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46 - 1946. 다크 문
아무리 그래도 가슴을 막 만졌는데 젖꼭지가 발기해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이건 아까전부터 젖꼭지가 발기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유리아가 입고 있는 메이드복을 바라봤다. 메이드 아카데미 학생들이 입는 옷으로 꽤 두꺼웠다. 겉으로 봤을 땐 젖꼭지가 발기했는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쌓여 있나 봐?”
“…주인님을 만나는 오늘을 위해 자위도 한 번 하지 않았거든요.”
“날 위해? 기특한데?”
“아아….”
스쳐 지나가듯 한 칭찬에 유리아의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의 앵두같은 입술 또한 마찬가지다. 충동을 느낀 나는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
유리아는 예상 밖의 행동에 깜짝 놀란 듯했으나, 이내 내 몸을 끌어안고 혀를 움직였다.
‘자고로 키스는 혀를 섞어야지.’
그녀의 혀를 내 입안에서 굴리며 맛봤다. 아주 오랜만이라 그런지 혀를 섞으면 섞을수록 갈증이 났다. 이대로 아무도 없는 구석으로 그녀를 끌고 가 거사를 치를까? 진심으로 고민할 때였다. 감각 끄트머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입술을 뗐다. 젖어있는 그녀의 입술에서 간신히 눈을 돌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유리아가 생활하는 기숙사가 보고 싶어.”
“안내해 드릴게요. 딱히 특별한 건 없지만요.”
기숙사에 들어갔다.
솔직히 조금 기대됐다. 여자들이 생활하는 곳이니까. 게다가 그냥 여자들도 아니다. 메이드 아카데미의 여자들은 재능만큼이나 미모도 뛰어난 편이었다. 그런 미녀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곳. 남자로서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향긋한 꽃향기는 나지 않았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네.”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다. 창문을 슬쩍 살펴보면 으레 있어야 할 먼지도 없었다. 건물은 낡았어도 청결은 엄청났다.
“교관들이 매일 기숙사를 검사해요. 조금이라도 청소가 미흡하면 기숙사 전체가 감점받아요. 청소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군대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유리아는 여기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측은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유리아는 내 시선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복도를 걸었다. 복도에는 다른 메이드들과 그 가족들이 있었다.
내심 입맛을 다셨다. 여기선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 유리아를 희롱할 수도 없으니까.
슬쩍 유리아의 눈치를 살폈다. 아까의 뜨거운 키스는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차분했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어쩐지 야릇했다.
“여기가 네가 생활하는 방이야?”
“네. 주인님. 다른 방도 구조는 같습니다. 나쁘지 않죠?”
나쁘지 않았다. 있는 건 다 있으니까. 하지만 내 눈에 차진 않았다.
“연락도 통제되잖아. TV도 못 볼 테고. 많이 심심하겠어.”
“자유 시간에도 공부해야 해서 놀 시간이 없습니다. 사실 이 방에선 잠만 잔다고 봐도 될 정도죠. 아, 그래도 침대는 꽤 고급품입니다.”
유리아가 침대에 앉았다. 그러면서 뒤로 벌러덩 누웠다. 침대가 살짝 흔들렸다. 삐걱거리는 소리도 없는 걸 보니 침대 품질은 좋은 것 같았다.
유리아의 양다리가 움직였다. 무릎이 올라가고 양쪽으로 벌어진다. 긴 치마 안쪽이 보였다. 하얀 스타킹과 새하얀 허벅지, 그리고 새하얀 가터벨트와 팬티.
팬티의 중심 부분을 본 내 눈동자가 흔들렸다. 흠뻑 젖어있었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유혹에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쓰러지듯 몸을 눕혔다. 그녀를 덮친 꼴이 되었다. 아래에서 그녀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주인님. 여기선 안 됩니다.”
“왜? 먼저 유혹한 건 너잖아.”
“여긴 방음이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만약, 여기서 한다면… 신음을 참을 자신이 없습니다.”
유리아의 눈길이 뜨거웠다. 강제로 해주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군.’
유리아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그녀에게도 평판이란 게 있을 테니까. 나는 그녀의 옆에 누웠다. 팔을 뻗으니 유리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품에 안겨 왔다.
“고생했어. 아카데미에서 특별한 일은 없었어?”
“그런 일은 딱히 없었습니다. 조금 이상한 일은 있긴 했지만요.”
“이상한 일?”
“네. 같은 동기 중 한 명이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뭐?”
그건 조금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나?
“동기의 눈이 조금 이상하더군요. 꼭 무언가에 세뇌라도 당한 것 같았습니다. 증거는 없기에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세뇌라니. 위험한 거 아니야?”
“괜찮습니다. 제가 세뇌에 당할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요.”
유리아가 확신하며 말했다. 무언가 확신의 근거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몸을 일으켰다.
“식사는 밖에서 하자. 기대해도 좋아. 오늘을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으니까.”
“주인님과 함께하는 식사는 항상 기대됩니다.”
교관을 만났다. 몰래 아카데미를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물었고, 친히 알려주었다. 아카데미 교관들이 이용하는 길 중에 하나였다. 유리아와 나는 마차를 타고 준비한 호텔로 향했다.
