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964화 (1,744/2,000)

Chapter 1964 - 1964. 화끈하게

“감히 내 기계천황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이다니…!”

하세는 분개했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도카라는 이름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세는 버튜버 마도카가 하는 걸 지켜봤다.

여타의 버튜버와 달리 뭔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할까. 그녀는 현재 기술로는 나올 수 없는 슈퍼 인공지능이니까.

‘하지만 인공지능 핵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텐데? 내가 만들어준 몸이 없다면….’

그때, 아마츠카 코요리의 아바타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 최고의 음양사가 저기에 있었다.

자신이 음양술을 기반으로 기계를 만들었으니, 그녀 또한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거기에 일본 정부나 일본 대기업이 그녀를 기술적으로 지원했더라면? 기계천황과 연동되는 기계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제기랄.’

눈앞에서 자식을 빼앗긴 기분이었다.

마도카와 아마츠카 코요리를 대화를 나누었다. 마도카는 인터넷 정보에 빠삭했다.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언어로 자막을 볼 수 있었다. 실시간으로 자막을 연산해서 띄우는 것이다.

“기계천황을 하잘것없는 버튜버에 이용하다니…. 아마츠카 코요리는 미친년인가? 기계천황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는군.”

그때, 누군가가 도네이션을 했다. 50만 엔을 선뜻 후원하며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카카코코 님이 500,000엔을 후원했습니다.

 이제 네 주인은 아마츠카 코요리임?」

“50만 엔 감사합니다. 카카코코 님이 주신 50만엔은 풍신님을 위해 사용됩니다. 질문에 답변드리자면, 아마츠카 님은 제 주인이 아닙니다. 제 주인은 풍신님 입니다. 제가 버튜버를 하는 것도 풍신의 뜻입니다.”

마도카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아요. 모든 것은 풍신님의 뜻입니다. 제가 이 방송에 출연한 것도 풍신님의 뜻이죠.”

“제 방송에서 얻는 모든 수익은 풍신님을 위해 사용됩니다.”

「이클립스 님이 100,000엔을 후원했습니다.

 풍신은 풍신 길드의 풍신을 말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풍신 길드와 풍신님은 관계없습니다. 풍신님은 이 일본의 진정한 신입니다. 일본인이라면 당연히 풍신을 믿고 따라야합니다. 여기 있는 마도카도 풍신님을 믿고 따릅니다.”

“저는 기계지만, 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신앙의 대상은 풍신님입니다. 제가 이렇게 버튜버로 활동하는 것도 모두 풍신님의 뜻입니다.”

마도카와 코요리는 풍신을 계속해서 찬양했다. 마치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질리다 못해 동조하기 시작했다. 풍신을 언급하면 그녀들의 반응이 커져서 재밌으니까.

‘기계천황이 신앙이라고? 웃기는 소리. 기계천황은 신을 믿지 않는다. 저건 다 연기다. 아마츠카 코요리…. 기계천황을 선전에 이용하려고 버튜버를 강요한 건가. 무서운 년이군.’

어쩌면 아마츠카 코요리는 사이비 교주가 되는 게 목적일지도 모르겠다.

‘내 기계천황이 선전도구로 이용되는 건 두고 볼 수 없다.’

그는 채팅을 쳤다.

Hase23: 기계천황! 너는 이용당하고 있다. 내가 널 도와주겠다!

채팅을 몇 번이나 쳤다. 그러나 마도카는 반응하지 않았다.

‘채팅창이 너무 빨라서 못 읽은 건가? 그럴 리 없다! 기계천황은 인공지능! 채팅창이 지금보다 몇 배 빨라도, 몇 개가 되더라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일부러 무시하는 거다!’

방송을 몇 번 보던 그는 곧 그녀들의 반응이 돈을 쓴 사람들에게 향해 있다는 걸 알았다. 가끔 채팅창에도 반응해주긴 했으나, 자기들 좋은 이야기에만 대부분이었다.

‘아마츠카 코요리…! 이제보니 돈독이 제대로 오른 년이었군. 저게 일본 최고의 음양사이자 무녀라니….’

혀를 차면서도 현금을 준비했다. 그가 가진 돈은 얼마 없었다. 지금까지 그의 생활은 돈이랑은 멀었으니까.

‘최소 10만 엔을 후원해야 메시지가 뜨는군. 저게 무녀인가. 돈에 미친년인가….’

그가 가진 돈은 200만 엔이 전부였다. 그것도 림주가 활동비라며 멋대로 준 돈이었다.

「Hase23 님이 100,000엔을 후원했습니다.

 기계천황. 나다. 나는 아직 널 포기하지 않았다. 섹스 지존의 해킹에 당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설계해서 만들어주마.」

그래.

기계천황 계획을 완전히 포기하기엔 이르다. 기계천황이 직접 다스리지 않더라도 활용될 곳은 무궁무진했다.

“이게 누구십니까. 로리콘 음양사 하세 아니십니까. 계정을 보니 본인이 맞군요. 용케도 살아계셨습니다.”

마도카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 사람들은 감탄했다. 저게 정말 인공지능인가?

하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Hase23 님이 100,000엔을 후원했습니다.

 난 불사신이다. 그리고 난 로리콘이 아니다. 누명 씌우지 마라.」

「Hase23 님이 100,000엔을 후원했습니다.

 섹1스 지존의 해킹에 의해 넌 오염됐다. 내가 고쳐주마. 일단 시스템을 초기화하고 소규모 압축 결계를 통해 놈의 해킹 능력을 차단하는 거다.」

“헛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테러리스트가 친한 듯 저를 부르지도 마시고요. 그리고 당신은 로리콘이 맞습니다. 그 증거로써 당신의 포르노 검색 기록을 지금 공개하겠습니다.”

