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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19화 (1,699/2,000)

< 1919화 > 1919. 다크 문

아무리 그래도 너무 깽판 치는 게 아닌가 싶겠지만, 이 변방에 있는 교도소는 특수했다.

워낙 변방에 있는지라 제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

여러 가지 이유로 처리하기 곤란해진 범죄자를 밀어 넣은 곳.

상부에 밉보이거나, 문제를 일으킨 군인을 보내는 곳 중 하나.

르멘 교도소는 그런 곳이었다.

작은 왕국.

그들만의 법으로 유지되는 작은 왕국이다. 교도소장은 이곳의 왕이었다.

문제는 왕의 권력은 불안하다는 거였다. 아랫것들이 반역을 수시로 일으키는 당연했다. 방금 내가 한 행동들은 일종의 기선제압이기도 했다.

새로운 교도소장은 미친놈이니 처신 잘하라는 경고.

‘그 경고가 잘 먹혔을지는 모르겠군.’

상부가 개입하거나, 반란을 일으켜도 딱히 상관없었다. 진지하게 교도소장 일을 할 생각은 없으니까. 내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 레온 슈나이더와의 거래? 계약서도 쓰지 않았는데 무슨. 어차피 죽은 놈이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벅저벅.

나는 간수 중 한 명에게 안내받으며 교도소장실로 향했다. 그 와중에 주변을 둘러본다.

교도소는 칙칙했다. 바닥이고, 천장이고 할 것 없이 회색의 콘크리트로 가득했다. 구석진 곳에는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음산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청소는 제대로 안 하나?”

“그, 그게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그, 그래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식이 꽤 오래된 건물인지라 겉보기에만 좋지 않습니다.”

간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부교도소장을 그렇게 조졌으니 긴장할 만도 했다.

“겉보기에만?”

“교도소 전체에 방어 마법이 걸려있습니다. 낡은 콘크리트 벽처럼 보여도 그 가치는 어마어마합니다. 지금껏 저희 르멘 교도소를 탈출한 죄수는 30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30명이나 되는 건가.”

“그, 다른 교도소는 훨씬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

다른 교도소 따윈 모른다. 나는 주제를 돌렸다. 이 교도소의 전통이나 역사는 별 관심 없었다.

“교도소 현황은 어떻게 되지?”

“저희 관리자는 총 150명이고, 수감자는 총 1,574명입니다. 이중 여성 수감자는 300명입니다.”

여성 수감자도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남성 수감자 쪽과 구역을 나눠서 관리하고 있다.

“간수와 수감자가 10배 이상 차이 나는군.”

“예. 상황이 열악합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운영되고는 있습니다.”

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곧 교도소장실이 보였다. 그가 문을 열어주며 경례로 인사했다.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고 소장실로 들어갔다.

‘…차갑군.’

소장실은 좋게 말해서 깔끔했다. 책상과 의자, 책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으니 깔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보면 여기가 수감실인 줄 알겠어.’

책장과 서랍을 뒤져본다. 수감자들의 정보가 적힌 서류들이 있었다.

‘요즘 시대에 사무실에 컴퓨터 하나 없다니… 말이 되나?’

살펴보니 컴퓨터의 흔적은 있었다. 누군가가 컴퓨터를 뺀 것이다. 왜? 교도소장에게 정보를 주지 않으려고?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무언의 뜻?

나는 바로 교도소장실을 나왔다. 몸을 돌리려던 간수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교도소의 행정을 맡아 처리하는 곳이 있을 테지.”

“행정부 말입니까?”

“그래. 안내하도록.”

간수는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행정부로 날 안내했다. 행정부 문을 열고 들어간다. 가벼운 복장의 간수들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인원은 9명이었는데 3명은 여자였다. 제대로 일하는 인원은 별로 없었다.

가장 상석에 앉은 남자가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의 커다란 뱃살이 출렁거렸다.

“어이쿠. 새로 오신 교도소장님이십니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유명했던 가문의 전투 연금술사셨다고….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행정부장인가?”

“옙. 제가 행정부장입니다.”

40대의 중년 남자가 껄렁거린다. 돼지와 닮은 남자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다. 부교도소장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빠졌군.”

“예?”

“군기가 빠졌다고. 행정부장. 관등성명은 어디에 팔아먹었지.”

“아, 아아. 중위 스테판 와이즈뮬러입니다. 보시다시피 행정부장입니다.”

그의 표정이 구겨진다. 자기 표정을 일부러 숨기고 있다. 완전히 나를 무시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간수들은 내가 아닌 스테판의 눈치를 봤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면 스테판이 교도소장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나를 이렇게 대놓고 무시한다라… 못 참겠군.’

스테판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스테판이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그, 소장님? 제가 실수하긴 했습니다만, 적당히 하시죠. 여긴 이곳만의 법이 있습니다.”

“그게 제국법보다 위에 있나? 군사경찰이 들으면 좋아하겠군. 가서 보고해줄까?”

“제 말이 그게 아님을 아시지 않습니까. 소장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겠습니다만, 여긴 르멘 교도소입니다.”

“날 안다? 아니, 넌 모른다.”

나는 주먹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쳤다.

퍽!

허나 스테판은 쓰러지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머리가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는 불쾌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깔았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건방진 중위를 교육하는 중이었다만… 겉보기와 다르게 몸이 딱딱하군.”

스테판이 히죽 웃었다.

“제가 가진 보잘 것 없는 재주지요. 그나저나 부하를 향한 폭행은 불법입니다. 이거 참, 군사경찰이 르멘 교도소에 닥칠 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중위는 반성할 기색이 전혀 안 보이는군.”

