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892화 (1,672/2,000)

< 1892화 > 1892. 이터널 에덴

부활한 최혜진은 속내는 어떻든 겉으로는 조용히 있었다. 현재 상황을 파악하려 한 것이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는지 지금 자신의 처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내게서 도망? 몰래 도망친다면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로? 이미 세상에는 좀비라는 위험이 돌아다닌다. 그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다.

해외? 수배된 범죄자인 그녀를 쉽게 받아줄 나라는 없었다. 갈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지금 공한은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운행이 중단된 사태니까. 일반인은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배도 마찬가지다. 사실 하늘보다 바다가 더 위험하다.

그녀의 소속인 가출팸으로 돌아간다? 가출팸이 어디에 있는 줄 알고? 애초에 가출팸이 그녀를 반길까? 머리가 좋아 보이지 않는 최혜진도 알 것이다. 여기가 가장 안전한 곳임을.

나는 최헤진을 바로 범하지 않았다.

그것도 재밌을 것 같지만, 털을 잔뜩 세운 고양이처럼 내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하는 최혜진의 반응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이성이 있는 상태에서 길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준비하고 나와. 네가 얼마나 쓸모 있는지 확인해야겠어. 각성자니까 기본 이상은 하겠지?”

“…각성자?”

“넌 각성자야. 자각도 하지 못했나? 아니, 저번에 네가 내 자지를 핥을 때 말했던 것 같은데.”

“씨발. 네가 내 몸을 마구잡이로 만질 때의 기억은 온전하지 않아. 생각하니 또 빡치네. 이 개변태 새끼가.”

최혜진이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내가 주먹을 쥐자 바로 침묵하더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네 능력은 육체 능력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능력이야. 나 박사의 말에 따르면 숨만 쉬어도 강해진다는 능력. 남들보다 몸이 가볍고 빠르고 힘이 세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능력이었어? 타고난 건 줄 알았지.”

“능력이다. 알았으면 준비하고 나와. 뭐, 그 꼴로 시험해봐도 괜찮고.”

최혜진은 그제야 자신이 알몸이란 걸 상기했는지 양손으로 가슴과 보지를 가렸다. 그래봤자 이미 볼 건 다 봤고, 만질 건 다 만졌지만. 내 앞에서 오줌도 지렸으면서 알몸 좀 보였다고 얼굴을 붉히는 걸 보니 우습기만 하다.

“내 옷! 내 옷은 어딨어?!”

나는 나채영을 바라봤다. 나채영을 한숨을 내쉬며 구석으로 턱을 까딱였다.

“일단 한 번 빨아두긴 했어.”

최혜진이 냉큼 달려가 옷을 갈아입는다. 속옷은 없었는데 별로 상관없는 모양이다. 나는 연구실 밖으로 나가 건물 뒤편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보안팀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전부 내쫓았다. 이 학교의 실질적인 주인인 내 말을 거부할 수 있는 놈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혜진이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독수리가 그려진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찬가지로 같은 마크가 그려진 검은색 티셔츠와 야구 점퍼를 입었다. 하의는 허벅지와 종아리가 모두 드러나는 청 핫팬츠. 신발은 명품 운동화. 그 한 손에는 금속 야구 방망이가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야구 좋아하냐?”

“엉? 내 취미가 두 개거든. 야구. 그리고 운동화 수집. 시험이라는 것도 그거지? 한 판 뜨는 거. 죽었다고 해서 원망하지 마라.”

최혜진이 야구 방망이를 붕붕 휘둘렀다. 역시 평범한 인간보다 훨씬 강하다. 나는 낄낄 웃으며 최혜진에게 말했다.

“죽일 수 있으면 죽여봐라. 원망 따윈 안 할 테니까.”

최혜진이 달려온다. 나는 손에서 뇌전을 일으켜 최혜진에게 던졌다.

최혜진이 옆으로 굴러서 뇌전을 피했다. 보고 피한 게 아니다. 내가 손을 움직일 때 이미 피하고 있었다.

