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39 - 1939. 다크 문
직접 움직여 범죄자를 수급했다.
이미 6군단과 이야기는 다 끝났다. 서쪽 반역자들을 한해서 재판 없이 반역지들을 판결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물론 평상시에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하이스트 제국이 상상 이상으로 개판이라 가능한 일이었지.’
제국군은 반역자를 줄일 수 있어 좋고, 나는 범죄자를 수급할 수 있어 좋고. 이해관계가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 내게 호의를 가진 6군단장의 어느 정도 적용된 결과였다.
‘가면을 쓰고 잡아들이느라 꽤 답답했지만 성과는 충분히 있었다.’
일주일 만에 반역자 1,200명가량을 잡았다. 이중 절반 이상은 반역자의 가족이었다. 제국법상 반역자의 가족은 반역자이었으므로 아무 문제 없다.
“소장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막사 밖에서 부하가 외쳤다. 나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책상 서랍에서 가면을 꺼냈다. 반역자들을 잡을 때 쓰던 가면과는 다르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웃고 있는 가면. 목소리를 변조해주는 간단한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로 직접 만들었다.
가면을 쓴다. 약간 답답하긴 해도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밖으로 나갔다.
부하가 나를 보자 경례를 올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부터 나는 소장이 아니다. 너도 군인이 아니다. 경례하지 마라. 소장이라 부르면 죽여 버린다.”
“알겠습니다.”
“마지막 점검을 시작해라. 30분 뒤에 시작한다.”
“네!”
부하가 떠났다. 그는 군복이 아닌 검은색 코트를 걸쳤다. 나는 주위를 슬쩍 둘러봤다.
여긴 르멘 교도소가 아니었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황무지다. 사령술사와 싸웠던 곳. 그때와 달리 여러 건물과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넓직한 건 당연했다. 마치 행사장처럼.
나는 황무지를 돌아다니며 상태를 확인했다. 문제없었다.
스태프 중에는 빨간색 옷을 입은 놈들이 있었다. 목에는 폭탄 목걸이를 꼈고 우는 얼굴 가면을 썼다. 노동 교화형이 떨어진 죄수들이었다. 의술, 기술, 마법사 등등 전문 기술을 보유한 놈들이라 부려먹기 딱 좋았다.
“마스터! 시간 됐습니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부하 중 한 명이 외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로 향했다.
무대 주위에 최신 카메라 여러 대가 돌아간다.
나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의자에 착석했다. 내 옆으로 턱시도를 입은 황금 가면이 다가왔다. 그는 쇼의 진행자였다.
“리허설은 어떻지?”
“성공적입니다. 기계는 모두 오작동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카메라도 돌려봤습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죄수들의 상태는… 나쁘지는 않습니다.”
나는 태블릿을 손에 들었다.
내가 계획한 건 ‘레인보우 쇼’라는 인터넷 방송이었다. 어차피 처형당해 뒈질 죄수들을 엔터테인먼트로 활용하는 거다.
당연히 불법이다. 이 세상이 막장이긴 해도 일반인에겐 어느 정도 선을 지키니까. 물론 일반인들도 이 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어서 되도록 그런 쪽으로는 관여되려고 하지 않는다.
‘일반인을 데리고 쇼를 찍으면 문제가 되겠지. 하지만 이놈들은 죄수다. 시청자들의 양심의 가책을 덜어주겠지.’
사이트에 들어와 방송을 기다리고 있는 시청자들이 보였다. 그 수만 해도 30만 명이다. 채팅창이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진짜 이딴 골때리는 쇼를 하는 거임?
-빨리 시작해라!
-문 열어!!! 문!!
-사람 목숨 가지고 쇼를 만들어? 천벌 받을 새끼들.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인권은 이렇게 무시받으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 이 사이트는 미쳤습니다! 모두 같이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주십시오!
-인권은 지랄. 홍보 영상 보니 여기 나오는 새끼들 죄다 범죄자 놈들이던데? 연쇄살인범도 있더라.
채팅창 열기는 뜨거웠다. 사이트 여기저기에 영상물을 퍼뜨려 홍보한 덕택이었다.
‘죄수 하나를 찢어 죽이는 영상이었으니 꽤 강렬했을 거다.’
어그로를 확실히 끌기 위해 일부러 잔혹하게 만든 영상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많은 시청자가 아니다. 돈 많은 시청자지.’
쇼는 2회부터 시청권을 가진 자만 볼 수 있게 된다. 시청권은 300만 크레딧. 일반인에겐 부담스럽다 못해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지는 가격.
‘30만 명 중에 부자 시청자 300명만 남아도 성공이다.’
채팅창은 시간이 지나도 엉망이었다. 대놓고 욕하는 놈, 신고하겠다고 어그로를 끄는 놈, 기대감이 넘치는 놈 등등.
‘신고하면 경찰이 바로 움직일 줄 아나.’
설령 정의감 넘치는 형사가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여긴 하이스트 제국이었다. 다른 국가의 경찰은 공권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 하이스트 제국의 군사경찰? 그놈들의 본질은 군인이었다. 위에서 까라면 까는 군인. 자기들이 주도해서 일을 진행할 리 없었다.
방송 시간까지 앞으로 1분.
나는 진행자에게 턱짓했다.
“시작해.”
“옙.”
진행자가 수십 대의 카메라가 찍고 있는 무대 위로 향한다. 살짝 떨리는 몸을 보니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카메라 감독이 사인을 보냈고 쇼가 시작되었다. 나는 태블릿 PC로 방송을 확인했다. 카메라 감독이 방송국 출신이라더니 화면이 꽤 괜찮았다.
