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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832화 (1,612/2,000)

< 1832화 > 1832. 광명승천도

천유운과 그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제갈모순은 탁자 위에 놓인 서류 한 장을 노려봤다.

서류에는 마가를 통해 일어난 이번 일에 대한 개요가 적혀 있었다. 일종의 보고서이며, 명령서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제갈모순이 중얼거렸다.

서류에는 황실의 일급금위가 유운상회를 조사하고 천마신교에 감찰권을 사용했다고 적혀 있었다. 또한 소천마 천유운은 피의자로서 무기한 근신 처분이 떨어졌다. 천마신교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서였다.

"유운상회와의 연관성은 이름이 같다? 장난하자는 겁니까? 이 일급금위는 생각이 있긴 한 겁니까?"

그것만으로도 어이가 없는데, 더 경악스러운 건 천마신교의 반응이었다.

천마신교는 발작하고 있었다. 무림맹과의 전쟁으로 바쁜데도 모든 행위를 중단하고 일급금위와 교섭하려 하고 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군."

천유운은 냉정했다. 아니, 겉보기에만 냉정할 뿐이다. 그는 초조함과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변수.

왜 일어났는지 모를 변수는 그가 가장 꺼리는 것이다. 황실과는 되도록 관련되지 않으려 했고, 실제로 그가 저지른 일 중에 황실과 관련된 일은 없었다.

"…주군. 유운상회와 어떤 관계이십니까?"

"후원 관계다. 회주와 약간의 거래를 했지."

"유운상회의 이름은…."

"그건 나와 거래하기 전부터 그 이름이었다. 물어보니 자기 부모님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하더군. 이 세상에는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자들이 많다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유운상회와 정말 관계가 있었던 겁니까. 주군답지 않게 일을 허술하게 처리하셨군요."

"허술이고 자시고, 회주는 내 정체를 모른다. 당연히 내 이름도 모르지. 나와 만났던 흔적은 당연히 없다. 몇 번이고 확인했다."

"…정말로 이름만으로 유운상회와 주군을 엮었다는 겁니까. 일급금위의 정보를 어떻게든 알아냈습니다. 여자라고 하더군요. 이름은 백란. 그 아비인 구생토는 수십 년 전에 어린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양녀로 들였다고 합니다."

"그 환관의 소속은 어떻게 되지?"

환관이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환관이 아니었다. 개만도 못한 환관이 있는가 하면, 어지간한 권력자는 감히 올려보지도 못하는 환관이 있다.

"…사례감(司禮監)이라 합니다. 환관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자입니다."

"터무니없는 뒷배군."

"그 일급금위와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까?"

"없다. 지금 황실의 인물과 접촉해봤자 좋은 일은 없으니 일부러 피했다."

"역마신공(易魔神功)을 추적하는 중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묵지련 때문에 나를 압박하는 거라 보는가?"

"그게 타당하지 않겠습니까. 이해가 안 가는 건 바로 압박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제가 역마신공을 조사하는 일급금위였다면 당장 황실의 힘을 이용해 주군을 소환했을 겁니다. 그리고 천천히 조사했겠지요."

"증거는 이미 모두 처리했다. 묵지련의 나찰녀가 내 이름을 말한다 하더라도 벗어날 방법은 생각해뒀다. 일급금위가 노리는 건 다른 거다."

"……."

둘은 생각에 잠겼다. 머리를 굴린다.

천마는 일급금위에게 최대한 협조하라고 명했다. 여전히 직접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직접 움직일 수 없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이지만.

"정보가 더 필요하다."

"…마침 오는군요."

제갈모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펼쳤다. 두루마리 위로 먹물이 번지며 글자로 변한다. 빠르게 글자를 읽은 그가 말했다.

"일급금위는 장로의 소환을 명했습니다. 특히 삼장로를 콕 집어 강력히 요청했습니다."

"…장로의 소환? 삼장로는 검마(劍魔)로군."

"예. 이유는 심문입니다. 마가의 가주들과 장로를 함께 심문한다고 합니다."

"신교 밖에서?"

"신교 내에서는 압박이 우려스럽다고 합니다."

"미쳤군. 아주 자기 멋대로군. 일부러 장로들을 부르려고 하는 건가? 이거 권력남용 아닌가?"

"남용입니다만, 누구에게 따질 수도 없습니다. 설마하니 황제에게 직접 따지겠습니까?"

그게 가능한 건 천마신교 내에서도 딱 한 명, 교주인 천마뿐이다. 그러나 지금 그 천마는 황제를 만나고 주화입마에 빠진 상태다. 이 상태에서 다시 황제를 만난다? 주화입마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한시진 정도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때, 두루마리의 글자가 또 변했다.

"…천마께서 3명의 장로를 파견하셨습니다."

"4명은 무림맹과의 전쟁으로 신교 밖에 있으니… 1명이 신교에 남는 건가."

"예. 팔장로 청수색마가 남기로 한 것 같습니다."

"쯧. 하필 그놈인가."

"잘된 일입니다. 청수색마를 밖으로 보냈다간 전력이 약화되니까요."

"장로들만 떠날 리는 없겠지."

"장로들을 따르는 무력 부대가 따라갈 것입니다."

그들은 눈빛을 교환했다. 심상치 않은 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 것이다.

"…염구석은?"

"일급금위와 함께 있었다고 하던데… 헤어지고는 사라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정보가 없습니다."

"배신한 건가?"

"일급금위에게 살해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천유운은 염구석이 배신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원작의 염구석을 알기 때문이다. 원작의 염구석은 배신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원작의 마지막까지 배신하지 않은 인물 중 하나가 염구석이다.