“내가 번개를 던질 걸 알고 있었어? 어떻게 피했어?”

“몰라. 왠지 피해야 할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거든.”

“본능인가.”

저돌적이었다. 규칙도 뭐도 없다. 그저 되는 대로 달려와서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공격한다. 하지만 묘하게 신경 거슬리는 부분만 노려서 공격해온다.

감각에 의존한 전투 방식. 그야말로 짐승이었다.

“재밌네.”

그렇다고 강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칼을 휘두를 필요도 없이 양손으로 최혜진을 쥐어팼다.

그렇게 30분이 지났다.

최혜진이 헉헉거리며 바닥에 뻗었다. 흙투성이가 된 그녀의 몸에는 멍 자국이 가득했다.

“씨발…. 설마 한 대도 못 때릴 줄이야…. 너 진짜 뭐 하는 놈이야?”

“무식하게 달려드니까 못 때리지. 회복시켜 줄 테니 가만히 있어라.”

최혜진의 몸을 만지작거렸다. 가슴을 주무르고 핫팬츠를 벗겨 보지에 손바닥을 올린다. 최혜진이 대번에 눈살을 찌푸렸다.

“씨발. 꼭 그런 데를 만져야겠어?!”

“보지 만져주면 좋아하던 주제에 앙탈은.”

무시하고 보지를 만졌다. 기진맥진한 최혜진은 나와 실랑이를 할 틈도 없었다. 그녀는 내 손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흐극….”

최혜진이 입술을 깨물었다. 허나 가슴과 보지는 정직했다. 젖꼭지는 빨딱 섰으며 보지도 질척거렸다. 이 상태에서 보지를 몇 번 더 만져주자 오르가즘을 느끼며 몸을 덜덜 떨었다.

“오늘은 잘했으니 내 자지를 빨게 해주마.”

최혜진의 얼굴 위로 발기한 자지를 올렸다. 묵직한 자지의 감촉에 최혜진이 질색한다.

“저, 저리 치워…! 냄새난다고!”

“나도 땀을 흘렸으니까. 네 보지에서도 냄새나거든. 잔말 말고 내 자지나 빨아라. 깨물면 줘터진다.”

입을 강제로 벌리고 그 안에 자지를 찔러넣었다. 귀두에 최혜진의 혀가 닿는다. 바로 어제만 해도 게걸스럽게 내 자지를 빨았던 최혜진은 딱딱하게 굳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신은 문명인이다. 그건가? 애완동물 주제에.’

처녀막을 찢지 않게 주의하며 손가락을 보지 깊숙이 찔러 넣는다.

“우우웁?!”

“정성스레 빨아. 날 만족 시키지 못하면 니 입이 아니라 보지에 자지를 박을 거야. 보지에 박아주길 원하면 대충 빨던가.”

“크읍…!”

최혜진은 날 노려보며 자지를 빨았다. 펠라치오는 영 시원찮았다. 아무래도 자지 빠는 법을 다시 처음부터 가르쳐야 할 것 같았다.

“손이 많이 가는군.”

괜찮다. 이런 일이면 즐겁게 해줄 수 있다. 나는 최헤진의 머리채를 잡고 그 입 깊숙이 자지를 찔러넣었다.

***

대각성자부대. 정식 명칭은 아직 없다. 미국 내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특수부대였다.

미국이 각성자를 전문으로 섬멸하기 위해 창설한 부대다. 부대원은 총 다섯 명으로 전원 군 복무 경험이 있었다. 특이점은 플레이어가 한 명 껴있다는 점이다.

대각성자부대의 부대장이기도 한 그는 로드(Lord)였다.

본인 자체에겐 큰 메리트가 없지만, 사람을 지배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클래스. 자신을 향한 충성을 대가로 상대를 강제로 각성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약간이나마 혜택을 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체력이 좋아진다던가, 발이 빨라진다던가. 로드인 그가 더 강해지면 그 효과도 강해질 것이다.

