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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속으로-1977화 (1,757/2,000)

Chapter 1977 - 1977. 신의 아틀란티스

파프니르는 그 거대한 몸체에 어울리지 않게 가여울 정도로 몸을 떨었다. 상처투성이의 몸에서는 피가 후두둑 떨어진다.

「그람

 용을 죽이는 검.

 랭크: SSS」

그람.

SSS 랭크의 검. 실질적으로 아틀란티스 최상위의 검치고는 효과가 지나치게 심플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용살에 있어서 만큼은 이 검을 따라올 자는 없었다. 당장 파프니르만해도 그람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게 아닌가.

-그 검은! 그 검을 네가 어떻게!!

그리고 지금 내 손에 들린 그람에는 아스트라페까지 부여되어 있었다. 오딘의 그람과 제우스의 아스트라페. 서로 다른 신화의 주인이 관련된 것이다.

나는 멀리 떨어져 있는 파프니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번개를 휘감은 검기가 파프니르를 향해 날아간다. 파프니르가 기겁하며 몸을 억지로 비틀어 날았다. 의미 없었다. 유도 기능이라도 장착된 듯이 검기 또한 비틀어서 기어코 놈의 날개 한 짝을 베어갈랐다.

콰아아앙!

파프니르가 지상으로 떨어진다. 무게가 있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렀다.

“피할 생각은 하지 마라. 그람은 대상이 용이라면 어마어마한 성능을 발휘하지. 바로 지금처럼.”

그람에는 검기 유도 기능 같은 건 없었다. 따로 내가 술수를 쓴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휘두른 게 그람이고, 상대가 용이라 일어난 일이었다.

물론 그람을 쥐었다고 해서 모든 용종을 죽일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을 얻는 건 아니었다. 검을 사용하는 내가 어느 정도 받쳐줘야 가능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두려움에 떨고 있는 파프니르를 향해 걸어갔다. 검기만으로 파프니르를 죽이는 것도 가능하다. 방금 놈의 커다란 날개 한 짝을 검기로 썰어버린 게 그 증거다.

‘내 목적은 드래곤의 부산물이다. 그러니 최대한 깔끔하게 죽여야지.’

이 검으로 놈의 몸을 직접 베고 찌른다면 놈은 즉살할 것이다. 이 검은 용을 죽이는 검이니까.

‘놈의 역린이 보이는군. 굳이 역린을 찌르지 않아도 죽여버릴 수 있지만… 역린을 찌르면 더 확실하게 죽일 수 있겠지.’

-이, 이노오옴!

바닥에 쓰러진 파프니르가 입을 벌렸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어 저주의 숨결을 뱉는다.

파지지직.

번개가 튀는 그람을 저주의 숨결을 향해 휘둘렀다.

그람은 용의 숨결마저 베어갈랐다.

-으아아아아아악! 불합리하다!!

파프니르가 억울함을 가득 담아 소리쳤다. 이해한다. 나라도 적이 이딴 검을 들고 있으면 열이 뻗칠 것이다. 근데 그 검을 들고 있는 게 나네? 나는 히죽 웃으며 놈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무너진 동굴 쪽에서 누군가가 달려왔다.

오미코스였다.

피투성이의 오미코스는 평소의 무게감 있는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그저 삶을 갈구하는 일개 병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군. 그 이상으로 욕심이 있다.’

정말로 삶을 원했다면 이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도망쳐야 했다.

“계약! 계약을 잊지 않으셨습니까?! 파프니르의 피를 뒤집어쓰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계약은 파기 됐다만. 네 뒤를 쫓는 사신이 그 증거다.”

사신은 뒤늦게 오미코스를 쫓았다. 그 대낫에 선혈이 흐르는 걸 봐선 다른 용병들을 죽이고 있었던 게 확실했다. 아마 용병 중 살아남은 건 오미코스 뿐이겠지.

“배신은 제가 아니라 단원들이 한 겁니다!”

“그리고 용병단의 단장은 너다.”

“뭐, 뭐든지 하겠습니다! 계약대로 파프니르의 피를 뒤집어쓰게 해주십시오!”

나는 추해진 오미코스를 낄낄 웃으며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알아서 해라.”

“아, 아!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오미코스는 쓰러진 파프니르를 향해 내달렸다. 파프니르는 저항할 힘이 없었다. 그저 다가오는 오미코스를 노려보기만했다.

-이 빌어먹을 벌레가!

오미코스는 달리면서 옷을 벗어 순식간에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파프니르의 몸에 달라붙어 그 피를 온몸에 덕지덕지 바른다. 파프니르는 상처투성이었기에 오미코스가 피를 바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신이 다가가 오미코스에게 다가가 대낫을 휘둘렀다. 오미코스가 놀라 옆으로 피했으나, 파프니르의 피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에 반응이 살짝 느렸다.

서걱!

오미코스의 무릎이 베였다.

바닥에 철퍼덕 쓰러진 오미코스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다가 돌연 무언가를 발견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이제 불사신이다! 죽지 않는다!”

원하는 시스템 알림창이라도 본 모양이었다.

‘진짜 불사신이 된 건가.’

나는 죽어가는 파프니르와 바닥에 쓰러져 한껏 웃고 있는 오미코스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군.’

지금의 나는 끝없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내 눈에 파프니르의 피로 얻은 불사는 영 아니었다.

‘오미코스에게 용의 특성이 부여되었을 거다. 불사라고 해도 그람으로 쉽게 죽일 수 있을 테지.’

신들의 말을 빌리자면 필멸자에게 완벽한 불사가 내려질 리 없었다.

‘이 세상에 완전함 따윈 없다. 당장 신들만 해도 완전하지 않다.’

