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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06화 (1,686/2,000)

< 1906화 > 1906. 다크 문

참새 괴물들이 전류가 흐르는 배리어를 향해 달려든다. 쾅쾅쾅! 튼튼한 배리어는 참새 괴물의 공격을 막아냈다. 배리어가 흔들리고 있으나, 당장 깨지는 건 아니다. 계산대로 시간은 충분하다.

“어느 날 깨닫고 보니 힘이 강해져 있었다.”

나는 얼마 전에 일어 난 그날을 떠올렸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특별한 수련을 했던 것도 아니고, 마법 연구에 성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깨닫고 보니 번개를 다루는 힘이 강해져 있었다.

마법을 쓰지 않았음에도 번개를 다룰 수 있었고, 번개에 특수 성질까지 부여할 수 있었다. 이능이 강해진 것이다.

마법으로 이 번개를 더듬으면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뭔 개소리를 지껄이려는 거냐? 시간을 끌려고? 안 되지, 그 배리어가 언제까지고 네놈을 지켜줄 것 같아?!”

지상에서 불길둥이 치솟아 배리어의 녹이려 한다.

이것도 예상 내다. 초조해진 길리언이 직접 힘을 쓰는 건 당연하다. 그 대가로 길리언은 양팔 모두 불타게 됐지만.

“정말 신기해서 그런 거다. 혹시 모르지. 너도 그런 경험을 겪었을지도. 반응을 보니 아닌 모양이다만.”

손바닥 위의 뇌전을 쳐다본다. 뇌전은 고리 형태가 되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원인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더군. 한 가지 확실한 건 득이 되면 됐지. 해가 되는 건 없었다는 거다.”

나는 완성된 번개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참새 괴물에게 던졌다. 고리의 형태가 끊어지며 사나운 뱀처럼 뛰쳐나가 감전시킨다.

[체인 라이트닝]

참새 괴물 한 마리를 감전시키고 그 생명력과 마나를 흡수한다. 본래 체인 라이트닝에 생명력을 흡수하는 능력 따윈 없으나, 최근에 깨달은 뇌전의 특성 부여로 생명력 흡수 능력을 부여했다.

체인 라이트닝은 5개로 분열하며 다른 참새 괴물들에게 쇄도했다. 체인 라이트닝이 괴물들 사이로 순식간에 퍼진다. 체인 라이트닝은 상대의 수가 많을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마법이다. 설령 수천만 명이 모여 있다고 하더라도 체인 라이트닝 한 방이면 5분 내로 치워버릴 수 있다.

짹짹짹!

참새 괴물들이 기겁하며 체인 라이트닝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놈들이 날갯짓하는 것보다 체인 라이트닝의 분열과 전이 속도가 훨씬 빨랐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1분 내로 참새 괴물들을 모조리 처리한 체인 라이트닝은 다음 먹이를 찾아 움직이려 했다. 원래라면 바로 길리언을 향해 움직여야 했으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군.’

갈 길을 잃은 체인 라이트닝은 허공에서 소멸하려고 했다.

안 될 말이다. 본래의 체인 라이트닝과 달리 참새 괴물의 생명력을 흡수하며 더 거대해진 에너지 덩어리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

내가 손을 내밀자 체인 라이트닝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너!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냐?!!”

“힘을 숨겨? 네가 알아보지 못한 것뿐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5급이 6급 마법을… 아티팩트인가!”

“아둔한 놈.”

체인 라이트닝의 형태를 길쭉한 창의 형태로 바꾼다. 체인 라이트닝의 술식을 제거하고 새로운 술식을 부여한다. 생명력 흡수 특성도 거둬들이며 극저온의 특성을 부여한다.

‘마법의 특질을 바꾸는 건 7급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이능 덕분에 전격계 마법에 한해서는 나도 사용할 수 있다. 다른 마법사들이 이 사실을 알면 놀라 까무러치겠군.’

추가로 내 마나와 의지를 번개의 창에 담았다.

라이트닝 스피어. 본래라면 4급 마법에 불과하지만, 지금 내 손 위에 있는 이 창은 위력만 따졌을 경우 6급 마법에 필적한다.

불길에 배리어가 완전히 녹기 전에 라이트닝 스피어를 던졌다. 빗맞출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던져서 맞추는 건 자신 있었으니까.

번개의 창이 길리언의 몸통을 관통했다. 길리언의 배리어는 너무도 손쉽게 깨부쉈다. 이어서 번개의 창이 단풍나무에 꽂혔다.

