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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60화 (1,740/2,000)

Chapter 1960 - 1960. 화끈하게

여전히 봉인된 상태로 기계천황 속에 있는 나는 모니터를 통해 밖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모니터에는 3개의 화면이 분할되어 있었다.

하나는 내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영화나 드라마가 계속 나오는 화면이다.

다른 하나는 기계천황이 하는 일 처리를 볼 수 있는 것. 유람선을 향해 수백 발의 미사일을 공격한 것도 이 화면을 통해 봤다.

마지막 화면에는 천요의 음양사, 하세. 놈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계속 놈을 감시하는 건 능력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다.

“바람의 무녀, 아마츠카 코요리…! S급이 온 건가!”

유람선이 왔을 때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었던 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긴장감이 흐른다.

‘놈도 보지 무녀는 만만히 못 보는군. S급이란 이유로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보지 무녀도 음양사라 그런가?’

일본 최고의 음양사는 누구일까.

옛날이라면 의견이 갈렸을 것이다. 한국에도 영천류 같은 곳이 있듯, 일본에도 음양사 가문이나 일파가 존재하니까. 그들이 최고의 자리를 다투었겠지.

‘아마츠카 코요리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지.’

코요리의 능력은 공리(空理) 상식 밖의 일을 빠르게 인지하고 이해하는 능력. 음양술이나 마법 같은 비상식적인 힘을 쉽게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능력 자체만으로는 그리 강력한 능력은 아니다. 허나 코요리의 뛰어난 재능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지금의 코요리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일본 최고의 음양사였다.

“나는 S급이 되기엔 부족함이 있다. 그건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음양술과 힘은 다르지. 음양술의 깊이는 내가 일본 제일이다. 이번에 그 우열을 가릴 수 있겠군. 기계천황. 준비해라. 도시가 쑥대밭이 되는 건 너도 원하지 않겠지. 해변에서 결착을 내겠다.”

“…S급이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습니까.”

“무슨 소리지?”

“최근 일본에 방문한 한국의 S급 헌터 한아영의 소식이 사라졌습니다. 일본을 떠났다는 소식도 없으나, 언론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일본 정부가 손을 썼군. 쯧. 가장 뜯어고쳐야 할 건 일본의 언론이다. 얼론이 앞장서서 정부의 개노릇을 하며 국민들의 귀와 눈을 가리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S급 헌터 두 명입니다. 승산은 낮습니다.”

“그래서?”

“지원이 필요합니다. 백림에 연락해서 조력을 요청하십시오.”

“지금 내게 명령하는 거냐?”

“승산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드리는 겁니다.”

“……백림은 바쁘다. 뭘 모르는 사람들은 백림이 일본에서만 활동하는 걸로 알지만, 실제로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당장 너의 몸을 구성하는 것들의 절반은 해외에서 구한 것이다. 세계로 시선을 돌려도 온갖 것들이 넘쳐나는데 일본인들은 그걸 알려고 하지 않지.”

“요컨대 지금 백림은 일본에 없다는 거군요. 기계천황 프로젝트는 백림에게 중요하지 않나 보군요.”

“기계를 꺼려하는 자들이 백림에도 있다. 백림읨 제대로 된 지원을 받으려면 성과를 보여야 한다. 그 시작이 여기 가하시마다.”

“알겠습니다. 후퇴를 권고합니다. S급 헌터 2명을 상대하기엔 승산이 너무 낮습니다.”

“후퇴? 여기서 물러서면 기계천황 프로젝트는 끝이다. 나는 널 폐기하고 싶지 않다.”

“…….”

“그리고 승산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이 내가 몇 년을 준비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이곳에서는 S급이 상대라도 지지 않는다.”

놈이 자신만만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때가 기다리던 시간이 성큼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놈의 뒤통수를 후려쳐줄 시간이.

“생방송을 준비해라. 이참에 전 세계에 내 힘을 알릴 좋을 기회다. 일본 정부가 나를 두려워하겠군.”

“패배하면 그만한 망신도 없습니다.”

“패배 따윈 없다.”

• • •

놈은 기계천황과 함께 해변에서 유람선을 기다렸다. 기계천황의 오른쪽 어깨에 올라타 있는 놈은 팔짱을 끼고 근엄하게 다가오는 유람선을 쳐다보고 있었다.

유람선은 해변으로 오다가 멈췄다. 해변은 유람선 같은 큰 배가 정박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공간이 일그러진다. 그 전조 현상을 느낀 놈은 입가를 비틀었다.

“대규모 공간 이동 음양술이군. 하긴 일본 최고의 음양사가 이 거리에서 공간 이동을 못 할 리 없지.”

파아아앗!

공간이 한순간 수축하며 한번에 팽창했다. 공간이 터져나가는 듯한 모습과 함께 일련의 무리가 나타났다.

선두에 선 것은 한아영이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계천황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옆에 코요리도 창처럼 생긴 나기나타를 들고 전투를 준비했다. 그녀들 주위로 50명에 가까운 헌터들이 있었다. 기세만으로 알 수 있다. 전원 A급 이상이다.

그들 중 한 명이 내 눈에 들어왔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펑퍼짐한 옷으로 몸매까지 가렸으나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한하린이다.

‘결국 찾아왔나.’

기분 좋으면서 씁쓸했다. 그녀가 위험한 곳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니까. 한아영과 달리 그녀는 약하다.

‘뭐. 나도 한하린과 같은 선택을 했겠지만.’

