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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37화 (1,717/2,000)

Chapter 1937 - 1937. 다크 문

파울의 말은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을 뿐이지, 그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

파울의 말은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의견일 뿐이니까. 내가 뭘 믿고 파울의 말을 100% 신뢰하는가. 파울이 저런 말을 하는 근거는 오로지 기억에 의한 것뿐이다.

‘원작 게임 지식이 없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도 판단하지 않았을 거다.’

그 가능성도 작았다.

“알파티어는 기업이다. 인류를 진화시켜 초월한다? 그렇게 해서 대체 알파티어가 무슨 이득을 얻는 거지?”

“인류 전체가 진화한다. 그 결과만으로도 칭송받아 마땅한 업적인 걸 모르나? 그 업적만으로 신으로 스스로가 신이라 주장해도 될 정도의 신화다.”

“글쎄. 모든 인간이 그 진화란 걸 원할 것 같진 않군. 당장 나만 해도 거부감부터 든다. 안 그래도 이 세계에는 레지스탕스가 넘쳐난다.”

“진화 과정에서 무언가를 손을 쓴다면? 유전자에 손을 쓰는 거지. 지배자의 말에 절대복종하는 피지배자의 유전자를!”

“이젠 음모설로밖에 들리지 않는군.”

“알파티어의 유전자 기술은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정말 불가능할 거라 생각하냐?!”

가능할 거다. 이 세상에는 과학 기술만이 아니라 마법도 존재하니까. 하지만 그게 인류 단위로 유전자를 조작한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내가 그 주장을 믿지 않는 근거는 또 있었다.

‘알파티어가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다.’

원작 게임의 기억.

알파티어는 사악한 메가코프. 딱 거기까지의 존재였다. 모든 인류를 진화시켜 초월한다? 그런 어마어마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스토리 상으로 뭔가를 했을 게 틀림없다.

‘원작에서는 알파티어와 엮이는 일 자체가 적어서 드러난 정보가 적긴 해.’

다시 파울의 말을 검토해본다. 가능성은 있다. 이 세상은 누구나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초월을 노리는 법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모든 인류의 진화라는 가능성은 너무 적군. 1% 미만이다.’

근거는 또 있었다.

파울이 살아 있는 것. 파울이 정말로 알파티어의 목적을 알아차렸다면, 알파티어가 왜 그를 기억만 지우고 살려뒀을까.

“눈빛을 보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군. 내가 살아 있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말해도 너처럼 전혀 믿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음모설에 불과하며 넘어갈 뿐이지.”

“그래서?”

“그래서라니! 놈들은 인류 전체를 실험대로 삼을 생각이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알파티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세계를 위해 알파티어를 막는다? 그딴 거창한 명분 따윈 필요 없었다. 내가 알파티어를 적대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복수.

알파티어와 관련된 놈들은 모조리 죽인다.

애새끼든, 늙은이든 가리지 않고 죽인다.

무고하든, 범죄자든 상관없었다. 알파티어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다고 판단되면 죽인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복수를 위한 정보뿐이다.

내 눈을 빤히 쳐다본 파울은 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미친놈이.”

“쓸데없는 말은 됐다. 다시 처음부터 알파티어의 정보를 말하도록. 놈들의 비밀 실험소, 기억하고 있는 간부의 이름과 거처. 가족의 여부도.”

“…그들의 가족까지 죽일 거냐? 아무리 그래도 그들의 가족은 무고하다.”

“알파티어의 돈을 받고 생활하는 놈들이다. 무고하지 않지.”

“……사고방식이 아예 다르군. 알파티어는 어쩌다 이런 미친놈에게 걸려서는…. 아니지. 알파티어도 미친놈들이니 거기서 거긴가. 그런데 정말로 알파티어에 일하는 자들의 가족까지 전부 죽일 생각이냐?”

“그게 보복이란 거다.”

“…….”

파울은 질린 표정으로 날 쳐다보다가 다시 정보를 불기 시작했다.

나는 그 정보들을 기억했다. 정보를 들었다고 해서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알파티어는 베르그만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으니까. 놈들을 죽이려면 조금 더 힘이 필요했다.

‘다음 경지로 올라가야 한다.’

그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란 게 문제였다.

머릿속에 게임 지식이 떠오른다. 구하기 힘든 온갖 영약들. 그것들을 모두 구해서 복용한다고 해도 경지가 오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5급 이상의 경지에 오르려면 영약 말고도 필요한 게 많았으니까.

“자, 내가 아는 건 전부 말했다. 죽기 전에 맥주 한 잔만 줄 수 있나?”

“…….”

나는 파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곧 파울의 얼굴이 구겨진다.

“약속을 지켜라. 설마 너 정도 되는 놈이 약속을 어기는 건 아니지?”

“지금 널 죽일 순 없다. 네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만약, 네가 지껄인 정보 중에 거짓이 있다면… 기대해도 좋다. 매일 밤 비명을 지르게 해주마.”

“이 개새끼가! 약속을 이행해라! 날 죽여!!”

“감히 누구 앞에서 언성을 높이는 거냐. 아가리 닥쳐라.”

주먹으로 파울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주먹이 아팠다. 단련한 주먹이라고 해도 아픈 건 아픈 거였다. 그래도 박살 난 파울의 주둥이를 보니 기분은 좋아졌다.

“역시 복수는 최고군. 중독될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중독되었을지도 모르겠군. 크큭.”

복수가 허무하다? 그건 복수 당할까 봐 두려워한 놈들이 지껄인 개소리가 확실했다.

