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50 - 1950. 화끈하게
[성유진
레벨: 91
근력: 123 체력: 116 민첩: 113 지능: 113 정력: 123 마나: 123]
[사용 가능 포인트: 55,947]
“키야!”
포인트를 확인하자마자 감탄사를 터트렸다. 역시 다크 문이다. 포인트가 아주 잘 쌓였다.
실실 웃음이 나온다. 포인트란 곧 내 힘이었다.
‘오늘은 쓴다.’
그동안 얼마나 참았던가.
나는 오늘 포인트를 모조리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성유진
레벨: 91
근력: 130 체력: 116 민첩: 113 지능: 113 정력: 130 마나: 130]
[사용 가능 포인트: 34,947]
일단 근력, 정력, 마나에 각각 130으로 맞췄다. 총 21,000 포인트가 사용됐다.
불끈불끈.
온몸에 힘이 넘쳤다. 지금 나는 확실히 강해졌다. 그래도 S급의 피지컬이라 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지만.
‘131 부터는 1,500 포인트가 필요하군.’
지금까지의 감각으로 봤을 때 능력치 150부터가 S급 피지컬이 아닐까 싶다.
‘S급 피지컬. 정확히는 S급 육체 능력자의 피지컬이지. S급 중에는 한아영처럼 육체는 약해도 능력이 뛰어난 자들이 많으니까.’
[성유진
레벨: 91
근력: 130 체력: 130 민첩: 130 지능: 120 정력: 130 마나: 130]
[사용 가능 포인트: 4,147]
“씨발.”
능력치를 130으로 맞췄더니 포인트가 확 떨어졌다. 지능 능력치를 4개 더 올릴 수 있지만… 일단 멈췄다. 여섯 개의 능력치 중에서 가장 쓰레기 같은 게 지능이었다. 지능이 높아도 마법 하나 제대로 못 쓰니까.
‘4,000 포인트… 그냥 정력에 박을까?’
포인트 2개밖에 올리지 못한다. 옛날에는 4,000 포인트가 크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영 아니었다.
‘스킬을 올리려고 해도 애매하군.’
[물의 축복 Lv.3]과 [해킹 Lv.20]이 있었다.
‘요즘엔 둘 다 잘 안 쓰는 스킬이잖아.’
해킹은 그래도 마음에 안 드는 새끼 스마트폰을 해킹해 지인 채팅 톡에 욕과 야동, 혐오 사진을 뿌리는 등의 재미라도 있었지만, 물의 축복은 영 쓸모가 없었다.
‘물에 들어가서 싸울 일도 별로 없잖아.’
자연스럽게 랜덤 뽑기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4,000 번이나 수동으로 랜덤 뽑기를 돌려야 한다고? 의욕이 곤두박질치네. 100번 정도만 해볼까.’
습관적으로 랜덤 뽑기를 시작했다.
[홍삼 농축액 10mL
기력을 회복합니다.
가격: 1 포인트
※하루에 한 봉만 먹으십시오.]
첫 끗발 개 끗발.
‘아니야. 이 정도면 상타취야. 이 홍삼 농축액은 효과가 있으니까.’
저번에 부모님한테 줬더니 효과가 좋다고 더 달라고 했었다. 유희 생활 어플에서 나온 물건이니 효과가 없을 수 없었다.
쓰디 쓴 홍삼 농축액을 입안에 넣고 랜덤 뽑기를 이어갔다.
50번을 넘게 돌렸는데 쓰레기만 나왔다.
‘스킬이나 특성은 바라지도 않는다.’
사실은 무진장 원했다.
79번째 뽑기에서 특별한 물건이 나왔다.
L자 모양의 철. 다우징이었다. 평범하다 못해 시시한 겉모습과 달리 그 가치는 30,000 포인트나 했다.
[보물 탐사기
일회용입니다.
사용하면 보물이 있는 방향을 알려줍니다.
가격 : 30,000 포인트
※주의
방향만 알려줍니다. 정확한 거리와 보물의 종류는 알 수 없습니다.]
‘무려 30,000 포인트 짜리야. 끝내주는 보물로 날 안내해주겠지?’