“안녕하십니까! 레인보우 쇼의 진행을 맡은 진행자입니다! 이름은 비밀입니다! 저기 높은 신 곳에 앉아 계신 분은 쇼 마스터입니다! 이번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신 분이지요!”
카메라가 내게 향했다. 나는 카메라에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거만하게 앉아서 쇼를 내려다볼 뿐이다.
-빨리 시작해!
-내가 이딴 놈 보려고 여기 들어온 줄 아나?
-째깍째깍!
-시작할 때까지 숨 참는다. 흡!
“하하! 여러분의 몸도 많이 달아오르신 모양이시군요!”
채팅창은 진행자에게도 실시간으로 보인다. 쇼를 직접 진행하는 당사자인 만큼 그의 가면은 내 것 이상으로 특수하게 만들었다. 채팅창은 물론이고 스태프의 메시지까지 볼 수 있다.
“시작하기 전에 앞서 레인보우 쇼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쇼의 참가자들은 전부 범죄자들입니다! 소매치기 같은 잡범 따윈 없습니다. 모두 사람을 죽여본 경험이 있거나, 그에 준하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입니다! 양심은 잠시 내려두고 쇼를 즐겨주시길! 앗, 양심이 없으시다고요? 레인보우 쇼에 최적화된 시청자시군요!”
진행자가 주절주절 떨었다. 시간을 버는 거다.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태프들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레인보우 쇼는 100일에 한 번씩 진행됩니다.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쇼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이번 1회는 무료지만, 2회부터는 300만 크레딧을 지불해야만 쇼를 시청하실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말하는 사이에 첫 번째 쇼가 준비됐군요!”
카메라가 진행자 뒤편을 비춘다.
한 남자가 스태프들에게 끌려오고 있었다.
“청코너!! 레지스탕스 에코즈의 젊은 간부였던 크라임 하만! 대도시 광장에서 테러를 저질러 수백 명을 죽인 학살자입니다! 저 형형한 눈빛을 보십시오! 누구든 걸리면 죽이겠다는 의지가 철철 느껴지는군요!”
철컹!
크라임의 뒤로 구속된 남녀가 들어온다. 넝마로 몸을 감싼 20대 남녀들이었다.
“저 뒤에 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은 누구냐? 당연히 범죄자입니다. 크라임의 가족들이죠. 범죄자의 가족은 범죄자니까요.”
-와 뉴스에서 본 놈을 여기서 보네.
-크라임 씨발 새끼! 내 동생 살려내!!
-?? 잡혀서 처형됐다고 들었는데 아직 살아 있었나?
-근데 크라임 고아 새끼 아님?
“네. 크라임은 고아입니다. 가족이 없습니다. 저들은 크라임과 함께 고아원 생활을 한 자들입니다. 찾는데 애를 좀 먹었죠. 알고 보니 테러를 저지르고 번 돈으로 고아원을 후원하고 있더군요. 저들은 크라임과 운명공동체입니다. 크라임이 쇼에서 탈락하면 저들과 함께 죽을 것입니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아무리 테터리스트라고 이런 짓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는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시발! 크라임을 풀어줘라! 그는 시민들의 영웅이다!
-ㅋㅋㅋ 여기 테러리스트가 몇몇 있는 것 같은데?
-저 새낀 그냥 죽여버리자!
“홍코너! 패륜아 로버트! 군인 출신으로 마찬가지로 군인인 제 부모를 죽이고 국경을 넘어 도망친 자입니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수십 명을 죽였죠! 흔적을 지우고 시간을 번다는 이유로 마주치는 사람을 전부 죽일 정도로 냉혹한 자입니다! 그에게 몰살당한 가족은 다섯 가구가 넘습니다!”
로버트의 뒤로 여성과 아이가 들어온다. 여성은 5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로버트의 아내와 아들입니다! 국경을 넘는 와중에 눈이 맞아서 애까지 출산했지요. 저희는 아주 외진 곳에 숨어 살고 있는 로버트 일가를 잡아서 끌고 왔습니다! 남의 가족은 다 죽이고, 자기 가족은 외진 곳에서 오순도순 살다니. 절대 안 될 말이죠!”
-빨리 죽여라!!
-데스 매치? 데스 매치? 데스 매치?
-당연히 데스 매치지.
-죽여!!
“첫 번째 쇼는 영혼의 맞다이입니다. 조건은 같습니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고 오직 나이프 한 자루만으로 서로를 죽여야 합니다! 시간제한은 3분! 3분 내로 결판이 나지 않으면 둘 다 탈락입니다! 탈락은 곧 처형이지요!”
스태프는 그들의 앞에 나이프를 던졌다. 크라임과 로버트는 주위를 살피다가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은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했다. 원한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서로를 향해 살의를 내비치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목숨뿐만이 아니라 가족의 목숨까지 걸려 있었으니까.
“자, 첫 번째 쇼를 시작하기 전에 베팅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누가 이길지 돈을 거십시오! 아, 걸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거는 편이 더 재밌겠죠?”
베팅은 몰입을 더 해준다. 그리고 내 지갑을 채워준다.
나는 베팅 상황을 확인했다. 베팅액은 엄청난 속도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1억 크레딧이 넘는 판돈이 걸리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수료만 해도 짭짤하겠군.’
5분간의 베팅 시간.
진행자는 범죄자들의 행적을 읊으며 그들이 얼마나 사악하고 강력한지 어필했다. 시간을 끄는 것이기도 했다.
결과는 7대3으로 테터리스트인 크라임이 정배가 되었다. 예상대로다. 테러리스트라는 이름값이 주는 무게가 있으니까.
“첫 번째 쇼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