쩌정!

라이트닝 스피어가 폭발하며 전격과 함께 냉기를 사방에 흩뿌린다. 그 주변 일대는 공기마저 얼어붙는 극저온 상태가 되었다. 활활 타오르던 단풍잎이 순식간에 꺼져 빛바랜 단풍잎이 되었다.

전격이 얼어붙은 길리언과 단풍나무를 종횡무진 누빈다. 환경이 일시적으로 극저온 상태에 빠지면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어 전격이 사라지고 온도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얼었는지, 죽었는지 모를 길리언이 소리를 지른 것도 그때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처절하게까지 느껴지는 비명이었다.

“네놈만큼은 죽인다!! 내 모든 것을! 내 육체를, 내 영혼을 바치겠다! 놈을 죽여어어어!!”

단풍나무는 죽지 않았다. 단풍잎의 불꽃이 꺼지고, 나무 내부가 전격에 의해 찢기긴 했으나 살아 있었다. 인간으로 따지면 중상인 상태라고 할까. 연료가 있다면 아까처럼 다시 타오를 것이다.

“연료가 있다면 말이지.”

단풍나무의 존재감이 옅어진다.

“뭐냐, 왜, 왜 사라지려고 하는 거냐?! 계약은? 계약을 지켜!! 내 영혼을 주겠다고!!”

나는 바닥에 내려섰다.

라이트닝 스피어에 몸통이 꿰뚫리고, 극저온에 얼어붙었던 길리언이 왜 아직 살아서 움직이는지 알아차렸다. 간단한 이야기다. 놈은 자기 몸을 키메라로 개조했다.

그러나 죽음이 가까워진 건 부정할 수 없다. 키메라는 불로불사가 아니니까.

“이미 시체나 다를 바 없는 네놈의 육체가 가치 있겠나? 내가 저 나무였어도 필요 없었을 것 같군.”

“영혼! 내 영혼을 주겠다고!”

“마법사나 전사나, 힘을 가진 자들이 착각하는 게 있지. 자기 영혼은 특별할 거라는 착각.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인간의 영혼은 다 거기서 거기다. 너는 네 영혼보다 그 몸뚱어리가 몇백 배는 가치 있었을 거다. 이젠 아니지만.”

“이 개자식이!!”

길리언은 주먹을 쥐고 내게 달려든다. 허나 바로 고꾸라져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길리언은 이미 한계였다.

나는 쓰러진 길리언을 내려다보며 마법을 준비했다.

“말했을 거다. 벼락으로 튀겨 죽이겠다고.”

라이트닝 스트라이크.

눈앞에 벼락이 떨어졌다. 벼락에 맞은 길리언은 고통에 부들부들 떨다가 절명했다. 나는 신경질을 내듯 벼락을 2번 더 떨어뜨리고 그 머리를 발로 차 부쉈다. 길리언은 키메라다. 1%도 되지 않는 가능성이지만, 다시 일어날지도 모르니 확실하게 죽였다.

‘좀 피곤하군.’

그래도 바로 돌아갈 수 없었다.

승리의 전리품을 챙겨야 할 시간이니까.

‘공장을 사려고 했으니 돈도 가지고 있겠지. 그게 아니어도 돈이 될만한 물건이 있을 테고.’

길리언의 지하 공방으로 향한다. 디텍션 마법으로 유리아의 위치를 확인했다. 유리아는 폐허가 된 건물 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일단 무사한 것 같네.’

지하 공방으로 떨어진다. 엉망진창이 된 지하 공방이었다. 사람의 머리, 괴물의 팔, 짐승의 몸통 등등이 보였다. 키메라의 재료였다.

키메라 쪽으로는 흥미가 가지 않았다.

‘마법책 같은 건 없나? 연구기록서는 있겠지.’

다른 건 몰라도 연구기록서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러하듯 마법사는 자기가 한 연구를 기록하니까.

‘컴퓨터는 해킹당할 위험이 크니 종이나 책에 수기로 쓰지.’

공방 내부를 돌아다니던 나는 곧 책을 발견했다. 하나는 키메라 연구기록서다. 길리언은 자기 자신이 만든 키메라에 관한 것들을 모두 기록해놨다.

‘시작은 쥐와 햄스터를 합성하는 것부터였군. 그러다 점점 키메라의 크기를 늘리더니 1년 전쯤에는 자기 자신의 몸을 키메라로 개조했다. 장기를 조금씩 바꿨군.’

