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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36화 (1,716/2,000)

Chapter 1936 - 1936. 다크 문

“엘도나!! 이 새끼가 엘도나를…!!!”

분노한 둘째가 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그와 동시에 나는 찰나를 사용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3]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찰나를 자주 사용했기에 이제 남은 스택은 3개였다.

3개면 충분하고도 남았다. 나는 이 전투를 오래 끌 생각이 없었으니까.

느려진 세상에서 술식을 계산하며 둘째가 쏟아내는 총알을 바라본다. 총알은 하나 같인 다른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전부 마탄이었다. 그것도 제각각 다른 종류의 마탄.

‘기업을 운영하는 만큼 돈이 썩어나나 보군.’

[그래비티]

중력을 증폭시켜 날아오는 마탄을 모조리 지면으로 처박았다. 펑펑펑. 마탄이 터지면서 폭죽놀이를 하는 것처럼 번쩍거렸다.

화르륵.

발치에서 불꽃이 일어난다. 셋째의 마법이었다.

‘파이어월인가.’

놈의 술식은 조잡했다. 발아래에 직접 마법을 일으키려고 하는 만큼 술식을 건드릴 기회가 생겼다. 술식을 건드려 방향을 뒤튼다. 발아래에서 위로 솟구쳐야 할 불꽃은 셋째가 있는 곳을 향해 가로로 뻗어나갔다.

기겁한 셋째가 황급히 배리어를 펼쳐 불꽃을 막았다.

“헉! 그 짧은 순간에 술식을 간섭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천장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에어 스트라이크]

염력을 이용해 부서진 천장 위로 몸을 띄운다. 하늘을 날며 지상을 쳐다봤다. 날아오는 총알, 검기, 마법은 중첩된 배리어에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마법사는 배리어가 있을 때 가장 든든하지.’

그 배리어가 적들의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면 전투의 결과는 나온 거나 마찬가지다.

‘황금의 선물의 효과가 생각보다 더 좋군.’

황금의 선물이 없었다면 배리어를 유지하기도 힘들었을 거다. 모든 능력치 50% 상승효과는 직접 체감하니 중독될 정도로 뛰어났다.

‘북자용도 아예 없지. 아쉬운 건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거지.’

나는 하늘을 바라봤다.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했다. 시선을 내리니 10층이 넘는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한번 견적을 내보니 가능할 것 같았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2]

느려진 세계에서 술식을 계산하고 마법진을 펼친다.

파지직.

하늘에 수놓아진 새파란 마법진에 균열이 일어났다. 술식에 약간 실수가 있었다. 밸런스가 살짝 무너졌다.

‘힘이 더 들어갔나. 이게 최대일 줄 알았는데 출력을 더 높여도 되겠군.’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

마법진을 수정했다. 찰나가 없었다면 수정하기 전에 마법진이 먼저 무너졌을 것이다.

마법진은 빛을 내며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법진의 중심으로 마나가 공명하며 세계의 법칙이 일그러진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려고 한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심상치 않음을 느낀 걸까. 첫째 베르그만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나는 그를 무시하고 마법진을 쳐다봤다.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적어도 내겐 완벽해 보였다.

“이 새끼가!! 죽어! 죽으라고!!!”

둘째는 총을 갈긴다. 그 마탄이 배리어를 두들긴다. 배리어가 부서질 것 같으면 새로운 배리어를 둘렀다. 마탄 따위로는 지금의 내 배리어를 뚫지 못한다.

“이럴 수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마법진이다. 이토록 완벽한 마법진은 교과서에서밖에 보지 못했는데…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마법사로서 영광이군.”

셋째는 수준의 격차를 실감하고 삶은 포기한 것 같았다. 현명하다면 현명했다.

[썬더 브레이크]

거대한 벼락 한 줄기가 빌딩을 향해 내려꽂힌다. 도시 전체가 뇌광으로 번쩍거렸다.

미사일 몇 발을 맞아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빌딩은 벼락 한 줄기를 버티지 못하고 그래도 무너져 내렸다. 빌딩 내에 살아 있던 사람은 모조리 죽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시퍼런 전류가 아직 잔류하고 있는 빌딩이 무너지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기력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은 나는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덜 피곤했으려나. 아니지. 얻은 게 있으니 뭐라 말 못 하겠군.’

무엇보다 황금의 선물을 마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의 내가 7급 썬더 브레이크를 사용하려면 환경을 비롯해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했으니까. 황금의 선물 덕분에 조건 없이 썬더 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있었다.

• • •

-반역자를 직접 처다한 르멘 교도소장 레온 슈나이더 소령!

신문 첫 장에 적힌 문구였다.

도시에서 대놓고 대규모 전격계 공격 마법인 썬더 브레이크를 갈겼으니 당연한 당연한 반응이었다.

여론은 내게 호의적이었다.

베르그만은 반역자라는 인식이 퍼진 덕분이었다. 최근 하이스트 제국의 분위기가 흉흉한 건 반역자 때문이었으니까. 일반 시민들도 반역자라면 치를 떨었다.

‘대놓고 일을 저질렀는데도 제국군 내에서 내게 뭐라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군. 이게 6군단장 빽의 힘인가….’

아무튼 일은 마무리됐다.

르멘 교도소에도 규칙이 잡혔다. 내가 깊숙이 관련하지 않더라도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선명한 주황색 액체가 들어있는 물약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플라쉬.

기억 복구 물약.

