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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43화 (1,723/2,000)

Chapter 1943 - 1943. 다크 문

당혹스러웠다.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갑자기 나타난 아스타로트는 내 앞으로 다가와 가진 권능 중 하나를 사용했다. 원작 설정에서 그녀가 가진 권능 중 하나가 과거와 미래를 보는 거다. 아스타로트는 인간의 미래를 보는 것을 즐겼으니 미래를 봤을 거다. 그리고 예상대로 미래를 봤다며 웃는다. 이어 나를 유혹하듯 손짓하더니, 갑자기 고개를 위로 올려 허공을 쳐다봤다.허공이 찢어지며 오색찬란한 번개가 아스타로트에게 내려꽂혔다.당혹스러웠다. 정말 당혹스러웠다.‘아스타로트가 갑자기 공격받았다? 누구에게? 저 번개는 뭐지?’아스타로트가 나타난 것에서부터 갑자기 오색으로 빛나는 번개에 감전당해 쓰러진 아스타로트까지.‘다른 건 몰라도 이 번개가 특별하다는 건 알겠다.’아스타로트를 감전시킨 오색 번개는 사라지지 않고 그 몸을 휘감고 있었다.‘이건 뭐지.’그냥 번개가 아니란 건 딱 봐도 안다. 그런데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으니 묘했다.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생전 처음 보는 번개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번개인가? 아니면 자연적인 힘으로 만들어진 번개? 어느 쪽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미지다.미지는 공포다. 알 수 없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두렵다. 이게 마법이든, 뭐든 내겐 미지였다. 두려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두려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이 번개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갖고 싶다. 강렬한 갈증과도 같은 탐욕을 느꼈다.감전당한 아스타로트가 덜덜 떨었다.72악마. 서열 29위의 마신이 애처로울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원작 게임을 플레이한 나는 아스타로트의 본모습을 안다. 신에 가까운 그녀의 진짜 힘을 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의 모습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도 알고 있다. 저건 분명 죽음의 공포다.‘죽는다고? 72악마는 불멸자다. 악마라고 불릴 뿐이지 그 본질은 신이나 다를 바 없는 존재다.’아스타로트가 본신을 드러낸다면 하이스트 제국 같은 건 하루도 되지 않아 멸망하리라.‘저 번개는 아스타로트를 죽이고 있다. 불멸의 신을 죽이고 있는 거다…!’전율스러운 동시에 탐스러웠다.아스타로트가 내게 손을 뻗는다.“구, 구해줘.”아스타로트의 목숨 구걸. 경악스러운 모습이었으나, 내 눈에 아스타로트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를 죽이고 있는 오색의 번개만이 내 시선을 끌었다. 뻗어온 손에서 오색 번개가 찬란히 빛난다.잡지 말아야 한다. 위험하다. 아스타로트가 손도 쓰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개념이 깃들어 있는 게 확실하다.필사적으로 말리는 이성을 무시한 채로 손을 뻗는다.막연한 확신이 있었다. 이 번개는 내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아스타로트의 손을 붙잡은 순간이었다.오색 번개가 내게 흘려들어 와 곧바로 아스트랄로 파고든다.마법사의 정신, 아스트랄. 마법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이 정신이었다. 아스트랄이 있어야만 마나를 마법이란 기적으로 변환시킬 수 있으니까.“……!!”쾅!폭음과 동시에 아스트랄이 터졌다. 아니, 그런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는 아스트랄이 폭발하듯 확장된 것이다.의식의 수준이 아득히 높아진다.무언가가 획획 지나갔다.과거인가? 미래인가? 그것도 아니면 그저 망상인가?알 수 없었다. 나는 그것들을 볼 수도 없었고 만질 수도 없었다. 지금의 나로선 감히 손댈 수 없는 종류의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았다.번개가 내 의식을 잡아끌고 위로 향한다.위로.용이 하늘로 승천하듯.천상을 스치고 우주를 지나 운명을 넘어 진리의 끝으로.나는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음을 깨달았다.그곳은 우주의 무덤이었다.초월적인 시체가 즐비한 곳.한 존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또한 그 존재를 바라봤다.감히 메타트론의 시체 위에 서 있는 마법사. 마법사는 우주를 담은 듯한 눈동자로 나를 쳐다본다. 비로소 마법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바로 나였다.“아직 한참 멀었군.”마법사가 손을 흔들었다.그 순간 시간이 되돌아가듯 내 정신이 뒤로 날아간다.퍼뜩 정신을 차렸을 때, 아스타로트가 내 손에 기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구해달라고 말하며 외치던 애처로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오만하면서도 음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구해줬더니 입 닦을 생각인가?’그건 좀 너무 많이 뻔뻔하지 않나.“내 장난에 속았구나!”아스타로트가 말했다.장난?그 얼굴을 바라보자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보인다.‘아, 맞다. 방송이 진행 중이었지. 아스타로트도 그걸 알고 있는 거군.’어떻게 해야 할까.무시하고 쪽을 줄까. 아니면 장단에 맞춰줄까.나는 지금 꽤 기분이 좋았다. 방금 일의 영향인지 아스트랄이 강제로 확장되며 6급에 올랐기 때문이다. 거기에 알 수 없는 지식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내 몸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으나,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마무리해야 한다.“…꽤 재밌는 장난이었습니다, 아스타로트시여.”