대충 훑어본 결과 길리언의 목적도 알 수 있었다.

환수계의 생물을 자신에게 합성하는 것. 그게 길리언의 최종 목적이었다.

‘밀수꾼 일을 하면서 환수계 생물과 관련된 물건들을 모으고 있었군.’

가령 고양이 환수의 발톱이나 플레임 버드의 깃털 같은 것들. 마법적 재료로서 가치는 있으나, 그리 대단한 물건은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건 소환 서적인데… 별거 없군.’

소환술식은 간단했다. 준비만 되어 있으면 1급 마법사도 사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소환된 존재와 계약하는 것. 이 과정에서 70% 이상의 소환사가 죽는다. 환수계 생물 중에서 인간에게 우호적인 것들은 별로 없으니까.

‘그래서 소환사는 중간에서 중재해줄 스승이 필요하지.’

소환술의 성가신 점은 처음 소환할 때 완전히 랜덤으로 소환된다는 거다.

‘소환술식은 기억했다. 쓸 생각은 없지만.’

소환수는 환수계 생물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이론으로는 정령, 악마, 천사도 소환할 수 있었다.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지만.

‘의식 마법과 연계해서 소환 대상을 특정하는 게 가능하군. 문제는 소환술식과 달리 의식 마법은 복잡하기 짝이 없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는 거지.’

일단 책은 챙겼다.

지하 공방을 돌아봤다. 꽤 흥미를 끄는 것들이 있었다.

‘재료를 분석하는 마도구. 이건 내가 써야겠다.’

그 외에도 밀수꾼답게 외국에서 들어온 사치품들이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장물인지라 제값을 받고 팔긴 힘들어도 못해도 1억 크레딧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마약류는 태운다. 이건 잘못 다루면 감옥에 끌려갈 테니 깔끔히 처리하는 쪽이 편해.’

지하 공방 가장 깊은 곳에 들어왔다.

한쪽에 현찰과 금괴가 쌓여 있었다. 못해도 4억은 할 것이다. 이것만으로 횡재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옆에 있는 물건들이 내 시선을 확 끌었다.

1m 크기에 최고급 보존 캡슐 3개.

그 안에 각각 서로 다른 묘목들이 들어있었다. 첫 번째 캡슐에 있는 묘목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방금 본 단풍나무와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나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존재감은 천지 차이였지만.

‘난 내 감각을 믿는다. 이 묘목들 모두… 환수계의 나무들이군. 어떻게 손에 넣은 거지? 그놈 수준에 직접 환수계에 가서 가져왔을 리는 없을 테고….’

애초에 환수계에서 소환한 것들이면 시간이 지나 다시 역소환된다. 즉, 이것들은 소환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환수계에서 가져왔다는 거다.

‘보물들이다. 연구 가치는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침을 꿀꺽 삼켰다.

단풍나무의 위용을 다시금 떠올린다. 단풍나무의 힘을 이용하는 길리언은 5급 화염계 마법사의 힘과 흡사했다. 비록, 정식으로 수련한 게 아닌지라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지만.

‘나무를 연구하고 파악해서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설령 연구 성과가 없어도 팔면 몇억은 받을 수 있다. 환수계의 나무의 가치는 그만큼 높으니까.

‘……혹시 길리언은 이걸 자기 몸에 심으려고 했나?’

답은 알 수 없으나, 왠지 그럴 것 같았다.

나는 캡슐 속의 묘목들을 훑어봤다. 첫 번째는 아까 그 단풍나무가 확실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모습이 조금씩 달라서 다른 종류의 나무임을 알 수 있다.

그중에 3번째 묘목이 내 시선을 끌었다. 이유는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직접 봐야겠다.’

캡슐을 열었다. 당장 나무에서 위험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위험한 나무였다면 이렇게 간단히 관리하지도 않았을 거다. 나는 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파직.

나무와 손가락이 닿자마자 스파크가 튀었다. 정전기라고 하기엔 너무 강했다.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스파크를 제어하려고 했다. 마나를 일으킨 순간 묘목과 공명한다.

파지지직.

뇌전이 일어난다. 신기하게도 묘목은 뇌전을 흡수했다. 묘목에 변화가 일었다. 아까보다 크기가 커지더니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연 분홍색의 꽃잎은 나도 잘 알고 있는 종류의 꽃이었다.

‘벚꽃?’

벚꽃은 은은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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