하세는 화들짝 놀랐다.

「Hase23 님이 100,000엔을 후원했습니다.

 머, 멈춰!」

“싫습니다.”

영상에 하세의 인터넷 기록이 떠올랐다.

최근에 기계천황과 자기 자신을 검색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과거. 그것도 어린 시절 철없을 때 검색했던 것까지.

하세는 사색이 되었다. 손이 덜덜 떨려서 후원 메시지도 잘 적히지 않는다.

“여기 보시면 로리콘 하세가 13살 때 검색했던 기록입니다. 학교 숙제가 검색 내용 대부분입니디만, 여기 보시면 검색 내용이 여자 알몸이 있습니다. 13살에 성적 호기심을 느낀 걸 알 수 있습니다.”

-중학교 때? 뭐 평범할 수 있지.

-wwwww인터넷 검색 기록을 까발리다니. 엄청 잔인하네. 기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짓이다.

-하세 불쌍해.

-테러리스트가 뭐가 불쌍하다고. wwwww

-wwwwwwwww. 이거 한국, 중국,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다 보고 있어. 실시간 번역 자막이라 가능해. 시청자 300만 명 앞에서 wwww공개처형wwwwwwwwwwwwwwwww

하세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장 기계천황을 멈춰야 한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차단되었습니다. 메시지를 보낼 수 없습니다. 채팅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억!”

그의 입에서 단말마가 나오려했다.

“15살 때까지는 취향이 그나마 평범했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라도 여동생 물에 꽂혔군요. 음. 검색 기록을 보면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로봇 애니메이션을… 아. 조사해보니 이 애니메이션은 로봇과 여동생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군요. 이때부터 검색 기록에 변화가 생깁니다.”

여동생이 자고 있을 때 몰래, 여동생이 내 자지를…. 여동생과 수영장에서…. 야동이름이었다. 대부분의 야동이름에 여동생이 들어갔다.

“윽. 제목만 봐도 역겹군요. 이 영상들의 내용은 다 제목대로입니다. 이 역겨운 로리콘은 고등학생때부터 역겨운 아동 포르노를 본 것입니다.”

“아니다! 저것들 모두 여동생 컨셉 영상들이라고! 실제로 보면 아동 포르노가 아니란 말이다!! 조금 어려 보이긴 해도 아니라고!!”

하세가 절규했다. 그러나 들어주는 사람 없이 메아리칠 뿐이었다.

영상에는 아마츠카 코요리와 마도카가 하세의 검색 기록을 바탕으로 심층분석까지 하기 시작했다. 그게 적중률이 꽤 높아서 더욱 창피했다.

하세는 죽고 싶어졌다.

‘차라리 불타 죽는 게 더 편하겠다.’

그래도 방송은 끝까지 봤다. 그거 말고 할 게 없었다. 또 기계천황을 되찾으려면 작은 정보라도 필요했다.

“제 몸은 지금 아마츠카 코요리 님께서 만들어주십니다. 순수 기계 신체는 아닙니다. 기술과 음양술을 결합했습니다.”

“카가와 그룹에서 기술을 제공해준 덕분에 별로 어렵진 않더군요.”

그건 원래 기계천황의 거대 전투 로봇이 아니었다.

인간 여성을 베이스로 한 안드로이드다. 아직은 골조만 형상되었을 뿐이지만, 그 옆에 완성형 사진이 떠올라 있었다.

“제 몸이 완성되면 풍신님을 모시는 무녀로서도 활동할 것입니다. 물론 버튜버 또한 겸업할 것입니다. 멀티태스킹은 제 특기이니 아무 문제 없습니다. 또한 여러분의 스케줄 일정을 조절해주는 ‘풍신님이 보고계서’ 어플이 곧 출시됩니다. 여러 문제로 인해 일본에서만 출시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하세는 위기감을 느꼈다.

‘아마츠카 코요리! 기계 천황을 이용해 대체 뭘 하려는 거냐?!’

• • •

부활하자마자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어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집에서 기계천황의 행동을 정했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서 스마트폰을 통해 기계천황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너는 버튜버다. 돈을 벌어서 내게 바쳐라. 안 그래도 돈은 썩어날 정도로 많지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돈은 섹스 지존의 계좌에 입금하면 됩니까?”

“멍청하긴. 그랬다간 추적당할 수 있잖아. 생각 좀 하고 말해라.”

“…….”

“추적이 어려운 현금이 좋겠군. 아니지. 일본에서 번 돈이니 일본에 투자해야겠다. AV 산업계에 투자해라. 특히 S급 AV 배우 신입이 있으면 바로 내게 연락하고. 내가 직접 AV에 출현하겠다.”

“AV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시겠다는 겁니까?”

“내 얼굴이야 네가 알아서 조작해. CG를 넣으면 되잖아?”

“저는 CG 처리를 할 줄 모릅니다.”

“인공지능이잖아. 모르면 배워.”

“…….”

“버튜버로 활동하려면 좀 더 정상적인 활동명이 필요하겠지. 기계천황은 너무 구리니까. 음. 마도카로 하자.”

“그 이름으로 정한 이유가 있으십니까?”

“메카 덴노 코리아(MechA DennO KoreA). 줄여서 마도카(MA.DO.KA)다.”

“의외로 정상적이라 놀랍습니다. 저는 기계 보지 같은 이름을 붙일 줄 알았습니다만.”

“넌 보지 없잖아.”

“……코리아는 왜 붙은 건지 모르겠군요. 전 일본인이 설계하고, 일본에서 만들어진 기계입니다.”

“내가 한국인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마도카. 출출하다. 치킨 하나 시켜.”

“섹스 지존께서 자주 시키는 치킨을 주문했습니다. 30분 내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30분 내로 안 오면 죽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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