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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844화 (1,624/2,000)

< 1844화 > 1844. 광명승천도

귀수라가 된 천유운이 한순간에 내 앞으로 달려왔다.

빠르다. 하지만 반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나는 수평으로 칼을 휘둘렀다.

카앙! 귀수라는 검과 칼을 교차시켜 내 일격을 막아냈다. 직후, 그의 무릎이 내 복부를 때린다.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내 몸이 위로 솟구쳤다. 천장을 연속해서 뚫고 지붕 밖으로 나온 것이다. 몸은 그대로 멈추지 않는다.

‘…젠장. 맞기 직전에 호신강기를 쓰지 않았다면 그대로 전투는 끝났겠지.’

운이 좋았다. 라는 건 아니었다. 나는 확실하게 반응했으니까. 그러나 놈이 봐준 건 확실했다. 놈은 다른 2개의 손에 쥔 창과 철퇴를 휘두르지 않고 무릎을 쓴 것이다.

“하하하하하! 수라의 무를 가진 자여! 좀 더 나를 즐겁게 해라!”

아래에서 귀수라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정신을 다잡고 다음 수를 생각한다. 단순히 신체 능력만 따지면 나보다 놈이 위다.

‘저놈은 지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으니 방심을 유도해서….’

쾅!

놈이 위로 하늘 위로 솟구쳐 내 앞에 나타났다. 바로 앞에서 눈이 마주친 귀수라가 4개의 팔을 동시에 뒤로 젖힌다. 4개의 무기에서 압도적인 힘과 기운이 느껴졌다.

“겨우 이 정도로 죽진 않겠지?”

“…제기랄.”

천마신공(天魔神功) 마후라(摩?羅).

일단 살아남는 게 먼저다. 아무리 완전 회복을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무의미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못해도 이놈의 기술은 몇 번 더 보고 죽어야 한다. 그래야 불쑥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테니까.

콰아아아앙!

상상 이상의 충격에 방어막이 견디지 못하고 깨진다. 귀수라의 공격을 막아내긴 했으나, 충격파까지 온전히 상쇄하지 못했다. 충격파에 휩쓸린 내 몸은 천마신교 바깥으로 날아갔다.

‘오히려 잘 됐다. 내가 다스려야 할 천마신교에 피해가 안 간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한참 날아간 나는 어느 언덕에 부딪혀 멈출 수 있었다. 땅에 등을 기대며 호흡을 기댄다. 천마신교 쪽에서 귀수라가 내게 날아오는 게 보였다.

‘튈까?’

솔직히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반응은 할 수 있지만, 그뿐이었다. 놈의 힘은 나를 초월한다.

‘튀고 난 뒤에는? 천유운이 멍청이도 아니고 귀수라에게 자기 몸을 바쳤을 리 없다. 일시적으로 힘을 강림시킨 것에 가깝겠지. 원래대로 돌아온 천유운은 자기 자리를 무슨 짓을 해서라도 지킬 거다. 여기서 물러나면 천마를 포기해야 해.’

그럴 수는 없지.

‘이길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귀수라가 나를 향해 창을 투척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자리에서 일어나는 척 천마군림보를 밟았다. 내 몸이 하늘 위에 나타난다.

쐐애애애애액!

철퇴가 날아오고 있었다. 내가 천마군림보를 밟자마자 날아온 것이다.

저 이마에 달린 제3의 눈의 능력이 분명하다. 정확히 무슨 능력인지는 몰라도 내가 나타날 곳을 미리 알고 철퇴를 던진 것이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

‘제3의 눈은 수라마다 그 능력이 다르다지. 공간의 흐름이 보이거나, 짧은 미래가 보일 수도 있다.’

찰나로 철퇴를 피하고 공중에서 천마군림보를 밟았다. 이건 이번에 얻은 이 세계의 천마신공의 천마군림보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환위(換位).

내 몸이 30개로 늘어나 귀수라를 향해 돌진한다. 29개의 몸은 모두 가짜였다. 환영이라 할 수 있다. 환영에 실체를 부여하기에는 내 힘이 약하고 숙련도도 낮았다.

“하하하하! 잔재주로군! 나쁘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귀수라. 이놈은 아까부터 계속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었다. 수라의 종족 특성을 생각해보며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수라는 전투광이니까. 그러나 날 상대로 처웃고 있으니 기분이 나빴다.

‘뒈지기 전에도 웃을 수 있나 한번 보자.’

나를 포함한 30개의 환위가 귀수라를 사방에서 덮친다. 귀수라는 환위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 세 눈동자는 오직 진짜인 내게만 향해있다.

‘처음부터 꿰뚫어 봤다. 이것도 제3의 눈의 능력인가?’

그렇다고 해도 이미 거리가 가까웠다.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스톰브레이커!’

오른손에 칼을, 왼손에 대검 형태의 스톰브레이커를 움켜쥐었다. 온몸에 천마기를 두르고 터트린다. 기혈이 박살 나더라도 당장 귀수라와 싸우려면 그 수밖에 없다.

