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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797화 (1,577/2,000)

< 1797화 > 1797. 운명

콰아앙!

전력을 다해 휘두른 일격은 테레시아의 몸을 보호하는 방어막에 막혔다. 놀라지는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었으니까.

방어막으로부터 강력한 반탄력이 느껴지고 내 몸은 뒤로 붕 뜬다. 그녀의 방어막은 내 생각보다 훨씬 견고하며 강력했다.

[시간 가속을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3]

가속의 세계로 진입했다. 하체에 힘을 줬다. 땅에 기둥을 박듯이 다리에 힘을 준다. 방어막의 반탄력을 억지로 무시하고 칼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여섯 번째에 방어막에 금이 간다.

‘10번 찍어 안 넘어간다는 나무 없다지.’

시간 가속이 끝난 뒤에 찾아올 반탄력이 조금 두렵지만, 테레시아의 마법이 완전히 무위로 돌아간 지금이 둘도 없는 승리의 기회였다.

테레시아의 눈동자가 움직여 칼을 확인한다. 시간 가속인 걸 감안해도 너무 자연스럽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가속된 세계에 따라 들어온 것이다.

‘…방어막이 너 단단해졌다. 시간 가속에 따라온 것뿐만이 아니라 방어막까지 강화시켜? 과연 S급이라 해야 하나.’

다행히 그 이상은 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화련비도를 휘둘렀고, 시간 가속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테레시아의 방어막을 박살 낼 수 있었다. 그녀의 로브가 시커멓게 변한다. 아마도 방어막은 로브의 능력이었던 모양이다.

테레시아가 주춤거린다. 그리고 나는 몸을 덮치는 강력한 반탄력을 견디다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내장이 상한 모양이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2]

타워 실드 형태의 스톰브레이커를 소환해 뒤쪽 땅에 박았다. 날아가던 내 등은 스톰브레이커에 막혀 강제로 멈췄다. 그 여파로 등이 아프다는 걸 넘어 내장이 아예 작살난 것 같지만 멀리 멀어지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

테레시아에게 질주한다. 다시금 그녀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아까와 달리 나는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녀를 보호하는 방어막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지막 모든 힘을 쥐어 짜내듯 화련비도의 칼날에 힘을 밀어 넣는다. 붉은색 칼날에 푸른색 검기가 서리고, 붉은 뇌전이 번뜩인다.

그녀를 죽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여기서 어중간하게 멈추면 역으로 내가 당한다. 테레시아의 팔다리를 하나 자르거나, 치명상을 입혀야 한다.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칼날은 허공에 붉은 궤적을 남기며 그녀의 허벅지를 노렸다. 그러나 칼날은 그녀의 피부에 박히지 않았다. 베기는커녕 아예 칼날 자체가 강제로 멈춰버린 것이다.

나는 테레시아의 옷을 쳐다봤다. 하이레그 수영복 같은 하얀색 옷. 단순히 변태 같다고 생각한 그 옷에서 신비한 힘이 느껴졌다.

"대단하구나. 바람의 가호가 없었다면 승리는 네 것이었을 거다."

"바람의 가호? 그 변태 같은 옷이?"

안 그래도 변태 같은 옷인데, 그 사타구니 부위는 푹 젖어 더 음란해 보였다. 강제 절정의 여파였다.

"…바람의 정령은 장난기가 많아서 문제지."

변태 같은 옷은 단순히 취향 때문에 입고 있던 게 아닌 모양이다

S급 실력인데 질 좋은 장비까지 갖추고 있다니. 반칙 아닌가.

‘뭐,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해.’

따악.

테레시아가 지팡이를 바닥에 찍는다.

마나의 파동이 주위 공간을 휩쓴다. 나는 이 공간의 지배권이 그녀에게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어 그녀와 나 사이에 총 5개의 마법진이 나타난다. 크기는 제각각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내 덩치가 큰 마법진까지.

전투로 인해 고조된 내 감각은 보이지 않는 6번째 마법까지 감지해냈다. 정확히 어떤 마법인지 모른다. 하지만 암살자의 단검처럼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그것이 내 목숨을 끊을 치명적인 한 수라는 건 알겠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0]

마법진이 완성되기 전에 앞으로 몸을 던졌다. 냉철하던 테레시아의 표정에 당혹감이 떠오른다. 가장 작은 마법진 하나가 아주 빠른 속도로 완성됐다.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것은 불길한 저주를 머금은 꼬챙이였다.

‘나를 밀어내는 마법이 아니군.’

무시하고 전진하다.

푸욱.

꼬챙이가 복부를 관통했다. 관통된 부위로부터 저주가 느껴졌다. 내장이 썩어가는 종류의 저주다.

‘스톰브레이커.’

다시 소환된 스톰브레이커는 건틀릿이 되어 내 오른팔을 감쌌다. 건트릿에 붉은 기가 도는 건 화련비도와 합쳐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 모든 것을 쥐어 짜냈다. 이미 버린 목숨. 생명을 유지하는 힘까지 싹싹 긁어 건틀릿에 집중했다.

콰지지지지직!!

내 전신에서 붉은 뇌전이 뻗어 나와 사방을 휩쓸었다. 의도한 건 아니다. [천재의 시간]은 진즉에 끝났기에 내 힘을 전부 제어하지 못하고 날뛴 것이다. 붉은 뇌전에 닿은 마법들이 박살 났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겨우 뇌전으로 테레시아의 마법을 박살 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으니까. 테레시아가 방심했다고는 볼 수 없었다.

