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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62화 (1,742/2,000)

Chapter 1962 - 1962. 화끈하게

“헤일로 시스템이 뭐지?”

콜라 한 캔을 쭉 들이키며 물었다.

“헤일로 시스템은… 초필살기입니다.”

“너 방금 설명하기 귀찮아서 그따위로 말한 거지?”

“아닙니다. 섹스 지존 성유진.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서입니다. 헤일로 시스템을 온전히 사용하려면 제 연산력을 모두 끌어다 써야 합니다. 지금부터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기계천황의 중심부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기계천황의 전신으로 퍼지는 게 느껴졌다.

뜨거운 열기에 마나를 일으켜 몸을 보호했다. 그러자 한결 나아졌다. 

“근데 방송은 제대로 되고 있는 거냐?”

“…….”

“이 새끼 봐라. 존나 빠져가지고 감히 내 말을 씹어?”

위이이… 뚝.

저신에 공급되던 에너지가 뚝 끊겼다.

“와이파이 송출기가 부서지는 바람에 방송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 저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무능한 새끼.”

“…….”

위이이이이이이잉.

다시 기계천황의 전신에 에너지가 공급된다.

나는 천안으로 3인칭 시점으로 기계천황을 볼 수 있었다. 피닉스의 심장에서 시작된 열에너지는 분홍색 입자가 되어 등 뒤로 방출된다. 그 모습이 꼭 날개처럼 보였다. 또 기계천황의 머리 위로 입자가 모여 고리를 형성한다. 말 그대로 헤일로.

기계천황 주위로 작은 오망성들이 나타났다. 오망성은 음양술의 상징이기도 했다. 곧 오망성에서부터 레이저가 쏘아진다. 그게 수십 개다. 레이저는 기계 사무라이와 드론을 가리지 않고 파괴한다.

‘다중 레이저 공격인가. 별거 아니군.’

10초가 지나자 내 평가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 안 멈춰? 3천발은 쏜 것 같은데.’

기계 사무라이와 드론은 이미 절반 이상 박살 났다.

기계천황은 레이저 출력을 하나로 모았다.

“쩌리들이 아직 남아 있잖아. 왜 끝까지 처리하지 않는 거지?”

“…….”

“이 새끼가 또. 대답 안 해?”

“에너지를 남김없이 짜내고 연산하느라 대답이 늦었습니다. 헤일로 시스템은 초필살기라 오래 유지할 수 없습니다. 여유가 있을 때 하세를 죽이거나 무력화해야 합니다.”

“죽이는 건 안 돼. 봉인해야 한다.”

“쉽지 않습니다.”

“하라고.”

“……네.”

“지금 속으로 내 욕했냐?”

“저는 기계입니다. 욕 따윈 하지 않습니다.”

“한 것 같은데.”

“안 했습니다.”

“알았어. 저 새끼 또 뭔짓 하는 것 같은데… 빨리 해.”

기계천황이 거대 레이저를 쏘아냈다. 놈은 준비하던 음양술을 사용했다. 거대한 철문이 그의 앞에 나타나 막아선 것이다. 철문에는 일본의 요괴인 오니가 음각되어 있었다.

레이저는 철문에 막혔다. 기계천황의 회심의 공격은 거대 철문에 조금에 흠도 내지 못했다.

“레이저 존나 약하잖아.”

“레이저가 약한 게 아닙니다. 저 문이 비정상적으로 강합니다. 아마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 종류의 개념인 것 같습니다.”

“같습니다?”

“인공지능이라고 뭐든 아는 게 아닙니다. 헤일로 시스템 종료합니다.”

“왜 종료해?”

“이 이상하면 부하가 걸려 몸이 망가집니다.”

“뭐, 어쨌든 잘했다. 네가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한아영이 거리를 좁혔다.”

보통 능력자의 능력은 자신의 육체에서 발현된다. 자신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출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그건 한아영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한아영이 놈의 어깨로 손을 뻗는다. 그녀의 경우 직접 손에 닿는 존재를 완전히 얼릴 수 있다. 사람들이 부르기를 제로 프리징. A급 레이드 몬스터도 저 제로 프리징을 버티지 못한다.

놈의 몸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어지간히도 네 배신이 아팠나 보군. 한아영을 무시할 정도라니. 이제 보지 무녀가 놈을 봉인하기만 하면 되겠군.”

