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작물 속으로-1979화 (1,759/2,000)

Chapter 1979 - 1979. 신의 아틀란티스

마을 사람들, 이젠 내 노예가 된 놈들을 한곳으로 불러 모아 내 뒤통수를 쳤던 두 번째 마을 사람 10명을 본보기로 처형했다. 이 일을 주도한 촌장을 비롯한 그 가족들과 친척들이었다.

가족을 함께 처형하는 건 꽤 효율적인 일이었다.

자기 목숨은 쉽게 내다 버리는 놈들도 가족들의 목숨이 함께 걸려 있으면 주저하게 되는 법이니까.

‘괜히 역적의 구족을 멸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게 효율적이니까.

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적당히 연설을 빙자한 협박을 해주고 구역을 나섰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제 99 구역, 용병의 도시 로푸아다.

중개업자인 노리스를 만났다. 노리스의 입단속을 하기 위해서였다.

‘살인멸구는 힘들어. 근처에 용병들이 너무 많아.’

여긴 내 구역이 아니었고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았다. 괜히 여기서 살인멸구했다가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만 끌게 될 것이다. 조용히 처리하려다가 괜히 시끌벅적하게 만들 수 있다.

‘꼭 죽일 필요는 없지. 어차피 노리스가 알고 있는 건 별거 없어.’

게다가 용병 중개업자이니 입이 무거울 것이다. 이 바닥에서 입 가벼운 중개업자가 오래가지 못할 테니까.

“후우. 오셨습니까.”

노리스가 나를 맞이했다. 그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그는 내 눈을 피했다. 그를 윽박지르러 온 거였지만, 오히려 그가 내 눈치를 지나칠 정도로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나 보군.”

“사신의 계약의 증인은 접니다. 계약을 직접 어긴 건 아니지만, 저도 어느 정도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물론, 현장에서 용병단에 배신당한 유진 님보다는 아니겠지만….”

“좀 그렇긴 하더군. 이 도시에서 가장 신뢰 가는 용병단이 그 모양이니.”

“……죄송합니다. 새로운 용병단을 원하시면….”

“아니, 됐다. 이젠 용병 따윈 못 믿겠다.”

“이해합니다.”

노리스가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신의 계약까지 한 용병단이 배신한 일이다. 다른 용병들을 쉽게 믿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럼 저를 찾아오신 이유는 배상 때문 입니까?”

입막음 때문이었다. 배상은 딱히 생각하지 않았었다. 근데 배상을 하겠다면 또 다르지.

“그래. 중개업자로서 책임을 져야지. 나는 널 믿고 오미코스 용병단을 고용했었다.”

“후우. 제 실수를 인정합니다. 현재 제가 가진 현금과 AP가 없는지라… 현물로 드려도 되겠습니까?”

“상관없다.”

그가 서랍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내 가져왔다.

은으로 된 가위였다. 손잡이에서부터 날 부분까지 모두 은으로 이루어진 고급스러운 가위.

「절명의 가위

 1회애 한해 무엇이든 끊을 수 있다.

 랭크: SS」

나는 두 눈을 치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A랭크 물건이나 가져올 줄 알았는데.’

무려 SS 랭크의 물건이다. 너무 좋은 물건이라 의심이 갈 정도였다.

“이 정도의 물건을 고작 이런 일에 내준다고?”

“고작 이런 일이 아닙니다. 제 명성과 유진 님의 명성이 걸린 일이 아닙니까.”

노리스는 진지한 눈으로 날 빤히 쳐다봤다. 그는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죽음을 맞닥뜨린 전사의 얼굴과 비슷했다.

‘날 두려워하고 있군. 내가 파프니르를 죽이려고 움직이는 동안 나에 대해 조사했나?’

어쩌면 내 행적을 깊이 조사했을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로 사건 사고를 꽤 일으켰으니까. 그 행적은 환상공의 이름으로 대충 가려져 있기에 알려질 일은 별로 없지만.

나는 가위를 손에 쥐었다. 서늘하면서도 그립감이 뛰어났다.

“마음에 드는군.”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참고로 그 가위를 사용하면 계약서도 끊을 수 있습니다. 사신의 계약서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 대단한 물건을 내게 준다라. 아깝지 않나?”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이겠죠.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어도 별 소용이 없는 물건입니다. 3년 전에 얻은 물건인데 그 가위를 쓸만한 상황이 오지 않더군요. 저보다는 유진 님에게 더 도움이 될 테지요.”

“아주 유용하게 사용해주지. 그리고 이번 일에 관해선 입을 다물어 줬으면 좋겠군.”

“물론입니다. 이번 일이 알려지면… 서로의 명성에 좋지 않을 테니까요.”

사신의 계약을 한 용병단이 고용주를 배신했다. 용병업계 전체에 타격이 갈만한 소식이었다. 특히 오미코스 용병단의 중개업자인 노리스는 지금까지 쌓아 올린 커리어가 박살 날 수 있었다.

‘아, 그렇네. 이놈은 지금 똥줄이 타고 있는 거야. 이 일이 알려지면 중개업자로서 끝장이니까.’

용병들의 배신이 흔한 일이라고 해도, 오미코스 용병단은 달랐다. 신의로 유명한 용병단이 아닌가. 규모 면에서 일반 용병들과 전혀 다르다.

나는 절명의 가위를 인벤토리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단속 잘하도록. 그럼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다.”

