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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74화 (1,754/2,000)

Chapter 1974 - 1974. 신의 아틀란티스

세 번째 마을을 털고 충성 계약을 받았다. 아이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니 쉽게 갈 수 있었다.

“저희 마을에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인 황금 성배입니다.”

황금색 잔을 바치듯 내밀었다.

“술잔이군. 여기에 술을 담아 먹으면 더 맛있어지기라도 하나?”

“이 황금 성배에는 술 대신 황금을 담아야 합니다. 그럼 황금이 술로 변합니다. 많은 황금을 넣을수록 술은 농축됩니다.”

“아주 비싼 술이었군.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되지?”

“지혜를 일부 얻게 됩니다. 저희는 그 술을 미미르의 술이라 부릅니다.”

“재밌네.”

「황금 성배

 황금을 미미르의 술로 바꾼다.

 황금을 성배에 넣을수록 농축된다.

 술을 마시면 일정 시간 동안 지식을 얻게 된다.

 랭크: SS」

특별한 물건을 손에 넣었으니, 사용해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 나는 황금 성배에 1kg짜리 금괴를 넣었다. 황금이 술잔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으며 술이 된다.

살짝 황금빛이 도는 투명한 술. 잘 익은 과일처럼 달콤한 향기가 났다. 겉보기에는 마치 벌꿀술 같았다.

“이런 좋은 게 있으니 너희도 매일 사용했겠군.”

“저희는 황금 성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왜지?”

“미미르의 술은 너무 맛있어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맛보면 중독되어버리고 맙니다. 중독의 끝에는 파멸밖에 없습니다.”

“지혜를 얻잖아.”

“그 지혜는 일시적이니까요. 무엇보다 그 지혜라는 건… 일개 필멸자에 불과한 저희가 감당할 수 없습니다. 모쪼록 그 술을 마실 때는 주의하시길.”

그렇게 말하니 더 궁금해졌다.

나는 망설임 없이 성배에 입을 대고 술을 마셨다. 달콤한 술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 내 안으로 스며든다.

“아, 아아아!”

나는 감탄했다.

술맛이 아주 황홀했다. 와인을 좋아하는 엘레나도 이 술을 한 번 마시면 곧바로 빠져들 것이 분명했다.

“자지 보지 섹스. 이게 지혜인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아둔한 놈. 네놈은 이해하지 못해.”

나는 황금 성배에 황금 10kg을 넣고 술을 마셨다. 아주 맛있었다.

마지막 네 번째 마을에 도착했을 때,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네 번째 마을은 다른 마을들보다 가진 금이 적었다. 대신 이놈들은 금을 강철처럼 사용했다. 금으로 조각품을 만들거나, 농기구 또는 검이나 방패, 갑옷 같은 것도 만들었다.

“금으로 무기나 갑옷을 만들어서 뭐 하려고?”

“저희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을 뿐입니다.”

“앞으로 내가 너희를 보호해줄 테니, 무기와 갑옷은 전부 내가 가져가겠다. 조각품도 잘 만들었군. 마을의 보물을 내와라.”

“마을의 보물이라 하신다면….”

“개기지 마라.”

“…….”

촌장이 가져온 건 검이었다.

황금으로 만든 검. 마을 사람들이 만든 조잡한 황금검이 아니었다. 바짝 날이 서 있는 황금검이다.

허공에 몇 번 황금검을 휘둘러 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이건 그 자체로도 명검이었다.

「황금검

 부러지지 않는 황금으로 만든 검.

 랭크: S」

부러지지 않는다.

‘불괴? 뭐, 그런 종류의 검인가.’

랭크가 S인 것 치고는 좀 심심했다.

“이 황금검의 능력은 이게 전부냐?”

“황금검은 절대로 손상되지 않습니다. 바위에 내려쳐도, 고온으로 지져도 절대로 손상되지 않습니다. 검은 항상 그대로이니 따로 검날을 관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군. 어쨌든 검은 내가 잘 쓰겠다. 이제 파프니르만 조질 일만 남았군.”