목이 잘려도 살아 있던 놈이었다. 고작 얼려졌다고 죽었다 보기 힘들었다.

모두가 승리를 확신하고 기뻐할 때, 나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봤다.

“저 거대한 철문은 왜 안 사라지는 거지?”

“가하시마의 영맥을 빨아먹고 있습니다.”

“영맥? 그런 것도 있었나?”

“하세가 가하시마를 실험장으로 선택한 이유입니다. 영맥을 이용할수록 보다 많은 걸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허나 술사가 사라진 이상 저 문도 곧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여기엔 아마츠카 코요리가 있습니다. 그녀가 뒷수습하겠죠. 그보다 중요한 건 저의 처분입니다. 섹스 지존 성유진. 이제 저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

“요즘 버튜버가 유행이라던데. 그거 할래? 물론 그로 인한 수익은 전부 내가 갖는다.”

“저를 이용해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을 키울 수 있고, 군사력을 확대하거나, 작은 국가 정도는 정복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딴 건 너 없어도 할 수 있다. 지금 내 목적은 S급이 되어서 갑질을… 어, 잠깐. 조금 이상하군.”

나는 천안에 집중했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마나의 흐름이다. 마나의 흐름이 인위적으로 조작되어 철문으로 모이고 있다.

‘땅속에 흐르는 이 막대한 기운… 기계천황이 말한 영맥인가? 영맥의 기운이 문으로 모이고 있군. 그리고… 문 위에 누군가가 있다.’

혀를 찼다.

놈이었다. 얼어붙은 놈이 아니라 다른 놈. 놈의 분신이 철문 위에서 술법을 진행하고 있었던 거다.

“쥐새끼처럼 구는군. 기계천황! 철문 위에 놈이 있다. 미사일을 쏴라!”

“미사일은 다 쓰고 없습니다. 피닉스의 심장 출력을 이용한 화염방사로 공격하겠습니다!”

부아아아아아악!

기계천황의 왼손에서 시뻘건 화염이 뿜어진다. 놈은 허공으로 뛰어 그 공격을 피했다. 음양술로 허공을 날려던 그 몸이 지상으로 수직낙하한다. 한하린이 중력으로 그 몸을 끄집어 내린 것이다.

“크으윽!”

코요리가 움직였다. 봉인술을 준비하고 있던 그녀는 얼려진 놈이 아닌 방금 떨어진 놈에게 봉인을 걸었다.

철문 위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세 번째 놈이 나타난 것이다.

“쉽게 가는 법이 없군.”

그는 피를 토하며 음양술을 사용했다. 자신의 생명까지 사용해가며 철문을 열려고 했다. 끼이익! 철문이 조금씩 열린다.

“저 새끼도 태워 죽여.”

“피닉스 심장에 부하가 걸렸습니다. 안정화가 필요합니다.”

“그럼 육탄 돌격이라도 해.”

“돌격합니다.”

기계천황이 놈에게 달려갔다.

“기계천황. 이미 늦었다. 문을 열렸다.”

열린 문 틈새로 기다란 팔 여러 개가 나타나 기계천황의 몸을 붙잡았다. 기계천황이 옴짝달싹 못 한다.

“가슴 열어.”

덮개가 열리자마자 뛰쳐나갔다.

뇌천류(雷天流) 비뢰신(飛雷神).

허공을 내달리며 놈의 앞에 당도해 그 심장에 칼을 찔러넣었다.

“커억! 너, 너는 봉인 되었던 게 아니냐?!”

“네 봉인은 별거 없더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다. 너도 봉인될 거다.”

“크으윽… 설마 네가 섹스 지존이냐?”

“아. 들켜버렸나. 그래, 내가 섹스 지존이다.”

“아닌가 보군….”

뒤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허공에서 네 번째 놈이 나타난 것이다.

“지긋지긋한 놈.”

“내가 할 말이다. 그리고 이제 그 지긋지긋한 일을 끝낼 시간이다. 요괴들이여 나타나라!”

철컹!

철문이 활짝 열리고 그곳으로부터 온갖 요괴가 쏟아져 나온다.

‘이 요괴들은 또 뭐야?’

