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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35화 (1,715/2,000)

Chapter 1935 - 1935. 다크 문

뚜벅뚜벅.

복도를 걸어갔다.

목표인 베르그만은 최상층에 있을 게 분명했다. 원래라면 당장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을 것이다. 베르그만이 도망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베르그만은 도망칠 수 없다.’

이곳은 베르그만의 유일한 거처였다. 이미 반역자로 낙인찍힌 베르그만이 기업 밖으로 나간다? 이곳을 주시하고 있는 제국군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베르그만이 살 방법은 어떻게든 나를 죽이고 공개 석상에서 제국군을 비난하며 시간을 끄는 것이다.

[디텍션]

탐지 마법을 사용한다. 적들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뿐만이 아니라 건물 내부 구조까지도. 다만, 안개가 낀 듯 느껴지지 않는 장소가 있었다. 일부러 디텍션 마법을 막아내기 위해 특수한 처리를 한 장소.

함정이라 하기엔 너무 뻔한 곳.

‘여긴 기업 빌딩이다. 대부분 기업 기술이 있는 곳이지.’

어지간한 기업 회사에는 이런 마법이 차단된 곳이 여럿 있다. 마법에 의해 기술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대비한 것이다.

나는 발걸음을 그곳으로 돌렸다. 기왕 기업을 습격하는 것, 기술 같은 걸 빼내 가야 하지 않겠나. 

‘나름 이 정도로 크기로 키운 기업이니, 그 기술은 돈이 되겠지. 어쩌면 내 사업에 필요한 기술일 수도 있고.’

커다란 철문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평범한 철이 아니다. 특수한 기술과 재료로 마법 저항력을 대폭 올린 특수한 벽.

[염력]

염력을 이용해 강제로 철문을 열려고 했다. 허나 염력이 철문에 닿자마자 흩어진다.

-멍청한 놈. 너 같은 도둑 마법사를 막기 위해 그 방에 돈을 얼마나 처바른 줄 아나? 우리 기업의 기술이 탐나는 모양인데, 포기하고 올라와라. 네놈의 무덤은 거기가 아니라 위층에 있다.

천장에 달린 스피커로부터 베르그만의 목소리가 울린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로 내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카메라를 박살 낼까 하다가 관뒀다. 어차피 전면전을 위해 왔다. 몸을 숨기며 움직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차라리 당당히 행동하며 놈의 속을 뒤집는 게 더 낫다.

[에어 스트라이크]

콰아아아앙!

마법으로 만들어진 바람이 철문을 때린다. 그 여파로 강력한 바람이 되어 머리카락을 나부끼게 했다.

‘마법 저항력이 뛰어난 벽과 문이라고 해서 빈틈이 없는 건 아니다. 간접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면 돼.’

[에어 스트라이크]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우직할 것만 같은 철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찌그러지기 시작한다. 에어 스트라이크는 2급 마법에 불과하더라도, 그걸 사용하는 나는 5급 마법사다. 그 위력이 훨씬 뛰어난 건 당연한 일.

[에어 스트라이크]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우그러진 철문이 뒤로 날아가 바닥에 넘어졌다. 안으로 들어온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공기부터가 다르군.”

청결과 위생을 위한 새하얀 바닥과 벽. 빵빵하게 틀어 놓은 에어컨 덕분에 온도는 서늘했다. 조금 앞으로 가자 인공 장기 배양기들이 보였다. 다만,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장기와 모습이 약간 다르다.

‘개조한 장기로군.’

인공 장기 기술.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내는 기술만 따지면 이 세계에서 흔했다. 일반인을 납치해서 장기를 털지 않아도 과학 기술만으로도 장기를 만들 수 있는 거다.

‘인공 장기 자체만으로는 돈이 크게 안 되지.’

그렇기에 개조 인공 장기. 몬스터의 장기를 흉내 내서 만든 특수한 힘을 가진 장기들. 예를 들면 흑마법사의 다크홀 등이 있다. 단지 몸에 이식하는 것만으로 특별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거다.