“야, 약속을….”

“너도 알파티어와 관련된 놈이잖나. 내가 쉽게 죽일 것 같나?”

파울이 누워 있는 강철 책상에 손을 올리고 마법을 사용한다.

[히팅]

온도를 천천히 올리는 마법.

전투에는 도움이 전혀 안 되는 1급 마법이었다. 전투가 아닌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강철 상판이 천천히 달궈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악!”

상판은 아직 완전히 뜨거워지지도 않았는데도 파울이 비명을 질렀다. 급속도로 올라가는 강철 상판의 온도를 느낀 것이다.

팔다리가 없는 놈은 몸을 꿈틀거렸으나, 쇠사슬에 몸이 묶여 상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상판은 불판이 되었다.

치지지지지직!

놈의 살이 타는 냄새가 났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까, 깔끔하게 죽여준다고 했잖아!!”

아직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의 착각을 바로 잡았다.

“죽이지 않는다. 절대로.”

히팅의 온도를 조절한다. 절대로 죽어선 안 된다. 살이 익어도 내장까지 익으면 안 된다.

“끄으으으으읍!”

녹은 피부가 불판 위에 찐득하게 달라붙는다. 조금 실수한 것 같았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준비해둔 포션을 꺼냈다.

“너희 알파티어가 만든 회복 포션이다. 비싸긴 해도 효과는 뛰어나지.”

“나, 난 알파티어가 아니다!!”

“한 번 알파티어는 영원히 알파티어다.”

“개새끼가아아아아아아아악!”

포션을 사용하고 고기 굽기를 이어갔다.

이 고문은 포션 3병이 텅 빌 때까지 했다. 솔직히 효율은 별로였다. 포션 값은 싸지 않으니까.

‘알파티어 출신이니 이 정도 투자는 해줄 수 있지.’

기진맥진한 파울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나는 문밖에서 다른 기계를 가져왔다. 침대와 생명 유지 장치 기계였다. 기계를 보고 불길함을 느낀 것일까. 파울이 몸을 덜덜 떨었다.

“그, 그건 또 뭐냐.”

“내가 추구하는 교도소는 첨단 교도소다. 내가 소장으로 있는 곳인데 언제까지고 낡아 빠진 채로 있을 순 없지.”

염력으로 파울의 몸을 들어 생명 유지 기계에 안착한다. 구속 벨트가 놈의 몸과 목, 머리를 구속한다. 이어서 염력으로 놈의 입과 항문, 요도에 관을 꽂아 넣었다.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놈의 입을 통해 영양액이 투입될 것이다. 대소변도 관을 통해 나올 것이다. 이건 하수구에 연결해두면 된다.

이어서 회복 포션이 들어 있는 링거 바늘을 혈관에 꽂아 넣었다. 이게 생명 유지 장치의 핵심이다. 기력이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포션을 조금씩 주입한다.

자극과 고문을 위한 전극 달린 바늘도 몸에 꽂았다. 한 시간마다 한 번씩 전기로 고문한다. 당연히 수면 시간에도 작동한다. 놈은 이제 꿀잠 따윈 절대 잘 수 없다.

“설계자의 말로는 이론상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살려놓을 수 있다더군. 알파티어 제약회사가 만든 뛰어난 회복 포션 덕분이다.”

“우우우우웁!”

파울이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웃었다.

“생명 유지 기계를 300대 구매했지. 이번에 얻은 인공 장기 기술을 판 돈을 전부 사용했는데 썩 만족스럽더군.”

드르르륵! 나는 침대를 밀며 밖으로 나갔다. 그를 위한 특별한 독방으로 밀어 넣는다.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 방 안에 있는 기계과 하수구 들을 생명 유지 기계와 연결한다.

“공간은 마음에 드나? 오직 너만을 위한 공간이다. 지금 네 나이를 고려하면… 최소 50년 이상은 머물겠군.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앞으로 날 만날 일은 없을 거다. 전부 자동화될 테니.”

“으으으읍! 우우우우우웁!!!”

“마음에 드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 교도소장으로서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즐거운 수감 생활이 되기를.”

쾅!

특별 수감실 문을 닫고 나섰다. 앞으로 특별 수감실은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수감자를 최대한 많이 받을 것이다.

‘그래야 예산을 많이 타 먹을 수 있으니까.’

수감자가 많아지면 간수도 많아져야 한다.

‘인건비가 만만치 않게 많이 나가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당장은 사비까지 털어 투자한 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예산도 늘어날 테니 내게 더 이득이다. 그 예산들은 고스란히 내 호주머니에 들어올 테고.

‘음. 더 돈을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터….’

인체 실험? 투자 대비 얻는 돈은 그리 크지 않았다. 외부 기업에서 의뢰가 오면 모를까. 그것도 간혹가다 의뢰가 오는 것뿐이다.

‘매춘은 당연히 안 된다.’

여긴 교도소였다. 외부인을 대상으로 매춘을 했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귀찮아진다. 간수들을 대상으로 매춘을 한다? 이용할 간수들이 적어서 당연히 안 된다. 게다가 추녀 죄수를 굳이 돈 주고 사 먹을 간수가 몇 있을까.

참고로 미녀 죄수들은 모두 내 것이었다. 남들과 보지를 공유한다? 웃기는 소리. 절대 안 될 말이었다.

‘성공한 사업가인 나다. 분명 좋은 방법이 있을 거다.’

그러다 문득 한 방법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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