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7화 > 1987. 신의 아틀란티스
헤라가 임신했다.
피임 따윈 전혀 신경 안 쓰고 매일 몇 시간씩 섹스를 해대는 데 임신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참고로 내겐 [황금 정액]과 [영웅의 고환]이 있다. 임신시키려면 마음대로 임신시킬 수 있었으나 굳이 그러지 않았다. 이 세계는 결국 원전의 신화대로 시간이 흐를 테니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임신은 메티스가 더 빨리했는데, 출산은 헤라가 먼저 하네.’
나와 헤라는 신이다. 인간의 관점으로 봐서는 안 된다. 10개월간의 임신? 10초간의 임신 후에 출산한다고 하더라도 그러려니 해야 한다. 원래 아테나도 내 머릿속에서 태어나지 않던가.
나는 헤라의 출산을 지켜봤다. 헤라의 보지에서 태어나는 아기를 보고 좀 그랬다.
'저 보지는 내 자지만 들락거려야 하는데….’
못마땅함을 억눌렀다. 보지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양손으로 아기를 받아서 손수 탯줄을 끊어줬다.
“응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아주 우렁차게 우는군. 네 이름은 헤파이스토스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파이스토스가 적장자라고도 하니 헤파이스토스가 맞겠지. 꼬추도 제대로 달려있는 남자 아기니까.
‘신들은 원래 아기로 태어나나? 아테나는 태어나자마자 성인이 됐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데….’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제우스도 아기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신마다 그 출산은 다 다른 법이겠지.
“헤라. 아들이 태어났어."
출산을 겪은 헤라에게 다가갔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헤라가 양손을 뻗어 아기를 받아들였다. 아기를 본 헤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게 제 아이라고요?”
“설마 내가 아이를 바꿔치기라도 했을까 봐. 이 방엔 우리밖에 없잖아.”
애를 바꿔치기할 이유도 없었다.
“그게 아니라…. 너무 못 생겼잖아요. 게다가 한쪽 다리까지 정상이 아니에요.”
다시금 헤파이스토스를 쳐다봤다.
못생겼나? 막 태어난 아기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 자란 헤파이스토스도 딱히 못생긴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네. 못생겼네. 다리는 뭐… 선천적 장애니 어쩔 수 없지.”
헤라에게 맞장구쳤다. 지금 헤라는 심기가 많이 불편해 보였다. 나는 별생각 없었다.
“저는 올림푸스의 여주인. 제가 이런 못생긴 자식을 낳았다면… 다른 신들이 저를 비웃을 거예요. 저와 당신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거죠.”
“음. 감히 비웃는 새끼들은 다 조져버릴 수 있다만….”
“당신은 올림푸스의 주신이자, 왕이에요. 힘만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헤라가 찌릿하고 날 보며 잔소리를 쏟아냈다.
평소에도 도도하고 까칠한 그녀였지만, 지금처럼 예민하진 않았다. 출산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다. 나는 그녀를 이해한다.
"죽일까?"
헤파이스토스의 머리를 한 손으로 잡아 올리며 물었다. 솔직히 죽인다고 죽을지는 의문이었다. 나와 헤라의 피를 이어받은 헤파이스토스는 당연히 불멸일 테니까.
헤라는 내 말에 상당히 놀란 듯 입을 몇 번 뻥긋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죽을 정도의 죄는 아니에요. 죽일 수도 없고요.”
“그럼 다른 곳에서 키워야겠네. 키클롭스들에게 키우게 할 테니 신경 끄자고.”
잠시 나와 헤파이스토스를 번갈아 가며 고민하던 헤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이 성장하면 대장장이의 신이 되겠지. 빨리 성장해서 이용해 먹어야지.'
신화는 둘째치고 문명의 수준으로만 보면 중세만도 못했다. 알게 모르게 불편한 게 많았다.
‘……아니. 중세보다는 낫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중세가 더 미개한 것 같기도 하다.
"쉬고 있어."
헤라에게 명한 나는 헤파이스토스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키클롭스들에게 가서 헤파이스토스를 맡겼다. 헤파이스토스는 자연스레 성장하면서 대장장이 기술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통달하겠지.
성인이 된 뒤에는 나나, 헤라에게 분노할 수 있었다.
'제깟 놈이 분노해 봤자지.'
올림푸스의 서열 1위. 지존 제우스가 바로 나다. 내게 깝친다? 바로 뒤진 목숨이 되는 거다. 나는 헤파이스토스를 노예로 만들어 부려 먹을 의향도 충분히 있었다.
내 아내인 헤라는 어떨까. 그녀는 올림푸스의 여주인이다. 서열 2위. 단순히 명목상으로만 올림푸스의 여주인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여신 중에선 그녀가 최고이고, 가진 힘도 넘버 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원래 신화에서 제우스가 헤라에게 쩔쩔매는 이유는 헤라가 다른 신들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시간이 획획 빠르게 지나가듯 흐르기 시작했다.
이어 장성한 헤파이스토스가 화산에서 기어 나왔다. 절름발이 대장장이 신인 그는 직접 올림푸스로 걸어왔다.
나는 헤파이스토스를 양손 벌려 환영했다.
“아들아! 잘 왔다! 내 너를 위해 12좌의 1좌를 내리겠노라. 너는 화염을 다룰 것이며, 모든 대장장이로부터 숭배 받으리라!”
10분 정도 고민한 멘트를 내뱉었다. 신의 위엄을 느낀 헤파이스토스는 어딘가 불온한 눈동자로 나와 헤라를 번갈아봤다.
헤라는 복잡한 시선으로 헤파이스토스를 바라봤다. 증오나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쯧.
