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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887화 (1,667/2,000)

< 1887화 > 1887. 이터널 에덴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한국이 내부를 잘 단속하지 못하는 이유. 그건 70%가 주변국 때문이었다.

북한, 일본, 중국.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누구나가 알고 있는 적대국이다. 한국은 북한과 휴전을 맺지 않았다. 정전. 전쟁이 잠시 멈춘 것뿐이다. 북한은 호시탐탐 남한을 노리고 있다.

일본. 겉으로는 웃는 척 손을 내밀어도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를 위인이다. 선전포고 없이 선수를 치는 건 그들의 종특이 아닌가. 당하지 않으려면 계속 주시해야 했다.

중국. 그나마 다른 두 곳보다 낫다. 터무니없이 많은 인구수와 대도시의 어마어마한 인구밀집도 덕분에 D 바이러스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이미 D 바이러스가 예견했음에도 막지 못하는 거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서울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중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게다가 중국은 사람 수가 많은 만큼 각성자나 플레이어가 많았다. D 바이러스 덕분에 그들은 통제하기도 버거워하고 있다. 중국의 지배자인 주석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하지요. 내부의 우환을 외부로 돌리는 건 흔한 일이니까요.’

이연희는 헬기를 타고 움직였다. 지금 이 시대에서 헬기가 가장 편했다. 진화한 조류가 거의 없기도 하고, 지상의 좀비의 어그로를 끌어도 하늘에 떠 있는 헬기를 좀비 따위가 어떻게 하지 못하니까. 변종 대부분도 하늘을 나는 헬기를 어쩌지 못한다.

이연희는 헬기에서 요원의 보고를 받았다. 간첩의 능력, 행적, 생김새 등등.

‘투명화 능력. 목적은 한국의 동태를 살피고 복귀. 웃기네요. 암살하기 딱 좋은 능력으로 정보만 수집한다? 지금 이 시대에서?’

암살자였다.

한국의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를 죽이려고 보낸 암살자. 어쩌면 그 암살 대상에 이연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기부 요원에게 붙잡혔다. 각성자가 넘쳐날 세상이다. 투명화 능력을 각성한 자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몸이 투명해져도 실제로 몸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 열화상 카메라로 잡을 수 있다. 실제로 이 간첩은 그거 때문에 잡혔다. 분계선 근처에 열화상 카메라를 쫙 깔아놨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헬기는 곧 산속에 도착했다. 안기부의 비밀스러운 거처였다. 요원 몇이 나와 이연희를 반기며 인사했다. 이연희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걸었다. 검은 정장을 입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로 걸어가는 그녀에게선 기품이 느껴졌다.

이연희는 의자에 강제로 앉아 있는 각성자 간첩을 만났다. 아직 아무 짓도 당하지 않은 간첩은 사나운 눈으로 이연희를 노려봤다.

“안기부 4차장 이연희…!”

“저를 아시는 모양이군요. 하긴, 모르는 쪽이 더 이상한가요. 제가 그쪽 간첩만 최소 100명 이상은 잡아 죽였으니까요.”

“직접 모습을 드러낸 건 네년의 실수다! 동지들의 원수를 이곳에서 갚겠다. 네년의 안일함을 원망해라!”

간첩이 입을 벌린다. 철컥. 그의 혀가 뒤집어지더니 작은 발사구가 만들어졌다. 발사구에서 독이 발라진 작은 바늘이 발사되어 이연희를 노렸다. 그러나 바늘은 중간에 우뚝 멈추더니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각성자?!”

“대한민국에는 이런 말이 있죠. 물은 답을 알고 있다.”

허공에서 갑자기 물이 나타났다. 물은 바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간첩의 머리를 향해 흘렸다. 물이 쌓이며 간첩의 머리를 감싼다.

이연희는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 물고문은 처음이 아니다.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잘 알고 있었다.

‘방금 기습은 테크놀로지스트의 기술이군요. 테크놀로지스트 한 명이 북한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벌써부터 인체 개조를 시작할 줄이야.’

바이오닉스가 육체를 진화시킬 수 있다면, 테크놀로지스트는 육체를 개조해서 사이보그로 만들 수 있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다. 국가 입장에서는 테크놀로지스트가 낫다. 진화는 그 방향성을 완벽히 컨트롤 하기 어려우니까.

‘북한의 모든 자원은 아마 그 테크놀로지스트에게 집중되고 있겠죠. 너무 위험해지기 전에 없애는 편이 좋은데… 쉽지 않군요.’

이연희는 10시간 넘게 간첩을 고문하며 정보를 뜯었다.

간첩이 노린 것은 대통령이 아닌 국방부 쪽 고위 인사들이었다. 군대를 흔드는 게 목적이었다. 만약, 성공했다면 북한은 머지않아 한국을 침공했을 것이다. 지금 북한은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알아낼 건 모두 알아내고 간첩을 죽인 이연희가 밖으로 나왔다. 잠깐 눈 좀 붙이려고 하는데 요원 2명이 다급히 그녀에게 달려온다. 또 일이 터졌다. 이연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려다가 표정을 관리했다.

‘웃는 모습이 봉기 좋으니 웃어야죠.’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요원들을 반겼다. 어디를 가나 사람의 호의를 사는 건 중요했다. 안기부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고, 웃으며 요원들을 대해주는 것만으로 좋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다.