아스타로트와 적대할 이유는 없었다.6군단장이 그러하듯 그녀 또한 내게 호의를 가지고 있는 듯하니. 이유는 모르겠다. 정령사인 6군단장은 내가 마나친화력이 높아 정령이 내게 호의를 가진다고 하던데. 마찬가지로 마나친화력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후후. 그렇지? 이러면 분위기도 풀리고 좋지. 나는 기존의 악마와 소환자의 딱딱한 관계를 그닥 좋아하지 않거든?”어쩐지 말투가 가볍다. 초월적인 존재의 말투치고는 지나치게 가벼운 것 같다.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스타로트는 원래 변덕이 죽 끓듯 심한 존재니까.“우선 제물부터 받아볼까.”아스타로트가 고개를 돌렸다. 부복한 167명의 제물들은 그저 조용히 기다렸다.“원래 이딴 질 낮은 제물따윈 받지 않아. 근데 제물을 바친 네가 꽤 흥미로웠거든. 그러니 특별히 이 쓰레기들을 받아줄게.”“받아서 어떻게 하실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렇게 할 거야.”아스타로트의 말을 끝으로 167명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아아아아아아아악!”그들은 부복하고 있던 게 거짓말인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피를 토했다.누군가는 팔이 뒤틀리고, 누군가는 눈동자가 터졌고, 누군가는 머리가 녹아내렸다.각양각색의 방식으로 167명이 일제히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 중 똑같은 방식으로 죽는 이가 한 명도 없음을 알았다.30초도 지나지 않아 167명 전원이 바닥에 쓰러져 사망했다. 피와 오물의 냄새가 코를 찌를 때, 죽은 시체들이 위로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그대로 갈기갈기 찢어졌다.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처참한 비명이었다.시체들이 비명을 지른다? 머리가 터지거나 없는 시체들이 있었다. 저건 시체가 아니라 영혼이 지르는 비명이었다. 영혼이 찢어져 지르는 비명.“공양을 받았으니, 그 대가를 내려주는 것도 악마의 일이지. 원하는 게 뭐야? 말해 봐. 아주 끝내주는 지옥의 쾌락을 맛보여줄까?”아스타로트가 손을 올려 눈부신 금발을 쓸어 넘기며 허리를 살짝 숙여 가슴을 강조하며 하이힐을 신은 발을 살짝 미끄러뜨렸다.얼굴, 가슴, 엉덩이, 허리, 겨드랑이, 허벅지 안쪽에서부터 목선까지. 육체미를 드러내며 남자의 욕망을 자극했다. 일반적인 남자라면 바로 발정 나 침을 질질 흘렀겠지. 근데 나는 아스타로트의 본모습을 알고 있었다. 그걸 떠올리니 성욕이 확 줄어든다.“어라. 안 통하네? 밝힐 것 같은 느낌인데… 흐음. 내 체향을 맡고도 멀쩡하네. 수십 년 동안 수행한 고승도 못 버티는데…. 의외로 정신 수양이 보통 수준이 아니구나. 하긴 그러니 그딴 말도 안 되는 미래가….”작게 중얼거린 아스타로트는 포즈를 풀고서 내게 물었다.“오래 못 있어. 격에 맞지 않는 의식에 오느라 조금 무리했거든. 그러니 빨리 네가 원하는 걸 말해 봐.”“의식에 제대로 응하실 생각이시군요.”“말했잖아. 넌 마음에 들었다고.”아스타로트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 육체를 내게 밀어붙인다. 그 풍만한 가슴 사이로 내 팔이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아찔해졌다. 저 육체 안에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알고 있는데도. 다행히 아스타로트는 내가 흔들렸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마법적 지식을 원해? 실전된 고대 기술? 권력자들이 필사적으로 숨기고 싶어 하는 역사?”그 어느 것 하나 범상치 않은 것들이다.그리고 내가 원한다고 해서 그녀가 들어주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정확하게는 불가능하다.악마나 천사, 신 같은 초월적인 존재는 이 세계에 마구잡이로 힘을 쓸 수 없었다.‘대가를 받은 만큼 힘을 준다. 인간 167명. 그중에 몇몇 3~4급 인간이 끼어 있었다고 해도 아스타로트의 눈에는 거기서 거기인 수준이겠지. 고작 이 정도로 내가 원하는 마법적 지식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리 없다.’그러니 다른 것을 원해야 한다.불쑥 떠오르는 것은 알파티어 제약회사에 대한 정보였다. 아스타로트는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권능을 가졌으니 알파티어의 비밀스러운 정보들도 말해줄 수 있을 것이다.‘고작 167명분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기서 거기겠지만….’그러다 문득, 사업적인 발상이 떠올랐다.개인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적다. 그렇다면 차라리 사업적인 이득이라도 얻어야 하지 않겠나.“슬슬 저녁때라 그런지 배가 고프군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을 주십시오.”[윈드 위스퍼]3급 보조 마법을 사용해 그녀에게 작은 목소리를 전했다.-유유 치킨을 소환해 주십시오.아스타로트가 재밌다는 듯 웃는다. 내가 아까 그녀에게 맞춰주지 않았던가. 그럼 그녀도 맞춰줘야지.다행히 아스타로트는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었다.“좋아.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 말이지?”딱!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유유 치킨 한 박스가 나타났다.나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치킨을 받았다. 카메라에 유유 치킨의 상표를 보여주는 걸 잊지 않았다.“이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167명을 내게 바치고 받는 치킨이야. 직접 맛보지 그래?”카메라를 등졌다. 가면을 살짝 벗고 후라이드 치킨 닭 다리를 한 입 강하게 베어 물었다.바사사삭!듣기만 해도 맛있는 소리가 울린다. 실제로도 맛있었다.“맛있군요…!”연신 감탄하면서 사업가인 스스로에게 감탄했다.‘악마가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 홍보 지렸다.’그것도 그냥 악마가 아니라 72악마 중 하나인 아스타로트의 인증.돈이 쌓이는 소리가 벌써부터 귓가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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