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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68화 (1,748/2,000)

Chapter 1968 - 1968. 신의 아틀란티스

정확하게는 인벤토리에서 커다란 상자 하나를 꺼내 쏟아냈다. 내 인벤토리는 무한 아공간이 아닌지라 여러 물품을 보관하려면 상자나 가방에 담아야 했다.

-흐음?

신상의 안광이 강해진다. 그 헤파이스토스가 내 물건에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것들은 모두 이 세계에 없는 물건들이니까.

-신기한 물건들이 많군. 이 내가 처음 보는 것들에 이해하지 못할 물건들이라니.

「시스템이 당신의 물건들을 살펴봅니다.」

「시스템이 경악합니다!」

「시스템이 이 물건들을 어디서 났냐고 당신에게 윽박지릅니다!」

“누구보고 윽박이야. 이건 모두 내 물건들이다. 당연히 내 것이지.”

「허용되지 않은 물건은 아틀란티스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뭔 개소리야.”

「허용되지 않은 물건은 아틀란티스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부당하게 얻은 것도 아닌데 뭐 어쩌라고. 이것들 모두 내 능력으로 얻은 거야.”

「허용되지 않은 물건은 아틀란티스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나는 인상을 팍 썼다.

오늘따라 시스템이 강하게 나온다. 내가 사막에서 현대 무기를 사용할 때도 별달리 개입하지 않았던 시스템이었기에 이상하게까지 느껴졌다.

-시스템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건 한날 필멸자가 사용하기엔 너무 엄청난 물건이다. 이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곳에서 꺼내서 다행이군. 다른 신들이 알았다면 이걸 얻기 위해 난리를 쳤겠지.

헤파이스토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대충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검은색 검이었다.

게이 슬레이어였다.

[게이 슬레이어

 황혼보다 어두운 힘이 깃들어 있는 검입니다.

 오직 게이에게만 해를 입힙니다. 어지간한 게이는 스치기만 해도 사망합니다.

 사용자의 마나, 활력을 소모해 제노사이드와 게이살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 12,000 포인트

 ※주의

 게이에게만 효과가 있습니다. 게이가 아닌 생물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12,000 포인트밖에 하지 않는 가성비 최강의 무기.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상대가 게이가 아니면 평범한 검에 불과하니까.

-내 눈으로 봤을 때… 남색가를 죽이는 힘이 있군. 이건 이미 신의 힘이다. 어떤 남색가를 증오하는 주신급 신이 만든 물건인가. 모르긴 몰라도 어마어마한 신력이 들어갔을 터…. 그 신은 제대로 미친 신이로군.

헤파이스토스가 혀를 찼다. 그는 좀처럼 게이슬레이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검입니까?”

-이건 조건만 맞는다면 신마저 죽일 수 있다. 남색가라는 조건. 그 조건에 해당되는 신들은… 제법 많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남색은 흔했다. 게이의 나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러고 보니 제우스도 동성애를 가졌다는 말도 들었던 것 같았다.

나는 게이라면 설령 그게 신이라도 죽일 수 있는 게이 슬레이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이 닿지 않는다. 무언가에 막힌 듯 게이슬레이어에 닿을 수 없었다. 

“시스템! 네 짓이지?!”

「그 검의 사용을 금합니다. 당신의 아공간에서 그 검을 두 번 다시 꺼내지 않겠다고 스틱스강에 맹세하십시오.」

“뭐? 그럼 게이는 어떻게 죽이라는 거야?!”

「맹세하지 않겠다면, 그 검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헤파이스토스. 이 검을 녹여 없앨 수 있겠습니까?」

-이 검은 휘둘렀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검 자체에 불멸성은 딱히 없군. 없애는 건 딱히 어렵지 않다.

「성유진. 제게 이 검을 파시지요. 좋은 값에 쳐드리겠습니다.」

판매하는 순간 게이 슬레이어를 없앨 것이 분명했다.

헤파이스토스의 말대로 신들이 게이 슬레이어의 가치를 알게 되는 순간 아틀란티스고 나발이고 개판이 될 게 분명했다.

‘솔직히 파는 건 어렵지 않아. 12,000 포인트가 있으면 게이슬레이어를 다시 구매할 수 있으니까.’

유희 세계에서 적당히 놀다 오면 12,000 포인트가 생긴다. 그러나 막상 12,000 포인트를 모아서 게이 슬레이어를 살 생각을 하니 아까웠다.

“내가 맹세하면 넌 뭘 줄 거지?”

「저는 당신으로부터 검을 강제로 빼앗을 수 있습니다.」

“해보시던가. 대신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시스템의 대답은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해득실 등을 따지고 있겠지. 10초 정도 지났을까. 시스템 알림창이 떴다.

「특수 용광로의 일회 사용권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까지 해준다고? 완전 좋군. 이제 화련비도를 강화하면 되겠어.”

「저는 사용권을 드린다고 했지, 특수 용광로를 드리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말장난인가?”

-특수 용광로는 찾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수 용광로를 가동시키기 위해선 그에 맞는 재료와 조정이 필요하지. 시스템의 말뜻은 그 재료와 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다.

“헤파이스토스 님의 대장간에도 용광로가 있겠지요? 그 용광로를 돌리는데 뭐가 필요합니까?”

-호오. 내 용광로를 노리고 있는 건가? 나쁘지 않지. 음, 이 정도야 고대 문헌에도 나왔으니 말해줘도 되겠지. 내 용광로에 불을 지피려면 화산의 정수가 필요하다. 

