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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34화 (1,714/2,000)

Chapter 1934 - 1934. 다크 문

“티네 양이 메이드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의 행적은 파악하셨습니까?”

“티네 양의 출신이 출신인지라 완벽하게 파악하진 못했습니다. 행적을 조사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철저하게 조사하세요.”

“네. 학장님.”

그때, 교관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세뇌 쪽 전문가의 말로는 직접적으로 행동을 강제하는 세뇌는 아니라고 합니다. 의식의 사고 방향을 살짝 건드려서 유도하는 방식의 종류라고 했습니다. 유리아 양을 노린 건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세뇌사의 목적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그건… 아카데미의 평판이 아닐까요. 일부러 사건을 일으켜서 아카데미의 평판을 깎는 겁니다. 아카데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자들도 있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유리아 양은 휘말렸을 뿐이다라…. 제 의견은 다릅니다.”

“학장님의 의견을 들려주십시오. 경청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유리아 양의 재능이 뛰어난 건 아실 겁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유리아는 그야말로 천재 그 자체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닫고, 마법사가 아님에도 마법적 지식까지 겸비했다. 몇몇 분야에서는 이미 교관들의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판단된다. 요리 부문이 그러했다.

“네. 말도 안 되는 재능입니다. 저는 그토록 뛰어난 재능을 본 적 없습니다. 기사 수련원에서 그녀를 놓아준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요.”

“기사수련원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긴 했어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후에 재능이 개화한 것이지요.”

교관들이 앞다투어 말하며 유리아를 칭찬했다. 유리아는 메이드 아카데미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어난 인재였다.

“그 뛰어난 재능이 목적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티네 양이 아닌 유리아 양을 세뇌하려 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세뇌 능력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을 마구잡이로 세뇌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주로 정신적으로 흔들릴 때 세뇌를 시도할 수 있죠. 제가 볼 때 티네 양은 유리아 양의 정신을 흔들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입니다.”

“……그 말씀은, 세뇌사가 아카데미 내부에 있다는 겁니까?”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굳이 유리아 양을 노리는 이유는….”

교관들은 입을 다물었다.

유리아의 재능을 생각해보면 이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마법 중에는 대상의 재능을 빼앗는 마법도 있습니다. 유리아 양을 노릴 이유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재능을 빼앗는 마법은 소문으로만 접했습니다만, 정말 실존하는 마법입니까?”

“세상은 넓고, 신기한 일은 넘쳐납니다. 우리는 그를 기적이라 하고, 기적 중 일부는 마법입니다. 전설 속 마법사 멀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법으로 불가능한 것은 없다.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십시오. 그리고 내일부터 아카데미 내부의 경비 시스템을 점검하겠습니다.”

“네. 학장님.”

“유리아 양을 영입하는 일은 어떻게 됐나요?”

“…넌지시 떠봤습니다만,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왕실 쪽에 뜻이 없어 보입니다.”

“왕실에서 일하는 일이 얼마나 큰 영광이고,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설명하셨습니까?”

“거의 매일 했습니다. 그 뛰어난 유리아 양이니 모를 리가 없습니다. 왕실에 아예 뜻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는 무엇이죠?”

“유리아 양은 후원자인 유진 마이어 준남작과 모종의 계약을 한 것 같습니다. 그의 사업에 적지 않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귀족이군요.”

“최근에 준귀족이 되었습니다.”

“혹시 유리아 양과 연인 사이인가요?”

“거기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유리아 양이 그의 집에서 긴 기간 동안 숙식했다고 하니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남녀가 한 지붕 아래에서 생활했다. 즉, 동거. 눈이 맞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유리아의 미모는 굉장히 뛰어나지 않은가. 그 어떤 남자가 흑심을 품지 않을 수 있을까.

“이거 참. 일이 잘 안 풀리네요. 사실 왕실에서도 유리아 양의 존재를 알았거든요. 뛰어난 인재인 걸 파악하고 왕실로 데려와 달라고 저를 닦달하고 있습니다.”

“왕실이 직접 말입니까?”

“네. 왕족 중 누군가가 유리아 양이 굉장히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서류로만 봤을 텐데 말이죠. 이해는 갑니다. 지금 왕실에는 뛰어난 인재가 부족하니까요. 유리아 양 같은 천재를 놓치고 싶진 않겠죠.”

교관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무리 왕실이라 하더라도 그곳에 억지로 보내서 일을 시킬 수는 없었다. 강제해봤자 제대로 일할지도 의문이고.

유리아를 선택하는 일은 교관들의 몫이 될 터. 과연 그게 쉬운 일일까?

“첫 번째 면회 날이 다가오는 건 알고 계시죠?”

“네. 물론입니다.”

“학생들이 가장 기대하는 날이고, 가장 즐거운 날이 되어야 하는 날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희 대부분도 아카데미 출신이니까요.”

“혹시, 그날 유진 마이어 준남작도 오나요?”

“네. 유리아 양의 후원자이자 보호자 자격으로 있기에 면회 요청이 승인되었습니다.”

“그를 한 번 만나봐야겠군요. 어쩌면 유리아 양을 설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 • •

베르그만 대령. 아니, 이제 대령이 아닌 그놈은 나를 죽이고 부교도소장 케빈과 함께 르멘 교도소를 집어삼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내가 끼어들기 전이라면 그 계획은 성공했을 것이다. 진짜 레온 슈나이더는 첫 번째 습격에서 죽었으니까.