검은색 검강을 휘두른 대검과 칼을 동시에 휘두르며 귀수라를 압박했다. 놈의 검과 칼이 내 공격을 막는다.

“하하하하!”

교차하는 칼과 검 사이로 귀수라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불똥이 튀었다. 눈에 불똥이 들어와도 눈을 감지 않는다. 지금 내 주위에는 삶과 죽음이 떠돌고 있었다.

“부족하다! 조금 더 날카롭게 휘둘러라! 이런, 방금 공격은 너무 정직했잖냐!”

이 와중에도 놈은 두 팔을 사용하지 않고 내게 조언을 건네고 있었다. 나는 이를 갈았다. 완전히 놈의 손바닥 위에 있는 기분이었다.

1분도 되지 않는 시간. 나는 놈과 300번이 넘는 합을 나눴다. 그러나 그중에 유효타로 들어간 공격은 단 하나도 없었다.

‘기량자체가 다르다.’

수라족. 최소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명계의 괴물. 싸움 좋아하는 수라족이 그 시간 동안 놀고먹기만 했을까? 그럴 리가. 싸우고 싸웠을 것이다. 싸울 상대가 없으면 싸울 상대가 있는 곳으로 가서 싸울 것이다. 수라가 괜히 수라겠는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놈이다. 전투 기량을 비교할 수 없다. 단순히 무기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절대로 못 이긴다.’

“슬슬 지루해지는군. 분발 좀 하라고.”

귀수라의 무게를 쥐지 않은 다른 두 개의 손이 주먹을 쥔다. 주먹을 휘두른다. 나는 이걸 기회라고 봤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0]

느려진 세계에서 놈의 주먹이 보인다. 주먹을 피하고 치명적인 일격을 먹인다. 찰나라면 할 수 있다.

귀수라의 제3의 눈의 동공이 움직였다. 두 개의 주먹 중 하나가 내 칼을 팔목을 옆에서 때리고, 다른 주먹은 내 복부를 때린다.

격통과 함께 몸이 날아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복부를 통해지는 격통은 빠르게 가라앉는다. 호신강기로 최대한 보호해서 그런지 내상은 없었다. 머리가 돌아간다.

‘찰나의 속도에 반응했다! 아니, 그 이전에 알고 있었다!’

확신이 필요하다.

‘유성검!’

하늘에서 유성검 한 자루가 떨어진다. 귀수라는 보지도 않고 피했다.

‘뇌전!’

직후, 바로 떨어지는 낙뢰. 위력보다는 속도에 치중했다. 예상과 달리 귀수라는 낙뢰를 피하지 못했다. 그대로 낙뢰를 맞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미래 예지면 당연히 낙뢰도 피했을 거다.’

피하지 못했다. 미래 예지가 아닐 가능성이 생겼다. 그러자 머리가 아파 왔다.

‘아, 모르겠다.’

내가 언제부터 싸울 때 머리를 쓰면서 싸웠던가. 상대가 미래를 보든, 내 움직임을 꿰뚫어 보든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더 보여줄 것이 없다면 이만 죽어라!”

귀수라가 달려온다. 귀신 얼굴에 걸린 미소는 여전하지만, 장난기가 다소 줄어들었다. 진심으로 날 죽이려고 한다.

‘스톰브레이커.’

대검의 형태였던 스톰브레이커가 분해되며 내 몸에 달라붙어 갑옷이 된다. 양손으로 칼자루를 쥐고 놈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죽여주마.’

귀수라의 입가가 찢어진다. 그의 손에 무기가 생성되었다. 손 하나에 검 3자루. 총 12자루의 검을 들고 내게 달려온다. 그에게서 날카로운 예기가 뿜어져 나온다. 가까이 다가가면 바로 베어 죽을 것 같다.

‘그래. 씨발. 누가 먼저 뒤는 지 보자고.’

멈추지 않고 달려간다. 놈의 영역, 귀신의 공간에 발을 내민다.

12자루의 검에 맞서 하나의 칼을 휘두른다.

천마신검(天魔神劍) 수라난무(修羅亂舞).

하나의 검기가 수십 개의 검기로 늘어났다. 나는 계속해서 칼을 휘두르며 검기를 늘렸다. 이윽고 주변 일대는 수 천개의 검기로 가득 찼다. 기술을 사용한 나조차도 피할 수 없는 검기의 난무. 몸에 두른 호신강기가 찢겨나가고, 스톰브레이커의 갑옷이 베인다. 나는 이를 악물며 검기 속에서 놈과 합을 나눴다.

갑옷을 입지 않은 귀수라의 상태는 더 심하다. 검기에 피부가 찢기며 핏방울이 튄다. 웃긴 건 치명상이 없다는 거다. 금강불괴.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경지를 이륙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하하! 재밌다! 재밌어!”

지겨운 웃음소리 속에서 내 몸이 뒤로 밀린다. 검기 하나가 허벅지를 제대로 파고들었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다. 완전한 빈틈이 벌어졌으나, 귀수라는 나를 죽이지 않았다. 대신에 내 몸을 발로 차 검기가 난무하는 곳에서 나를 떨어뜨렸다.

“이 새끼… 무슨 짓거리냐…!”

