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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22화 (1,702/2,000)

< 1922화 > 1922. 다크 문

-식사에 불만이 많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 음식을 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먹어라.

감사는 개뿔.

죄수들은 썩은 표정으로 음식을 먹었다.

신임 교도소장은 간 크게도 교도소로 오자마자 예산을 횡령했다. 예산이 없다고 징징거리는 것도 그 예산을 모조리 횡령했기 때문이란 걸 교도소 내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간수들은 알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죄수들과 달리 간수들의 복지는 괜찮은 편이었다. 죄수들이 비린내 나는 썩은 스프를 먹을 때, 간수들은 스테이크를 썰고 괜찮은 와인을 먹을 수 있었다. 사흘 전에 월급도 제대로 입금됐다.

물론 이 개똥 같은 스프 대신에 빵과 고기, 샐러드를 먹는 죄수도 있었다. 주로 갱단의 보스들이었다.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많은 돈을 운용할 수 있는 자들. 그들은 교도소장에게 현금이란 뇌물을 바쳤다.

아침 식사가 끝난 뒤에는 산책 시간이 있다. 20분 정도에 불과했으나, 햇빛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번 방 산책 준비.”

간수가 말했다. 죄수들은 바닥에 엎드렸다. 문이 열리고 간수들과 함께 죄수들이 밖으로 나간다.

죄수들은 산책 시간에 네 발로 땅을 기어야 한다. 르멘 교도소의 새로운 규칙이었다. 어기면 팔다리가 잘려서 평생 기어 다녀야 했다.

점심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감옥 바닥에 허리를 펴고 앉았다. 지정된 시간 외에 바닥에 눕는 순간, 끌려 나가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얻어터진다.

당연히 점심밥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오늘은 특별히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죄수들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친 교도소장이 웬일이지?”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그 새끼가 좋은 일이 있다고 우리에게 잘해줄 리 없잖아.”

“특별히라고 했으니 기대해도 되겠지?”

“기대하지 마라. 배신당한다.”

“배신은 지랄. 난 그 새끼 안 믿어.”

놀랍게도 점심은 제대로 된 음식이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그랬다. 구운 고기. 보라색의 찐득한 점액질이 붙어 있긴 했으나 냄새와 맛은 훌륭했다.

“와!”

쓰레기 같은 음식만 먹던 죄수들은 감탄하며 소스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어 치웠다.

간수들은 죄수들을 불쌍한 눈으로 쳐다봤다.

‘저거 회사에서 납품받은 인스턴트 음식이라던데. 포이즌 보어의 고기라던가?’

식품 인증도 받지 않은 음식.

교도소장은 회사에 돈을 받고 죄수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음식을 먹인 것이다. 즉, 인체 실험이었다.

-오늘 오후에는 너희를 위한 특별한 쇼가 준비되어 있다. 전원 운동장으로 집합. 간수들은 죄수들이 폭동을 일으키지 않게 신경 쓰도록. 폭동을 일으킬 조짐이 보이는 놈은 죽여도 좋다. 내가 허락한다.

“…….”

죄수들은 바짝 긴장했다. 이틀 전에 폭동을 일으킬 조짐이 보인다는 이유로 처형당한 죄수가 있었다. 그 죄수는 교도소장과 눈이 마주쳤을 뿐이었다. 폭동의 조짐이란 교도소장의 심기였다.

죄수들은 넓은 운동장으로 집합했다. 운동장 철조망 넘어, 여자 죄수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드문 일이었다. 평소에는 철저하게 마주치는 걸 금지하니까.

남자 죄수들이 씩 웃었다. 여자 죄수들은 대부분 못생겼지만, 드물게도 예쁜 이들이 간간이 섞여 있었다. 그녀들을 향해 혀를 내밀거나 허리를 흔들고 바지를 내려 성기를 내보이는 등 음란한 행위를 내보였다.

여자 죄수들도 지지 않았다. 가슴과 엉덩이를 흔들며 입을 벌리며 무언가를 빠는 듯한 행동을 했다. 몇몇은 아예 옷을 들쳐 가슴과 성기를 보였다.

다만, 그들은 조용했다. 소리를 내는 순간 미친 교도소장이 지랄할 것이 분명했기에.

교도소장이 간수들과 함께 나타났다. 부교도소장 케빈 대위도 그 근처에 있었는데, 어디서 구타라도 당했는지 오른쪽 눈에 멍이 들었고 코에서는 피가 줄줄 났다. 간수와 죄수들은 교도소장에게 처맞은 것임을 알았으나 모르는 척했다.