[보물 탐사기를 사용합니다.]
딱히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나는 다우징을 각각 양손에 쥐었다. 그러자 다우징이 저절로 움직여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두 지점이 똑같은 곳을 가리킨다.
‘내 방?’
오나홀 컬렉션을 가리킨다.
‘이게 보물이 맞긴 해.’
실망하며 오나홀 컬렉션에 다가갔다. 살짝 방향이 다르다. 오나홀 컬렉션을 가리키는 건 아닌 모양이다.
‘옆집에 보물이 있나? 아니면 더 멀리?’
다우징으로는 방향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어떤 보물인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귀찮음이 확 몰려오는 걸 느꼈다.
‘그래도 보물이라고 하니 한 번 찾아볼까. 설마 보물이 바다 너머에 있는 건 아니지?’
그 외에도 꽤 재밌는 물건들이 나왔다. 유용한 것도 있었고, 유용해 보이지는 않으나 재밌는 것들도 있었다.
랜덤 뽑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300 포인트를 넘게 썼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게 뽑기의 무서운 점인가.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밥이나 먹을까.’
• • •
“봐, 하린아. 다우징이 움직이잖아. 이거 진짜 내가 던전에서 얻은 보물 탐사기라니까?”
나는 한하린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너 말 놓지 말라고… 하아. 됐어.”
“둘이 있을 때는 말 놓아도 된다고 했잖아.”
“지금 둘이 있는 게 아니잖아.”
오피스텔 앞이었다. 행인들이 힐끔힐끔 한하린을 쳐다본다. 데이트를 기대한 한하린이 제대로 차려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배우처럼 우아한 스타일의 옷차림인데 그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 때문에 야하게 느껴졌다.
“이 차는 어디서 난 거야? 그새 샀어?”
한하린이 무심한 눈길로 내 옆에 있는 차를 쳐다봤다. 잘 빠진 빨간색 슈퍼카인데 그녀의 눈은 차갑기만 하다.
‘차에 관심 없는 여자들도 페라리 정도는 알지 않나?’
한하린의 재산을 생각하면 페라리 정도는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
“렌트 했어.”
차에는 나도 딱히 관심 없었다. 가끔 생각나면 이렇게 렌트 해서 타는 정도다. 공간 이동 주문서가 있으면 자동차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게 몇 배는 더 편하니까.
“근데 렌트카인거 아무도 모를걸? 이거 불법 렌트거든.”
번호판도 렌트카 번호판이 아니었다. 몇백 만원 주고 빌린 거다. 빌리지 않고 구입해도 상관없는데 그건 너무 오래 걸리고 귀찮았다.
한하린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나와 슈퍼카를 쳐다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내가 뭐라 말해도 듣지도 않겠지. 운전은 똑바로 해.”
한하린이 조수석에 탔다. 슈퍼카와 미녀의 조합은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운전석에 탄 나는 보물 탐사기를 한하린에게 건넸다.
“이건 왜?”
“운전하면서 다우징을 들고 있을 수는 없잖아. 누나가 들어.”
“…….”
한하린이 잠자코 다우징을 들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팍을 쳐다봤다. 안전벨트가 커다란 가슴 사이에 묻혔다. 안 그래도 커다란 가슴이 더 강조된다.
홀린 듯이 손을 뻗어 가슴을 만졌다. 손가락을 최대한 펼쳐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가슴 하나를 다 쥘 수 없었다. 손가락이 파고든다. 그 부드러움에 보물찾기고 대신에 모텔이 떠올랐다.
짝!
한하린이 내 손을 쳐냈다. 날카로운 눈으로 날 노려보며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운전이나 똑바로 해.”
“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동을 켰다. 어차피 밤이 되면 한하린은 못 이기는 척 내 품에 안길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엔진 소리 어때? 심장이 뛰지 않아?”
“시끄러워. 민폐니까 좀 조용히 해.”
한하린은 언제나의 한하린이었다.