C 구역 호텔 중에서도 정치가와 귀족들이 주로 사용하는 고급 호텔을 예약했다.
예약하는데 수천만 크레딧이 들었다. 최근에 큰돈을 벌어서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거 장난 아니군.’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느낄 수 있다. 그 보안 수준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결계는 상위급이고 경비원은 죄다 4급 이상이군. 팀장으로 보이는 놈은 5급.’
당장 보이는 것만 그렇다. 보이지 않는 것까지 합치면 7급은 되어야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깔끔한 외모의 집사가 부드럽게 인사했다.
“유진 마이어입니다.”
“마이어 준남작 님이시군요. 스위트룸으로 모시기에 앞서 식당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호텔 식당, 프라이빗 룸에서 점심 식사를 즐겼다. 과연 음식 솜씨가 뛰어났다. 유리아도 요리를 한입 먹어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랍군요. 이런 맛을 낼 줄이야. 예상 밖이었습니다.”
“네가 요리를 먹고 놀라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저라고 해서 놀라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저라도 모르는 것들은 많으니까요. 덕분에 오늘도 하나 배웠습니다.”
“그 요리를? 요리법은 모르잖아.”
“요리를 먹기만 해도 재료와 요리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두세 번 시행착오가 겪는다면 재현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직접 요리해드리겠습니다.”
졸업.
사실상 졸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유리아가 어떤 등급을 노리냐에 따라 다르다.
메이드 자격증의 등급은 시니어, 더블, 트리플, 플라워, 슈페리어, 로열, 프라임으로 총 7개로 나뉜다. 트리플 이상의 등급을 노린다면 꽤 시간이 걸릴 거다.
“졸업하고도 내 밑에 있을 거야?”
유리아를 영입하기 위해 메이드 아카데미 앞을 가득 채웠던 마차들을 떠올리며 물었다.
“저는 평생을 주인님 밑에 있고 싶습니다. 주인님이 저를 내치시더라도 평생 주인님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대기업들이 널 영입하고 싶어 하더라. 네가 그만큼 뛰어난 인재라는 게 소문이 난 모양이야.”
“왕실이 주인님에게 접근하진 않았습니까?”
“왕실이 왜 나와?”
“아직인 모양이군요. 교관들이 은근히 왕실에 대해 말하길래 왕실이 움직인 줄 알았습니다. 저는 왕실이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가지고 오더라도 주인님의 곁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그것만은 알아주세요.”
“…….”
네오 런던이 원탁 의회에 의해 돌아간다고 해도 왕실의 영향이 아예 없진 않다. 네오 런던의 시민은 지금도 왕실을 존경하고 따르니까.
‘유리아가 날 떠날 생각이 없고, 나도 유리아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상대가 왕실이든 뭐든 내가 양보해야 할 이유도 없지.’
창문 밖을 바라본다. 네오 런던이 내려다보인다. 어디까지나 C 구역 이하의 곳만 볼 수 있었지만.
“유리아. 넌 어떤 등급을 노리고 있어?”
“최소 플라워 이상은 되어야 주인님의 명성에 흠을 내진 않겠지요. 주인님은 제가 어떤 등급을 얻길 원하시나요?”
“나도 대충 알아봤어. 슈페리어 이상은 메이드 아카데미에서 추가 과정을 거처야 한다지.”
대학교의 대학원을 거쳐 석박사가 되는 것처럼.
“주인님은 제가 슈페리어 이상의 등급을 취득하기를 원하십니까?”
“나를 모시겠다고 네 능력을 깎을 필요가 없다는 거야.”
유리아를 가까이서 봐왔다. 그녀의 재능은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최고였다. 마법과 관련된 재능을 제외하고.
나는 유리아가 나로 인해 재능의 날개를 펼치지 않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녀가 내 곁에서 떠나지 않기를 원하는 한편 그 찬란한 재능을 모두 펼치기를 원했다.
“가능한 한 네가 최고를 노렸으면 좋겠어.”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플라워 등급이면 누구에게도 무시하지 않고 주인님을 모실 수 있으니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만, 역시 주인님을 모시려면 최고가 되어야겠군요. 목표를 프라임 등급으로 수정하겠습니다.”
“내가 부추겨 놓고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프라임 등급이 정말 가능하겠어?”
네오 런던의 역사를 놓고 봐도 프라임 등급을 받은 메이드와 집사는 10명도 되지 않는다. 시험만 잘 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등급이 아니다. 최소 7급 이상의 무력 또한 갖추어야 한다.
“가능합니다.”
유리아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어쩐지 그녀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포도주가 담긴 와인잔을 들었다.
짠!
두 개의 와인잔이 부딪치며 맑은소리가 울렸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포도주를 음미하며 마셨다.
포도주는 비싼 값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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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가 끝난 후, 나와 유리아는 바로 스위트룸으로 직행했다. 화려하게 꾸며진 스위트룸을 구경하기도 전에 침실로 향했다.
분위기를 잡을 생각으로 잠깐 대화라도 나눌 생각이었는데, 유리아가 나를 밀쳤다. 내가 침대에 강제로 앉자마자 유리아가 곧바로 내 위에 올라탔다.
“하아, 주인님…! 제가 이날만을 어마나 고대했는지 주인님은 모르실 거예요.”
유리아의 푸른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