베르그만 일도 마무리됐으니 이걸 사용할 때가 왔다. 원래 계획대로 파울의 기억을 복구해서 알파티어 제약회사의 정보를 알아낼 것이다.

‘그전에 한방울 정도는 내가 먹어볼까.’

나는 기억이 온전하지 않았다. 지금 내 기억이 아니라 전생의 기억을 말하는 거다. 원작 게임에 대한 기억을 제외하면 다른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다.

인위적으로 잘린 듯한 기억은 때때로 굉장히 불쾌했다. 기왕이면 기억을 찾고 싶었다.

‘겨우 한 방울. 그것도 전생의 기억이라 별 소용은 없을 것 같다만.’

그래도 아주 미세한 반응이라도 있다면 의미는 있을 것이다.

나는 플라쉬 한 방울을 입에 넣고 삼켰다. 약간 씁쓸한 맛이었다.

‘…아무 일도 없군. 아무리 한 방울이라고 해도 어떤 반응이라도 있어야 정상이거늘.’

그야말로 무반응.

플라쉬가 전생의 기억을 복구해주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뭐, 전생의 기억을 복구한다면 다른 의미로 어마어마한 물건이 됐겠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실망감도 적었다.

• • •

지하에 갇혀 있는 파울에게 플라쉬를 먹였다. 전부 먹이지는 않았다. 연구용으로 약간은 남겨뒀다.

그래도 효과는 충분히 있었다.

강제로 기억이 복구된 파울의 분위기는 순간적으로 일변했으니까. 기억을 떠올렸다고 사람이 이 정도로 변한다? 그게 평범한 기억이 아니니 그럴 것이다.

“성공적으로 기억이 복구된 모양이군.”

“기억을 복구하는 약이라니. 대체 어떻게 구한 거지?”

“내가 그걸 네놈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하나?”

“까칠하게 나와도 괜찮겠어? 댁이 원하는 정보를 내가 꽉 쥐고 있는데?”

“교도소 생활이 마음에 든 모양이군. 평생 여기에 처박혀 살고 싶은 거냐?”

나는 파울의 몸을 훑어봤다. 팔다리는 진즉에 잘린 상태다. 멀쩡한 것은 몸통과 머리뿐이다. 몸통을 건드는 건 좀 그렇고, 일단 귀나 눈을 뜯어내야 할 것 같다.

‘눈을 한쪽만 뜯어내야겠군. 두 개 모두 뜯어냈다가 미쳐버릴 수도 있으니.’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걸까. 놈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놈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한다.

“네가 알고 싶은 걸 말해주마. 대신 모든 걸 들은 뒤에 나를 죽여라.”

“의외군. 살고 싶지는 않나? 잘린 팔다리 정도야 기계로 대체할 수 있다는 걸 너도 알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놈이 날 살려줄 것 같지 않아서.”

정답이다. 이놈이 살아서 교도소를 나가면 내가 곤란해진다. 앞으로 조용히 살아갈 것을 맹세하더라도 믿을 수 없다.

“나는 깔끔한 죽음을 원한다. 지금 내가 교도소 밖으로 나가더라도 알파티어의 감시 아래에서 살게 되겠지.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네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 고문이라면 지긋지긋하다.”

“고문 시간은 하루에 한 시간도 안 되지 않나?”

“팔다리를 자른 채 아무것도 없는 방에 똥오줌 냄새나 맡으며 멍때리는 것 자체가 고문이다. 그게 10시간. 100시간. 1,000시간이 되니 진짜 미쳐버릴 지경이더군. 혼자서 상상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나중에는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깔끔하게 죽여줄 것을 약속하마. 그러니 알파티어에 관해 말해 봐라.”

“다짜고짜 말하라고 하니 입을 열기 어렵군. 정확히 뭐가 궁금한 거지?”

“헛소리 말고 알파티어에 관한 정보 전부 말해라. 세간에 알려진 것들 제외하고.”

“너무 많아서 밤도 새겠군.”

파울이 입을 열었다.

그 내용 대부분이 일반인이 들으면 기겁할만한 내용들이었다. 놈들은 인체 실험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인간을 괴물로 바꾸는 실험, 괴물을 인간으로 바꾸는 실험, 수백 명을 격리해 본능을 자극하는 실험, 인간 하나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해서 이용하는 실험.

그 목적이 뭔지 이해할 수 없는 실험들이 상당히 많았다.

“제약회사가 그런 실험도 한다고? 뭘 위해?”

“알파티어는 정신병마저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가능한 일이지. 하지만 내가 봤을 때, 그들의 진짜 목적은 인간이란 생물에서 진화해 초월하는 거다. 웃기지 않나? 약으로 인간을 초월하겠다니.”

“…….”

파울이 농담이라도 하듯 말했다. 자기가 말하고도 확신하지 못하는 반응이었다.

반면에 나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초월.

원작에서도 꽤 중요하게 다뤄지는 키워드였다.

마법을 통한 초월, 육체 단련으로 인한 초월, 기계에 의한 초월 등등 초월의 방법은 여러 가지다. 약으로 인한 초월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알파티어의 회장이 우리를 앞에 두고 연설한 적 있지. 그때 이렇게 말하더군. 새로운 인류의 시대가 열릴 것이며, 그 선두에는 알파티어가 있을 거라고. 그때는 사원들 사기를 올리려고 지껄인 그럴싸한 개소리인 줄 알았지.”

“지금은 다른가 보군.”

“그놈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면 그럴 수밖에. 놈들은 진심으로 인간을 진화시켜 초월하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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