그 후에도 베르그만은 나를 죽이려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사령술사의 공격은 꽤 위험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놈의 저주가 내게 제대로 통하지 않아서 망정이지, 저주가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했다면 그 황무지에서 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중요한 건 베르그만은 나를 죽이려 했다는 거다. 그러니 나도 놈을 죽일 것이다. 6군단장 마리의 허락은 떨어졌으므로 꺼릴 이유가 없었다.

나는 베르그만의 본가가 있는 도시로 왔다. 6군단 세력 밖에 있는 도시였다. 정확하게는 3군단 세력에 있는 도시.

6군단에서 도망치듯 나간 베르그만은 간 크게도 본가로 돌아가 6군단은 소송했다. 소송 내용은 6군단이 저지른 비리에 관한 것. 언론까지 이용해 어떻게든 버티려는 것이다.

버티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떻게든 재산을 챙기고 싶은 거다.

‘나라면 뒤도 안 보고 튀었다. 설마 소송 따위로 제국군을 잠시 막을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 건가?’

소송에 어울려주는 것은 6군단장인 마리가 내게 놈의 처분을 일임했기에 그렇다. 3군단장 세력에 있다고? 군단장끼리의 커넥션이 없을 리가 있나. 거기에 베르그만은 제국군의 기밀을 빼돌렸을 뿐만 아니라 소송까지 걸어서 배신한 놈이다. 3군단 놈을 옹호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6군단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뒷수습은 완벽히 준비했으니 화려하게 날뛰어도 된다는 말이었다.

내게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제발 화려하게 날뛰어 달라고.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지금, 이참에 베르그만을 역적으로 몰아갈 생각이군.’

베르그만 본가가 운영하는 기업은 장기 팔이 전문 기업. 각색해서 선동하기 딱 좋은 기업이 아닌가.

덜컥!

3군단에서 지원해준 차에서 내렸다.

내 앞에는 10층이 넘는 빌딩 하나가 있었다. 빌딩 표면은 네온사인으로 쉴 틈 없이 번쩍인다. 기업의 이름은 백업. 인공 장기 제조 회사다.

기업 건물을 향해 걸어간다. 기업 입구에는 경비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군복을 입은 나를 보며 긴장했다.

“죄송합니다만, 현재 저희 기업에는 그 누구도 출입할 수 없습니다. 군에서 나오셨더라도 예외는 없습니다.”

“…….”

나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른다.

“2023년식으로 즐겨보자고.”

아스트랄을 개방한다. 갑작스러운 마나 유동에 당황한 허리춤에서 검을 뽑으려고 했다. 그전에 내 손이 먼저 그의 머리를 붙잡고 준비해둔 마법을 캐스팅한다.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나 경비원의 몸을 산산이 조각난다. 불에 탄 육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익스플로전을 쓰는 동시에 펼친 배리어 덕분에 내 몸에 닿는 피와 육편은 없었다.

“습격이다!!”

“1층 적은 한 명!! 배틀 메이지로 추정된다!”

“바로 내려와서 지원해라!! 익스플로전 마법을 썼다! 최소 5급 이상의 배틀메이지다!!”

투다다다다다!

경비원이 총을 갈기며 탄환을 쏟아낸다. 마탄이긴 하나 5급 배리어를 뚫기에는 위력이 부족했다. 경비원 일부가 검을 들고 달려든다. 검날에 푸른 빛이 반짝인다. 마나 블레이드. 마나를 이용해 절삭력을 극대화하는 특수한 장비.

나는 그들을 향해 손날을 휘둘렀다.

[일렉트릭 윕]

손가락 끝에서 생성된 전격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사방을 휩쓸었다. 검사들은 공격을 맞으면서 돌진하려 했다. 입고 있는 최신 갑옷을 믿는 것이다. 허나 그들은 모두 채찍에 휩쓸려 바닥을 굴러야 했다.

“이런 미친! 단순한 2급 마법이 아니잖아!”

“일단 물러나라! 지원 부대와 합류해서 싸운다!”

나는 그들을 보며 술식을 짜냈다.

“내가 계속 가만히 있을 것 같나?”

[일렉트릭 필드]

전격이 바닥을 타고 사방으로 퍼진다. 벽을 기어 올라가 천장에도 달라붙는다. 5초도 되지 않아 사방은 전류로 반짝이고 있었다.

“터져라.”

[마이크로 웨이브]

강력한 전자파가 그들에게 쏟아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 감각이 경고하더라도 이미 전자레인지 속에 들어가 있는 그들은 피할 수 없었다.

펑!

그들의 몸이 터진다. 피가 천장까지 치솟고, 내장 조각이 내 발치에까지 떨어졌다. 나는 누구 것인지 모를 눈알을 밟으며 위로 향했다.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레온 슈나이더!! 네가 감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베르그만인가. 그 말 그대로 돌려주마. 반역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줄 알았나? 지금 가서 죽여줄 테니 유언장이나 미리 작성해둬라.”

검지로 스피커를 가리켰다. 시퍼런 전격 줄기 하나가 쏘아져 스피커를 박살 냈다.

쿵!

천장에 숨어 있던 놈이 단검을 역수로 쥔 채로 내게 떨어진다. 미리 알고 있던 나는 살짝 뒤로 물러나며 마법을 사용했다.

[앱솔루트 폴리모프]

오른손을 핸드 캐논으로 만들어 놈에게 갈겼다. 놈의 상체가 터져 사라졌다.

나는 계속 앞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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