나는 최대한 부드럽게 액셀을 밟았다. 지금은 나 혼자 타고 있는 게 아니니까. 양손에 다우징을 쥔 한하린은 신기하다는 듯 다우징을 쳐다봤다.
“이게 정말 보물찾기용 아티팩트라고?”
“맞아. 보물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인도해주는 물건이지. 감정도 해봤어.”
“어떤 보물?”
“그건 나도 몰라.”
한하린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아예 관심이 없었다면 묻지도 않았을 거다.
“이 방향은… 강원도인가. 익숙한 곳이지. 이참에 우리 엄마랑 아빠를 소개해 줄까?”
“남쪽이야.”
“소개는 나중에.”
정확히는 경상도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결국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거 100% 1박 2일이다.’
한하린은 별말 없이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와서 1박 2일로 호들갑을 떨기엔 너무 많이 온 관계이긴 했다.
잠깐 휴게소에 들렸다. 차에서 내리니 시선을 확 끌었다. 나는 허세를 부리며 슈퍼카의 차 문을 발로 닫았다.
“그 차 렌트라며?”
“내 거 아니니까 막 다루는 거야. 가자, 하린아.”
한하린의 어깨에 팔을 다룬다. 한하린은 나를 찌릿 노려봤으나, 나를 밀치거나 팔을 쳐내진 않았다. 역시 남자 기를 살려줄 줄 안다. 한하린은 좋은 아내가 될 것이다.
“저 미녀는 뭐야? 연예인?”
“여자가 아깝다.”
“역시 남자는 돈인가….”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그들은 나와 한하린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최근에 미디어 활동을 안 해서 그렇다. 나나 한하린은 SNS를 안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오늘 평일인데 사람이 많네.”
“…….”
대답이 없는 한하린은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한국 헌터 협회 마크가 그려진 버스 여러 대가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헌터 버스네. 새내기들 연수라도 하나?”
헌터 협회는 막 각성한 헌터들을 모아 공짜로 연수를 한다. 필수는 아니지만, 연수를 받고 안 받고의 생존률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나와 한하린의 경우 대학교에서 수업을 받았으니 연수를 할 필요 없었다. 어지간한 건 헌터과에서 다 가르쳐주니까.
‘협회에서 연수받는 놈들은 어중이떠중이들이지. 재능 있는 놈들은 길드가 알아서 데려가 교육하니까.’
흥미 없었다.
그보다는 오늘 밤에 어떤 체위로 한하린의 보지를 맛볼지가 더 중요했다.
‘후배위? 하린의 똥구멍을 보면서 박는 것도 괜찮은데… 정상위로 하면 가슴을 만지기도 편하고. 교배 프레스로 기선 제압부터? 음. 교배프레스는 어젯밤에도 했잖아.’
기승 위도 괜찮을 것 같다.
“연수가 아니라 헌터 특수 부대야.”
“응?”
말 그대로 헌터로 이루어진 특수 부대다. A급 헌터. 그중에서도 정예로 이루어진 특수 부대다. 각성 범죄자와 관련된 특수한 사건에 투입된다. 달리 HPP(헌터 싸이킥 싸이코)라고도 불린다. 소속은 당연히 헌터 협회고.
“거기다 대부분이 외국인이야.”
“외국인? 세계 헌터 협회 쪽이야?”
“아마도.”
위험한 범죄 조직이 한국에 몰래 들어오기라도 했나? 대놓고 움직이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뭐, 흥미는 없었다.
그래도 한하린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나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슈퍼카도 있겠다. 카섹스나 한판 조질까.’
식당으로 걸어갔다.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한하린의 표정도 풀렸다. 난 딱히 입맛이 돋거나 하진 않았다. 내 입맛엔 다 거기서 거기일 테니까.
“하린아, 뭐 먹을래?”
“아무거나.”
“…….”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여기서 정말 아무거나 시켰다가 한하린의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1]
느려진 시간 속에서 주위를 확인하며 머리를 굴렸다.
“여기 사람들 돌솥비빔밥 많이 시키네. 돌솥비빔밥 맛집인가 보다. 그거 시키자. 괜찮지, 누나?”
“그래.”
한하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기는 넘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