오미코스 용병단을 바라본다.

나를 따라 마을 4개를 주파한 그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오늘 하루에만 금 70kg을 얻었으니까. 그들 모두가 금이 든 배낭을 놓지 않고 있었다.

“파프니르를 얼마나 많은 황금을 가지고 있을까.”

“내가 볼 땐 최소 300톤은 될 거야.”

“이번 의뢰가 마지막이야. 난 은퇴해서 귀족처럼 살 거야. 이 정도 황금이면 노후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흐흐.”

용병들 모두가 행복했다. 딱 한 사람, 오미코스를 제외하고. 오미코스는 황금을 거들떠보지 않고 자신의 장비를 점검했다.

“결국 우리는 파프니르와 싸워야 한다. 장비를 점검하고 긴장을 늦추지 마라.”

“단장. 일은 잘 풀리고 있어. 즐길 땐 즐기자고.”

“철저하게 준비한 용병만이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을 거다.”

“우린 이래 보여도 철저하게 준비했어. 우린 최소 3년은 이 바닥에서 굴렀어. 우릴 믿어.”

“믿는다. 너희가 아니면 누굴 믿을까.”

• • •

저 멀리 검은 드래곤, 파프니르가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날아갔다.

커다란 바위 뒤에 숨죽이며 숨어 있던 나와 용병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에 들고 있던 부적을 놓았다. 부적은 바람에 휩쓸려 어딘가로 사라졌다.

「은신 부적

 기척과 모습을 감춥니다.

 랭크: C」

용병이나 모험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소모품 중의 하나였다. 파프니르의 감각이 날카롭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쉽게 넘어갔다.

나는 용병들과 함께 파프니르의 둥지로 향했다. 바위산 아래에 있는 커다란 동굴. 거기가 파프니르의 둥지였다.

“파프니르가 갑자기 돌아오면 어쩌지?”

“마을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최소 1시간은 괜찮을 거야.”

“1시간이면 안드바리의 창고를 털기 충분한 시간이지. 크크. 황금이 전부 털리면 파프니르도 대부분 힘을 잃겠지.”

일이 술술 풀리고 있었기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파프니르의 레어는 의외로 투박했다. 넓은 공간이 떡하니 있었다. 조각품 같은 인테리어 소품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뒤쪽에 작은 문이 있었다. 드래곤이 들어가기엔 지나칠 정도로 작은 문.

‘저기가 안드바리의 창고로군.’

용병들이 침묵했다. 그들의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거렸다.

내가 먼저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잡았다. 당연히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손잡이를 잡자마자 거부하듯이 스파크가 튀었다.

마법적인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감이 왔다. 이건 다른 특별한 방식으로 문을 열어야 한다.

‘지금 뒤로 물러설 수는 없다. 어쩔 수 없군.’

인벤토리에서 황금 열쇠를 꺼냈다. 황금 열쇠에서 빛이 새어 나와 문으로 스며들었다.

「황금 열쇠

 황금 열쇠를 이용하면 어떤 잠금이라도 해제할 수 있다.

 남은 사용 가능 횟수: 2

 랭크: SS」

문을 막고 있던 힘이 사라졌다.

문을 열자마자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창고 안에는 눈부신 황금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있었다.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수백 톤의 황금. 말이 수백 톤이지 직접 본 그 광경은 사람을 질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이렇게나 많다니!”

“금화로 된 것과 금괴로 된 것! 금 조각상도 있고, 그냥 금덩어리인 것도 있습니다!”

“이것들 다 어떻게 가져가지? 300톤은 될 것 같잖아!”

“챙기자! 챙기자고!! 파프니르가 돌아오기 전에!!”

흥분한 용병들이 들이닥치려고 했다. 나는 인상을 팍 쓰며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진정해라. 내 몫은 80%다. 그걸 잊지 않았겠지?”