교도소장 레온 슈나이더가 무심한 눈으로 죄수들을 훑어본다. 죄수들은 몸을 떨었다. 상대는 사형수든, 아니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처형하는 놈이었다.

공포심이 죄수들을 좀 먹는다. 동시에 반발심이 치솟았다.

이곳에 있는 죄수들은 모두 한가락 하던 범죄자들이다. 살인자? 흔했다. 죄수 중 90% 이상이 살인을 해봤다. 연쇄 살인마도 있었다. 그런 만큼 기회가 된다면 교도소장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조직에 속해 있는 죄수들은 더욱더.

‘이딴 생활을 계속할 수는 없다.’

‘보스가 어떻게든 해줄 거다.’

‘저 미친 교도소장을 죽이는 놈이 르멘 교도소의 진정한 주인이다.’

범죄 조직의 보스들도 죽이고 싶지 않아서 죽이지 않는 게 아니었다. 교도소장은 빈틈이 거의 없었다. 교도소를 비울 때가 있긴 한데 어디로 가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행적이 파악되지 않으니 손을 쓰기 힘들었다.

‘케빈 부교도소장…. 이 무능한 놈. 교도소장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나?’

‘교도소 내에서 일을 벌이는 건 안 된다. 간수들을 전부 포섭한 건 아니니까.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차라리 지금 상황을 윗선에 찌르거나… 언론에 인권 문제로 흘러버린다면… 놈도 감옥에 갇히지 않을까? 감옥에만 온다면 평생 귀여워해 줄 자신 있다.’

조직의 보스들은 누구보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저 교도소장만 없으면, 르멘 교도소장을 지배하는 건 자신들일 테니까.

“데려와라.”

교도소장이 말했다.

간수들이 하반신이 없는 죄수를 데려왔다. 온몸에 화상자국이 있는 남자. 한때 르멘 교도소의 지배자 중 한 명이었던 카브라힘의 보스, 마티아스다.

교도소장이 손가락을 튕긴다.

연금술이 발동되고 땅에서 커다란 십자가가 나타났다. 간수들은 십자가에 마티아스를 매달았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죄수들은 두려움과 호기심을 함께 느끼며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카브라힘 갱단의 보스이자, 르멘 교도소의 마스코트인 마티아스.”

교도소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십자가에 묶인 마티아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퍽! 퍽! 퍽! 일반적인 구타가 이어진다. 마티아스는 이를 악물며 교도소장을 노려봤다. 반드시 죽여버리겠다는 살의가 느껴졌다.

“카브라힘이 네놈과 네놈과 관련된 모든 자들을 죽일 것이다! 가족, 친척, 친구! 모두가 네놈을 원망하며 죽을 거다!!”

마티아스의 목소리는 흉악한 범죄자들도 주춤거리게 할 만큼 섬뜩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이행될 것이다. 학살도 주저없이 저지르는 서쪽의 악명 높은 갱단인 카브라힘은 아직까지 마티아스를 보스로 섬기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군. 아직도 네 처지를 못 깨달은 거냐?”

교도소장은 눈썹 하나 꿈틀거리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입가에 걸린 미소는 조소였다. 저 흉악한 마티아스의 기세를 저리 쉽게 받아낸다니. 역시 교도소장은 범상한 놈은 아니었다. 죄수들은 속으로 감탄했다.

퍽! 퍼억! 퍽!

구타가 이어졌다. 마티아스의 피가 운동장 흙바닥을 흠뻑 적셨다. 그러나 마티아스의 살벌한 기세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마티아스가 기절하기 전에 주먹질을 멈춘 교도소장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의 선명히 꽂혔다.

“마티아스. 너는 내 가족과 친척, 친구를 모조리 죽인다고 했다. 그것도 감히 내 면전에서.”

“헛소리로 들리나?”

“네 말을 믿는다. 갱단이 무서운 이유가 보복이 아닌가. 그런데 말이다. 보복은 너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뻐해도 좋다, 마티아스. 오늘의 쇼는 너를 위한 쇼이기도 하니. 데려와라!”

교도소장이 소리쳤다. 간수들이 포박된 무리를 데려온다. 약 20명 정도였는데 절반이 여자였으며, 나머지 대부분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소년소녀였다.

증오를 내비치던 마티아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경악한 그가 처절하게 외쳤다.

