢰(卍雷).

기습적으로 번개를 쏘아냈다. 허공을 찢으며 날아간 번개는 그녀의 몸에 닿지 못했다. 그녀의 앞에 투명한 배리어가 나타나 번개를 막아낸 것이다.

‘음. 도망칠까.’

한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대는 S급. 내가 예전에 상대했던 미국의 S급 언저리 채드 로벨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력자다. 그놈은 S급이긴 했으나 진짜 S급 헌터에 비하면 실력이 모자랐으니까.

‘아니지. 이건 오히려 기회일 수 있어.’

사이코트 엘프령의 영주인 테레시아와 1대1로 만날 기회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었다.

“그거 알아? 하넬의 목숨은 내 손에 달려있어. 지금 이 자리에서도 하넬을 죽일 수 있다고.”

“다시 말해드리죠. 저는 당신의 기만을 간파할 수 있습니다.”

혹시 몰라 해 본 말인데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말로써 그녀를 흔들 수 없다는 거다. 이건 좀 안 좋았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테레시아가 압도적인 우위를 가진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반대로 말을 섞을수록 내가 불리해진다.’

말의 진위를 구분한다는 건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서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과 같았다.

우우웅.

미세한 공기의 떨림. 이건 마나에 의해 발생하는 울림이었다. 테레시아의 마나가 한곳으로 집약되고 규칙성을 가지며 마법으로 재탄생한다.

파지지직.

마법진의 중심에서 번개의 창이 내게 쏘아졌다. 마치 아까 날린 번개를 되갚아 주려는 것처럼.

나는 화련비도를 소환해 손에 쥐었다. 번개의 창을 향해 화련비도를 뻗는다. 번개의 창이 화련비도의 칼끝에 닿는다.

뇌천류(雷天流) 뇌반(雷反).

칼을 타고 내게 이동하려는 번개를 제어한다. 번개는 내 손에 닿지도 못하고 칼에 붙잡혀 붉은빛으로 변했다.

뇌천류(雷天流) 뇌섬(雷閃).

붉은 번개는 시퍼런 검기와 함께 테레시아를 향해 날아갔다.

테레시아가 가볍게 지팡이를 흔들었다. 하늘에서 바람이 떨어지며 검기를 찍어 눌렀다. 붉은 번개가 바람에 저항하듯 지면에서 꿈틀거렸으나 의미 없는 저항에 불과했다.

“번개를 제어해서 새로운 공격으로 반격했군요. 당신이 번개를 다루는 능력이 있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그것도 수준급이군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번개를 쓰지 않으면 되니까요.”

그녀에게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냉기는 바닥을 질주하며 내게 다가온다.

파지지직.

나는 화련비도에 뇌전을 일으켜 바닥에 흩뿌렸다. 뇌전이 다가오던 뇌전을 태웠다.

“기회를 주지.”

내 말에 테레시아가 미간을 좁힌다.

“…무슨 뜻이죠?”

“항복할 기회. 내 앞에 무릎 꿇고 항복해라. 그럼 엘프들의 최소한의 권리는 보장해주마. 일은 쉽게 가자고.”

“최소한의 권리…. 그건 어떤 권리를 말하는 거죠?”

“노예로서 부리지 않겠다.”

나는 정말 많이 양보한 거다. 하지만 테레시아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찌푸려진 얼굴이 퍼지지 않는다.

“어처구니가 없구나.”

그녀의 말투가 변했다. 목소리에는 분노가 억눌려 있고, 진중하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그녀의 마나는 그 분노에 동조하듯 사나워진다.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오만방자한 것도 정도가 있다.”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으니 쉽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기회를 줘도 알아듣지 못하는군.”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직후, 땅속에서 나뿌 뿌리 한 줄기가 튀어나와 내 심장을 노린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1]

간단히 옆으로 피하며 스마트폰을 조작해 엘프 어플을 실행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꼿꼿이 서 있는 테레시아를 찍는다.

찰칵!

[엘프를 포획했습니다.]

[이름: 테레시아 사이코트 (비처녀)

힘:41 체력:54 민첩:70 지능:150 마나:189

보유 특성: 하이엘프(Lv. Master), 숲의 축복(Lv, Matser), 마법(Lv. 15)

보유 스킬: 정령 소환(Lv. 11), 정령술(Lv. 10), 세계수 감응(Lv. Master),

질내사정: 22 애널사정: 0 펠라치오: 0

절정횟수: 5,220 임신횟수: 1 자위횟수: 7,850

복종도: 0% 절정도: 0% 성욕도: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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