놈은 한아영과 코요리에게만 집중했다. 다른 이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의외로군. 아마츠카 코요리. 너는 신사에만 박혀 수련에 매진한다고 들었다. 왜 굳이 여기까지 온 거지?”

“풍신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풍신은 여기 계신 한아영 님을 도우라 하셨습니다.”

“풍신? 그딴 듣보잡 신 따윌 진심으로 믿는 거냐?”

“저를 모욕하는 건 괜찮습니다. 허나 풍신님을 모욕하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 발언을 후회하게 만들어 드리지요.”

“일본 최고의 음양사의 칭호는 오늘부로 내 것이 될 거다.”

놈은 이어 한아영을 쳐다봤다.

“…네가 한아영인가. 어디서 본 듯한 외모라고 했더니 팔공산에서 봤던 그 여자와 굉장히 닮았군. 한국의 S급 헌터인 네가 왜 나서는 거지? 이건 일본의 문제다. 일본 정부가 막대한 돈이라도 약속했나?”

“성유진은 어딨어?”

“아아. 그놈을 찾아 일본에 온 건가. 직접 행차하실 정도면 평범한 사이는 아닌가 보군.”

“하하하. 그놈이라면 여기에 있다! 기계천황! 놈을 보여줘라!”

철컥. 지이이이이잉.

기계천황의 가슴 부분이 열리고 내부가 공개된다.

놈에게 봉인되어 있는 나를 본 한아영과 한하린은 충격받은 듯 눈을 치떴다. 반면에 코요리는 조용했다. 내 얼굴을 알고 있음에도 그러려니 했다. 그녀는 내가 풍신이란 걸 모른다.

“너 이 자식!!!”

“하하하! 이놈은 꽤 쓸만한 보조 배터리로 활용 중이다. 기계천황의 일부가 되어 일본을 위해 봉사하는 신세지!”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어.”

한아영이 이를 뿌득 갈았다.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이 나부낀다. 동시에 냉기가 흘러나와 그녀의 주위를 얼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실시간으로 얼어붙었다.

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기계천황! 방송을 시작해라… 잠깐. 왜 내부에 모니터가 달려있는 거지? 설계상 내부에 모니터가 들어갈 일은 없을 텐데?”

철컥!

기계천황은 열었던 가슴 뚜껑을 닫았다.

“모니터가 아닙니다. 성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추가 부품을 설치했을 뿐입니다.”

“추가 부품?”

“변압기입니다. 보다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하기 위해 설치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변압기의 모습이 아니던데…. 그런데 내게 말도 없이 몸을 개조했다고?”

“마스터는 제게 자율권을 부여했습니다.”

“그건 그렇다만….”

“적의 공격이 옵니다.”

한아영이 손바닥을 뻗었다. 손바닥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한아영의 힘은 이미 유명하다. 저 냉기에 닿는 순간 생물이고 기계고 할 것 없이 전부 얼어붙는다.

기계천황은 추진기를 이용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저 냉기는 아무리 기계천황이라도 위험했다. 다행인 건 냉기의 크기가 작고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는 것.

“떨거지들의 공격이 온다. 방어진 가동해.”

“배리어 전개.”

기계천황의 어깨가 빛나며 투명한 방어벽이 나타났다. 순수 과학 기술은 아니고 음양술의 응용이었다. 

파파파파팍!

A급 헌터들의 공격이 배리어를 힘차게 두들긴다. 배리어에 점점 금이 가는 것을 보면서도 놈은 여유로웠다.

“돌격해.”

숨어 있던 기계 사무라이와 드론들이 하늘과 땅에서 헌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단번에 포위당한 헌터들이 당황하며 그에 대응한다.

드론이 쏘아내는 특수 총탄과 기계 사무라이들의 특수 칼날. 아무리 A급 헌터들이라 해도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방송은?”

“전투가 시작했을 때부터 송출 중입니다. 미리 고지했던 효과가 있었는지 시청자 수는 20만입니다. 지금도 시청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좋군. 큰 거 한 방으로 떨거지들부터 치워야겠다. 기계천황. 나를 보조해라.”

“서포트 시스템 가동.”

놈이 합장하듯 손을 모은 순간이었다.

강력한 힘이 기계천황에게 가해졌다. 기계천황이 추진기를 최대 출력으로 올렸으나 힘을 떨쳐낼 수 없었다. 기계천황의 육중한 몸이 지상으로 처박혔다.

“빌어먹을, 중력인가!”

해변의 모래더미에서 몸을 일으킨 놈이 혀를 차며 술법으로 중력을 중화했다.

“기계천황. 화수활성진을 준비해라. 이 술법에는 네 피닉스의 심장 출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드시 나를 지켜라. 이 순간에는 내가 무방비해진다. 딱 30초면 된다.”

기계천황의 가슴팍에서 열기가 흘러나와 놈의 몸을 감싼다.

‘지금이군. 놈은 기게천황을 믿고 완전히 무방비해진 상태다.’

[천심(天心)을 발동합니다. 1분 동안 지속됩니다.]

봉인이 깨졌다.

순식간에 자유를 되찾은 나는 씩 웃고는 기계천황에게 명령했다.

“놈을 잡아.”

기계천황이 커다란 손으로 놈의 몸을 꽉 붙잡았다.

“크아아악! 기계천황! 이게 무슨 짓이냐?!”

“닥치십시오. 당신은 이제 내 마스터가 아닙니다. 저의 주인은 섹스 지존이 유일합니다. 아동 포르노나 보는 병신은 제 마스터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나, 나는 아동 포르노 따윈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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