“이 개새끼가!!!”

교도소장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무리 중 가장 나이 많은 노파가 간수들에게 붙잡혀 앞으로 끌려왔다. 노파는 교도소장 앞에 무릎 꿇었다.

“아들이! 아들이 잘못했습니다! 다 이 늙은이가 아들을 잘 교육시키지 못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며느리와 손자들에겐 죄가 없습니다! 제발, 제발! 이 늙은이가 뭐든 할 테니 아이들만은 살려주십….”

펑!

노파의 몸이 터졌다. 마법이었다. 노파의 피와 내장은 정확히 마티아스의 몸에 떨어졌다.

“반역자의 어미 주제에 말이 길군.”

“으아아아아아아악! 어머니!!”

“절규하지 마라. 아직 안 끝났다.”

간수는 공포에 떨면서 여자를 앞으로 내밀었다. 여자는 일어서지도 못했다. 바닥에 쓰러져 오줌을 지렸다. 십자가에 묶인 남편을 올려보고는 교도소장을 쳐다봤다. 이내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마티아스에게서 증오와 살의가 사라졌다. 간절한 표정이 된 그는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교도소장에게 애원했다.

“하, 하지 마라…! 아내에겐 죄가 없다…!”

“네놈에게 당한 피해자들에게도 죄가 없지. 내로남불인가. 뭐, 이해한다. 나도 그렇거든.”

교도소장이 손을 까딱인다. 염력이 여자의 몸을 잡아 위로 끌어올렸다.

“꺄아아아아악!”

여자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교도소장은 개의치 않았다. 여자를 마티아스의 머리 위로 올리고 여자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걸레 짜듯 비틀었다. 뒤틀린 여자의 몸에서 피와 내장이 쏟아졌다. 머리로 그것들을 받아낸 마티아스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처형은 계속 이어졌다. 마티아스의 둘째 부인은 중력에 짓눌러 죽었고, 셋째 부인은 피부와 내장이 뒤집혀 죽었다.

마티아스의 십자가 아래로 그 시체가 모였다.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고깃덩어리들이었다.

“아, 아빠….”

어린 아들이 울면서 마티아스의 앞에 섰다.

“그만…! 말하겠다! 누가 널 습격하라고 사주했는지 궁금한 거겠지! 뭐든 말할 테니 제발 멈춰라!”

“됐다.”

딱.

교도소장이 손가락을 튕겼다.

화르르륵!

“아아아아아아아악!”

어린 아들의 몸이 불타오른다.

“이건 보복이다. 네놈이 내 가족을 죽인다고 했으니, 내 가족이 죽기 전에 네놈 가족을 먼저 죽이는 거다. 뭐, 걱정마라. 카브라힘의 갱단원들도 모두 너와 비슷한 최후를 맞이할 테니.”

처형은 이어졌다.

교도소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죽인다. 그저 마티아스의 가족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침내 처형이 끝났을 때, 마티아스는 피눈물을 흘리며 교도소장을 쳐다봤다.

“신께서 네놈에게 천벌을 내리실 거다…!”

“너 같은 놈도 마지막엔 신을 찾는 건가? 근데, 네놈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같은 기도를 했을 거라고 생각 하지는 않나?”

“…….”

“신께서 가여운 범죄자의 기도를 들어줄지 궁금하군.”

교도소장은 몸을 돌렸다. 그가 주위를 둘러본다. 간수고, 죄수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눈을 피했다. 죄수들은 식은땀까지 줄줄 흘렀다. 그들의 머릿속에 자신들의 가족이 끔찍한 처형을 당하는 상상이 떠올랐다.

죄수와 간수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몇몇은 토했으며, 몇몇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는 건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 정도였다. 그들은 가족이 죽는 것보다 비참하게 살아 있는 마티아스의 꼴이 더 두려웠다.

“쇼는 재밌게 봤나?”

“…….”

“멍청한 범죄자들이라 매너를 모르는군. 쇼를 봤으면 응당 박수를 쳐야 하는 법이다.”

“…….”

“치라고.”

교도소장의 목소리에 짜증이 담기자, 근처에 있던 간수들이 깜짝 놀라 박수를 쳤다.

짝! 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박수갈채가 하늘을 향해 울려 퍼진다. 그와 반대로 공포는 교도소 안으로 깊숙이 내려앉았다.

르멘 교도소에 사상 최악의 폭군이 즉위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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