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4화 > 1924. 다크 문
산드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갑을 찬 양손으로 바지를 잡아 아래로 내린다. 팬티까지 함께 내려가며 한때 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여자의 음부가 드러났다.
그녀의 음부는 생각 이상으로 지저분했다. 금색의 음모가 아무렇게나 자라 있었던 것이다. 그 아래로 말랑할 것 같은 분홍색 음순이 갈라져 있었다.
“음….”
“지저분한 건 알아요. 관리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죠. 여긴 면도칼도 주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청결에는 최대한 신경 쓰고 있어요.”
“그런 것 같군.”
손가락을 까딱였다. 산드라는 다가오지 않았다. 좀 괘씸했으나 보지를 보니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았다.
“제 부탁은 들어주실 건가요?”
“혼자서 감옥을 쓰는 건 안 된다.”
“하….”
실망한 산드라는 그대로 팬티와 바지를 올려 입었다. 적의 담긴 눈이 내게 향한다. 억지로 당하더라도 최대한 저항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신 너를 방장으로 만들어주지. 에어컨과 TV도 제공해주겠다. 스테이크나 와인도 주지. 호화 수감 생활이라고 한다지? 그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마.”
“……너무 좋은 이야기라 꿈만 같네요. 다른 조건이 있는 거죠?”
“너 정도의 미녀들이 있나?”
“몇몇 있어요. 관리하면 빛날 수 있는 여자들.”
“다행이군. 그래서 내 제안은 받아들일 건가?”
산드라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마음에 안 드는 년이 있어요. 칼리라고 냄새나는 흑돼지년이죠. 절 볼 때마다 혀를 날름거리며, 마주칠 때마다 더러운 팬티를 저한테 던지는 미친년이에요. 그년을 처리해주세요. 제 부탁을 모두 들어주신다면 소장님을 지아비로 모시죠.”
“그리 말하지 않아도 들어줄 테니 걱정 마라. 하던 거 이어서 해야지?”
산드라는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만져보라는 듯이 보지를 쭉 내밀었다. 손바닥이 보지에 닿는다. 보지털은 가늘고 곱슬했다. 부드럽긴 한데 이상하게 자꾸만 거슬렀다.
몇 번 만지니 보지는 바로 젖어 들었다. 손가락으로 보지 속살을 들쑤시면서 말했다.
“벌써? 너무 쉬운 보지라 놀랍군.”
“그쪽이 너무 잘 만지는 거예요. 웬만한 남자들은 절대 이렇게 못 하는데… 누구에게 배우셨어요?”
유리아에게 약간 요령을 배우긴 했으나, 말 그대로 약간일 뿐이다. 내 손놀림은 타고난 거다. 그리고 산드라의 성욕도 이유일 것이다. 감옥에서 갇혀 있는 동안 성욕이 쌓이고 쌓였을 테니까.
보지에서 손을 뗀다. 산드라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가 내 바지를 벗기고 사타구니에 얼굴을 갖다 댔다. 내 자지를 본 산드라의 눈이 커진다.
“…훌륭하시네요.”
“내 자랑이지.”
참고로 내 하반신은 진짜 내 몸이었다. 레온 슈나이더에 익숙해 지면서 [앱솔루트 폴리모프]를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산드라는 적극적으로 입에 물고 빨아대다가 의자 위로 올라와 신나게 허리를 흔들었다. 여가수의 보지는 쫄깃해서 마음에 들었다.
“아아앙! 앙! 하아으!”
찌걱찌걱.
위아래로 움직이며 내 자지를 탐하는 보지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교도소장 일이 점점 더 마음에 드는군.’
네오 런던에서는 여러 눈치가 보였다. 조금만 행동을 실수해도 소문이 퍼지는 건 순식간이다. 당장은 흠이 안 될지 몰라도, 미래에 높은 자리에 오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떻게든 흠을 찾아내 파내려고 하는 놈들이 늘어날 테니까.
‘교도소장인 나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권력의 맛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비록 교도소라는 작은 세계의 권력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
‘빌어먹을!’