[윈드 커터]

바람의 칼날이 줄지어 서 있는 배양기를 박살 낸다. 배양기가 터지며 배양액과 인공 장기가 바닥으로 쏟아진다.

-이 미친놈이 감히!!!

베르그만의 눈에는 돈이 바닥에 쏟아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특수한 인공 장기는 비싸니까.

“전부 박살 내고 자료로 보이는 건 챙길 거다. 다른 기업에 비싼 값에 팔 수 있겠지. 날 막고 싶으면 내려오던가.”

내려오지 못할 거다.

베르그만도 자신의 계획이 있을 테고, 양동을 가장 우려하고 있을 테니까.

일단 데이터칩은 보이는 대로 챙긴다. 주머니가 묵직해졌다.

그때였다.

내 감각에 살금살금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아주 희미한 기척.

‘암살자군.’

소리는 나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는지 몸도 투명했다.

‘그래봤자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니 감각이 뛰어난 자에겐 들키지. 지금 내게 들킨 것처럼.’

일부러 알아차리지 못한 척 연기했다. 내가 몸을 획 돌리고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암살자가 칼을 휘두른다.

배리어가 두부처럼 손쉽게 갈라진다.

‘배리어 이터인가.’

마법사의 배리어를 없애는 데만 집중한 특수 무기.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1]

뒤로 빠지며 공격을 피했다. 특수 슈트를 입은 암살자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럴 만했다. 내가 봐도 너무 깔끔하게 피해냈으니까.

‘찰나가 있는데 피하지 못하면 더 이상하지.’

[앱솔루트 폴리모프]

오른손을 핸드 캐논으로 바꾸고 놈을 겨눴다.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암살자가 위로 뛰었다. 천장에 발을 붙이고 현란하게 움직이며 다가온다.

[에어 스트라이크]

콰아아앙!

충격파에 당한 암살자가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슈트가 망가졌는지 스파크가 튀었다.

“멍청하긴. 충격파에 자기도 당할 수 있다는 걸 몰랐나?”

“나는 멀쩡하다. 설마 배리어 하나에만 내 몸을 의존했을까.”

암살자는 놀라기보다는 나를 향해 검을 투척했다. 검은 내 눈앞에서 멈췄다. 배리어가 아니다. 염력이다. 염력을 온몸에 둘러 배리어를 대신했다. 에어 스트라이크의 충격파로부터 내가 멀쩡한 이유였다.

배리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집중력이 더 필요하긴 해도 지금처럼 배리어가 무용지물일 땐 큰 도움이 된다.

“……연금술사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냥 배틀메이지잖아.”

암살자가 허탈하다는 듯이 몸을 일으킨다. 보고만 있을 이유는 없었다.

나는 핸드 캐논으로 암살자를 쐈다. 암살자의 상반신이 날아갔다. 시체를 뒤로하고 움직였다. 비싸 보이는 물건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박살 냈다. 카메라를 통해 날 지켜보고 있을 베르그만의 속은 분명 화병으로 엉망진창이리라.

• • •

대놓고 전진한다.

함정과 적들이 나를 반겼으나, 나를 막진 못했다.

배틀메이지의 무서운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마법사. 마법이라는 힘 자체가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강력한 힘이었다. 괜히 고위급 배틀메이지가 전술 무기급 취급 받는 게 아니다.

“덮쳐!!”

빌딩 7층에 올라오자마자 열댓명의 적들이 일시에 덮쳐왔다. 적들의 존재를 탐지 마법으로 미리 알고 있던 나는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사용했다.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이 일어나며 적들을 휩쓴다.

건물이 부서지든 말든 사용한 폭발 마법. 효과는 뛰어났다. 일시에 달려들던 놈들은 전부 휘말렸다. 대부분 즉사했다. 운 좋게 살아남은 놈들도 멀쩡하지 않았다.