불사라도 제약이 있을 것이다. 그 제약이 뭔지 알 수 없었고, 직접 확인해볼 생각도 없었다. 관심이 없으니까.

“끄아아아아아아악!”

오미코스가 비명을 질렀다. 사신의 대낫이 오미코스의 등을 있는 힘껏 내려찍은 것이다. 대낫은 정확히 오미코스의 심장을 관통했다.

허공에 떠 있는 사신이 해골을 갸웃거렸다. 죽어야 할 오미코스가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콱! 콱! 콰악!

사신은 대낫을 곡괭이처럼 휘둘러 오미코스의 등을 연신 찍어댔다. 그러나 낫을 빼자마자 등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한다.

“아아아아악! 다리가! 다리가 왜 재생되지 않는 거냐?!”

억울해 죽겠다는 듯이 소리쳤다.

정말로 등의 상처와 달리 그의 양 종아리는 재생되지 않았다.

‘다리는 불사가 되기 전에 잃었으니까. 원인은 그거밖에 없지.’

사신은 계속해서 대낫을 휘두른다. 내가 본 사신은 일종의 기계였다. 감정 따윈 없는 기계. 이름만 사신일 뿐이지 저거 언데드 몬스터에 더 가까웠다.

“아악! 악! 끄악!”

언데드와 기계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치지 않는다는 게 바로 그거다.

‘사신은 계약의 대가를 치르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거다. 저걸 멈추려면 사신을 죽여야 하지.’

양다리를 잃은 오미코스는 움직임이 제약되었다. 그게 아니어도 지금 그는 움직일 힘이 없었다.

‘단순한 공격에는 죽지 않는 것 같은데… 이거 참. 무간지옥이 완성됐군.’

본인도 그걸 알았는지 그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유진 님! 도와주십시오! 이 사신만! 사신만 어떻게 좀 해주십시오! 으아악!”

-크크크. 꼴 좋다, 멍청한 벌레놈! 제 분수도 모르고 불사를 탐한 대가로다!

파프니르느는 오미코스를 비웃었다.

저벅.

내가 파프니르에게 다가가자 놈의 웃음도 사라졌다. 내 손에 들린 그람을 본 파프니르는 각오를 한 듯 외쳤다.

-이놈!!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내 본체가 네놈에게 저주를 내릴 것이다!

“저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황금 수집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황금 수집가가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내리고 잠을 청합니다.」

“크크. 본체는 이 일에 흥미를 잃었군. 네 복수를 할 의지 따윈 전혀 없어 보인다면?”

-이 미친놈이! 지금 상황에서 잠이 오냐?! 이 건방진 인간에게 저주를 내리란 말이다!

진짜 파프니르의 대답은 없었다.

애초에 유희를 위해 만들어진 위신. 그들의 본체이자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신들은 위신들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위신들은 신들의 유희를 위한 장치였으니까. 위신과 관련된 문제는 아틀란티스가 시작되기 전부터 신들끼리 이야기를 끝내고 합의했을 것이다.

-나를 죽인 네놈은 절대로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지크프리트가 그러했듯이 너 또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황금이여! 저 탐욕스러운 필멸자에게 저주를!!

“네가 그동안 모아 놓은 황금은 모두 내 거다. 아까 황금을 맛봤는데… 맛이 끝내주더군. 너는 이놈이라고 격분한다.”

-이노오오오오오오오오옴!!!!

놈의 역린에 그람을 찔러 넣었다.

쿡.

가볍게.

이쑤시개로 찌르는 것처럼 가볍게.

하지만 그로 인해 벌어진 결과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람이 황금빛을 냈다. 아스트라페의 뇌전까지 황금빛으로 물들였고 파프니르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파프니르가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렸으나, 정작 비명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 전에 놈이 죽었기 때문이다. 파프니르는 그렇게 갔다.

「사악한 용을 죽였습니다.」

「‘용살자’ 칭호가 주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제 1,399 구역, 라인강의 지배권을 얻었습니다.」

「170,000 AP를 획득합니다.」

「라인강의 지배자로서 30일마다 40,000 AP를 획득합니다.」

「라인강은 히든 구역입니다. 구역을 숨겨 놓거나 개방할 수 있습니다.」

「개방할 경우 교역이 시작되고 빠른 속도로 구역이 발전합니다.」

「구역을 한번 개방하면 숨길 수 없습니다. 개방하시겠습니까?」

“개방? 누구 좋으라고.”

구역이 빠르게 발전한다? 라인강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구역 중 하나일 뿐이었다. 다른 곳을 발전시키면 되는데 굳이 여길 발전시켜야 할까?

‘황금이 나오는 구역이다. 거기다 오지에 있는 구역도 아니다. 근처 레기온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침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숨겨 놓는 게 최선이었다. 꿀은 나만 빨아야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

가지고만 있어도 황금이 나오는 구역. 절대로 남들에게 알릴 생각은 없었다.

‘오미코스 용병단도 전멸했으니 소문이 날 걱정도 없다.’

아니, 아직 한 명이 남았다.

용병단의 단장인 오미코스. 지금도 사신의 대낫에 등이 찍히고 있었다.

‘이 새끼에겐 별 악감정도 없었는데… 지 혼자 욕심부리다가 생지옥에 빠졌군.’

오미코스는 내게 손을 뻗는다.

“도, 도와주십시오. 제발…!”

“싫다. 계약 파기는 네가 먼저 했잖아. 그 대가도 네가 감당해야지.”

“배신한 건 내가 아닙니다!”

“어쨌든 계약을 어긴 건 너다. 네 등에 낫을 휘두르고 있는 사신이 그 증거다.”

“하다못해 날 죽여주십시오!”

“불사신인 널 어떻게 죽이라고. 그냥 그렇게 살아라.”

“으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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