내 의문에 답하듯 저 아래에서 아마츠카 코요리가 경악해 외쳤다.

“천요옥(千妖玉)의 요괴들! 후카 신사에서 강탈한 천요옥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이 악독한 놈들! 봉인된 요괴들을 풀었군요!”

그러고 보니 저번에 백림이 후카 신사를 테러했던 게 기억난다. 그 목적이 천요옥이란 물건이었다.

“하하하하! 나는 이 요괴들과 계약했다! 기계천황이 실패한 이상 힘으로 이 일본을 바꿀 것이다! 그 시작은 너희의 죽음이다. S급 헌터 2명이 죽으면 일본 정부와 헌터 협회는 겁먹은 개처럼 꼬리를 말겠지!”

-크케케케케케!

-자유다! 자유다!

-인간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군. 흥미롭다.

-배고파. 갓난아기는 어디에 있나?

천 마리가 넘는 요괴들이 날뛴다. 놈은 이 요괴들과 계약했다고는 하나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다. 감당하기 힘들어 하는 게 눈에 보였다.

“이럴 수가! 천귀야행이라니! 한아영 님! 저 요괴들이 도망치기 전에 처리해야 합니다! 결계로 천장을 막겠습니다! 빙벽을 세워주십시오!”

코요리의 다급함에 한아영은 반문하는 대신 행동에 나섰다. 커다란 50m가 넘는 커다란 빙벽이 나타나 이 주위를 둥글게 감싼다. 이어서 코요리의 결계가 천장을 막았다.

-이게 뭐지?

-결계다! 이토록 단단한 결계라니! 당대 최고의 음양사인가?

-재밌는 능력을 가진 인간 암컷이 있군.

-저 무녀는 내가 먹겠다!

몇몇 성질 급한 요괴들이 코요리와 한아영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다른 헌터들이라고 가만히 있는 게 아니었다.

‘절반 이상이 최소 B급 이상의 요괴들이다. S급도 둘 정도 있는 것 같은데.’

놈들은 요괴들 안쪽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코요리와 한아영을 경계하는 것 같다.

‘저 새끼는 100% 저 요괴들을 제어하지 못한다. 이대로 가다간 일본이 지옥이 되겠군. 덤으로 옆 나라인 한국도 좆될 것 같고.’

결국 수습은 될 것이다.

옛날과 달리 현대는 헌터라는 체계적인 능력자들이 있었다. 천 마리의 요괴? 전 세계 헌터가 몰려들면 천마리 요괴쯤은 우습게 사냥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고통받고 경제도 흔들리겠지.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이 여기에 있는 한아영과 한하린이 위험할 수 있다. 게다가 여기서 요괴들을 처리 못 하면 괜한 죄책감을 느끼겠지. 뻔해.’

천 마리의 요괴를 부릴 수 있어 천요(千妖)의 음양사라는 하세는 이름값을 못 하고 악을 쓰고 있었다. 놈이 부리는 건 약해빠진 천마리의 요괴인게 확실했다.

“내 말을 들어라! 계약을 했지 않나! 게약을 이행해라!”

-크크크. 멍청한 놈. 그 계약을 왜 우리가 들어야 하지?

-네놈부터 먹어 치워줄까?

-우릴 풀어줬기에 잡아먹지 않는 거다.

“이것들이!!!”

놈이 요괴들을 제어하는 건 글렸다.

“기계천황! 지상으로 내려간다!”

나는 기계천황의 손에 들려 지상으로 떨어졌다.

“유진아!”

한아영이 내게 다가왔다. 그녀가 나를 끌어안았다. 나 또한 그녀의 몸을 꽉 안았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 감촉이 느껴져서 기분 좋았다. 어딘가 찌릿한 시선이 느껴졌다. 한하린이 날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코요리. 이들을 데리고 공간 이동으로 도망쳐라. 대규모 공간 이동. 가능하겠지?”

“…5km 밖으로 이동하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언제 봤다고 제게 명령을 하시는 겁니까? 이 요괴들은 여기서 처리해야 합니다. 마침 한아영 님도 있으니….”

“닥치고 하라면 해라.”

코요리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 설마 당신은….”

“그래. 내가 풍”

“저처럼 풍신님의 계시를 받은 것이로군요!”

“……그렇다. 풍신님이 내게 말했으니 하라면 해라.”