권총으로 살아남은 적들의 머리에 총알을 박았다. 확인 사살은 철저하게 해야 한다. 괜히 살려뒀다가 일어나서 내 뒤를 노리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으니까.

‘가뜩이나 이쪽은 혼자다. 변수는 줄여야지.’

죽이고, 박살 내고, 빼앗으며 최상층에 도착했다.

최상층에서 나를 반긴 것은 베르그만과 그 가족들이었다. 여자 1명과 남자 3명. 첫째인 베르그만과 그 동생들이었다.

베르그만은 중심에서 검을 들었고, 둘째는 총을, 셋째 배틀메이지, 넷째인 유일한 여자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다.

“결국, 여기까지 올라온 거냐.”

베르그만 첫째가 말했다.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놈은 살의가 가득 담긴 눈으로 날 노려본다. 

“그러니까 형, 진즉에 우리가 내려가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니까. 용병들은 믿을 수가 없어.”

둘째가 소총의 노리쇠를 당기며 말했다.

“같은 배틀메이지로써 존경한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너같이 뛰어난 배틀메이지는 될 수 없겠지…. 하지만 결국 죽는 건 너다. 여기까지 오면서 소모한 체력과 마나가 적지 않을 터. 지친 맹수를 사냥하는 건 쉬운 일이지.”

셋째는 말이 길었다. 그러나 맞는 말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나는 어느 정도 지쳐 있었다.

“오빠들. 헛소리할 시간에 저 새끼 죽이자고. 나 먼저 한다.”

넷째. 유일한 여자가 주먹을 쥐고 내게 달려든다. 여자의 피부에 비늘이 돋아난다.

‘용의 비늘? 용의 인자를 보유한 용인인가?’

넷째의 주먹이 배리어를 두들긴다. 배리어가 출렁이긴 했으나 견뎌냈다. 용인이라고 하기엔 신체 능력이 떨어졌다.

한 가지 가설이 떠오른다.

“용의 장기를 이식한 건가?”

“용의 췌장을 인간의 췌장으로 바꿔서 이식했지. 이런 것도 가능하다고!”

그녀의 손톱이 쭉 길어졌다. 손톱이 배리어를 찢어발기고 내 목을 노린다. 허나 두 번째 배리어에 막혀 튕겨 나갔다.

‘용의 인자는 아니어도 배리어 하나를 쉽게 무력화 시킬 정도의 힘이다. 이거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역으로 내가 당하겠군.’

나는 주머니에서 황금의 선물을 꺼냈다. 고대 유적지에서 얻은 도피용 물약을 망설임 없이 입에 넣는다.

물약은 꿀처럼 달콤했다. 그리고 몸에 힘이 넘치기 시작했다. 3분간 모든 능력치가 50% 상승하는 물약.

한층 날카로워진 감각을 느끼며 마법을 사용한다.

[체인 라이트닝]

손끝에서 시작된 번개 줄기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넷째를 시작해 베르그만 형제들에게 뻗어간다.

셋째가 배리어를 사용했으나, 체인 라이트닝은 너무도 쉽게 배리어를 꿰뚫고 그들을 일시에 감전시켰다.

‘죽지 않고 버티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실력은 되는군.’

손을 뻗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넷째의 머리를 움켜쥔다. 그녀는 내게 주먹을 휘두르며 반격했다. 배리어에 막힐 뿐이었다.

“배리어가 아까보다 단단해졌어?! 이 새끼, 뭘 처먹은 거야?!”

“좋은 거 먹었지. 유언이 고작 그거라니 좀 시시하군.”

[익스플로전]

콰아아앙!

폭발이 일어났다. 시커먼 연기가 일어났으나, 열어둔 창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에 실려 곧바로 사라졌다.

“으, 으으으….”

“이걸 버텨?”

살짝 놀란 나는 다시금 마법을 사용했다.

[익스플로전]

콰아아앙!

[익스플로전]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여자의 몸이 부서져 사방으로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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