“잠깐. 잠깐. 저것 중에 고작 20%만 저희에게 주겠다는 겁니까? 저희는 50명이 넘습니다! 20%를 다시 50명으로 나눠야 합니다! 너무 적습니다!”

“내가 저번에 뭐라고 했지?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로 받아들인다고 했지. 너희가 딱 그쪽이군. 원래 계약대로라면 금은 모두 내 것이다. 너희에게 나눠줄 필요도 없다. 내가 너희에게 베푼 호의를 이딴 식으로 갚을 거냐?”

“아무리 그래도 20%는 너무 적습니다! 절반…. 아니, 70%를 저희에게 주십시오! 저희는 50명이라 또 나눠야 합니다! 금을 가장 많이 가지는 건 성유진 님이시고요!”

“이 새끼들이… 욕심에 눈이 멀었나?”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용병들을 노려봤다.

“욕심에 눈이 먼 건 너잖아!!”

용병단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에 용병들이 동조하기 시작했다.

“맞다! 파프니르를 고생해가면서 잡는 건 결국 우리가 아닌가!”

“우린 더 많은 금을 받아야 된다고!”

“금을 더 주지 않으면 파업하겠소!”

“아니지. 그냥 저놈을 치워버리는 게 어때? 그럼 우리가 저 수백 톤의 금을 전부 가질 수 있어!”

“사신의 계약을 어긴다고 해서 바로 죽는 건 아니잖아. 돈만 있으면 사신의 계약이나 추적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역으로 사신을 죽여버리면 돼! 저 황금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흥분한 용병들이 하나, 둘씩 선을 넘기 시작했다. 나는 용병단장인 오미코스를 쳐다봤다.

“진정해라! 우린 오미코스 용병단이다! 강도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온 긍지를 여기서 내다 버릴 셈이냐?!”

오미코스가 일갈했다. 그러나 욕심에 눈이 먼 용병들은 그 일갈에도 멈추지 않았다. 이미 이놈들은 욕심에 넘어갔다.

파프니르가 탐욕에 눈이 멀어 저주받아 사악한 용이 된 것처럼.

“긍지를 지켜온 건 우리가 아니라 단장이지.”

“용병에게 긍지는 무슨. 단장은 용병과 기사를 착각하고 있어.”

“단장. 우리랑 같이 하죠. 혼자 깨끗한 척할 필요 없습니다. 같이 더러워지죠.”

“긍지를 버리면 너희는 짐승이 될 뿐이다!”

“…생각해보니 단장이 우리를 욕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단장도 파프니르의 피에 눈이 멀어 이 의뢰를 받아들였잖아.”

“단장은 파프니르의 피라도 받지. 우리는 아무것도 없어. 약간의 보수만 받고 물러나라고? 절대 그럴 수 없지.”

“단장. 비켜. 저놈만 죽이면 황금은 모두 우리가 가질 수 있다고.”

“너희들…!”

오미코스와 용병들이 대치했다. 나는 여유롭게 그 모습을 지켜봤다.

‘대충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예상은 예상대로라고 할까.

나는 그들의 촌극을 지켜보며 황금 성배를 꺼냈다. 근처에 있는 황금을 들고 황금 성배에 넣었다. 황금은 술이 되어 내 혀를 기쁘게 만들었다.

‘술맛 좋다.’

-온다! 온다! 드래곤이 온다!

‘응?’

웬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목소리라고 해야 하나? 무언가의 의지가 들리는 느낌이었다. 나는 목소리의 근원을 찾아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창고 내부, 쥐새끼 하나가 숨어 있었다.

찌익, 찍.

아주 작은 목소리로 쥐새끼가 울었다. 그리고 그 쥐소리는 내게 다르게 들렸다.

-드래곤이 온다!

내가 취해서 미쳤을 리는 없다. 절대정신이 있는 내가 취해서 정신줄을 놓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지혜를 얻는다더니…. 쥐새끼의 말을 알아듣는 지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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