혀를 찬 내가 헤파이스토스를 노려봤다. 헤파이스토스는 다급히 무릎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허나 못생기고 절름발이인 제가 그 자리를 받아도 되겠습니까?”
“너는 나와 헤라의 피를 물려받았으니, 그 자격은 충분하다.”
헤파이스토스가 합류했다.
나는 그에게 올림푸스의 궁전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메티스의 출산이 임박했다.
메티스가 몇십 년 동안 임신했던 건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건 그녀의 딸이 아테나라는 거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중요하고 비중 높은 여신이었다. 원래는 메티스를 삼킨 내 머릿속에서 태어나야 한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메티스가 비명을 지르며 내 손을 꽉 잡았다. 의연하게 출산을 했던 헤라와 조금 달랐다.
"메티스! 할 수 있어! 힘내!"
나는 그녀를 응원했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고통스러워 보인다고 함부로 배를 가를 수는 없지 않나. 제왕절개를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모르고.
메티스의 보지에서 아기가 태어났다. 아기는 순식간에 자라 성인 여성이 되었다.
내려오는 은색의 머리카락, 완벽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것 같은 얼굴과 몸매의 비율. 지성으로 가득 찬 황금색 눈동자는 태양처럼 빛났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봤다. 방금 막 태어난 그녀는 알몸이었다. 봉긋한 젖가슴과 은색 보지털 아래로 꽉 다물린 분홍색 음순이 보였다. 입에서 군침이 흘러나왔다.
'여기서 바로 범할까? 메티스의 눈치가 좀 보이긴 해도… 바로 성인이 된 이유가 뭐겠어. 내게 따먹히려고 그런 게 아니겠어?'
아테나가 손을 뻗었다. 침실 한구석에 있던 옷과 갑옷, 방패, 투구가 날아와 그녀의 몸을 감싼다.
"아.”
아테나의 알몸을 볼 수 없었기에 저도 모르게 탄식을 흘렸다.
"아테나 님!!!"
방문이 열리고 등에 한 쌍의 하얀 날개를 가진 여신이 나타났다. 티탄 족 여신, 티타노마키아 때는 올림푸스 편에 붙어 굴복하고 내게 따먹혔던 적이 있는 승리의 여신 니케였다.
그녀는 애써 내 눈을 피하며 다급히 아테나를 잡아끌었다.
“아테나 님! 이쪽이에요! 이쪽!"
뭔가 이상하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일단 니케와 아테나를 붙잡으려고 했는데… 내 손을 잡은 메티스가 놓아주지 않았다.
“메티스?”
“미안해요. 벌은 제가 받을게요. 부디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
당혹스러웠다. 지금까지 메티스는 나를 도우면 도왔지, 이처럼 반발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 반발하리라 생각했던 적도 없었다. 약간의 배신감이 기어오르려는 순간, 아테나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 저는 스틱스에 순결을 맹세했습니다. 제가 아버지 곁에 있는 건 비극을 낳을 뿐입니다. 만신의 아버지이자, 하늘의 주인이시여. 부디 용서를.”
아테나가 니케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녀들은 하늘을 날아 어딘가로 향했다. 하늘은 나의 영역이었기에 그녀들이 남쪽 하늘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곧이어 그녀들은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안타깝게도 나는 모든 하늘을 지배하는 게 아니었기에 끝까지 그녀들을 쫓을 수 없었다.
"......."
머릿속이 복잡했다.
'원전의 신화처럼 메티스를 삼키지 않아 이렇게 된 건가? 그게 아니면….’
메티스와 아테나는 지혜의 여신이었다. 지혜가 어떤 힘인지 느껴보지 않았던가. 그녀 정도의 지혜라면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 아테나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는데도 아테나라는 걸 자각한 것도 그런 맥락이 아니었을까.
‘그게 아니면 운명을 느꼈거나.'
원인은 몰라도 결과는 아테나와 니케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났다.
"정말 미안해요.”
메티스가 고개를 숙였다. 덜덜 떨리는 몸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무릎 꿇으려 하기에 그녀의 어깨를 잡아 말렸다.
“됐어. 이번 일은… 어쩔 수 없지. 내가 딸도 따먹는 난봉꾼이라 도망간 거겠지."
아쉽다. 무척이나 아쉽다. 아테나는 그 유명한 삼여신 중 한 명이 아닌가. 게다가 처녀신으로 유명하니 따먹고 싶었다.
‘나중에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 그리고… 여기서 따먹어도 진짜는 아니잖아.'
무엇보다 메티스를 모질게 떨쳐낼 수 없었다. 그녀에게 쌓인 정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용서하지. 아테나가 사라졌으니 12좌의 자리는……”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제 것이 아니에요. 알고 계시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신들의 이름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후에도 많은 신들이 태어났다.
레토는 쌍둥이 신을 낳았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다. 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성인이 되었다. 나는 아르테미스를 따먹었다. 의외로 아르테미스는 저항하지 않았다. 아테나와 달라서 내가 더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아아… 나의 부군이시여…!”
“으음. 아르테미스! 나의 딸이자, 아내여!”
찌걱찌걱.
바닥에 누운 아르테미스를 깔아뭉개며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자지가 아르테미스의 보지를 쑤실 때마다 배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그녀가 내 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 아아….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비극이…!”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라 칭송받는 아폴론은 바닥에 주저앉아 절규했다.
「달의 사냥꾼이 양손으로 뺨을 잡고 부끄러워합니다.」
"아아아앙!"
내 밑에 깔린 아르테미스가 교성을 터트린다. 어쩌면 진짜 아르테미스의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태양의 노래가 격노합니다!」
어쩌라고.
어차피 저 새끼와 나는 사이가 안 좋았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앙!"