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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800화 (1,580/2,000)

< 1800화 > 1800. 운명

나는 침대 위에서 회색 단발머리 엘프를 짐승처럼 범하고 있었다.

"아아아악! 아아악! 끼아아아악!"

벨라 텔리마스.

엘프 여기사인 그녀는 C컵 가슴에 탄탄한 몸매를 가진 여인이었다. 테레시아의 호위 기사답게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몸이 아주 쫄깃했다.

쩌억! 쩌억! 쩌억!

그녀는 체질인지 땀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의 엉덩이와 내 허벅지가 부딪칠 때마다 쩍쩍거렸다.

‘테레시아. 그년도 진짜 미친년이야. 설마 바로 자기 부하를 내게 바칠 줄이야.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질질 끌 줄 알았는데.’

테레시아가 피지배 성향이라 그런지 명령을 내리니 바로 수행한다. 나는 짐승처럼 울부짖는 벨가의 상태창을 봤다.

[이름: 벨가 텔리마스 (비처녀)

힘:105 체력:109 민첩:123 지능:84 마나:80

보유 특성: 엘프(Lv. Master), 숲의 축복(Lv, 3), 엘프 정령 검술(Lv. 8)

보유 스킬: 정령 소환(Lv. 5), 정령술(Lv. 3), 돌풍성검(Lv. 5)

질내사정: 3 애널사정: 0 펠라치오: 0

절정횟수: 2,702 임신횟수: 0 자위횟수: 3,050

복종도: 78% 절정도: 88% 성욕도: 75%

성향: 짐승 섹스]

방금까지 처녀였던 그녀는 오늘 임신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깔끔하고 냉정해 보였는데… 설마 짐승 섹스를 좋아하는 변태년이었을 줄이야. 엘프라 특이 취향이 많은 건가?’

오래 살다 보니 특이 성향에 눈을 뜨는 걸지도 몰랐다.

‘어쨌든 보지 맛은 좋으니까. 자, 너도 임신해라!’

사이코트 엘프령 지배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

***

나는 박수호 일행과 함께 움직였다.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이곳에 온 표면적인 이유는 박수호를 돕기 위해서니까. 그러니 박수호를 돕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하넬이 우리 앞에 섰다. 그녀의 옆에는 오늘 아침까지 나와 짐승 섹스를 했던 엘프 여기사 벨가가 있었다. 그녀들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하넬의 뒤태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옷을 입고 있었는데도 살짝씩 보이는 문신 때문이다.

"대체 왜 문신을…."

박수호가 하넬의 뒤태를 보며 중얼거렸다. 눈살을 찌푸리는 꼴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왜? 너도 문신충이잖아."

"문신충이라뇨. 전 능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신을 한겁니다. 아니, 한 게 아니라 생겼어요."

"문신 있는 여자는 싫냐?"

박수호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한차례 둘러보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솔직히 문신 있는 여자는 좀 그래서…."

"하넬은 네 여자도 아니잖아. 네가 무슨 상관이야."

"그, 그렇긴 하죠."

박수호는 하넬의 뒤태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두 눈에는 미련과 비슷한 아쉬움이 느껴졌다. 나는 그 반응에 뒤통수가 얼얼했다.

‘이 새끼! 하넬에게 관심 없는 거 아니었나?!’

하넬을 대하는 박수호의 태도는 평범했다. 설마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그동안 연기했던 건가?’

박수호가 그렇게 연기를 잘했던가. 충격적이었다.

그게 아니면 뒤늦게 하넬에 대한 미련을 가진 것일 수도 있었다.

"하넬에게 관심 있냐?"

"관심이요? 아, 아니에요. 지금 제가 연애를 할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거든요. 도시를 운영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동생의 저주를 낫게 하려면 강해져야 하는데…."

박수호의 말이 많아졌다. 정곡이 찔렸다는 증거였다. 나는 그의 말을 끊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테레시아는 어떻게 생각해?"

"테레시아…. 테라시아 님이요? 그, 아무리 본인이 없다고 해도 너무 가볍게 부르는 게 아니에요? 여기 엘프들도 있어서 말조심하는 게 좋아요."

"우리 둘만 소곤소곤 말하고 있잖아. 너 설마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 부르는 건 아니지? 지금 대통령이… 누구였지?"

"대통령이요? 대통령이… 누구죠?"

나와 박수호는 대한민국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그 대통령과 엮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국 정치인도 아니고.

"그래서 테레시아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그분은…."

박수호의 뺨이 약간 붉어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했다. 테레시아의 몸매와 복장은 이 동정 새끼가 감당하기엔 너무 자극적이니까. 테레시아의 모습을 떠올린 나도 발기할 것 같았다.

"아름답고 대단하신 분이죠. 네. 아직 자세히 대하한 적은 없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여군주죠."

"으음. 그래."

전혀 공감할 수 없었으나 고개를 끄덕여줬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개뿔. 망설임 없지 자기 부하를 내게 바친 년인데. 오늘도 발가락을 빨라고 하면 기꺼이 발가락을 빨겠지.’

나는 다른 걸 물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질문을.

"사이코트 엘프령의 도시 수준은 어때?"

이 도시에 오고 나서 저택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테레시아를 비롯한 엘프년들을 따먹어야 했기에 둘러볼 시간이 없었다.

"도시 수준이요? 당연히 엄청나죠. 제가 예전에 수도에 가본 적 있어요. 그때 본 수도에 비하면 도시 크기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어요. 속이 꽉 찼다고 해야 하나?"

흥미가 갔다. 사이코트 엘프령은 이제 내 것이 될 테니까.

"구체적으로 말해 봐."