“천천히 오세요. 메시지를 보내면 될 일을 이렇게 뛰어올 필요가 있나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만, 답장이 없으셔서…!”

“아. 방금 심문을 끝마쳐서 정신이 없었네요. 무슨 일인가요?”

“일본 관동지방에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진도 6.5의 대지진입니다!”

“흐음. 안타까운 일이네요. 일본에 있는 한국인들을 구해야 하는데… 그건 우리 일이 아니군요.”

환호성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일본의 불행은 그녀의 행복이었다. 그녀는 일제강점기 시절을 잊지 않았다. 대한제국이 망한 것도 일본과 매국노 때문이다.

“중국에서 은밀히 저희 정부에 협력 요청을 해왔습니다! 각성자와 플레이어들이 관리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건 제가 판단할 일이 아니지만, 현재 대한민국에는 여유가 없어요. 북한을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세계의 공장 중국이라고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공장을 돌린다? 어떻게? 전 세계가 혼란스러워서 물류 운송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에 가까운데? 특히 바다는 더 심각하다. 해양 생물이라고 해서 D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 아니니까.

“미국이 S에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이연희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S.

성유진.

이연희가 생각하기로 현 대한민국의 각성자 중 최강이다. 현재 각성자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성유진을 원거리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성유진을 포섭할 방법도, 성공한다는 확신도 없었기에 지켜만 보고 있었다.

“CIA 요원인가요?”

“네.”

“음. 한국 내의 CIA 요원은 좀비 사태를 틈타서 청소하지 않았나요?”

“정보부가 CIA의 정보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 요원은 누구죠?”

“데이비드 김입니다.”

요원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데이비드 김은 CIA 요원 중에서도 요주의 인물이다. 데이비드 김에게 포섭된 한국의 각성자만 해도 10명이 넘는다. 그중에는 잠재력 4성의 각성자도 있었다.

데이비드 김은 최우선으로 자살시켜야 할 대상이기도 했으나, 쉽지 않았다. 당장 데이비드 김의 소재지를 파악하기도 어려우니까.

요원들이 심각한 얼굴을 한 이유는 아마 데이비드 김 때문이리라. 데이비드 김 때문에 몇 번이나 고생한 경험이 있으니까.

“S를 지켜보다가 저격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저희가 먼저 S와 접촉해서 포섭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도 S를 주시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조금 무리를 한다면….”

다급한 그들과 달리 그녀는 여유로웠다. 데이비드 김이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건 성유진에 대한 정보고, 이 일로 인해 성유진의 반응을 살필 수 있을 테니까.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제 명령을 고수하세요. 멀리서 지켜 보시면 됩니다. S는 여타의 각성자들과 다르니까요.”

“데이비드 김은 각성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일이 잘못되면 모두 제가 책임질 테니까요. 제가 명령해서 실패한 적 있나요?”

“아뇨. 그런 적은 없으시죠. 네.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급한 소식치고는 저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없네요. 라면 먹으러 갈 건데… 같이 드실래요?”

요원들은 놀란 눈으로 이연희를 바라봤다.

“차장님도 라면을 드십니까?”

“그런 이미지가 아닌가요?”

“네. 뭔가 고급 음식만 먹을 것 같아서….”

“어렸을 적엔 그랬죠. 그래도 지금은 라면을 자주 먹어요. 한국 라면은 인스턴트라면 중에서 세계 최고로 맛있으니까요.”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요….”

***

나는 오늘도 최혜진을 만나고 있었다. 연구실 한편에 구속되어있는 최혜진은 짐승이나 다를 바 없었다.

‘날 보자마자 물어뜯으려 하는군. 좀비화가 진행됐나.’

상관없었다. 철창 안으로 들어가 최혜진의 머리를 잡고 능력을 사용했다. 체력이 쭉 빠져나간다. 단번에 빠져나가지 않는 건 연습의 효과였다. 체력이 빠져나가 급격하게 피로해질수록 최혜진은 회복되어갔다.

어느 정도 최혜진이 회복되자 손을 뗐다. 남을 회복할 때는 조건이 있었다. 회복할 대상과 접촉해야 한다는 것. 접촉 상태에서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회복이 멈춘다.

“…….”

입에 재갈을 문 최혜진을 나를 보고 바닥에 드러누워서 다리를 벌려 보지를 내보였다. 복종의 자세였다.

‘강제로 회복시켜도 기억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완전히 회복시켜도 지금의 기억은 남을 것이다.

“잘했… 음?”

다리를 쫙 벌리는 바람에 보지도 벌어져 내부가 보였다. 당장에라도 고개를 처박아 빨아대고 싶을 정도로 깨끗한 분홍색 보지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형태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 상년, 또 자위하다 처녀막 찢었구만.”

혀를 찼다.

이년은 거의 매일 처녀막을 부순다. 처녀막을 부수지 못하도록 명령해도 소용없다. 짐승이 괜히 짐승인가. 지 하고싶은 대로 하니 짐승이다. 성욕이 생기면 처녀막을 부수면서 자위하는 거다.

‘손을 잘라버려? 그건 좀 재미없는데.’

바닥에 쪼그려 앉아 최혜진의 보지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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