“아직 내게 보여주지 않은 게 있을 터다. 고작 검기 따위에는 너무 아깝지. 네 마지막을 내게 보여봐라!!”

“씨발, 진짜.”

난무하는 검기에 걸레짝이 된 스톰브레이커를 역소환하여 거둔다. 내 몸은 피투성이였다. 대량의 피를 흘린 것 같지만, 빈혈은커녕 눈앞은 또렷하기 그지없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단 하나뿐이다.

저 새끼를 죽인다.

내 안에 모든 마기를 쥐어 짜낸다. 내 주위로 마기는 아홉 줄기로 나뉘어 내 주위를 떠돌았다. 마치 용처럼. 마기는 이윽고 칼에 담기기 시작했다. 들어가지 않아도 억지로 밀어 넣었다. 칼이 버틸 수 없다는 듯 파르르 떨린다. 화련비도도 아닌 칼이다. 이번 공격에 부서지든 말든 알게 뭔가.

“호오. 자신의 모든 것을 칼 한 자루에 담는 건가. 나쁘지 않지.”

귀수라가 히죽 웃는다. 놈에게도 단순한 기술로밖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천심(天心)을 발동합니다. 1분 동안 지속됩니다.]

[10초 동안 천재의 시간을 발동합니다.]

진정한 마겁(魔劫)은 내 존재와 심상을 담아야 한다. 그러나 천재의 시간을 사용한 지금도 그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다만, 본능이 말하는 대로, 감각이 이끄는 대로 검에 무언가를 담았다.

귀수라의 웃음이 사라졌다. 놈의 눈빛이 진지하게 변했다.

“자신의 업을 칼에 담았군. 그것은 수라의 기술이다. …아, 그런가. 네놈 또한 수라로구나. 좋다, 어린 수라여. 전력을 다해 죽여주마.”

귀수라를 중심으로 공간이 흔들렸다. 귀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공간을 장악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귀신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귀신들은 나를 눈에 담고는 귀수라에게 돌아갔다.

귀수라.

그것은 한 자루의 검이 되었다.

오직 날카로움만을 추구하는 검 한 자루.

‘환술? 주술? …알게 뭐냐. 저건 귀수라가 맞다. 놈이 어떻게 변하든 내가 해야 할 건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 걸으며 마 그 자체가 된 칼을 들어 올렸다.

『천강성의 빛을 사용합니다.』

『지암성(地暗星).』

마에 질량을 부여한다.

눈앞의 검은 앞으로 기울여져 그 끝을 내게 향한다.

나는 칼을 휘둘렀다.

천마신검(天魔神劍) 마겁(魔劫) 무량(無量).

힘과 힘의 충돌.

눈앞이 번쩍거렸다. 으스러지는 의식 사이로 부서지는 놈을 보고, 내 복부에 파고드는 검을 느꼈다.

쿵.

바닥에 쓰러진 건 나였다. 검에 찔렸다고 생각했는데 복부에는 주먹만 한 구멍이 나 있었다. 발소리에 시선을 올리니 귀수라가 씩 웃고 있다. 어깨에 검상이 있었다. 그 사이로 뼈가 보였으나 상처는 벌써부터 재생되고 있었다.

“즐거웠다. 명계에서 보자. 내가 직접 찾아가마. 그때 한 번 더 싸우자고.”

귀수라가 검을 치켜든다.

“아직 안 끝났다.”

“…그 의지는 높게 사주마.”

안 끝났다.

아직 천재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대충 2초 정도 남았다. 그 덕분에 마지막 수를 찾아냈다. 이 세계관 최고급의 재능이라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파천황(破天荒)

스스로의 영혼을 부수고, 그 부서진 영혼을 장작 삼아 최후의 힘을 손에 거머쥐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땅에 손을 짚고 일어난 게 아니었다. 내 몸에서 흘러나온 압도적인 마기가 내 몸을 잡고 일으켜 세운 것이다.

콰아아앙!

기가 터져 나온다. 그 여파만으로 주변이 날아갔다. 그 귀수라마저 지금의 날 보고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렇군.’

기혈이 터져나갔다. 단전은 박살 났고, 심장은 최후를 향해 내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거세게 고동쳤다. 마기가 하늘로 상승했다. 일종의 낭비였으나, 지금 나는 홍수처럼 밀려오는 막대한 마기를 컨트롤할 수 없었다. 하늘로 올라가는 마기 때문인지 몰라도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하며 위로 솟구쳤다.

“설마 네놈…. 자기 영혼을 박살 내고 힘으로 치환한거냐? 미친 새끼! 소멸이 두렵지도 않느냐?!”

“글쎄.”

지금 내 생각은 딱 하나뿐이었다. 눈앞에 있는 놈을 죽이는 것. 완전 회복으로 소멸한 영혼까지 회복할 수 있는 건… 모르겠다. 안되면 뭐 안되는 거겠지.

“일단 너는 죽인다.”

“…넌 뭐냐? 인간이 맞긴 한 거냐?”

“지금의 나는…. 천마를 넘어선 천마. 초천마(超天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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