"모순. 천마릉에 대한 정보는?"

"죄송합니다. 그곳에서 누군가가 음한수(陰寒水)를 흡수해 삼정의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어떤 정보도 없습니다. 갑자기 사라졌다고 합니다."

"술법사는 삼정부터 전이술을 쓸 수 있다고 들었다. 전이술을 써서 사라진 건가?"

"아무래도 그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최악은 그가 천마신공을 익혔을 경우입니다. 아시겠지만 천마신교는 천가(天家)의 세력이 아닙니다. 천마신공을 익힌 천마. 마의 주인을 보고 모여든 것입니다. 다른 천마신공을 익힌 자가 나타나면…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천마신공이야말로 천마신교의 근본이니까요. 최악의 경우 그가 나타나 소천마 자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파벌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그럴 일은 없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시는 겁니까?"

"천마신공은 얻고 싶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인정받지 못한 자는 얻을 수 없다. 한 번 천마릉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지만… 근신 때문에 그럴 수는 없겠군."

그리고 며칠 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그들은 심각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무림맹의 공격이 거세졌습니다."

"신교에 일급금위가 감찰한다는 정보가 무림맹 놈들에게 들어갔군."

"예. 전세가 기울기 시작했고… 교주님께선 적멸대를 비롯한 전투 부대를 파견했습니다."

"…아버지는 신교에 계시지만, 움직이지 못하신다. 실질적으로 지금 신교는 비었다."

"예. 교주님을 노린다면 지금이 바로 적기입니다."

"아니, 아버지 곁에는 호법들과 친위대가 항상 지키고 있다. 그러니 무림맹주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아버지가 위험한 일은 없다. 그러니 노린다면…."

"주군을 노리겠군요. 만약, 천마릉의 그자가 천마신공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면 가장 큰 걸림돌은 주군입니다. 주군을 반드시 치우려고 들 겁니다."

"일급금위가 나타난 것도 우연은 아니겠지. 제갈모순, 청수색마에게 가라.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

나와 미령은 대륙 끝에 나타났다. 미령의 전이술로 날아온 것이다. 낙월산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전이술은 기본적으로 가본 적 있는 장소가 아니면 갈 수 없다. 또한 거리에 따라 소모되는 기운이 달라진다. 지금 미령의 기운으로는 대륙을 넘을 수 없지만, 대륙 끝에 있는 도시에는 갈 수 있었다.

나와 미령은 하늘에서 도시를 내려다봤다. 바다와 맞닿은 이곳은 해오시(海娛市)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대륙 끝에 있는 도시 치고는 상당히 컸다. 인구수만 200만 명은 될 것 같다. 한국에도 200만이 넘는 도시는 별로 없다.

"도시가 커서 마음에 드는군. 대충 봐도 인구수가 200만은 되겠어. 게다가 오지라서 황제나 다른 무림 세력의 영향력까지 적지. 좋군."

"인구수만 많을 뿐이죠. 정말 이상한 건 서방님의 지구보다 인구수가 몇 배, 몇십 배는 많은데 문명이 발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어떻게 된 게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거죠?"

"그럼 네가 문명을 발전시켜 보든가. 수명도 많으니 나쁘지 않잖아?"

"에에? 싫어요. 귀찮잖아요. 게다가 방해가 들어올 게 분명해요. 황제라던가, 다른 세력이라던가."

나와 미령은 도시에서 가장 큰 건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동가(東家). 라고 적힌 커다란 현판이 대문 위에 붙어 있었다. 10명의 무인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출지의 무인들 같은데… 지금 내겐 죄다 떨거지로밖에 안 느껴진다.

미령은 내 왼팔에 팔짱을 꼈다. 오늘 아침에도 주물렀던 가슴의 감촉이 느껴진다.

"이 도시를 다스리는 가문인가."

"네. 안쪽에서 기운이 느껴지죠? 어중이떠중이를 제외하고… 오기의 이른 고수는 10명 안팎이네요. 평범한 가문치고는 많은 편이에요."

"그래봤자 절대고수는 없잖아."

"삼정은 쉽게 오를 수 없는 경지에요. 오기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거기서 운과 재능이 따라주지 않으면 삼정은 꿈에도 꿀 수 없죠. 그러니 서방님은 특별해요."

"너도 특별하고?"

"당연하죠. 전 특별한 서방님의 여자잖아요."

우리는 당당히 대문으로 걸었다.

"일주일이나 뭐 할 거예요?"

"뭐하긴 놀고먹어야지. 너는?"

"음. 일단 옷이나 보석을 가지려고요. 가문의 위세가 대단한 것 같으니 좋은 품질의 물건들이 있겠죠."

"아, 천옥은 나한테 줘. 써야 할 곳이 있으니까."

"천옥은 저도 필요한데요?!"

"반띵하자."

"좋아요."

문지기 10명이 우리 앞에 섰다. 문지기 대장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는 긴장한 기색으로 우리 앞에 다가와 포권했다.

"어르신들 동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어떤 볼일로 오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하, 씨발."

대뜸 욕이 튀어나왔다. 그에 상대가 당황한다.

"어, 어르신?! 제가 무슨 실수라고…? 알려주시면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어떤 일로 왔는지 여쭤봐도 되는 것에 대해 여쭤봐도 되는지 여쭤봐도 되냐고 물어 봤어야지. 그리고 내가 왔으면 절대고수님께서 강림하셨구나. 하고 대가리부터 박았어야지."

나는 주먹을 치켜들었다.

"못 참겠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용권(?拳).

대문에서부터 본채까지. 일직선으로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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