‘내 모든 걸 박박 긁어서 쓴 보람이 있군.’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 더 확실하게 건틀릿에 힘을 담아 휘둘렀다.

배빵!

충격과 굉음이 동시에 터진다. 그녀의 몸이 위로 10cm 정도 떠오른다. 반사적으로 상체를 숙인 그녀의 고귀한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끄아아아아으으으…."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그녀는 지팡이까지 손에 놓은 채로 고통에 허덕였다.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흐른다. 나는 그녀의 목을 잡아 쓰려지려는 것을 붙잡았다. 꽃잎이 흩날렸다. 방금의 충격파에 의해 정원에 있는 꽃들이 부서진 것이다. 이 세계 엘프들의 미래처럼.

[완전 회복을 사용합니다.]

완전 회복이 아니었다면 내가 먼저 쓰러졌을 것이다.

쪼르르르륵.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테레시아가 실금했다. 숲속의 요정 엘프의 오줌에서도 지린내가 났다.

나는 테레시아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아직도 고통에 허덕이는 테레시아의 얼굴이 드러났다.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눈동자는 지혜의 빛이 느껴지지 않고, 벌어진 입에서 흘러내리는 침은 본능만이 엿보인다.

멍청한 표정이다. 그런데 엘프라서 그런지 더럽게 아름다웠다.

그녀의 딸, 하넬이 풋풋하고 싱그러우면서 건강한 미녀라면, 테레시아는 성숙했다. 고요하면서도 포용력이 느껴졌다. 마법사라 그런지 몸에는 군살이 있었다. 아니, 살집이라기보다는 그냥 약간의 살집이라고 보는 게 낫겠지.

"내가 이겼으니 넌 내 거다."

"아직 끝은… 흐읍?!"

도장을 찍듯이 테레시아의 머리를 코앞으로 가져와 입을 맞춘다. 실제로는 맞춘다기보다는 짐승처럼 잡아먹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강제로 그녀의 입안에 내 숨결을 불어 넣고, 혀를 끄집어내 잘근잘근 씹었다.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L컵 폭유를 움켜쥔다. 손가락은 유방에 푹푹 박혔다. 너무 큰 가슴이라 그런 걸까. 탄력이 좀 많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크기와 모양은 최고였다. 부드러움은 두말할 것도 없다.

[복종도: 100% 절정도: 42% 성욕도: 57%]

[복종도 100%를 달성했습니다.]

[테레시아 사이코트에게 절대 명령 하나를 내릴 수 있습니다.]

한순간에 올라간 복종도. 그 원인은 명확했다. 그녀는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마침 필요했었는데 타이밍이 좋네. 하넬의 경우 자살 금지를 첫 번째 절대 명령을 선택했지.’

자존심이 강한 하넬은 자살할 수 있었다. 실제로 내게 범해지면서 자살을 몇 번 시도하려고 했었고.

하넬의 어미인 테레시아는 어떨까. 하넬처럼 자살할 수 있을까?

‘못하지.’

그녀는 영주였다. 최소 수백 년을 엘프의 지도자로서 살아왔다. 그런 그녀가 책임을 냅다 던지는 자살을 선택할 수 있을 리 없다.

‘뭐, 그게 아니어도 설정한 절대 명령은 하나지.’

반항 금지.

내게 해를 끼칠 수 없게 된다.

테레시아에게 절대 명령을 내린 나는 만족하며 입을 뗐다. 그녀와 내 입술 사이로 끈적한 타액이 늘어진다.

"상당히 맛있군. 잘 숙성된 와인이라고 해야 하나?"

"이 더러운 놈…!"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정신을 차린 테레시아는 한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얼굴을 붉히고 분노로 눈을 치켜뜨며 마나를 이용해 마법을 준비한다. 내 주위로 마법진 12개가 동시에 나타나 캐스팅을 시작한다.

의미 없는 짓이었다. 아무리 투지를 불태워도 이미 한 번 패배감을 느낀 그녀는 그 대가로 나를 해칠 수 없었다. 그녀에겐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마법진은 완성되었다. 그러나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그녀가 당황했다. 마법진 하나가 내 뒤쪽으로 움직이더니 불기둥을 일으켰다. 당연히 불기둥은 내게 닿지 않았다.

"마법은 쓸 수 있겠지. 하지만 나를 해할 수는 없다."

"…저주? 아니면 봉인? 어떤 힘을 쓴 거지?"

"내가 그걸 왜 알려 줘야 하지? 하나 충고하자면 포기 하고 받아들여라. 이 힘을 안다고 해서 네가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테레시아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녀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S급 힘을 가진 엘프 마법사? 나를 해할 수 없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일반인보다 존재가 됐다. 나는 실실 웃으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 성난 자지가 위아래로 껄떡거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마지막으로 섹스한 게 언제지? 내 자지로 보지 거미줄을 거둬줄 테니 감사하라고. 이 빨통 엘프년아."

"무례한 것!"

테레시아가 손을 휘두른다. 그녀의 고운 손은 내 뺨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물론 자의는 아니었다.

테레시아는 사색이 되었다. 머리 좋은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떠올린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대신 팔짱을 끼고 근엄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알몸이 되어 내 앞에 무릎 꿇어라."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이냐?! 나는 사이코트 엘프령의 주인이다! 그리고 너는 베로프린 시장의 친우지! 네 행동에 베로프린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걸 어떻게 모를 수 있지?!"

"베로프린은 내 도시가 아니다. 박수호의 도시지. 그리고 이게 마지막 경고다. 옷을 벗고 내 앞에 무릎 꿇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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