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8화 > 1848. 이터널 에덴
[유희를 종료합니다.]
현실로 돌아왔다.
[광명승천도] 세계에서 소천마가 된 나는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소파에 가서 앉았다. 진짜 목표는 소천마 따위가 아니라 천마신교의 주인인 천마였지만, 그 또한 자연히 내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성유진
레벨: 90
근력: 123 체력: 116 민첩: 113 지능: 113 정력: 123 마나: 123]
[사용 가능 포인트: 26,419]
제법 많은 포인트가 모였다.
포인트를 사용하는 건 항상 고민되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포인트를 사용했다.
[20,000 포인트를 사용해 뇌전(雷電) Lv.11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뇌전은 내 밥줄 스킬이었다. 솔직히 찰나와 완전 회복이 더 유용하게 느껴졌지만… 마스터 레벨인 그것들은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 없었다.
‘사실 뇌천류의 레벨을 한 단계 더 올리고 싶지만… 그러려면 5만 포인트가 필요해.’
뇌전을 레벨 11로 만든 뒤로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졌다. 미세한 전자기도 제어할 수 있었다. 그 이상의 레벨 12가 되면 뭘 할 수 있을까. 기대됐다.
2만의 포인트가 확 빠져나갔다.
아쉬움을 느꼈다. 2만 포인트, 내가 마음만 먹으면 금방 벌 수 있는 포인트지만 역설적으로 많은 포인트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1,000 포인트도 많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1만 포인트도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뇌전(雷電) Lv.12
뇌전을 뜻대로 다룰 수 있습니다. 뇌전을 다룰 때 마나와 활력이 소모됩니다.]
[30,000 포인트를 사용해 뇌전(雷電) Lv.12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뇌전 레벨 13으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포인트는 30,000. 생각했던 것보다 요구 포인트가 적었다. 50,000 포인트를 요구할 줄 알았다.
나는 잠깐 눈을 감았다. 뇌전의 레벨이 상승하면서 뭐가 변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뇌전에 특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서 뇌전에 차가운 특성을 부여한다던가, 아니면 뇌전에 불길을 치솟게 만들다던가, 뇌전에 닿은 상대를 독에 중독시킨다던가.
‘…아니, 지금 당장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군. 특성을 부여하려면 특성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나마 뇌전에 불길의 특성을 부여하는 건가.’
천마신공의 흑염마룡을 자주 이용해서 그런지 뇌전의 불의 특성을 부여하는 게 가능했다. 그게 아니어도 연습 여하에 따라 여러 가지 가능할 것 같았다.
‘……문제는 내 재능이 없어서 당장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거지. 나중에 광명승천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수련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눈을 떴다. 포인트는 더 쓰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운 세계에 들어갈 생각이니 당장 필요할지도 몰라.’
[현재 진행 중인 유희]
1.
2.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3. 신의 아틀란티스
4. 광명승천도
5. 아카데미의 구원자
6. 다크 문
비어 있는 유희 세계 슬롯을 채울 생각이다.
이번엔 될 수 있으면 현대로. 그렇다고 현실과 똑같거나, 현실보다 떨어지는 세상은 사양이다.
‘기술력은 현실 이상이었으면 좋겠군. 그럼 여러 가지로 빼먹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고 너무 발전한 도시는 또 귀찮고.’
SF 세계는 기본적으로 과학 기술이 발전했을 테니 나쁘지 않지만… 내가 지배하기엔 너무 발전한 세계일 수 있었다.
‘기왕이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세계면 좋겠는데.’
나는 선택할 수 있는 창작물 목록을 둘러봤다. 레벨이 90이라 그런지 선택할 수 있는 창작물 목록만 해도 수천, 수만 개는 될 것 같았다.
‘제목만 보고 무슨 창작물 세계인지 기억 안 난다. 즉, 하나씩 찾아봐야 한다는 뜻이지.’
무턱대고 세계를 고르기에는 좀 그러니 선택에 며칠의 시간은 걸릴 것 같다.
***
며칠이 더 지났다.
현실에서의 내 일상은 특별할 게 없었다. 적당한 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며 헌터일을 하고, 가끔씩 여자들을 만나 섹스한다. 주로 만나는 여자는 한하린이었다. 가까운 곳에 있으니 당연했다.
일상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에 새로운 세상을 선택했다.
[이터널 에덴 선택했습니다.]
[이터널 에덴]은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서 만들어진 서바이벌 게임으로 이름 있었던 게임이다 나는 이 게임을 2~3판 한 게 전부다. 내 취향이 아니었다.
[뱀파이어 형사]가 망한 이상 추가로 [이터널 에덴]에 대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 중요한 건 현대의 물건을 얻을 수 있다는 것과 내 즐거움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조건을 만족하는 창작물이란 거다.
[아바타가 생성됩니다.]
[선택 가능한 아바타의 설정 1가지가 존재합니다.]
[1. 성유진
-설정은 랜덤으로 정해진다.]
‘…선택할 게 하나밖에 없는 데 선택권을 줄 필요가 있나.’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일단 선택했다.
[아바타를 선택했습니다.]
[원작 시작 지점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페널티가 존재합니다.]
[페널티와 어드밴티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드밴티지를 얻기 위해선 페널티가 필수입니다.]
‘시작부터 페널티가 존재한다고? 뭐, 페널티를 걸 생각이긴 했으니 잘 됐다고 봐야 하나.’
지금 내 몸으로 [이터널 에덴] 세계에 들어가면 너무 사기적이었다. 시시해진다고 봐야 했다. 그러니 어느 정도 조절은 필요했다.