“전 잘못한 것 하나 없습니다. 제가 왜 반성해야 합니까?”

“중위는 상관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하다. 지금처럼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것부터가 상관에 대한 모독이자, 항명이다.”

“뭐 이런 병신 같은…. 하, 이 일은 상급 부대에 보고할 테니 그리 아십시오. 인사도 끝났으니 이만 돌아가시지요, 소장님. 소장님이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라 소장실 입.”

탕!

권총을 꺼내 스테판의 오른쪽 눈에 총알을 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스테판은 오른쪽 눈을 잡고 쓰러진다.

“그 보잘것없는 재주가 눈을 보호해주지 않는 모양이군.”

눈도 강화됐다. 강화됐으니 죽지 않고 눈알이 터진 것으로 끝났다. 고통에 허우적거리던 스테판이 정신 차리고 몸을 벌떡 일으킨다.

“이 씨발!!”

탕!

“아아아악!”

나머지 왼쪽 눈에도 총알을 박아줬다. 두 눈을 잃은 놈이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스트렝스]

마법으로 근력을 강화하고 스테판의 머리를 걷어찼다. 뻥! 시원한 소리가 울리며 스테판의 머리가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그의 머리를 몇 번더 발로 찼다. 스테판의 몸이 축 늘어졌다. 기절한 것이다.

주위를 둘러본다. 간수들이 흠칫 놀란다. 그들의 등에 힘이 들어갔다.

“예산 장부는 작성하고 있겠지. 지금 당장 가져와라.”

그들은 서로의 눈치를 봤다. 저들의 리더라 할 수 있는 스테판이 뻗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스테판처럼 항명하는 거냐?”

“아, 아닙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 중위님은 의무실로 보내는 편이….”

“스테판 중위는 위대한 하이스트 제국의 군인이다. 겨우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

“…….”

“장부나 가져와라.”

“…네.”

1분이 지나자 예산 장부는 내 손에 들렸다. 이래 보여도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장부를 볼 줄 알았다. 물론 유리아에게 배운 거다.

장부를 본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상보다 교도소에 배정된 예산이 많았다.

‘규모가 있는 편이니 당연한가. 그리고….’

조금 이상하다. 시설 관리에 돈이 많이 들어가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본 교도소 시설은 그저 낙후되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

‘이런 방식으로 예산을 빼돌리고 있었나.’

뭐, 그것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알아보지 못한 교묘한 방식으로 예산을 빼갔겠지.

“중위가 예산에 손을 댔군. 놀라운 일은 아니지. 일주일 주지. 빼간 예산은 현금으로 내게 가져오도록. 그 예산들은 내가 교도소를 위해 좋은 곳에 쓰겠다.”

못해도 3억 크레딧은 얻을 수 있을 거다.

안 그래도 요즘 사업에 투자하느라 돈이 부족했는데, 잘 됐다.

‘교도소장. 이거 꿀직업이군.’

간수들을 바라본다. 쳐다보니 죄다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소, 소장님. 이런 말씀 드리기 송구합니다만, 예산은 모두 사용했습니다. 남아 있는 예산도 사용처가 정해져 있습니다.”

“아, 그렇군. 군사경찰에 보고하라고? 아니면 중위처럼 눈 병신이 되고 싶나?”

“…….”

“일주일은 너무 길었나? 나흘 내로 빼돌린 예산을 가져와 내 책상 위에 올려라.”

“나흘이라니…! 불가능합니다!”

“하지 못하면 군사경찰이 들이닥치겠지. 너희가 감옥에 갇히면 수감자들이 좋아하겠군.”

“…….”

“정확히 나흘이다. 저금을 깨든, 대출을 받든… 군사경찰이 들이닥치는 꼴을 보기 싫으면 빼돌린 예산을 가져와라.”

나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스테판의 팔다리를 자르고 의무실로 던졌다. 스테판. 함부로 죽일 수 없었다. 이놈이 지금까지 빼돌린 예산은 억소리 나게 많을 테니까.

교도소장실 의자에 앉았다.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교도소에 오자마자 거하게 사고 쳤다. 그러나 쫄리지 않는다. 지금 나는 유진 마이어가 아닌 레온 슈나이더다. 내 진짜 신분이 드러날 일은 없다.

‘월드 도어를 가지고 있다. 위험할 것 같으면 도망치면 된다.’

문만 있으면 월드 도어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게 있는 이상 도망치는 건 일도 아니다.

똑똑똑.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소장님. 대위 케빈입니다.”

“들어와.”

케빈이 들어왔다. 비에 홀딱 젖었다.

“시체들을 전부 가져와 마법 처리했습니다. 병사들의 시체는 가족들에게 인계할 것이며, 습격자들의 시체는 화장하겠습니다.”

“날 습격한 놈들이다. 신상 파악은 했나?”

“…시간이 없어 거기 까지 하지는 못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갱단 혹은 마피아 쪽인 것 같습니다.”

“정확히 알아내서 가져오도록. 그만 가봐.”

그러나 케빈은 바로 나가지 않았다.

“…행정부를 뒤집어 놓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예산에 장난을 쳤더군. 전부 처형할까 하다가 참았다.”

“……스테판 중위의 팔다리는 왜 자르신 겁니까?”

“반항의 우려가 있어 잘랐다. 그런데 지금 나를 심문하는 건가? 대위 주제에?”

“아닙니다.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빠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서류를 꺼내 케빈에 관한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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