"음. 사이코트 엘프령은 양보다 질이에요. 수백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다 보니 쌓아 놓은 게 많아요. 아마 공화국 수도에 있는 도서관보다 여기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 더 가치 있을걸요? 게다가 엘프들은 장수종이다 보니 개개인이 가진 무력도 뛰어나요. 이 도시의 평범한 사냥꾼과 병사가 기사급이에요. 기사급."

그렇게 말해도 어느 정도인지 못 알아듣겠다. 난 문신 세계에 대해 잘 모르니까.

"기사급이 어느 정도인데?"

"어. 그러니까. C급이요."

"그게 기사급이면 수준이 낮네."

C급 헌터는 꽤 많았다. 당장 한국에는 C급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A급 헌터만 해도 7,000명가량이고 미국은 3만 명이다.

"음. 그렇긴 하죠. 애초에 지구와 비교하면 인구수부터 차이 나니까요. 이 세계의 정확한 인구수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 20배 이상은 차이 날걸요? 게다가 문명적인 차이도 있으니까요."

고개를 끄덕였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그래서 사이코트 엘프령은 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도시야?"

"도시 수준만 놓고 본다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도시예요. 엘프라 그런지 시민 개개인의 수준도 꽤 높으니까요. 그거 아세요? 여기 엘프들은 기본 30년은 공부한다고 해요."

30년 동안 공부? 상상만 해도 토가 쏠린다.

"…끔찍하네."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치명적인 단점도 있죠."

"뭔데."

"인구수요. 인구수가 너무 적어요. 세력이 커질수록 가장 중요한 건 인구수인데… 엘프들의 인구수는 몇백 년 전보다 더 줄어들었다고 하니까요."

"한국보다 저출산이 심각하나."

"네. 그렇게 따지면 우리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네요."

"만약, 인구수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럼 뭐… 세계는 엘프가 지배할지도?"

"좋은 말을 하는군. 근데 하프 엘프에 대한 정보는 아나? 인간과 엘프의 혼혈 말이야."

"아. 그거요? 이 세계는 모계 유전이에요. 어미의 종족에 따라 자식의 종족이 결정되죠. 엘프들뿐만이 아니라 드워프나 수인들도 그렇다더라고요."

좋은 소식이었다. 내가 모든 엘프를 임신시켜도 엘프의 혈통은 유지된다는 말이 아닌가.

‘박수호의 말에 따르면 엘프에게 필요한 건 인구수다. 인구수만 따라주면 이 세상을 능히 지배할 수 있다.’

엘프는 오래 산다.

즉, 한 명당 수백 명을 낳을 수 있다는 거다. 수백 명을 낳은 엘프가 또 수백 명을 낳을 것이다.

‘내가 좀 고생하겠지만, 엘프들은 미인이니 뭐.’

까짓거 종마 생활쯤이야.

‘문제가 되는 건 애가 자라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데… 모르겠다. 언젠간 자라겠지.’

이건 미래 투자였다.

뭣하면 박수호의 도시가 최정상급이 되었을 때, 핵폭탄을 사용해 그 위치를 빼앗으면 된다.

‘캬. 좋군. 이참에 박수호의 도시에 핵폭탄을 설치해둘까? 적으로 돌아서면 핵폭탄을 터트리는 거야. 베로프린이 먼지가 되면 박수호의 힘도 줄어들겠지. 근데 베로프린에도 내 여자들이 있는데….’

박수호와 대화하며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엘프들이 부르는 악의 씨앗. 그 영향 탓인지 그 숲의 나무와 초목들은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그 중심부에서 익숙한 힘이 느껴진다. 그 짜증 나는 새끼의 기운이.

"…형. 악신의 힘이에요. 조심하세요. 방심하는 순간 광기가 몸을 지배할 거에요."

박수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너, 익숙해 보인다?"

"많은 일이 있었어요. 악신의 수족과 싸운 지도 꽤 됐죠. 악신은 정말이지 지긋지긋한 놈이에요…."

그 박수호가 혀를 찼다. 길을 안내한 엘프들은 뒤로 물러나서 박수호를 보고 있다.

"부탁합니다, 시장님. 악신의 힘을 없앨 수 있는 건 여신께 선택받은 용사뿐입니다."

하넬이 박수호에게 공손히 말했다.

"나만 믿어. 이런 일을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니까."

박수호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가는 도중에 하넬과 눈이 마주쳤다. 중지와 검지 사이로 엄지를 끼워 넣으며 히죽 웃었다. 하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형은 여기 있으세요. 악신의 힘은 위험해요."

"네가 있는데 뭐가 위험하겠냐."

"정 따라오시겠다면… 미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너도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정도 힘에는 끄떡도 없어요. 전 용사니까요."

박수호가 거들먹거렸다. 옛날 기억이 떠오른다. 사이비에게 세뇌당했던 박수호의 모습이.

"…작다고 해서 쉽게 생각했는데 가까이 가니 보통이 아니네요. 이거 쉽지 않겠어요."

돌연 박수호가 긴장하며 말했다.

‘그렇게 위험하나?’

악신 브라마센을 떠올랐다. 그놈과 엮이면서 몇 번이나 고생했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 느껴지는 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악의 힘이 보였다.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것은 아주 시커멨다. 주변의 생기를 빨아먹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말라비틀어진 풀잎 사이로 역겹게 생긴 풀잎이 2~3개 정도 있다는 거다.

"이 풀잎은 뭐야."

"광기는 동물뿐만이 아니라 식물에도 영향을 끼치죠. 대부분 말라비틀어지지만… 이렇게 이상한 모양의 식물도 나타나요. 당장은 위험해 보이지 않네요."

박수호가 검을 들었다. 검이 빛나기 시작했다. 신성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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