부대장 마크는 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1시간. 1시간 내로 임무를 끝내야 한다. 목적은 성유진의 사살과 데이비드 김의 구출이다.”

대원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타깃은 협상을 위해 찾아온 CIA 요원 4명의 목을 잘라 효수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데이비드 김이 살아 있겠습니까?”

“CIA는 살아있다고 판단했다. 고문을 당하고 있다 하더군. 최우선은 데이비드 김의 구출이다.”

“데이비드 김이 정신계 능력자라는 게 사실입니까?”

다른 대원이 질문했다.

그 질문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다. 정신계 능력자는 적군이든, 아군이든 찝찝한 존재였다. 자신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다. 그 가능성만으로도 경계하게 되니까.

“대상에게서 호의를 받는 능력이라고 하더군. 사람의 정신을 마음대로 지배해서 조종하는 건 아니다. 이 임무가 끝나고 그와 만날 일은 없으니 우리랑도 상관없지.”

“저격으로 처리합니까?”

“저격 포인트는 한국의 정보기관인 안기부가 주시하고 있다. 1시간이란 이유도 안기부 때문이다. 우린 성악초등학교로 침투해서 1시간 내로 임무를 달성하고 빠져나간다. 필요하다면 민간인 사살도 허락한다.”

“놈에게 협력하고 있는 테크놀로지스트는 어떻게 합니까?”

“확보. 그게 어려울 시 사살이다. 다른 질문은 없나?”

“…….”

“없나 보군. 타깃의 전투 영상이다. 한 번 보도록.”

이어서 마크는 태블릿으로 영상을 틀었다. 여왕 거미와 성유진이 싸우는 영상이었다. 성유진은 칼을 들고 번개를 자유롭게 다뤄 여왕 거미를 죽였다.

대원들은 감탄하는 동시에 침음을 흘렸다. 그동안 그들이 상대했던 각성자들과 궤를 달리하는 전투력이다.

“여왕 거미를 상대하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이런 종류의 경험이 많은 베테랑 같군요. 쉽지 않은 임무가 될 것 같습니다.”

“괜찮다. 우리는 연습했던 대로, 늘 해오던 대로 하면 된다. 각성자는 무적이 아니다. 그걸 증명하는 게 우리다.”

차가 멈췄다.

그들은 장비를 챙겨서 차에서 내렸다. 성악초등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은밀하게 움직이기 위해 직접 두 다리로 움직여야 했다.

무기를 손에 쥐고 밤의 어둠을 이용해 성악초등학교로 신속하게 접근했다.

높은 담장이 그들을 막았다.

“피커.”

빨간머리 피커가 앞으로 나섰다. 그가 마크로 인해 각성한 능력을 사용한다. 오른손이 길쭉해지며 칼로 변했다. 강철도 벨 수 있는 칼은 담장을 어렵지 않게 갈라 구멍을 만들었다. 그들은 조용히 구멍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있는 곳은 별관 건물 뒤편이었다. 인공위성을 통해 성악초등학교의 구조를 알아내 작전을 실행하기 전에 모두 숙지했다.

“데이비드 김은 수감동에 있을 거다. 빠르게 움직여.”

감시 카메라를 최대한 피하며 수감동을 향해 달려간다. 수감동 앞에 보안팀 한 명이 경호를 서고 있으나, 그들은 보안팀원의 뒤를 점하고 목을 꺾어 죽인 뒤에 수감동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뭐야?!”

“군인?!”

“국방부에서 오셨죠? 씨발! 우리 좀 구해주십시오! 성유진 그 새끼는 미쳤습니다!”

“살았다! 빨리 구해줘!”

수감자들이 그들을 보고 목소리를 높인다.

“방독면 쓰고 수면 가스 터트려.”

펑!

수면 가스가 사방으로 퍼졌다. 수면 가스에 맞은 수감자들은 모두 기절하듯 쓰러져 잠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하에 수감되어 있는 데이비드 김을 찾았다. 다만, 데이비드 김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주, 죽여줘. 제발….”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