교소도 밖으로 나온 부교도소장 케빈 대위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분노를 참으면서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그 미친 새끼 때문에 르멘 교도소가 이상해졌다!’
본래의 르멘 교도소는 위험해 보여도 균형이 있었다. 혼돈 속에 질서가 있었다. 그것은 수십 년 동안 이어온 질서이자 법칙이기도 했다.
그런데 밖에서 온 신임 교도소장 한 명이 모든 걸 바꿔버렸다.
수십 년의 전통이 며칠 만에 사라진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놈은 공포를 이용했다.
오직 공포로 교도소를 운영할 속셈이다. 짜증 나지만, 그건 효과적이었다. 보복을 무기로 간수들까지 협박하던 죄수들은 죄다 겁먹은 짐승이 되어 머리를 숙였다.
교도소장의 가족을 죽이겠다고 한 죄수의 가족은 그다음 날 반역자가 되어 처형당했다. 카브라힘의 보스인 마티아스의 꼴이 된 것이다. 그 일이 몇 번 반복되니 죄수들은 교도소장과 관련된 그 무엇도 연관되려 하지 않으려했다.
‘그 미친놈은 여자 죄수들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케빈은 교도소 여기저기에 끈을 만들었다. 금남의 구역이라 할 수 있는 여자 수감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도소장은 미녀 죄수들을 모아 음탕한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특히 미녀 죄수들에게 호화 감옥을 제공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 미친 새끼는 교도소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오직 자기 욕구만을 위해 일하고 있다. 미친놈이 대놓고 횡령하는 것으로 모자라서 죄수들로 인체 실험을 하려 해?’
케빈은 부교도소장으로 일하면서 온갖 미친놈을 봤다. 허나 레온 슈나이더와 맞먹는 미친놈은 없었다. 놈은 독보적인 미친놈이었다. 인간의 탈을 쓴 악마라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한 케빈은 나무 속에 숨겨 놓은 무전기를 꺼냈다. 오후 4시. 시간은 딱 맞았다. 그가 무전기 수화기를 들었다.
“케빈입니다.”
-말해라.
무뚝뚝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놈은 교도소 대부분을 장악했습니다. 저까지 죽이려고 손을 쓰려 합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요즘 자꾸만 실망하게 되는군. 그런 놈 하나 처리하지 못하나?
“…놈은 보통이 아닙니다. 암살 기회를 봐도 좀처럼 틈을 내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일신의 무력이 뛰어납니다. 지금 제가 가진 전력으로는 놈을 죽일 수 없습니다.”
-허….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짜증과 귀찮음이 가득했다.
케빈은 마음속에서 뭔가가 울컥 치솟는 걸 느꼈다. 자신은 온갖 이유로 교도소장에게 매일 구타 당한다. 첫날부터 지금까지. 의무실에 싸형 있는 포션이 아니었다면 침대 신세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다 때려치우고 잠적하고 충동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교도소장에 대한 증오로 참았다.
“원래 계획은 그쪽 부하들이 카브라힘 갱단원으로 위장해 놈을 죽이는 게 아니었습니까?! 일이 이렇게 된 것도 그 계획이 실패해서입니다!”
-지금 내 탓을 하는 거냐?
“죽은 그쪽 부하들 탓을 하는 겁니다. 저를 교도소장으로 만들어 주시기로 한 것도 당신입니다. 그 대가로 당신은 돈을 원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놈만 죽으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습니다.”
-개 같군.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
케빈 또한 똑같은 기분이었으나 참았다. 상대는 여기서 포기하지 못한다. 포기하기에는 이미 투자한 것들이 많으니까. 갱단에 쓴 돈, 일부 간수를 회유하는 데 쓴 돈, 6군단 고위 간부에게 쓴 것들까지.
본전을 되찾으려면 르멘 교도소를 먹는 방법밖에 없다.
-사흘 후에 놈을 처리할 부대를 보내겠다. 교도소 내부에서 일을 벌일 수는 없으니, 놈을 교도소 밖으로 끌어내라.
“놈은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런 무능한 새끼가! 그 정도는 어떻게든 해라!
뚝.