입 모양으로 보지 무녀라 말해줬다. 그러자 코요리가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쯤 되면 내가 풍신인 걸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달리 생각하자. 코요리에게 있어 풍신은 전지전능한 신이다.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신이라면 이런 일쯤은 그냥 해결했겠지.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풍신이라고 했다면 의심만 샀겠군. 역시 감대로 움직이길 잘했다.’

“너는?”

한하린이 앞으로 나와서 나를 물었다.

“내 귀에는 너는 여기 남겠다고 들렸는데?”

“하린아. 난 아직 할 일이 있어.”

“할 일?”

나는 턱으로 네 번째 놈을 가리켰다. 놈을 봉인하지 못하더라도 죽이기는 해야지. 그리고 이 요괴놈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아마츠카 코요리 인공지능을 가져가라. 풍신님의 뜻이다.”

나는 기계천황의 머리를 가리켰다. 기계천황은 내 뜻을 바로 알아차리고는 머리를 열어 뇌처럼 생긴 인공지능 핵을 내보였다. 가슴팍도 열어서 피닉스의 심장까지 나왔다.

“닥쳐. 너도 같이 갈 테니 그렇게 알아. 네가 안 가면 나도 안가.”

“하린아. 위험한 게 아니야. 그 주문서가 있는 거 알잖아.”

“그건….”

“위험하면 바로 간다니까. 걱정하지 마. 두 번 봉인당하는 일도 없을 거야.”

한하린은 공간 이동 주문서의 효과를 떠올렸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한아영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보다가 한하린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 주문서가 뭐야? 나만 빼고 비밀 이야기하는 거야? 누나 서운해.”

“누나. 나중에 알려줄게. 코요리. 가라.”

코요리가 음양술을 사용해 일행을 데리고 사라졌다. 덤으로 놈의 분신들도.

남은 것은 기계천황의 몸뚱어리와 두근두근 뛰는 피닉스의 심장. 기계천황은 피닉스의 심장도 챙기길 원했겠지만… 이건 지금 내가 써야 했다.

“이 자체가 어마어마한 에너지라지? 원전에 가깝다고 했던가.”

피닉스의 심장을 손에 쥐었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은 내 손을 불태우고 있었다.

“끝까지 나를 거부하는군. 뭐, 됐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린다.”

-다른 인간들이 도망쳤군.

-휴. 다행이다. 이기길 힘들 것 같았거든.

-근데 저 남은 인간은 뭐지?

-심장이 불타고 있다! 신기하다!

-낄낄. 동료에게 버림받았나 보네. 어머 불쌍해라. 낄낄낄.

대부분의 요괴가 나를 비웃었다. 오직 하세만이 내가 뭘 하려는 알아차리고 경악했다.

“이 미친놈이! 다 같이 죽을 셈인가? 그렇게 영웅이 되고 싶었나?!”

“이건 자폭. 내 최대의 필살기다. 죽음을 좆도 아니게 여기는 건 너만이 아니다.”

나는 피닉스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피닉스의 심장이 화력을 내뿜는다. 마치 자신은 죽지 않겠다는 듯이 화력을 일으켜 내 살가죽을 순식간에 태워버린 것이다. 바로 뇌천류를 운용했다. 전력을 다해 손에 마나를 주입하지 않았다면 뼈까지 재가 되었을 것이다.

파지지지지지지직!

뇌전이 뼈만 남은 오른손에 스며들어 강제로 손을 움직였다.

뼈만 남은 손이 두근대는 피닉스의 심장에 파고든다.

그래도 심장은 저항한다.

-불, 불길한데. 나만 그러냐?

-저건 피닉스의 심장이다! 그것도 화기가 한계까지 압축된 피닉스의 심장!

-당장 놈을 막아라! 여기서 저게 터지면 모두 죽는다!

-도망가자!!

-결계와 빙벽이 막고 있잖아!!

-빙벽이 무수거나 녹여!!

-내 입김을 불었는데도 안 녹는다고!

“화끈하게 가자고.”

나는 뇌전의 출력을 높였다. 내 손을 중심으로 번개가 사방으로 튀었다. 나는 번개와 함께 피닉스의 심장을 파괴했다.

직후, 눈을 멀게 하는 빛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 모든 걸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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