[페널티 1.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모든 능력치가 세계관에 맞게 조정됩니다.]
[어드벤티지 1. 잠재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페널티 2. 가방의 소중함.]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드밴티지 2.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이터널 에덴에서 획득하는 포인트가 상승합니다.]
[페널티 3. 제약.]
[특성과 스킬을 포함해 3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드벤티지 3. 최상위 각성 능력 중 하나를 획득합니다.]
페널티과 어드벤티지를 확인한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다른 건 몰라도 페널티 2번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내가 이터널 에덴을 선택한 이유는 현대의 물건과 발전된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서니까.’
[5,000 포인트를 사용해 페널티 2를 수정하시겠습니까?]
‘그래.’
[페널티 2. 일방통행 인벤토리]
[이터널 에덴의 물건만 인벤토리에 담을 수 있습니다. 단, 인벤토리의 물건은 현실에서만 꺼낼 수 있습니다.]
[어드벤티지 2. 잠재력이 상승합니다.]
‘5,000 포인트를 사용해서 이 정도인가. 현실의 물건을 가져갈 수 없다는 건 좀 그렇지만… 괜찮겠지.’
[페널티와 어드밴티지를 선택했습니다.]
[이터넬 에덴에서 사용할 특성과 스킬 중 3가지를 선택하십시오.]
[어드벤티지3을 통해 획득한 최상위 각성 능력은 회복입니다.]
‘…회복?’
[이터널 에덴]은 생존 게임으로 각성자가 존재한다. 각성자는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일종의 스킬이었다.
‘원작 게임을 몇 번 하지 않아서 좋은지 안 좋은지 모르겠군. 완전 회복보다는 좋을 수 없겠지?’
나는 고민하다가 3가지 특성과 스킬을 선택했다.
[절대 정신, 뇌전, 뇌천류.]
원작 게임에는 정신을 조작하는 스킬들이 제법 많았다. 심플하게 대상을 조작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상의 기억을 훔쳐 기술을 빼내거나, 정신 착란을 일으키는 스킬까지.
‘게임에서는 NPC를 조종해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NPC가 가끔씩 듣도 보도 못한 정신병까지 걸렸지.’
[이터널 에덴]은 생존 게임인데 더럽게 복잡한 게임이었다. 동시에 한판 하면 굉장히 오래 걸리는 게임으로 기본 100시간 넘어간다. 일종의 마이너 게임이었다. 소수의 매니아를 위한 게임. 나도 도중에 질려서 2~3판만 하고 접었던 게임이다. 이름은 있으나 유행은 하지 못한 게임이라고 할까.
‘뇌전은 심플하게 강하고, 전기를 다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현대 배경에선 큰 메리트다. 뇌천류가 있으면 뇌전을 더 잘 이용할 수 있다.’
완전 회복을 뺀 이유는 최상위 능력인 회복 때문이고, 가속의 경우 뇌전 & 뇌천류 콤보에 의해 뒤로 밀려났다. 그렇다고 절대정신은 뺄 수는 없다. 절대정신을 가진 것만으로도 최면, 세뇌, 정신 파괴 등등을 신경 쓸 필요 없게 되니까.
그리고 능력 이상으로 중요한 건 특성인데, 특성은 내가 설정할 수 없는 모양이다.
‘설정은 끝났다. 시작하자.’
[이터널 에덴을 선택했습니다.]
[유희를 시작합니다.]
***
나는 원룸 침대에 앉아 있었다. [이터널 에덴] 세계에 오면서 몸이 한순간에 약해졌다. 일반인 수준이라고 할까. 그 탈력감에 괜히 몸을 움직이기 싫어졌다. 그리고 눈앞에는 꽤 흥미로운 뉴스를 보여주는 노트북이 있었다.
-지금 막 125번째 운석이 격추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핵미사일이 운석을 부숴 세계를 지켰습니다! 지구는 안전합니다!
이 세계는 2000년부터 2020년인 지금까지 총 128개의 운석이 떨어진다. 그리고 그 시기도 알고 있다.
‘지금이 2020년 7월 1일. 30일 뒤인 128번째 운석이 떨어진다. 역대급으로 가장 큰 운석이 떨어진다. 인류는 운석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핵미사일을 사용해 운석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운석은 지상으로 떨어지지. 그게 트리거다. 30일 뒤에 D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원작 게임의 진행대로라면 세상은 잠깐 좀비 아포칼립스 세상이 되며 혼란에 빠진다. 30일 뒤에 각성자도 나타날 것이고, 아마 300명의 플레이어도 존재할 것이다.
‘플레이어 중 하나를 붙잡아야 한다. 그래야 일이 편해지니까.’
문제는 플레이어가 누군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거다. 게다가 원작 게임에 대한 정보도 별로 없었다.
‘일단 생존부터 준비해볼까. 식량이나 발전기 같은 걸 가져가야겠지. 뇌전을 사용할 수 있으니 전기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좀비 아포칼립스 시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으나, 최소 몇 개월은 버텨야 할 것이다.
‘음. 서울은 내가 먹고 싶은데… 이게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잠깐 머리를 굴려봤다. 대한민국에선 서울이 최고였다. 당장 인구수만 해도 천만에 가깝다. 국민 20%가 서울에 있는 것이다. 그만큼 서울만큼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보호하려 할 것이다.
‘일단 내가 누군지부터 알아야겠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이메일 등을 확인했다. 어머니와 아버지, 여동생이 있었다. 갤러리에 가족사진이 몇 장 있었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평범하게 생겼다.
‘알아서 잘 살겠지.’
가족사진을 삭제했다.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 가족을 버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