“예. 물론입니다. 오미코스 용병단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해두겠습니다. 이 세상에 없을 테니 비교적 처리하기 쉽습니다.”

“그들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군.”

“사신의 저주와 추적을 받았을 테니까요.”

나는 노리스의 집무실에서 나갔다. 문을 닫자마자 노리스의 한숨 소리가 민감한 내 귀에 들렸다. 모르는 척 밖으로 나갔다.

• • •

올림푸스에 가기 전에 제 4 구역, AP 상점소를 찾았다.

AP는 특수 상점을 제외하고 여기서 사용할 수 있었다. 아틀란티스의 화폐인 페니로도 이곳에서 교환할 수 있다.

우선 나는 공간 이동 주문서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어마어마한 AP를 벌어들이고 있는 나지만, 사용하는 AP도 어마어마했기에 좀처럼 AP를 모으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공간 이동 주문서를 안 살 수도 없지.’

아틀란티스에서 공간 이동 주문서는 필수였다. 가격이 한 장당 6만 AP에 달하긴 하지만, 공간 이동 주문서가 있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다른 세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제기랄. 지난번보다 가격이 500AP나 올랐잖아.’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 이동 주문서의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공급보다 수요가 더 커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추가로 다른 물건도 구입했다.

「AP 상점 주문서

 주문서를 찢을 시 30분 동안 AP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

 랭크: B」

20만 AP로 구입한 주문서다. AP 상점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AP 상점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주문서.

올림푸스 구역에 들어가면 한동안 나올 수 없을 게 분명했기에 필수로 구입해야 했다.

‘그 구역에서 필요한 물건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 • •

올림푸스 구역으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유스티아 제국 구역 밖에 있는 곳인지라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다. 대충 다져진 도로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자연 그 상태의 상황이라고 할까. 거기다 올림푸스 구역 근처에는 꽤 위험한 몬스터까지 돌아다닌다.

‘올림푸스는 후반에 열리는 구역이니 말이지.’

물론, 지금 내가 간다고 해서 올림푸슥 구역 전체를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원작 정보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는 올림푸스 구역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내 목적은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다. 잊어선 안 되지.’

목적만 달성하고 올림푸스를 벗어나는 게 최고였다.

나는 발키리의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아 올림푸스 구역으로 향했다. 걷는 것보다 몇 배, 몇십 배는 더 빨랐다.

저 멀리 올리푸스 산이 보인다. 하늘까지 닿아 있는 산은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들 정도로 엄청났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저 올림푸스 산에는 위압감과 더불어 다른 어떤 힘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이건 예전에 느껴봤다. 신력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신력이.

“끼우우우우우우욱!”

괴성과 함께 와이번이 느닷없이 나타났다. 나는 놀라지 않았다. 이곳에서 몬스터는 언제든지 맞닥뜨릴 수 있었다. 와이번이라해도 예외는 아니다. 와이번 3마리가 침을 질질 흘리며 내 뒤를 바짝 쫓는다.

‘이 새끼들. 날 먹이로 인식했군. 감히.’

오랜만에 화련비도를 꺼내 들었다. 지금 화련비도의 칼날에 금이 간 상태라고 해도 와이번 따위를 해치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날개를 퍼덕이며 선회한다. 와이번은 내 움직임 따윈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3갈래로 멀어졌다.

‘…내가 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군.’

원래부터 창공을 제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놈들이었으니 당연했다.

‘떨어져라.’

콰르르르릉!

눈부신 창공에서 와이번을 향해 벼락이 떨어졌다. 와이번이라고 해도 갑작스레 떨어지는 번개를 피할 수 없었다. 와이번 중 한 마리가 벼락을 맞고 지상으로 떨어진다.

「천공의 주인(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끼우우우우우우우욱!”

동족의 죽음을 본 와이번 두 마리가 아까보다 더 큰 괴성을 내질렀다. 두 마리의 비행 속도도 빨라졌다.

“아스트라페.”

파지지지지지지직!

화련비도의 칼날에 번개가 맺힌다. 푸른 번개는 단숨에 붉은 번개가 되어 위협적으로 꿈틀거렸다. 주둥이를 벌리며 가까이 다가오는 와이번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반으로 갈라진 와이번이 지상으로 추락한다.

「부지런한 안식(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7할의 주인(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시선이 느껴진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이 유명한 올림푸스에 신이 없을 리 없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높이. 구름 이상으로 올라간 와이번이 괴성을 내지르며 수직하강한다.

파지지지지지직!

손바닥 위에 시퍼런 뇌전이 모여든다.

「올림푸스의 여주인(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전쟁의 신(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따뜻한 화로의 여주인(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땅을 흔드는 절름발이(僞)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달의 사냥꾼(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태양의 노래(僞)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무지개 거품(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피를 머금은 꽃(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끝없는 풍요(僞)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가벼운 발걸음(僞)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하늘에서 쇄도하는 와이번을 향해 준비된 뇌전을 내밀었다.

“만뢰.”

회전하는 뇌전 뭉치에서 강렬한 번개가 하늘을 가르듯 치솟았다. 번개는 와이번을 꿰뚫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가다가 사라졌다.

와이번 3마리를 어렵지 않게 제거한 나는 올림푸스 산을 쳐다봤다.

「올림푸스 12신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그리고 나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갔다.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