올피스 레기온이 마법 용광로를 왜 빌려주지 않는 건지도 알겠다. 최악의 경우 용광로가 꺼지기라도 하면 온갖 고생을 하며 다시 용광로를 지펴야 할 테니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화산의 정수만큼 어마어마한 재료가 필요할 터.

“그 화산의 정수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정확한 위치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만, 명계에 있습니다.」

-바로 말해버릴 줄이야. 시스템이 급한가 보군.

「전 급하지 않습니다.」

명계.

다시 말해 지옥.

내가 지배하는 지옥과는 다른 지옥일 터.

‘신의 대장간을 찾았어도 용광로에 불을 지피려면 명계로 가서 고생해야 한다고? 미쳤네, 씨발.’

그깟 지옥이라고 하기엔 좀 많이 위험한 곳이다.

‘용까지 잡아야 한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시스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근데 조금 더 뜯어낼 수 있지 않을까?

“추가 조건이 있어.”

「말씀하십시오.」

“황금 열쇠의 사용 횟수를 복구해줘.”

나는 인벤토리에서 황금 열쇠를 꺼냈다. 사용 횟수가 한 번밖에 남지 않은 물건.

「황금 열쇠

 황금 열쇠를 이용하면 어떤 잠금이라도 해제할 수 있다.

 남은 사용 가능 횟수: 1

 랭크: SS」

그동안 아까워서 함부로 쓰지 못했고, 쓸 기회도 마땅히 없었다.

‘내가 가진 것 중에서도 황금 열쇠는 대단한 물건이야.’

황금 열쇠를 사용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조건을 무시하고 결과를 볼 수 있다. 

「좋습니다. 맹세하십시오.」

“스틱스강에 대고 맹세하지. 아틀란티스에서 게이 슬레이어를 쓰지 않겠다. 물론 꺼내지도 않겠다.”

「맹세가 이루어졌습니다. 스틱스강의 맹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당신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신이라 하더라도 이 맹세를 피해 갈 수 없지. 너도 약속을 지켜라.”

「황금 열쇠

 황금 열쇠를 이용하면 어떤 잠금이라도 해제할 수 있다.

 남은 사용 가능 횟수: 3

 랭크: SS」

황금 열쇠의 사용 가능 횟수가 복구되었다. 나는 만족스럽게 황금 열쇠와 게이 슬레이어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헤파이스토스는 다른 물건들을 보고 있었다.

-자연의 힘이 느껴지는군. 꽤 흥미롭지만… 대단한 힘은 아니다.

정령옥을 보면서 한 말이었다.

“이건 추가재료로서 어떻습니까?”

-여자를 흥분하게 만드는 약인가. 그게 무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방어구라면 모를까. 자고로 무기에는 그 용도에 걸맞는 재료와 능력이 깃들어야 한다.

“이 고통의 채찍은 어떻습니까?”

-그건 제법 잘 어울리겠군. 허나 섣불리 결정하지 마라. 아직 그날까지 시간은 많으니 어떤 재료를 선택해야 무기와 잘 어울리지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헤파이스토스는 마지막으로 내 물건들을 둘러보고는 사라졌다. 헤파이스토스가 마지막에 흥미를 보인 것은 공간폐쇄석이었다.

나는 짐들을 챙긴 뒤에 허공에 말했다.

“천공의 주인이시여. 왜 아까부터 조용하십니까?”

제우스에게 물었다. 그라면 아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중간에 제우스가 끼어들 틈도 많았다. 허나 제우스는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했다.

「천공의 주인이 1,000 AP를 후원합니다.

  “나는 게이가 아니다. 쓸데없는 오해를 살까 싶어 가만히 있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냥 계속 닥치고 있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거다. 근데 굳이 뒤늦게 변명을 한다? 의심의 불꽃이 타올랐으나 입을 다물었다. 굳이 이런 일로 천공의 주인과 입씨름할 필요는 없었다.

밖으로 나간다.

신전 입구에서 대장장이 놈이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본다.

“이놈. 설마 무사히 나올 줄이야….”

“까불지 마라. 오늘은 헤파이스토스 님을 봐서 봐주는 것뿐이다.”

“넌 이 도시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이 도시의 대장장이 그 누구도 네놈의 의뢰를 받지 않고, 무기와 방어구를 팔지 않을 것이다!”

“줘도 안 써, 이 병신들아. 드워프제 물건들이 있는데 니들 같은 허접쓰레기들의 물건을 쓰겠냐.”

“이노오오옴!”

그가 소리쳤다.

망치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가 망치를 휘두르면 바로 칼을 뽑아 휘두르려고 했다. 놈은 분노해 외친 것과 달리 망치를 휘두르지 않았다.

나는 느긋하게 도시를 빠져나갔다.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

• • •

올림푸스로 들어가기 전에 드래곤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화련비도 강화에 사용될 드래곤이니, 희귀하고 강력한 놈이 낫겠지.’

지금의 나라도 너무 강력한 드래곤은 부담된다. 강력한 드래곤이라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묵시록의 붉은 용.

‘그건 어지간한 신보다 강하잖아. 현실적으로 죽일 수 있는 놈을 생각해야지.’

여러 드래곤이 떠오른다. 신화나 설화 속에 나오는 드래곤은 제법 많았으니까.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결정을 내렸다.

마침 적당한 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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