무전기가 끊어졌다.
케빈은 인상을 잔뜩 썼다. 그는 이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부교도소장 자리에 폼으로 오른 건 아니었다.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놈을 교도소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끌어내기만 한다면 죽일 수 있다…!’
미끼가 필요했다. 놈이 혹할만한 미끼가.
***
나는 이 교도소를 찾아온 목적을 잊지 않았다.
슬슬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며 독방이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간수들도 들어가기 꺼리는 아주 깊은 곳.
그곳에 팔다리가 잘린 죄수 한 명이 있었다.
파울 베어.
알파티어 제약회사에서 일했던 고위직.
“일주일만이군. 파울.”
의자에 앉아 있는 파울이 눈을 떴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힘이 없던 눈동자에는 광기가 느껴졌다. 나는 놈의 입에 물린 재갈을 풀었다.
“교도소장께서 어쩐 일로 여기까지 친히 내려오셨나?”
“내 질문은 일주일 전과 같다. 알파티어 제약회사의 정보를 말해라. 고위직의 신상 정보,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 회사가 저지르는 불법 행위…. 알고 있는 것 전부 말해라.”
“내가 알고 있는 건 없다.”
“그걸 말이라고 하나?”
“진짜다. 전에도 말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알파티어 제약회사의 고위직이었던 건 맞다. 프로젝트도 몇 개 진행했지. 하지만 정작 기억나는 건 없다.”
“…….”
“난 성실히 말했다! 말했다고! 그러니 날 죽여! 죽이라고!!!”
파울이 악을 쓰며 소리친다. 팔다리가 없어서 머리를 이리저리 흔든다. 나는 주먹으로 샌드백을 때리듯 파울을 때렸다.
“알파 티어의 정보를 말하라고 했다.”
“끄억… 모르는 걸 어쩌라고?! 내 가족이라도 죽이게? 죽여봐라!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죽일지 모르겠지만!”
파울의 가족은 모두 죽었다. 건들 가족이 없었다. 혈혈단신이다. 하이스트 제국으로 망명한 놈이라 친구도 없었다.
‘연기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모르는 건가.’
곤죽이 된 놈에게 포션을 뿌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알파티어가 기억을 조작했나? 차라리 그 가능성이 더 높겠군.’
과학과 마법이 발전한 세계다. 기억을 지우는 방법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나는 손을 뻗어 놈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바디 스캔]
3급 마법을 발동한다. 대상의 몸에 특이한 점이 있으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마나 제거 시술을 받은 간을 제외하곤 특이한 건 없다.’
물론 바디 스캔 또한 완벽하다고 할 순 없었다. 바디 스캔을 사용한 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면 알아보지 못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너 실험체지?”
파울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알파티어에 적대감을 가진 놈들은 대부분 실험체 출신이지. 꼴에 복수하겠답시고 이리저리 날뛰는 놈들. 소문은 들어봤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어떤 실험을 당했지? 약물에 절여졌나? 아니면 제 어머를 범하기라도 했나? 제 형제와 섞이는 실험을 했을 수도 있겠군.”
“기억이 없다는 놈이 꽤 자세히 알고 있군.”
“병신인가. 인터넷만 쳐도 나오는 알파티어의 음모설이잖아. 뭐, 기억은 없어도 그 음모들이 대부분 사실인 건 알지만.”
“네 말대로 난 실험체다. 아주 좆같은 실험을 당했고 알파티어에 복수하기로 정했다.”
“너 따위가?”
“그래. 나 따위가. 그리고 복수의 첫 번째는 너다.”
“난 알파티어를 퇴사했다! 나와 알파티어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네가 알파티어에 입사한 순간부터 관계는 생긴 거다. 그리고 난… 알파티어와 관련된 놈들을 모조리 죽일 거다. 그놈들의 가족과 친구도 전부!”
“헛된 꿈을 꾸는군! 네 복수는 절대 이뤄지지 않을 거다!”
“지금 이뤄지고 있다.”
파지지직!
내 손끝에서 발생한 전류가 놈의 몸을 타고 흐른다.
“끄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